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은 침체를 맞고 있는 모르겠지만 현장 분위기만큼은 짜릿했다. 콜렉터, 갤러리스트, 개인 구매 대행자 등 회원들뿐 아니라 학생들, 동네 아줌마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등이 경매장을 빼곡이 채웠다. 미술의 대중화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미술품 경매가 이제는 점점 대중들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2월 10일 수요일 청담동 K옥션 4층 경매장에서 K옥션이 주최하는 12월 메이저 경매가 열렸다. 이번 경매에서는 혜원 신윤복의 <고사인물도>(1811, 비단에 수묵담채)와 앤디 워홀의 (1964, 캔버스에 실크스크린)을 비롯 총 13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특히 <고사인물도>는 현재 거래되는 혜원의 작품이 전무하고 또 <바람의 화원>이라는 TV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방송 드라마를 통한 기초예술의 부흥이 언론인들이나 비평가들의

2부에서 진행된 고미술 작품의  호가 모습. 경매 최대 이슈였던 신윤복의 고사인물도는 유찰되었다.하지만 경기 불황이 미술 시장에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혜원 신윤복의 <고사인물도>는 유찰되었다. 앤디 워홀의 는 경매전 소장자의 사정으로 경매가 취소되었다. 국내 경매에서 작품이 가장 많이 팔린 작가였던 김환기, 이우환의 작품도 유찰되거나 추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었다. 지난해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김종학, 이대원의 그림은 경매가 취소되거나 유찰되거나 비교적 낮은 추정치 금액에 낙찰되었다.

물론 같은 작가의 그림이라도 작품에 따라 시장 동향에 따라 낙찰 금액이나 정도가 다른 것이 미술 시장이고 그것이 매력 요소로 꼽히기도 하지만 이번 경매에는 취소된 작품을 제외하고 총 136점의 작품이 출품되어 52.2%의 낙찰률과 총낙찰성사금액 10억5천2백만원을 기록해 미술 시장의 불황을 가시화했다. 올해 K옥션이 실시한 4차례 메이저 경매에서 낙찰률은 3월 80%, 6월 70%, 9월 61%을 기록했고 총 낙찰액도 3월에는 93억원에서 6월 113억으로 상승했다가 9월 다시 73억으로 떨어졌다. 경기 불황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것이 문화산업이라고는 하지만 박수근의 <빨래터> 위작 논란으로 인한 감정제도의 신뢰도 문제, 미술품 과세 문제도 미술 시장 침체에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미술 시장의 폐쇄적인 구조가 공개적인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감정제도, 가격안정화, 미술품 과세 등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인프라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2007년도 미술 시장이 예상외의 활황이었던 탓인지 올해 침체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엔고 영향으로 한국에서 미술품 찾는 일본 컬렉터 늘어

전화와 서면응찰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 이들 중에 일본인 전담 직원이 포함되어 있다.이번 K옥션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베르나르 뷔페의 가 일본미술품 컬렉터에게 팔렸다는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엔고로 인해 한국에서 미술품을 찾는 일본 컬렉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외환 시장의 불안정성이라는 외부적인 요인이 미술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시장이 침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경매에 참여하는 외국인 컬렉터들이 일종의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 발맞추어 K옥션에서는 일본인 전담 직원이 일본 컬렉터 상담을 돕고 있다.

국내 경매사들이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미술 시장 발전의 또 다른 국면으로 평가된다. 지난 서울 옥션 해외 경매에 이어 지난 달 K옥션은 일본 신와아트 옥션, 대만의 킹슬리와 공동 주최로 마카오에서 &lsquo;아시아 옥션 위크&rsquo;를 개최했다. 낙찰률은 55%, 낙찰총액은 2천만 홍콩달러(한화 약 40억원)에 그쳐 아쉬웠다. 세계적 금융위기가 아시아 미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동 경매를 통해 한국, 일본, 대만 경매사들이 위기 극복을 위한 공조를 더욱 강입찰에 응하는 참여자. 회원들만이 번호푯말을 받을 수 있으며 입찰에 응할 수 있다.화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 미술 경매가 최초로 시작된 것이 조선 후기이며 근대적인 의미의 경매가 시작된 것이 1906년 &lsquo;고려도자기&rsquo; 경매라고 한다. 이후에 여러 경매 시도들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경매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최근 7-8년 사이의 일이라고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 경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1998년에 설립된 서울옥션, 2005년 현대화랑을 추축으로 설립된 K옥션 이외에도 10여개의 경매회사들이 존재하고 차별화된 작품 선정과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신생 옥션인 (주)옥션별, 인터알리아 등의 출범은 미술 시장은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매제도가 시행되면서 미술시장이 가장 크게 얻은 수익은 미술시장과 미술 시장에 대한 편견을 극복했다는 점이다. 이는 경쟁을 통한 작품 가격이 결정되는 가격결정의 투명성이 미술품 거래의 객관성 확보와 공신력을 제고하였기 때문이다. 또 최근 미술품 소장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술 시장의 영역 확대와 대중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최근 위작 논란과 미술품 과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또 다른 위기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미술품 감정제도와 시장 거래의 객관성, 투명성은 미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계속 부여잡아야 할 아젠다 이다.


가족 동반한 관람자들까지 빼곡

경매카탈로그에 낙찰 여부, 가격을 적는 경매참여자의 모습. 이번 경매에서는 대부분 그동안 저평가된 저가의 작품들이 많이 팔렸다.옥션 참여자들의 반 이상이 현재 미술 시장의 향방과 타인의 취향을 &lsquo;공부&rsquo;하러오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주변을 보니 개인 콜렉터, 갤러리스트, 개인 구매 대행자 등 좌석을 미리 예약한 회원들뿐 아니라 (회원에 한해서만 입찰에 응할 수 있다) 경매장 뒤를 빼곡히 채우며 서 있는 학생들, 동네 아줌마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등이 눈에 띄었다. 모두 경매 상황에 맞춰 열심히 노트하고 있었다. 미술의 대중화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돈 많은 부자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지 했던 미술품 경매가 이제는 점점 대중들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숨 막히는 입찰, 호가, 낙찰 혹은 유찰을 알리는 &lsquo;꽝&rsquo; 소리와 함께 카탈로그에 열심히 메모하는 사람들, 서면과 전화응찰을 대신해주는 옥션 직원들의 분주한 손놀림과 외침, 뒤편에 늘어선 기자들에게서 뿜어나오는 취재열기. 비록 미술 시장은 침체를 맞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현장 분위기만큼은 낙찰이 결정되는 순간만큼이나 짜릿했다. 시장이 활황이면 짜릿함은 배가 되었겠지만.


김소연

필자
김소연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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