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은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태생적 정체성 때문에 그리스 로마극장 시대부터 기술을 기반으로 진화하였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어떻게 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기술적 담론이 공연예술 환경의 변화를 초래하였는데 극장의 변천이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의 공연예술은 전통적인 공연 콘텐츠의 표현기술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디지털 공간에서도 공연예술 환경을 조성하게 되는데, 공연예술의 콘텐츠 표현기술과 공연예술의 환경 조성기술은 기존의 공연예술 산업의 기반을 재구성하기도 하고 새로운 플랫폼 산업을 개발하기도 한다.

이렇게 공연예술 산업에서 기술은 첫째 대표적인 공연예술 환경이라 할 수 있는 극장의 하드웨어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무대기술, 둘째 공연예술의 콘텐츠에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응용기술, 셋째 새로운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문화기술(CT)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기술들은 개별적인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하기보다는 공연예술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관계 속에서 공연예술의 창의적인 운용기술로 축적된다.

첫째, 무대기술은 상상의 시공간인 극장의 무대 장치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로 대형 뮤지컬이나 융합공연의 무대장치 운영에 적용된다. 무대장치 운영은 조명, 음향, 영상 등의 개별적 또는 통합적 운영기술 등도 포함한다. ‘대형 공연장 맞춤형 영상 조명 음향 기술’ R&D 사업에서 선보인 <글로벌 게이트 인천>(연세대 산학협력단 2013, 2014/책임연구 김형수 교수)은 보편화되고 있는 무대영상과 조명 음향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술로 각각의 디지털 신호를 공유하고 통합운영 미디어 서버에서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한 다음 가상 리허설을 실시하고 통합 운영하는 제어 시스템 기술이다. 관객은 볼 수 없는 기술이지만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가장 큰 공연예술 환경 변화로 복잡한 기술이 적용되는 공연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글로벌 게이트 인천> (2013, 2014)   <글로벌 게이트 인천> (2013, 2014)
<글로벌 게이트 인천> (2013, 2014)

둘째, 소프트웨어 응용기술은 공연예술 콘텐츠에서 구현되는 기술로 원천기술보다는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흔히 공연예술에서 기술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미디어 아트 기반의 공연,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사용하는 공연, 새로운 미디어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공연 등으로 표현기술을 구분할 수 있다. 미디어 아트를 기반으로 하는 공연은 사진, 영상, 영화, 전자음악, 사운드 설치 등 미디어 아트가 공연에 접목된 것으로 영상작업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영상매체의 발달은 공연예술에서 콘텐츠 표현기술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는데,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영상미디어 디스플레이 기반의 표현기술 영역은 광범위하고 더욱더 정교해진다. 인터랙티브 미디어는 미디어 아트의 주요 영역이지만 공연예술에서는 퍼포머의 움직임이나 연기에 상호작용하여 매체 미학과 스펙터클을 연출하고 관객의 참여 등을 유도하는 라이브 퍼포머와 연계된다.

