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F 〈첫 눈에 반하다〉2010 하이서울페스티벌
그룹F 〈첫 눈에 반하다〉
2010 하이서울페스티벌

금년 하이서울페스티벌(내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했다)에서 단연 돋보인 프로그램은 그룹 F의 <첫 눈에 반하다>였다. 아트 불꽃쇼로 불리는 이 공연은 불꽃놀이가 아닌 &lsquo;공연&rsquo;이다. 그룹 F측은 이런 식의 공연을 &lsquo;빛의 연극&rsquo;이라고 부르고 있다. 현대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와 발광 다이오드로 치장한 배우가 가설무대 위를 누빈다. 무대 전면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고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불꽃은 공연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이런 식의 불꽃쇼는 낯설지만 그만큼 신선하고 놀랍다.

이 공연을 만든 그룹 F는 전 세계에서 매년 50회 내외의 크고 작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올림픽과 같은 큰 행사는 물론 파리, 런던, 이스탄불과 같은 대도시의 상징물(이 경우에는 런던아이, 에펠탑, 보르헤스 해협 따위가 되겠다.)을 파트너 삼았다. 프로그램의 성격상 장소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작품이 창작된다.

이들 작업의 중심에는 예술감독 크리스토프 베르토노가 있다. 기록에 따르면 크리스토프는 13살이 되던 해 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나가 프랑스 남부에서 떠돌다가 17살 되던 해 일로토피에 합류한다. 일로토피는 금년 가을에 하이서울페스티벌과 과천한마당축제, 고양호수예술축제에 참가해서 큰 반응을 일으킨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리극단이다. 일로토피에서 불꽃전문가로 성장한 그는 1990년 그룹 F라는 이름으로 독립한다. 아직도 그는 일로토피를 비롯한 거리예술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올해 고양에서 공연한 일로토피의 <물 위의 광인들>의 불꽃 특효는 그룹 F의 몫이다. 그에게 불꽃쇼는 단순한 불꽃놀이가 아닌 불꽃을 이용한 공연작품이다. 그의 불꽃쇼에는 화약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배우(실연하는 연주자도 단골로 등장한다)와 멀티미디어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 이상으로 이들 요소들이 눈길을 끈다. 그는 "불꽃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재창조한다"고 말한다.


기 라리베르테 크리스토프 베르토노
기 라리베르테 크리스토프 베르토노

비슷한 길을 캐나다에서 먼저 그리고 더 강력하게 밀고 간 사람이 있었으니 태양의 서커스를 창단하고 이끌고 있는 기 라리베르테다. 1959년생인 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 쇼비즈니스로 진로를 정한다. 쇼비즈니스 중에서도 포크 뮤직이 관심사였다. 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거리의 악사로 그리고 거리예술가로 진화한다. 이 무렵 그는 입에서 불을 뿜는 사진을 여러 장 남겼다. 그가 거리에서 만난 예술가들과 &lsquo;태양의 서커스&rsquo;라는 캐나다 최초의 서커스단을 만든 것이 1984년이다. 그의 나이 25살 때의 얘기다.

구대륙에서 비롯되었으나 단절된 땅인 퀘벡에서 만든 최초의 서커스단인 만큼 앞날이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뚜렷한 전통도 없고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도 부족한 땅에서 서커스의 양대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유럽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종목으로 자리를 굳힌 것은 기적에 가깝다. (이것을 어떤 학자는 블루오션 전략으로 설명한다.) 태양의 서커스는 자기네들의 서커스를 &lsquo;재창조된 서커스&rsquo;라고 정의한다. 우연히도 기 라리베르테와 크리스토프 베르트노 등 두 사람은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두 사람은 라스베가스에서 조우한다. 태양의 서커스가 만든 <카>에서다. 기는 가이드였고, 크리스토프는 화약 컨설턴트였다.)

이승엽 필자소개
이승엽은 1987년부터 예술의전당에서 극장운영과 공연제작 일을 하다가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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