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카페오토가 단 시간에 런던 실험 음악계의 핵심적인 장소로 부각된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운영자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의 분명함과 적극적인 노력에 있다. 이들은 스스로 펀드를 조성하여 자국 아티스트들의 기획 공연뿐만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국외의 아티스트가 찾아와 작품활동을 선보이고 자국의 아티스트들과 협연과 교류를 이끌어내는 장소의 역할에 집중하였다.

낮 시간의 카페 모습
낮 시간의 카페 모습
photo by Yuki Tamamoto
Otomo Yoshihide 공연,  Chris Corsano 공연, Atsuhiro Ito 공연
▲▲▲ Otomo Yoshihide 공연
▲▲ Chris Corsano 공연
▲ Atsuhiro Ito 공연
photo by Marie Roux
카페 오토


전통은 중요하다. 그 전통을 온전히 보존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소위 상업 음악으로 분류되는 메인스트림의 음악 또한 중요하다. 즉 전통은 아카데미가, 메인스트림은 기획사나 자본력이 이러한 작품들을 보존하고 활용하며 소개하고 전파한다. 그렇다면 이 양 측의 범주에 속할 수 없는 부류의 경우는 어떨까?

거의 모든 새로운 음악적 발생은 기성 음악에 대한 반발력을 기조로 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우리들에게 이러한 지점을 온당히 인지하고 관찰하며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세계 어디를 가도 메인스트림 음악이나 전통 음악이 아닌 이상은, 그 과도기적 상황 덕분에 어떤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자생력으로 버티어 나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동시에 이러한 움직임들이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지점을 살펴보면 몇 가지 필수 요소로 압축이 되는 경우가 있다. 첫째는 그러한 작업을 꾸준히 수행하는 아티스트들과 그 내부의 결속력이 있어야 할 테고 둘째는 그러한 아티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소, 그리고 그러한 활동을 이해하고 소개하며 비평해 줄 수 있는 매체의 역량이다. 이러한 관계항들 속에서 발생하는 어떤 문화적 공기라는 것이 노골적으로 표출되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중요성과 동시에 어려움을 차지하는, 바로 활동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장소이다.

실험음악에 대한 다각도의 지원과 프로그램

2010년 2월 필자는 FENFar East Network, 일본 작곡가 오토모 요시히데의 아시안 네트워크 프로젝트 그룹의 멤버로서, 3월에는 솔로 콘서트를 런던의 달스톤(Dalston) 지역에 위치한 카페 오토(Café Oto)에서 가질 수 있었다. 서론이 길었지만 지금부터 런던의 한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약 2년 전만 하더라도 이 조그마한, 겉보기에는 홍대 부근의 수많은 카페들과 별 반 다를 것이 없는 장소가 단 시간에 영국의 실험적 음악씬의 중요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는 아마 아무도 예상을 못했을 것 같다. 케이코 야마모토(Keiko Yamamoto)와 하미쉬 던바(Hamish Dunbar) 두 사람의 예술학도가 여기저기에서 투자를 받아 런던의 중심부라고 볼 수는 없는 달스톤 지역에 오픈한 카페 오토는 메인스트림 음악 또는 전통 음악이 아닌 그 외부에 존재하는 실험적이고 창의적이며 진취적인 음악을 위한 장소를 모토로 시작되었다. 오전과 오후에는 평범한 카페로, 저녁에는 실험적 음악이 연주되는 장소로 변신을 한다. 사실 지금까지 서술한 내용을 볼 때, 홍대 부근의 여러 문화적임을 표방하는 카페나 문화공간들과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내부의 구조나 분위기 또한 별반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카페 오토가 단 시간에 런던 실험 음악계의 핵심적인 장소로 부각된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운영자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의 분명함과 적극적인 노력에 있다. 단순히 카페를 운영하여 수익을 낸다, 작가들에게 기회와 장소를 제공해 준다 정도에서 멈추어 버리는 국내의 문화공간들과는 달리 이들은 스스로 펀드를 조성하여 자국 아티스트들의 기획 공연뿐만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국외의 아티스트가 찾아와 작품활동을 선보이고 자국의 아티스트들과 협연과 교류를 이끌어 내는 장소의 역할에 집중하였다.

아티스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 장소와 금전적인 도움만이 아니다. 자신들의 작업을 풀어내고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주고 지지해주는 주변부의 움직임 자체가 활동에 더 커다란 힘이 되기도 한다. 카페 오토는 그런 지점에서 시작부터 수많은 실험파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에게 모종의 만족감을 주고 있다. 필자가 투어를 다니는 중에 만나게 되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카페 오토에 대한 만족감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는 당연히 케이코와 하미시의 음악적 포용력, 무엇이 활동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는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 자체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조건 마련을 등의 노력이 큰 힘이 되었다. 지역음악 잡지, 지역 라디오 방송국등과의 연계를 통해 다각도의 프로그램 또한 자체적으로 기획해 왔다.

필자가 카페 오토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런던에 처음 방문했을 때에도 단기입국 비자에서부터 숙박, 이동, 장비에 대한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는 모두 자체 자금력이라기보다는 여러 기금의 활용에 따른 것이었다.