트로이카 랜치(Troika Ranch), 소닉 댄스(Sonic Dance), 청키 무브(Chunky Move) 등이 사운드 또는 움직임과 상호작용하여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청각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실시간 카메라 무빙으로 프레임 안에서 동화 같은 세계를 표현한 자코 반 도마엘(Jaco Van domael) 감독과 미셀 안느 드 메이(Michele Anne De Mey)안무가의 작품 <키스 앤 크라이(Kiss & Cry)>, 라이브 필름 퍼포먼스라고 소개하는 케이티 미첼(Kitie Mitchell)의 <노란벽지(Die gelbe Tapete)> 공연에서도 직접적인 인터랙티브 효과, 즉 실재의 디지털적인 번역에서 벗어나 가상과 실재를 오고 가는 인터랙티브 연출기술이 돋보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미디어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공연으로 3D 입체음향설계, 멀티채널 디스플레이, 홀로그램 등을 사용하는 공연 등이 있다. 비교적 대형공연에서 구사하는 새로운 미디어 인터페이스 설계는 원천기술은 아니지만, 반드시 새로운 미디어 인터페이스를 운영하는 통합운영기술을 동반함으로 미디어 인터페이스 설계와 통합 운영기술의 융합 정도가 구현하고자 하는 기술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칠레 떼아뜨르 시네마(Teatro Cinema) 극단의 영화 같은 연극 <신 상그레(Sin Sangre)>(2007) 작품과 애니메이션 같은 연극 <러브스토리(Histoire d’amour)>(2013)에서 볼 수 있는 두 개의 투명스크린과 조명의 효율적인 운영은 새로운 미디어 인터페이스의 좋은 사례이다. 이런 미디어 인터페이스는 스크린의 선명도 개선과 효율적인 설치개선, 모션캡쳐 또는 크로마키촬영과 CG작업환경이 개선되면서 홀로그램 공연 또는 홀로그램 전용관 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3,000석 규모의 극장 전면을 홀로그램으로 운영한 리옹 오페라의 <피델리오> 작품은 미디어 아트 기반의 오페라로 세계적 수준의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는데, 이와 유사한 기술을 운영하는 공연작업이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공연예술의 콘텐츠 표현기술에 대한 예시는 대부분 국내에서 공연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였다. 왜냐하면 공연예술과 기술의 범위가 너무 방대하고 그 표현방법도 다양한 만큼 창의적이어서 특정 기술로 집약하여 소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013)
ⓒief.co.uk (2013)
ⓒief.co.uk
  드론 오케스트라, 바비칸센터, 2014
ⓒcnet.com 드론 오케스트라, 바비칸센터, 2014
ⓒcnet.com

셋째, CT기술은 공연예술 산업을 새롭게 확장할 수 있는 모든 기술로 앞의 두 가지 기술도 크게는 문화기술이라 할 수 있다. 요즘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미래기술은 드론과 VR분야이다. 드론이나 VR기술은 공연예술에서 콘텐츠 표현의 확장으로 또는 새로운 플랫폼 개척을 위해 곧 조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산업이다. 올해 초 100대의 드론이 베토벤 교향곡 <운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촬영을 위한 야외공연을 한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또 드론은 실외뿐만 아니라 영국 바비칸센터 음악회 같은 실내에서도 등장한다. 촬영 또는 촬영영상 송출 외에 퍼포머로도 공연장에 등장하는 것이다. 또 공연기록촬영이 VR기술과 만나서 공연예술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새로운 공연예술상품이 된다. 이것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활용한 공연예술 산업으로 발전하여 공연예술 현장 체험에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새로운 공연예술 환경을 조성하고 운영기술을 개발하고 적확한 공연예술 콘텐츠를 개발하여 또 다른 공연예술 산업을 개척할 것이다.

<마담 프리덤> VR촬영   <마담 프리덤> VR촬영
<마담 프리덤> VR촬영

최근의 공연예술은 대부분 위에서 살펴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점점 더 보편화 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공연예술 상품의 완성도를 구축할 수 없다. 아마도 예술과 기술로 구분할 수 없는 공연예술 상품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또 새로운 기술이 곧바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공연상품의 경우 아무리 기술이 강조된다고 하더라도 기술만으로 새로운 공연 시장을 개척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예술 프로듀서는 공연예술뿐만 아니라 기술에 대한 배경지식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연예술 상품을 제작할 때 더더욱 그러하다. 아이디어, 시간, 예산을 최적화해야 하고 아티스트와 제작 플랫폼의 간극을 적극적으로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작하는 공연예술 상품이 전용관을 위한 것이 아닐 경우, 상품의 유통 시장과 투어 환경을 미리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전통적인 공연예술 제작과 표현기술, 운영기술, 새로운 플랫폼 확장 가능성 등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공연예술 프로듀서가 창의적인 상상을 할 때 공연예술 산업의 새로운 플랫폼도 빨리 다가 올 것이다.

  • 김효진
  • 필자소개

    김효진은 와이맵(YMAP) 대표, 미디어 퍼포먼스 연출가, 안무가. 미디어 아트 기반의 공연과 전시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전문가로 국내 최초로 미디어 퍼포먼스 공연을 선언하고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미디어 디스플레이 인스톨레이션을 디자인하고 미디어 파사드를 위한 연출 및 영상 디자인과 제작을 한다. 대표작품으로 미디어 퍼포먼스 <마담 프리덤> 연출 안무 제작, 미디어 파사드 <덕수궁, 낭만을 상상하다>, <흥례문, 빛을 발하다> 연출, 영상제작총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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