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실적, 기대 섞인 전망

금년 상반기를 조사대상으로 한 「공연예술분야 경기동향조사」결과가 나왔다. 한 마디로 금년 상반기 실적은 신통치가 않았다. 그 중에서 공연장과 공연기획제작사는 매우 부정적으로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악화되었다’고 답했다. ‘나아졌다’는 답은 그 절반에 그쳤다. 대학로도 매우 비관적이었다. 이에 비해 공연단체는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무용과 양악부문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실망스러운 실적에 비해 하반기 전망은 밝았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한 답은 17%에 불과했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답이 그 두 배가 넘었다. ‘실적은 기대만 못했지만 앞으로는 좀 나을거야’라는 태도다. 이런 태도는 그동안의 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5점척도 평균 전체-2.92 호전31.0 동일33.3 악화35.6 공연시설 5점척도 평균 2.67-호전31.0 동일33.3 악화35.6 공연단체 5점척도 평균 3.07-호전35.1 동일38.6 악화26.3 공연기획제작사 5점척도평균 2.56 호전11.1 동일33.3 악화55.6
[표1] 2011년 상반기 실적(전년동기 대비)


5점척도 평균 전체-3.28 호전44.8 동일37.9 악화17.2 공연시설 5점척도 평균 3.05-호전33.3 동일38.1 악화28.6 공연단체 5점척도 평균 3.37-호전49.1 동일38.6 악화12.3 공연기획제작사 5점척도평균 3.22 호전44.4 동일33.3 악화22.2
[표2] 2011년 하반기 전망

인식과 실제 사이

「공연예술분야 경기동향조사」는 87개의 공연기관(공연장, 공연단체, 기획사 등) 담당자에게 온라인으로 물어보는 조사다. 전망과 관련된 질문은 전적으로 응답자의 생각을 묻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티켓 에이전트인 인터파크의 자료는 팩트다. 공연시장 전체 자료를 취합하지는 못하지만 인터파크를 통해 팔린 입장권은 모두 취합된 자료다.


뮤지컬 2010년 상반기 34,727 2011년 상반기 62.741 콘서트 2010년 상반기 26,035  2011년 상반기 56,729  무용/전통예술 2010년 상반기 1,606 2011년 상반기 1,253 클래식/오페라 2010년 상반기 4,841 2011년 상반기 5,043 연극 2010년 상반기 9,519 2011년 상반기 12,224 합계 2010년 상반기 76,728  2011년 상반기 137,989
[표3] 인터파크 유료티켓 판매액

그런데 두 자료가 많이 다르다. 인터파크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총매출이 80%가 늘었다. 인터파크의 금년 상반기 조사에서 경기조사와 일치하는 대상은 콘서트를 제외한 전부문이다. 그런데 분야별로 볼 때 콘서트가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상반기 증가세를 주도했다. 그 외에는 뮤지컬이 약 80% 증가했고 연극(28%증가), 무용/전통예술(22% 감소), 클래식/오페라(4% 증가)는 이에 훨씬 못미친다. 서커스를 포함한 뮤지컬부문은 대형 프로젝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전체 규모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처럼 인터파크 자료와 경기조사가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것은 실제경기와 체감경기의 차이로 보인다. 응답자 중에서 영리부문 전문가의 비중이 실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낮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매출을 기준으로 할 때 영리부문은 비중이 훨씬 높아진다. 결국 경기조사에 응한 공연예술시장의 종사자들이 보는 공연시장과 인터파크가 집계한 공연시장은 조금 달랐던 것이다.

경기동향 영향 끼친 일곱 개의 빅 이슈

올해 경기동향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돌발적인 변수와 예견된 변수가 있다. 후자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추측가능하다. 대비도 가능하다. 전자는 느닷없다. 금년 상반기의 일본 원전사태가 그런 것이다. 아래의 이슈 7개는 금년 상반기 경기동향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 것들이다. 필자의 직관이 기준이다.(양해 바란다)

① 일본의 지진과 원전사태 상반기 악재중의 악재다. 아직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자연재해(인재라고도 한다)가 끼칠 수 있는 영향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다. 공연예술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많은 초청 공연이 취소되었다. 재난 속에서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② ‘최고은법’ 연초에 젊은 시나리오작가의 요절소식으로 사회가 흔들렸다. 정부와 정당들은 서둘러 예술인지원을 약속했다. 예술인의 사회적 삶과 지위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크게 진전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구체적 성과는 없다. 공연예술을 포함한 예술시장도 다른 엔터테인먼트산업과 마찬가지로 수퍼스타경제학의 대상이다.

③ 소셜마케팅 공연시장에도 소셜 커머스가 닥쳤다. 소셜 커머스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과 지방을 중심으로 한 지금의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해졌다. 그 연장선상에서 크라우드펀딩이 새로운 재원조성방식으로 떠올랐다.

④ 한류 상반기의 ‘므흣’한 뉴스 중의 하나는 파리에서 현지 팬들이 한국 아이돌 가수 공연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장면일 것이다. 한류의 범위와 내용이 날이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드라마와 대중가요를 넘어 순수예술까지 가능하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한편으로 한류의 불온성과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소수지만 존재한다.

⑤ 공공지원 축소 공공지원 축소는 해외에서 더욱 예민하다.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공공지원 규모가 줄어들면서 문화예술부문에 빨간 불이 켜졌다. 국가나 공공부문의 지원이 문화예술단체의 주요 재정이었던 나라였기 때문에 영향이 더 크다. 이와 좀 다르지만 재원의 대부분을 시장에 의존하는 미국은 경제위기의 여파를 직접 받았다. 우리나라도 공공부문의 지원이 줄거나 포맷이 바뀌면서 현장의 항의와 혼란이 이어졌다.

⑥ 중년층 관객 증가 인터파크의 자료에 의하면 금년 상반기 뮤지컬 시장에서 처음으로 30대 관객이 20대를 앞질렀다. 전체적으로는 30대 이상 관객이 60%에 육박했다. 관객이 다양해지고 특히 중년층 관객이 늘어나는 것은 그동안 꾸준히 보여온 트렌드다. 텔레비전의 인기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⑦ 더딘 경제회복, 가처분 소득 1998년 경제위기에 이어 2008년 다시 한번 찾아온 위기의 그림자는 아직도 진하다.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경제구조의 특성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경제회복세는 더딘데 명목소득에 비해 가처분소득의 증가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 인터파크 집계자료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별도 요청에 의해 제공된 것입니다.



이승엽 필자소개
이승엽은 1987년부터 예술의전당에서 극장운영과 공연제작 일을 하다가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으며 본지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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