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예술경영학회의 토론회에 초대받았다. 이슈는 세입감소에 따른 지역문화예산 삭감 현황과 그 영향에 대한 것으로 지자체의 문화예술 예산에 대한 행정부와 의회 간의 인식과 입장의 차이와 그에 따른 갈등과 조정의 양상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2011년 문화예산을 둘러싸고 서울시가 언론을 통해 시의회를 비판하고, 이에 대해 시의회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하면서 이슈화 된 사안이었다. 과정을 보면 서울시는 2011년 1월 23일 “올해 서울광장엔 문화와 예술이 없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고 2011년 1월 6일자 [한국경제]에 “서울 문화예산 싹둑…예술인들 설 무대 없다”라는 제하의 기사로 촉발되었다. [중앙일보]는 “서울시 문화예술 예산 시의회서 463억 삭감”이라는 기사를 냈고 서울시의회는 2011년 1월 24일 “오세훈식 진시행정과 관제행사는 이제 그만!”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내용은 “서울시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문화예술 사업예산 삭감액 463억원 중 토건사업인 한강예술섬 건립비용 411억원을 제외하면, 실제로 직접적인 문화예술사업 삭감 예산액은 52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고, 실제 삭감예산을 보아도 서울시의회의 문화예술 예산 삭감에 대한 서울시의 반응은 다소 과장된 것이었다.

발제를 한 상명대 양현미 교수는 예산삭감의 실제 내용을 검토해보면 서울시의 발표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으며, 그렇다 하더라도 서구에서는 진보진영이 집권하면 문화에 대한 투자가 늘고 보수진영이 집권하면 문화예산이 줄어드는 일반적인 경향을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정반대 양상은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인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라는 발표였다. 나는 이 의견에 공감한다. 한편으로는 국방예산이나 경제, 산업분야의 예산을 제치고 이번처럼 시나 시의회에서 문화예술 예산을 둘러싸고 각을 세우는 모습이 반갑기까지 했다. 모양이야 어째든 매우 중요한 의제라는 것 아닌가.

예산과 관련한 문화예술 현장의 체감도

나는 사실 이 이슈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도 아니니 그렇고, 실제 정치권이나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문화예술 관련 이슈들의 실제 진원지가 정작 문화예술의 본령과는 하등 상관없는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오랜 편견을 갖고 있지 때문이다.

서울시 문화예술 예산삭감 논란을 바라보며

의회에서 자자체,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 중 가장 강력한 것이 예산심의권이다. 오늘날 돈이 없으면 자신의 의지를 현실 속에서 관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안공간 운영자로서 오래전부터 ‘좋은 대안도 돈이 있어야 실천할 수 있다’는 내 생각과도 일치한다. 그러니 돈줄을 쥐고 있는 의회를 압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는데, 그것이 바로 언론홍보를 통해 의회를 압박하는 것이다. 여론이 좋지 않으면 시의회 의원들은 다음번 선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행정부와 의회가 서로 약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교차점에 언론이 있다. 그러니 언론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서 다룬 기사를 보면 행정부나 시의회의 한쪽 입장만 크게 부각해서 소개하는 것 같다. 여론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여론을 조장하기도 한다는 언론의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이번 서울시 문화예술 예산을 둘러싼 보도행태는 객관적인 사실정보와 그에 대한 분석기사가 아니라 다소 선정적이며 과장된 수사들이 돋보였다. 언론은 마치 화산폭발이나 지진, 또는 폭탄테러와 같은 재난성 수사(修辭)를 동원하니 당장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놀라고 호들갑을 떨게 된다. 구체적인 예산항목 비교를 통한 사실분석보다는 수사학을 동원해 한국문화예술계에 큰 문제가 났다는 식으로 소개한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그 무수한 놀라운 문화예술 분야 예산의 규모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딱히 우리 문화예술계가 그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였냐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체로 평안하고 안정적이며 여전히 활기차다. 우리나라의 다른 분야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몇 백억 몇 천억이 흔하게 회자되는 상황에서는 도대체 그러한 숫자의 변화가 정작 우리 문화예술 분야의 창작력이나 감수성, 이해도 등과 어떤 상관관계를 보여줬는지 생각하게 된다.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이 벌이는 수사의 잔치가 숫자놀이처럼 느껴지는 것을 단지 심리적 착각이라고 치부하기는 쉽지 않다. 차라리 문화예술계의 큰 관심사는 메세나법이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둘러싼 문제들이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아주아주 특수한 소외계층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노암 필자소개
김노암은 서울에서 나고 자라 회화繪畵와 미학美學을 전공하였다. 미술현장에서 전시기획자로 활동하며 그림과 글로 시절을 보내고 있다. 현재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를 운영하며 미술웹진 [이스트 브릿지], KT&G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의 운영과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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