4인4색 전문가 대담

문화기획의 눈으로 사회를 디자인한다

융합’은 사회 각 영역에서 큰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예술과 문화 분야에서도 문화예술에 기반을 둔 학제 간 통섭, 예술창작에서의 융합적 접근 등 타 분야, 다른 영역과의 소통과 넘나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기획된 “융합의 시대, 예술의 가치를 말하다” 4人4色 대담의 시작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박원순 이사와 함께 하게 되었다.

문화기획 현장에서 바라보는 박원순 이사는 인권운동가, 시민사회운동의 선두주자, 기부와 나눔 문화의 구체적 실체를 한국사회에 실현한 실천가로서 문화예술현장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분이었다. 그러나 20여 년 시민운동의 길에서 최근 스스로를 사회디자이너로 표방하며 시민의 생각과 힘으로 사회의 희망을 디자인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희망제작소 활동들은 예술을 넘어 일상 속, 삶의 문화를 고양하고자 하는 문화기획의 지향가치와 공통분모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4인4색 전문가대담> - 박원순

사실 문화적 힘이 도시와 지역을 살리고 예술적 상상력이 다가오는 미래 창의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사회적 전망은 밀레니엄을 기점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어왔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예술과 문화의 힘은 아직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지는 못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 거는 사회적 기대에 비해 정부기금 외 다양한 채널의 사회적 지원을 끌어내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패러다임 변화를 수반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문화예술현장은 사회변동과 얼마나 가깝게 호흡하면서 소통과 공유의 다양한 채널을 형성할 것인지, 또 상징적 존재가 아닌 사회 속의 구체적 실체로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큰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4인4색 전문가대담> - 박원순박원순 이사가 걸어왔던 길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변화의 지점들이 어떻게 시민들의 생각과 행동으로 소통되게 할 것인가와 밀착되어 있다. 대담을 준비하면서 박원순 이사의 삶과 활동에 투영되고 있는 이 지점들이 예술과 문화현장에 어떤 문제의식을 줄 것이며, 또 예술과 문화현장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시민들과의 소통에 어떤 에너지가 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였다. 한편으로는 예술현장과 다소 다른 활동의 결을 가지고 있는 시민사회운동에서의 경험적 성과와 과제들이 어떻게 상호 소통되고 넘나들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과 약간의 의구심을 가진 채 질문지를 준비하였다.

대담을 위한 희망제작소에서의 사전 미팅, 약속시간에서 30분을 더 기다려 겨우 뵐 수 있었던 박원순 이사.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미팅과 회의, 출장 등에 임하고 있는 그 분의 일상이 실감나게 느껴지는 자리였다. 그리고 대담을 위한 사전 미팅은 마치 안건지가 있는 회의처럼 일사천리로 이야기들이 술술 진행되었다. 박원순 이사는 예술 분야의 대가들 앞에서 이야기 할 것이 없지만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ldquo;비농촌인이 바라본 농촌&rdquo; 프로젝트와 같은 마음으로 즐겁게 임하겠노라 공유지점을 찾아보자는 데 흔쾌히 공감하셨다.

그리고 12월 1일 4인4색의 첫 번째 대담. 박원순 이사의 열정과 객석의 기대감이 맞부딪혀 희망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잘 마무리되었다.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그리고 기부와 나눔문화의 메신저로, 이제는 사회의 희망을 디자인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디자이너로 이어지는 그분의 삶과 활동 속에서 보여준 사회현실과의 치열한 접점들, 수많은 절망과 시행착오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던 강한 신념과 뜨거운 열정. 대담 가운데서도 지치지 않고 뿜어나오는 사회창안의 각종 아이디어와 제안들이 객석에 앉아있었던 예술, 문화 현장의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박원순 이사는 사회를 디자인하는 데에 예술과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원순 이사의 이야기에서 어떤 이는 순도 높은 예술과 문화의 힘을 다양한 예술공간, 문화공간에 채우고자 하는, 그리고 그 힘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문화기획의 지향과 닮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여 예술과 사회의 소통 열정을 키우는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운동으로 만들어지는 문화적 트렌드가 예술과 문화의 진정성보다는 시민들의 눈에 보여지는 것에 사로잡혀 본체의 순도를 떨어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lsquo;희망을 제작해야&rsquo; 하는 만큼 절망적인 우리 현실의 막막함을 환기하며 너무나 먼 여정에 대한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서로 통하고자 하는 분들 각자의 몫이다.

