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맞아 웹진[예술경영]은 ‘예술경영의 미래를 논하다’를 주제로 문화예술의 변혁기 속에서 앞으로 ‘예술경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각계각층 예술경영인의 생각을 묻고자 한다.

한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분주하던 지난해 12월 22일, 대학로 인근에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박양우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특유의 인자한 미소와 함께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예술경영에 대한 깊은 애정과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문화예술, 콘텐츠, 관광분야 등 정책과 현장을 막론하고 여러 조직에서 활동하셨고 현재는 대학에서 문화예술경영을 가르치고 계신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예술경영이란 무엇인가?
예술을 위한 경영이냐, 경영을 위한 예술이냐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예술을 기획하고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나아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과정을 ‘예술경영’이라 할 수 있겠다. 비영리분야에서는 영리가 주목적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예술경영이라 하면 이제는 수익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경영이란 개념이 서양에서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공공기관에서 어떻게 예술조직을 운영할 것인가, 어떠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제는 예술경영의 영역이 크게 넓어져 앞으로는 갈수록 비영리 문화예술단체 또는 영리적 문화예술기업들을 어떻게 경영 또는 운영할 것인지로 초점이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예술시장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예술경영의 개념 혹은 내용이 변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비영리적 차원에서 다루던 ‘예술경영’이 문화산업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수익에 관한 문제, 즉, 순수한 예술의 의미를 넘어 ‘경영’에 관한 문제가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흔히 말하는 한류(韓流), 음악, 방송, 영화는 수익성과 굉장히 밀접한데, 그런 관점이 지금의 ‘예술경영’에서는 중요하다고 본다.

예술현장에서는 한류에 대한 이슈는 콘텐츠 영역이고, 순수·기초예술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런 논리를 순수예술 쪽에 적용해선 안 된다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화예술에는 크게 ‘순수·기초예술’과 ‘문화산업’이라는 두 개의 트랙이 있다. 기본적으로 문화산업은 경영적·수익적 측면을 훨씬 강조하지만, 순수·기초예술 분야는 보몰과 보웬의 비용질병(cost disease)1) 이론에서 보는 것처럼 수익 창출이 만만치 않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정책에서는 문화산업은 경제적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고, 순수·기초예술은 수익성 여부를 떠나 진흥의 관점에서 지원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기초예술 분야에서도 경영적 마인드의 접근방식을 활용하여 그 안에서 일반 사람들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순수예술이기 때문에 수익과 관계없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수익을 만들어내고, 산업화시킬 수 있는 여력은 있다고 하겠다. 그것을 해내는 것이 바로 ‘예술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분에서는 수익성 또는 산업화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그 부분은 정부에서 나름 기준을 정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순수·기초예술이기 때문에 수익성이나 산업과는 관계가 없다고 하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예술경영인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방금 이야기하신 것처럼 예술경영은 기존의 비영리영역 뿐만 아니라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산업적 접근이 필요하다. 발전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예술경영은 시장과 함께 가야하는 것이라 시장상황에 대해 민감하게 파악하고 반응해줘야 한다. 예술시장이 다양화, 복잡화, 거대화되어가고 있다. 사실 예술경영은 이러한 예술시장의 변화와 늘 함께 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예술경영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돌입하면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커다란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예술경영 그리고 예술경영인은 이것들을 다 포괄하면서 종합적으로 접근할 준비를 해야 한다. 즉, 첫 기획 단계부터 마지막 소비자들에게 향유되고 판매되기까지 모든 과정별로, 또한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적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문화산업 분야는 물론 순수·기초예술 분야에서도 과거의 평면적인 접근이 아니라 이른바 여러 분야를 포괄하며 종합적·입체적으로 기획하고 다룰 수 있는 기획사 시스템(agency system) 곧, 예술경영시스템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좋아할만한 작품을 기획·제작하고, 마케팅믹스 또는 매트릭스를 할용하여 관객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자금을 유치하는 등 종합적인 역량들이 모여야 순수·기초예술도 시장의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앞으로 예술경영의 큰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말씀대로 예술경영은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우수하고 융합적인 인재가 들어와야 하는데, 사실 시장이 작다보니 인재들이 많이 영입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예술시장이 많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국내 순수기초예술시장은 아직 작다. 때문에 타 산업에 비해 우수한 인력이 유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절망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 순수·기초예술 시장을 보면, 순수·기초예술 시장 자체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가지고, 필요한 기초적 경영 기법을 습득하고 있으면 된다고 본다. 무엇보다 순수·기초예술 시장에서 이를 문화산업으로 확대하는데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알고, 그 요소들을 동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예술경영이고, 이 예술경영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예술시장은 발전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예술경영인들은 협업(co-working) 능력, 대화·소통(communication) 능력,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능정보에 관한 기술(technology)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문화산업 분야는 이러한 종합적 역량이 훨씬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앞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는 기술이 하나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만 이에 관한 기초지식을 갖추고, 이 기술을 어떻게 잘 다룰 수 있는지 아는 것은 기본이자 필수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매일경제에 기고하신 글 중 ‘예술경영에 시스템 확대가 필요하다’2)는 어떤 의미인가?
