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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노후를 연기금과 펀드로, 학비를 학자금 대출로, 주택문제를 주택대출로, 실업과 질병을 민간보험시장에서 해결하도록 하였으며, 이것이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경제가 작동하도록 부추겼다. 이러한 성장방식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고용보다는 건설업과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불안정한 고용을 창출한다. 여기서 각국은 가장 손쉬운 성장방식을 택하였는데, 그것은 이웃의 시장을 탐하는 것, 말하자면 무역전쟁 또는 환율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참조 이미지 - 유로 지폐
참조 이미지 - 각종 국가별 화폐 기호
출처 www.guideforinvestor.com

2010년 현재 세계경제 상태를 가장 잘 상징하는 말은 ‘환율전쟁’이다. 지난 10월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대해 환율과 관련하여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라질은 자국 통화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브라질에 투자하는 자금에 대해 세금을 높였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의 위안화가 평가절하 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무분별하게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의 통화정책으로 인해 달러가 저평가되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지난 10월 말 G20의 예비모임 성격인 재무장관회의에서도 환율문제가 핵심의제였고, 11월 둘째 주에 열리는 서울정상회의에서도 환율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서로 간에 날선 외교적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분위기가 험악한 이유는 무엇일까? 환율전쟁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상대방보다 더 낮추고자 경쟁하면서 생겨났다. 자국의 통화가치가 낮을수록(한국의 경우 환율상승) 수출이 쉬워진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그런데 평소에는 이런 문제가 부각되지 않다가 지금 이 문제가 부각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2008~2009년의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에서는 무너져가는 금융기관을 돈을 풀어 구제해주었고, 금융기관은 2009년 하반기부터 다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위기의 원인이 금융이었다면, 금융기관이 정상화되고 금융거래가 살아나는 순간 경제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사실상 금융만의 위기가 아니고, 과거 수십 년간 진행된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성장방식으로부터 금융위기가 잉태되었기에 금융의 정상화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하다.

금융위기 이후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신자유주의는 인간의 노후를 연기금과 펀드로, 학비를 학자금 대출로, 주택문제를 주택대출로, 실업과 질병을 민간보험시장에서 해결하도록 하였으며, 이것이 경제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작동하도록 부추겼다. 금융주도적인 성장방식은 주식과 부동산 분야의 거품을 생성시켰다. 이러한 성장방식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고용보다는 건설업과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불안정한 고용을 창출한다. 그런데 위기 이후에는 이러한 고용시장조차 얼어붙어버렸으니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여기서 각국은 가장 손쉬운 성장방식을 택하였는데, 그것은 이웃의 시장을 탐하는 것, 말하자면 무역전쟁 또는 환율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상당하다. 중국은 전체 GDP의 40% 이상을 건설과 도시인프라, 생산시설의 구축에 사용해 왔다. GDP의 20% 정도를 투자지출로 사용하는 통상적인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이는 기형적이다. 만약 수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렇게 구축해둔 설비들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중국에게 있어서 환율문제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수출이 줄어들고 건설에 사용된 은행대출들이 부실대출이 되는 순간 중국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경제학자들이 많이 있다. 또한 미국은 중국처럼 환율에 의존적이지는 않지만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수출산업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서 중국과 미국의 충돌이 생겨난다. 마치 내가 살기 위해서 이웃이 죽어야 하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무역전쟁을 근린궁핍화정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나도 죽는다’는 점에 있다. 세계경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 역시 점차 상품을 팔 수 없어 점점 고사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현재 독일과 중국, 한국 등의 수출의존적인 성장이 다른 나라의 수출위주의 전략과 충돌하게 된다면 문제가 커진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환율전쟁이 바로 그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하여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출의존적인 경제는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낮은 임금과 쉽게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양극화가 심해지고, 전 세계적인 수요가 점점 줄어들어 세계경제의 파이가 쪼그라들 것이 자명하다.

복지와 사회통합이 해법

그러하면, 탈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탈출구는 복지에서 찾을 수 있다. 자국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웃나라 시장을 개척하기 보다는 자국의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로 취약해진 사회안정망을 강하게 구축하고 국가의 공공적인 영역을 개척하여 인간의 삶이 안정적인 고용과 노후로 윤택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현재 진행되는 재정건전성 논의가 세수축소와 재정지출의 축소로 이어지는데, 이것보다는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확대시키고 불로소득인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여 재정을 확충하고 이를 토대로 복지정책을 선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수요부족을 해소하는 길이 된다. 말하자면 해법을 다른 나라 시장과 환율이 아니라 자국 내의 복지와 사회통합, 부자에 대한 세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환율전쟁에 대한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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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철학 ② 과학 ③ 출판 ⑤ 건축

김명록 필자소개
김명록은 지난 해 「증권화, 서브프라임 대출 붐과 주택버블」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금융경제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G20을 넘어 새로운 금융을 상상하다』(도서출판 밈)를 공동집필한 바 있다.
namu73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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