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지역 공연예술작품들은 많은 예산과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일회성 공연에 머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우수 공연예술작품들이 안타깝게도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死藏)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의 우수공연예술작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에 따른 홍보와 마케팅 전략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2005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서울아트마켓(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 PAMS)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서울아트마켓은 아트마켓에 참가한 실무자들이 한곳에 모여서 다양한 작품들과 단체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해주고 있으며, 참여 단체들은 작품에 대한 효과적인 홍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작품과 단체들을 한눈에 보면서 원하는 작품과 협력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양한 협업을 주제로 한 소그룹 토론인 ‘라운드 테이블’이나, 국내외 전문가들과의 친밀한 교류의 장인 ‘스피드 데이팅’, 예술적 완성도와 경쟁력을 갖춘 ‘팸스 초이스(PAMS Choice)’와 쇼케이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 공연예술의 국내외 진출을 위한 방법, 아트마켓

필자가 근무했었던 전주문화재단은 설립 초기였던 2006년도부터 서울아트마켓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효과를 지역의 예술단체 및 예술인들과 공유하면서 지역의 우수공연단체들의 작품들을 선정하여 아트마켓에 참여하게 되었다. 2006년도에 코리아 월드뮤직 그룹 ‘오감도’를 시작으로 꼭두, 아퀴, 푸른문화, MOD남성무용단, 이창선, 기린봉악단, 나니레 등 매년 3~4개의 단체들이 꾸준하게 서울아트마켓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결과 참여단체들은 지속적인 활동과 더불어 인지도가 올랐고, 그에 따라 국내외 초청공연 횟수뿐만이 아니라 몸값 역시 상승하는 기쁨을 만끽하게 되었다. ‘꼭두’의 KBS초청공연이나 ‘아퀴’의 이탈리아 피렌체 한국영화제 초청공연, ‘동남풍’의 일본 도쿄 ‘2008 Music & Rhythm Festival’ 초청공연 및 캐나다, 미국 등 다수 해외 초청공연 등 직접적인 효과뿐만이 아니라 전문예술법인이나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은 초기에는 기대하지 못했었던 또 다른 간접효과였다.

2012 서울아트마켓 모습
2012 서울아트마켓 모습

▲ 2012 서울아트마켓

이처럼 지역 공연예술단체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지역 공연예술작품의 국내외 진출을 위한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공연예술시장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지역문화재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익산문화재단 역시 설립원년이었던 2010년도부터 단계적으로 준비하여 올해 ‘2012 서울아트마켓’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의 대표 공연예술작품들을 홍보하게 되었고 내년부터는 참여 단체와 작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서두에서도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중앙을 벗어난 지역에서의 공연예술작품 제작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고 공연예술작품 활성화 시스템은 더더욱 열악한 실정이다. 아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시스템이 부재(不在)하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공연예술작품 제작을 활성화시키고, 작품발표 기회 확대 및 판매 등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지역에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엄청난 예산과 물리적인 시간뿐만 아니라, 지역의 합의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기에 지역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따라서 이런 시스템을 무리하여 구축하기보다는 이미 이런 시스템이 구축된 곳을 잘 활용함으로써 공연발표와 활동의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아트마켓은 매우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더욱이 서울아트마켓이 최근 지역문화재단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대부분의 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은 서울아트마켓 자체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지역의 공연예술단체들이 가장 많이 모일 수 있는 문화예술진흥기금 사업 설명회 개최 시 지역의 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서울아트마켓 사업 설명회를 가진다면, 매우 효과적으로 서울아트마켓에 대해 홍보하고 또 참여 단체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올해 동유럽을 포커스 권역으로 집중 조명했던 것처럼, 전라권, 충청권, 경상권 등 지역을 권역으로 나누어 지역의 공연예술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지역의 우수 공연예술작품의 발굴과 선정의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매력적인 지역적 특색을 지닌 공연예술작품은 오히려 더 새롭고 신선한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역문화재단에서는 이를 위한 창작환경 조성뿐만이 아니라 작품제작 예산의 확대, 그리고 동반성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공연예술에 대한 현황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홍보와 마케팅의 열악한 환경은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가장 취약한 맹점(盲點) 중의 하나이다. 지역의 공연예술단체들에게 서울아트마켓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혜택을 사전설명회 등을 통하여 제공하고 전문적인 마케팅 방법과 컨설팅을 지역의 문화재단이 제공해야만 한다. 필요하다면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준비과정이 끝났다면, 이제는 지역의 우수공연예술작품 마케팅을 위해 서울아트마켓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태호

필자소개
이태호는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 예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갤러리 이즘 큐레이터, 예화랑(YEH Gallery) 수석 큐레이터, 갤러리 세줄 수석 큐레이터, 종이미술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분당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하였고 경기관광공사 주최 <2005세계박물관문화박람회> 전시총감독과 문화관광부 주최 <광복60주년기념 평화와 통일염원展 : 베를린에서DMZ까지> 전시총감독을 역임하였다. 전주문화재단 정책연구실장을 거쳐 <2012 마을미술프로젝트> 평가위원, 한국미술평론가협회 및 한국큐레이터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현재 익산문화재단 정책연구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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