개인적으로는 부담이 많이 되는 대담이었다. 박원순 이사가 지닌 사회적 위상과 존재감 속에서 오는 부담도 컸지만 예술과 문화현장의 고민들이 시민사회운동의 경험필자소개: 추미경은 성균관대학교 공연예술학 석사와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유럽문화정책 및 행정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다움문화예술기획 연구회 상임이사로 일하고 있으며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들과 어떻게 통하고 긍정적 에너지를 주고받을 것인가에 대한 조심스러움이었다. 그러나 대담을 마치면서 어떤 분야이든지 진정성을 추구하는 과정은 닮아 있으며, 결국은 박원순 이사도 언급하셨듯이 사회를 희망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열정과 신념, 그리고 이것을 향한 &lsquo;어떤&rsquo;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도전과 다각적 노력들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가치로서의 디자인을 사유하고 실천하라

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에서 기획한 4人4色 전문가 대담 &ldquo;융합의 시대, 예술의 가치를 말하다&rdquo;에서 명랑 건축가 최문규 교수와 &ldquo;공간의 예술, 예술의 공간&rdquo;이란 제목으로 12월 2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약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최문규 교수가 바라보는 건축은 진솔했다. 눈에 띠는 표면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에 비해 우리가 얼마나 주변의 일상에 대해 무관심한지, 얼마나 질문이 결여된 채 살아가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많은 질문을 제시했다. 그러한 일련의 질문은 그 자신에게도 던져졌던 것으로 그 역시 수없는 질문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추출하고 다시 건축적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면서 종국에는 구체적인 설계로 나아가는 건축행위의 일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그가 말한 대로 무비판적이고 일차원적이며 관습적인 사고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건축이 그 자체로 전통적인 문화예술의 장르, 혹은 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대 우리나라의 건축물이나 또 예술경영지원센터 <4인4색 전문가대담> - 최문규요즘 같이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찍어내는 듯 한 건축에서 예술적 감동을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를 건축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는 건축의 생산자와 건축의 소비자 모두가 일종의 집단적인 몰각 상태에 빠져 있으며 그러한 굴레에서 벗어나야 예술을 담는 공간, 예술적인 공간의 창출이 가능하리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 눈앞을 가리고 있는 장막을 걷게 할 동력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을 최문규 교수가 말한 끊이지 않는 질문이라 생각하며 그 시작은 생각과 행동의 진정성에 있다고 본다. 외피로서의 디자인이 아닌 가치로서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사유하고 실천하는 첫 번째 행동은 &lsquo;질문하기&rsquo;에 있으며, 진정성을 수반하지 않는 문제의식은 영속적이지도 진실하지도 않기에 옳은 질문을 하기 위한 진정성의 지속적인 성찰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최문규 교수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는 우리가 우리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그 환경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본다. 우리는 이번 대담을 통해 최문규 교수의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었고, 대담에 참여한 청중 모두에게 예술의 진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 <4인4색 전문가대담> - 최문규한편 이번 대화가 의미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이번 대화를 통해서 담아내고 싶었던 또 하나의 담론은 우리나라의 예술문화공간에 관한 문제였다. 예술문화공간이란 주로 많은 대중이 모이는 곳으로써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이 공공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예술을 담는 공간은 사무실 건물이나 상업시설과는 달리 그 목적에 적합한 기능을 갖춘 공간이어야 하며 모종의 창의성이 느껴지는 건축물이어야 한다. 또한 위치, 규모, 심미성 역시 그 목적에 적합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 건축은 한번 땅 위에 지어지면 존재 연한이 길고, 진지함의 무게가 깊기 때문에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그 공간을 실제로 운영할 주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너무 다르다.

사실 &lsquo;예술의 공간&rsquo;이라는 제목으로 대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그리 쉽지 않은 과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은 경험을 해본 건축가를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형 예술공간은 주로 관청에 의해 발주되고 대부분 입찰을 통해 대형 시공사에 의해 턴키 형식으로 건설된다. 건축가 일인이 아닌 향후 사용자를 포함하는 각종 전문가의 사전 협의가 이루어지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최문규 교수 역시 그러한 경험이 없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이 이러한 시행착오를 많이 격고 있으며 적지 않은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에 동감하는 정도로 대화가 마무리 되었고 그 같은 논의의 수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예술은 우열을 가리기 전에 진정성에서 시작한다. 예술을 기획하고 예술공간을 운영하는 것 역시 진정성에서 시작해야 하며, 예술공간을 계획하고 건축하는 행위도 진정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필자소개: 오성호는 뉴욕시립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BAM(Brooklyn Academy of Music)운영감독으로 일하다 미국 PMC Entertainment에서 법인업무를 총괄하였다. 현재 메타기획컨설팅 사업본부장 겸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열악한 감이 적지 않다. 이번 대담이 비록 그 같은 현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그날의 청중과 동일한 문제의식을 확인했다는 점은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 같은 문제의식을 디딤돌 삼아 보다 진정성이 살아있는 예술문화공간이 많아지기를 희망하고, 하루 빨리 우리나라의 관객들이 그런 진정성에 푹 빠져 감동받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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