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P는 폐막식 기조연설을 피터 겔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총감독에게 맡겼다. 그의 연설은 미국 경제 위기가 시작된 바로 그 시점에 메트를 재생하려고 시도했던 대단히 혁신적인기획들과 그것을 성공으로 이끄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였다. 규모 있는 예술단체에서 공격적으로 혁신을 감행한 메트 사례가 비록 환경은 다르지만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주리라 생각해 연설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편집자 주

APAP 폐막식에서 기조연설중인 피터 겔브
올해 APAP는 미국 경제의 특수성을 감안한 탓인지 기조연설에서부터 경제, 경영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렵다는 말보다는 혁신과 창조성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기적적인 경영 혁신과 대중화에 기여하여 크게 주목받고 있는 예술CEO 피터 겔브가 폐막연설을 맡은 것도 미국인들의 프론티어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다.

피터 겔브는 2006년 여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총감독에 취임했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소니 클래시컬 레코드에서 근무한 바 있는 피터 겔브는 실황 중계 프로그램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이브 인 HD (Metropolitan Opera: Live in HD)’를 성공적으로 런칭하며 주목을 받았다.


“예술은 날마다 위기”

미국의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예술 분야는 날마다 위기였다. 본인이 메트로폴리탄의 총감독으로 취임하게 되면서 그동안의 집객 조사 결과를 검토했다. 점점 관객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는 신임 총감독으로서 이런 메트로폴리탄(이하 메트) 오페라에 새 생명을 주고 싶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적인 변화였다. 오페라는 음악적으로도 뛰어나야하지만 극적인 요소도 갖추어야 한다. 예술 감독인 제임스 레빈이 함께 해주었기에 가능했는데 우리는 메트 오페라의 음악극적인 요소를 강조하기로 했다. 물론 오래된 메트의 팬들은 신뢰하지 않았다. <타이타닉>&rsquo; 사운드 트랙이나 교회음악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웃음. 겔브는 소니 근무 시절 동 사운드 트랙을 제작해 히트시킨 장본인이다. 필자 주)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작품을 혁신하다

르네플레이밍의 <오프닝 갈라 콘서트>가 타임 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중계되었다.연극과 오페라 작업에 능한 감독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면서 신작의 수를 증가시켰다. 기존 관객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객층까지 흡수할 수 있었다. 새로운 관객층을 꾸준히 늘이는 것은 메트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데 있어서 필수적이었다. 아시아 관객들을 끌기 위해 아시아 예술가들과도 협업했다. 르네 플레이밍의 <오프닝 갈라 콘서트>의 타임 스퀘어 중계도 성공적이었다. 수천의 사람들이 오페라를 처음 접했고 반응은 아주 좋았다. 최종 리허설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20불짜리 &lsquo;러쉬 티켓 프로그램&rsquo;을 만드는 등 티켓 정책에도 변화를 주었다.

무대 위에 &lsquo;비주얼 아트(visual arts)'; 작업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중요했다. 시각 예술 관객층을 오페라 극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칼 예술가의 작품이었는데 이는 해당 커뮤니티 관객을 유치하는데도 성공적이었다. 앞으로 이런 맥락에서 아프리카 예술가, 월타임스퀘어 전광판 앞에 운집한 군중.드 뮤직, 스위스 건축가와도 함께 일하면서 잠재적인 관객층의 저변을 넓힐 생각이다.

메트에는 약 1500명이 일하고 60개의 노조(union)가 존재한다. 라디오를 통해 방송하기 시작한 최초의 오페라단이 메트이고 (77년째이다) 확실히 현대 테크놀로지를 활용해서 관객과 만남으로써 새로운 관극 형식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노조가 이해해야 했다. 현재 운영 중인 &lsquo;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이브 인 HD&rsquo;, &lsquo;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디오&rsquo;, &lsquo;시리우스 위성 라디오&rsquo; 등의 새로운 미디어 작업을 위해 60개 노조를 일일이 만나 설득했고 결국 이 작업에 동의해주었다. 이 모든 작업은 기꺼이 동의해준 노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이번 시즌에서 공연된 <파우스트의 저주>. 로베르 르빠쥬가 무대를 만들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보이는 보트 밑 물결과 보트 그림자는 컴퓨터 그래픽 영상으로 투사된 것이다.새로운 프로젝트에 기꺼이 동의한 60개 노조

하지만 문제는 미디어 작업의 예술적인 질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미디어를 통해서 오페라를 실황 중계하는 것은 극장 공연과는 다른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했다. 사운드 설비 조정은 당연했고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메트의 이미지를 바꾸어놓은 점이었다. 더 이상 메트는 딱딱한 극장 공간에서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권위적인 예술의 집산지가 아니었다. 몇몇 사람들은 라디오나 TV 등의 미디어로 공연을 본 사람들이 극장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티켓 판매는 늘어났다. 정기회원(subscription) 고객도 늘어났다. (2006-7년 시즌 기록을 보면 지난 6년간 처음으로 정기회원고객과 박스오피스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진 공연수도 그 이전 시즌보다 4배나 증가했다. 필존 아담스의 <닥터 아토믹>의 한 장면자 주)

관객들도 변화했다. 오페라 실황을 위해서는 해당 공연의 관객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관객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뒤로 움직이는 카메라 동선이 공연을 방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페라 실황을 중계하는 해당 공연이 일찌감치 매진되는 등 관객들도 즐기고 있는 듯하다.



모든 것이 도전이다

메트는 앞으로도 이런 행보를 계속할 것이다. 하지만 예술적인 미션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lsquo;오페라의 현대적 스타일&rsquo;을 실험 중이며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다. 대중가수가 메트 오페라 무대에 설 것이다. 의 감독도 다시 데려올 것이다. <시카고>의 감독은 <마지막 황제>를 리허설 중이다. 로베르 르빠쥬와 함께 2010년 작품을 계획 중이다.

레퍼토리뿐 만 아니라 신작도 늘일 것이다. 이번 시즌에 현대 음악 작곡가인 존 아담스와 함께 작업한 <닥터 아토믹 (Doctor Atomic)>이 좋은 예이다. (닥터 아토믹은 영국 영화감독인 페니 울콕이 감독한 오페라로 1945년 뉴 멕시코에서 진행된 첫 번째 원자폭탄 실험을 배경으로 한 역사 오페라이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첫 번째 핵무기를 개발한 로버트 오펜하이머라는 미국 물리학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리브레토는 미국 정부 문서, 과학자와 군인들과의 인터뷰, 힌두서사시, 보들레르의 시 등을 기반으로 했다. 필자 주) 신작을 제작할 때 좌석을 채우는 일은 도전이다. 하지만 티켓 판매는 20%성장했고 후원수입도 성장 중이다. 메트는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경제는 어렵고 모든 일이 도전이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김소연
필자
김소연 _ @예술경영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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