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하늘에 바치는 인간의 몸짓이다. 하늘이 정성을 받아주면 그 기쁨에 미친 듯이 노는 것이 축제지, 결코 인간들끼리 즐기려고 축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축제에 대한 나의 믿음이다. 그래서 춘천마임축제에서는 늘 의식과 난장이 함께 펼쳐진다.

처음에 극장에서 시작된 춘천마임축제는 시민들과 함께 하기위해 거리로 나가게 되었고, 보다 다양한 소통을 위해 극장 이외의 공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자연 속의 야외극장으로 옮겨갔으며 본격적으로 도시에서 벗어난 축제를 벌이기 위해 ‘섬’으로 자리를 옮겼다. 끊임없이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찾아 이동을 거듭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8년 동안이나 축제의 섬으로 정착해 왔던 ‘고슴도치섬’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춘천의 모든 공간을 다 뒤졌으나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 정한 곳이 ‘공지천’과 ‘어린이 회관’ 일대였다. 그 후 2년간 이곳에서 축제를 진행하면서 -해마다 큰 일(노무현 대통령서거, 천안함 사태)이 터지기도 했지만- 축제의 열기가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그 원인이 바로 축제 공간에 있다는 것을 안 순간 우리는 다른 공간을 찾아야만 했다. 다른 공간은 다시 ‘섬’이었다.

축제 공간은 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요소이다. 공간의 위치와 규모와 환경, 축제의 비전과의 공유 등이 공간 결정의 요인이다. 우리는 다시 ‘섬’을 원했다. 섬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이며 일상을 떠난 독립된 공간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벗어나 북한강변 잔디밭에서 밤을 지새우는 축제로 자연의 힘을 회복시켜 주고자 했다. 우리는 섬을 찾아 나섰고 중도와 남이섬이 그 대상이었다.

춘천마임축제 밤도깨비난장
춘천마임축제 밤도깨비난장

춘천마임축제 밤도깨비난장

남이섬에서는 적극적으로 춘천마임축제를 끌어안으면서 미래를 함께 논의하자고 했다. 물론 섬의 사용료 같은 것은 받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중도는 ‘왜 바쁜 시기에 섬을 쓰려고 하느냐’면서 섬의 사용료를 받고 사용에 따른 조항들을 상세히 따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이섬은 영리를 추구하는 개인 소유의 섬이고 중도는 강원도 소유로 공공성을 띤 섬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느 섬이 영리를 추구하고, 어느 섬이 공공의 목적을 수행하는가? 어찌됐듯 중도 협상의 끝은 중도포기였다. 여객선의 관객수송 한계와 안전설비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갈 곳은 남이섬뿐이다. 남이섬은 주소는 춘천시이지만 누가 봐도 경기도 가평 권역에 속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물었다. 춘천마임축제가 남이섬으로 가면 어떠냐고? 답은 극명하게 두 가지였다. 절대 안 된다. 지난 22년간 춘천동네에서 시민과 함께해 온 축제다. 슬리퍼 차림으로 애들 손잡고 가던 축제다. 춘천을 예술의 도시로 알리면서 문화적 자부심을 갖게 해준 축제다. 그 반대의 답은 이렇다. 춘천마임축제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이 춘천에서 벌어지기 때문이기보다는 섬이라는 자연 속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디든 자연이 아름다운 섬이면 된다. 특히 남이섬은 국제 관광의 섬으로 새로운 축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춘천마임축제는 여러 환경 속에서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런데 요즘 상황은 정상적인 축제 공간으로서의 진화가 아닌 돌연변이 축제 공간으로의 진화를 예감하게 한다.


춘천마임축제는 22년 동안 ‘춘천’이라는 지역에서 시민들의 사랑과 헌신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축제이다. 남이섬은 정서적으로 경기도 가평이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것은 춘천을 떠나는 것이라는 시민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축제 공간을 춘천시 수변공원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춘천마임축제의 미래로 볼 때 ';섬'; 만이 최적의 축제 공간이다. 이에 춘천시와 강원도는 ‘중도’로 가는 길을 올해 안에 해결해주어야 한다. “아니면 우리는 남이섬으로 갈수밖에 없다.” (3월24일 기자회견 내용 중에서)


하늘을 즐겁게 하고 하늘을 거스르지 않는 마음으로 2011춘천마임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유진규 필자소개
유진규는 2002년부터 (사)춘천마임축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마임전용 소극장 마임의 집과 유진규네몸짓 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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