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 모습
심포지엄 모습
누어 에펜디 이브라힘 서브스테이션 예술감독
누어 에펜디 이브라힘 서브스테이션 예술감독
김희진 아트스페이스 풀 디렉터
김희진 아트스페이스 풀 디렉터
유사쿠 이마무라 도쿄원더사이트 디렉터
유사쿠 이마무라 도쿄원더사이트 디렉터

우리나라 예술인의 최초 레지던시 참여는 1991년에 작가 이강소의 미국 뉴욕 현대미술연구소의 P.S.1 국제레지던시프로그램 참여였다. 이때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확산되었고 9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다수의 레지던시 기관이 등장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십여 년의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활성화되었고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시스템이자 국제교류의 중요한 창구로서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초기의 미술중심에서 다양한 장르로 확산되는 경향과 더불어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레지던시 설립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서울시 역시 유휴시설을 활용하여 각 소재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미션을 가진 여덟 개의 창작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1월 5일, 서울시 창작공간 중 하나인 문래예술공장에서는 ‘2세대 창작공간의 역할과 창작지원 시스템’이라는 주제의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예술의 고향’으로서의 창작공간

‘예술의 고향’이라는 애칭을 가진 싱가포르의 서브스테이션(The Substation)은 120석의 공연장, 미술관, 두 개의 교실, 무용실 및 다목적실을 가진 싱가포르 최초의 종합적이고 다문화적 예술센터이다. 1926년 변전소, 1950년 장비수용을 위한 정원, 1970년 변전소로 활용되던 공간이 비게 되면서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제안서 제출이 1985년부터 시작되었고, 결국 1990년, 서브스테이션이 설립되었다.

서브스테이션의 설립초기의 초점은 무용과 연극을 위한 훈련(연기연습학교), 연극 앙상블을 위한 연기연습, ‘예술의 고향’으로서의 서브스테이션의 홍보였다. 1995년 비영리법인으로 의 독립 후 2009년까지는 대안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탐구와 연구를 위한 안정적 공간을 확보, 유지, 발전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였다. 그리고 2010년에 이르러서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새로운 운영 목표를 모색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예술을 산업화 및 상품화하려는 민간 및 정부의 노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예술, 창작 및 사회의 전망과 맥락을 고심하고 실행하는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대응, 그리고 국립예술센터의 급속한 팽창에 대한 지역의 독립된 센터로서 타당성과 신속성을 유지, 발전하는 것이 그것이다.

서브스테이션의 예술감독 누어 에펜디 이브라힘의 이야기에서 또한 놀라웠던 점은 199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는 폐지된 공연 사전검열제도가 아직도 싱가포르에는 존재한다는 점이다. 아직도 사회나 정부에 비판적으로 보이는 공연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으며, 따라서 공연 당일까지도 허가를 기다리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서브스테이션을 그들의 철학에 맞게 유지시키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참된 고향은 사람들이 단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 아니고, 행사가 있건 없건 어느 때라도 방문하기를 원하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율성과 극단성의 실험, 민간 창작공간 꿀풀

아트스페이스 풀은 사회정치적 비판의식이 강한 작가들의 작업을 지원하는 비영리전시공간일 뿐만 아니라 워크숍, 세미나, 강연, 토론회, 출판 활동 등을 함께하고 있다. 특히, 공공영역이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의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명멸한 미술기관에서 인수받은 미술 아카이브, 미술 담론을 생산했던 비정기저널 [포럼 에이](forum A)등의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각종 비판적 정신들의 작동방식을 이어 나가고 있다.

풀을 응원해 왔던 작가 최정화는 올해 초 70년대 옛집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공간 프로젝트인 ‘거꾸로 가는 재개발’을 시작하며 비영리미술공간인 풀과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고, 이때 개발을 앞두고 부동산 투기 붐이 일고 있는 이태원의 끝자락에 ‘꿀’이라는 공간을 열었다. 꿀은 건물주에게 2년간 무상 사용허가를 받아 일종의 문화적 스쾃(squat)을 통해 상업적 흐름 앞에 자율실험 삼각지 같은 것을 제시해 본 것이다.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스페이스 해밀턴이 자리 잡고 바로 길 건너에 삼성리움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어, 환상의 대칭축을 이룬다.

꿀이 위치한 건물은 중국음식점이 쌀집, 꽃집, 사진현상소 등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전업을 해온,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법시설물과 직원숙소용 쪽방 등이 증개축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 꿀과 풀의 조우를 기념하는 ‘꿀풀’을 만들었는데 이곳은 작가들이 서로 반응하고 관계하고 간섭하며 자기주도적 문화생산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율성과 관계성의 극단적 실험장이다. 2년이라는 스쾃의 조건으로 인해 작가는 6개월 단위로 교체된다. 공간과 전기, 수도, 인터넷 사용료는 제공하지만 작품제작에 관한 어떤 비용도 지원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4월 작가 7명에서 시작한 네트워크는 현재 70명의 블로그 멤버로 확대되고 있다.

느리고 깊은 대화의 장, 도쿄원더사이트

도쿄원더사이트의 유사쿠 이마무라 디렉터는 하루에 가장 많은 수의 전시회와 콘서트가 이루어지는 아시아 및 세계의 문화중심 도시 중 하나인 도쿄의 매력, 나아가 일본 전체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혼합’, 즉 상이한 문화의 스펙트럼이 공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창의적인 활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재발견과 재발견에서 얻는 놀라움과 관련이 있다. 도쿄원더사이트는 이 ‘놀라움’에 집중하며, 이를 위한 키워드로 ‘창의성’ ‘대화’ 그리고 ‘파트너십’을 내건다. 전 세계 파트너들과의 창의적 생산, 대화, 학습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도쿄원더사이트가 택한 방법은 타인과 대화할 기회, 장기간 숙박과 일상 탈피를 통한 느린 커뮤니케이션과 깊은 대화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주로 싱가포르,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서로 다른 이념과 운영구조를 가진 창작공간들의 사례 소개로 구성되었다. 이제 개관 일주년 남짓을 맞이하고 있는 서울을 비롯한 지자체가 운영하는 창작공간들이 일 년간의 성과와 평가,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과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길 바란다.


관련사이트
서울시 창작공간 바로가기
서브스테이션(The Substation) 바로가기
아트스페이스 풀 바로가기
도쿄원더사이트(Tokyo Wonder Site) 바로가기

지영관 필자소개
지영관은 독립예술제 스태프를 하며 대학로에서 놀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스태프를 하며 석관동에서 놀았고, 프랑스에도 잠깐 놀러갔다 왔다. 요즘은 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 스태프, 콘서트뮤지컬 <피크를 던져라> 연출을 하며 대학로와 홍대주변에서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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