또한 연주자들의 음향이 보다 더 정확하게 연주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연주될 수 있도록 전문 사운드 엔지니어들과 스텝들이 이들이 기획한 공연마다 투입이 되며 이러한 음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두고 있는 엔지니어가 지속적으로 카페 오토의 기획 공연에 스태프로 참여함으로서 공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장비들의 배치 등을 꼼꼼하게 신경을 씀으로서 연주자들에게 충분한 편안함을 제공해 준다. 홍보는 연계되어 있는 런던 지역의 비주류 음악 잡지,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진행되며 실제로 필자의 경우는, 3월 솔로 콘서트를 가지기 일주일 전에 필자의 음악이 BBC 라디오에서 소개가 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문화적 공기

간단한 카페 운영을 위한 스태프들은 대부분 젊은 자원 봉사자들로 이루어지지만 요리를 전담하는 인력은 전문 경력자를 고용함으로서 퀄리티를 유지한다. 운영 스텝들은 모든 행사의 무료 관람을 조건으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며 그 중 일부는 이미 2년 여의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뮤지션으로서 또는 기획자로서 발돋움을 시작하고 있다.

전문 공연장이 아닌 카페가 하나의 문화적 장소가 된다는 것. 비주류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문화적 명소가 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기획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어떤 공기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자신의 작업을 선보이고 싶은 장소가 되는 것. 모두가 그 장소를 찾아와 어떠한 문화적 공기에 전염되도록 하는 것. 어떤 문화적 움직임은 단순히 실질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공기, 내가 그 속의 일원이 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있다. 외견상으로 보면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하나의 카페가 어떻게 지역 문화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던 이유이다.

반면 한국의 여러 문화공간들이 장비만 번듯하게 준비를 해놓고 전문 인력 배치에는 무심하거나 실내 인테리어에만 과민하게 투자를 하는 것 또는 방만해 보일 정도로 포괄적 기획을 시도함으로서 도대체 저 공간의 전문적 성격이 무엇인지 애매해지는 상황을 수없이 그리고 여전히 봐 왔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렇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는 경제적인 이유로, 시가 운영주체가 되는 문화공간들은 앞서 서술한 번듯한 과시성 운영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감사에 걸릴까 두렵다는 이유로 테이블 하나 위치를 바꿀 수 없는 구조들 속에서 도대체 무슨 작업을 펼칠 수 있단 말인가.

주류적 작업군이 주류적이기에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비주류는 비주류적인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물론 자본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이러한 장 안에서는 그 자본력이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어떠한 공기를 가지는가. 어떤 교류가 이루어지고 어떤 에너지를 축적해 나가는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집중적인 경험과 아카이브를 구축함으로서 해외에서도 한국에 가면 꼭 들러보고 싶은,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분위기의 형성을 일구어 낼 수 있을까. 이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거기에 있다. 책상머리에서, 교육 받은 한도 내에서 예상 가능한 것들은 이미 주류적이며 낡은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이미 서울시 안에서는 과포화 상태이고 냉정하게 말해 재구실을 못하고 있거나 뿌리내림이 없는 얇은 이슈 무브먼트에만 주목한다. 문화적인 공간이란 스스로 문화적임을 말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데 사실 전혀 문화적이지 않기 때문에 문화적임을 표방한다) 그곳의 세분화된 특성에 주목하고 거기에 동참하고 싶은 공기의 형성에 따른다.

다년간의 노력 끝에 맺어진 것들의 사이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한국 안에서 이러한 공기를 형성할 수 있을까? 이는 실로 어려운 문제다. 런던과는 달리 세분화된 문화적 지반이 빈약한 상황에서 뚜렷한 묘수가 보이지 않기는 한다. 그렇다고 런던의 경우는 쉽나? 카페 오토가 어떤 문제가 없음을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그곳 또한 운영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두 운영주체의 애정 어린 관심으로 주변의 예비적 작가군들, 기획자군들의 관심과 참여로 겨우 버티어 나가는 수준이다.

무지막지한 물가와 비싼 임금, 임대료 등등. 생각해보면 그곳이나 한국이나 현실적으로는 크게 다를 바가 없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이 그러하다고 외면하거나 다시 운영을 이유로 포괄적 기획으로 빠질 때, 무수히 보아온 실수들이 되풀이된다. 자신들의 세분화된 관점을 중심으로 작가들을 스스로 찾아내고 기회를 제공하는 다년간의 노력 끝에 맺어진 것들의 사이사이에서 우리는 문화적 경험을 스스로 하는 것이지 누가 번듯하게 제공을 해줘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카페 오토는 어떤 세분화된 문화적 공기를 함께 공유하고 성취하는 노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관련사이트
카페 오토 홈페이지
카페 오토 플리커


사진제공 _ cafe OTO

류한길 필자소개

류한길은 인디팝 밴드 키보드주자를 거쳐 데이트리퍼라는 테크노 프로젝트로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이후 음향 자체에 주목하며 전자즉흥음악, 사운드 설치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부터 자주출판 레이블인 ‘Manual’을 운영하며 FEN의 멤버로 해외의 페스티벌과 전시에 참가하는 한편, 실험음악 레이블 Taumaturgia(스페인)를 통해 앨범《Becoming Typewriter》(2009)를 발표하기도 했다. www.themanu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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