그 칼럼에서 우리나라 문화예술을 어떻게 국제화시킬 것인가 또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강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방법으로 예술경영 시스템을 확대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젊은 예술가들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예술학교에서 공부하고, 해외 유수의 콩쿠르에서 수상하는 등 동년배의 다른 나라 예술가들과 비교하여 우수한 기량을 가진 인재들이 꽤 많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세계무대 현장에서 젊은 유망주가 아니라 최고 대우를 받으며 뛰고 있는 음악가나 미술가가 몇 명이나 되느냐를 생각해보면 많이 속상하다. 예술가의 천재성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이들을 국제 예술시장에 매개해주는 배를 타지 못해서 재능은 있지만 세계무대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현상을 많이 목도했다. 그래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 우리에게도 세계적 수준의 기획사(agency)가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종합적인 예술경영 시스템을 확대하고, 산업적으로 바라보자는 이야기는 기획사 시스템을 갖추자는 말이다. 마치 K-POP이 아이돌을 시장에 내 놓듯이, 예술가들도 젊었을 때부터 재능을 알아보고 이들을 창작하는 과정부터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예술을 너무 상업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예술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시장을 만들어 가는 것은 이제 피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할 과제라고 믿는다. 예술가들 혼자 다 해낼 수가 없으니 기획사들이 나서서 그들이 시장에 나오는 것을 끊임없이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작업은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일이긴 하지만 예술시장에서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예술 비즈니스를 해내는 시스템들을 갖춰서 지원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도 종합적인 기획사들이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하게 되면 국제적 규모를 가진 기획사들과 우선 파트너십(partnership)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다른 국제적 기획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획사들이 나와 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경영 시스템 확대,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다고 말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적 규모의 기획사는 소규모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서로 간에 힘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할 수 있는 기획사가 이제는 나올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말씀하신 것처럼 4차 산업혁명 등 예술은 급진적인 변화 속에 있다. 예술이 본연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확대하기 위해서 정책적인 측면에서 필요한 점은?
흔히 문화정책의 목표를 들라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가 문화창조력 제고, 두 번째는 문화복지와 관계가 깊은 문화향수권의 확대, 세 번째가 문화경제의 활성화이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이른바 선진국들은 문화경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 우리 정부로서도 이 정책목표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의 문화산업시장 규모는 이미 100조원이 넘는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세계시장 규모는 2,400조원 정도에 이르는 최대 산업군이 되었다. 그런데 문화산업은 그 자체로도 경제가치가 크지만 다른 산업들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다양한 통계에도 나와 있지만 한류는 화장품, 가전 등 눈에 보이게, 보이지 않게 타 산업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정책에서 문화경제 측면이 갈수록 중요해진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말씀드리면, 결국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은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인 것을 즐기고 삶의 질을 높여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문화향수권의 확대 또는 문화복지의 문제는 갈수록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문화복지 문제를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문화향수권의 확대 문제 또한 중점적인 문화정책 목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문화복지와 문화경제 이 두 정책목표가 아마도 쌍두마차처럼 문화정책을 끌고 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 두 정책목표가 중요하다고 해도 순수·기초예술 분야 예술가들이 마음 놓고 창작할 분위기를 만들고, 그 수준을 높이지 않고서는 문화향수권을 높이거나 문화경제를 활성화하는 일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문화창조력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예술가들과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예산 규모도 훨씬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8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규모가 5조 원이 넘는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지원되는 문화예술 창작지원 규모는 500억 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는 예술창작활동에 눈을 돌려야 한다. 오히려 지금은 프랑스처럼 문화발전에 가장 기본이 되는 문화창조력 제고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할 때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예술경영인들이 매개자로 가져야할 소양, 덕목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예술경영인들은 단순한 매개자가 아닙니다. 예술경영인은 기획 단계부터 투자, 제작, 배급, 유통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는 전 과정을 망라하는 CP(Chief Producer)라고 할 수 있다. 이 일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원리를 잘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변동에 대한 지식과 예견능력을 가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경영학이나 예술학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 모든 문제들을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전반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예술경영의 과정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종합적 능력이 필요하다. 분야마다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과정 과정을 잘 이해하고 관리(managing)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분야의 파트너들과 더불어서 그들을 어떻게 동원시키고 협력을 도출할지에 대한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본질적인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이 없이 상업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조금만 어려워도 쉽게 포기해버릴 수 있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 더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이란 의식을 가진 사람이 예술경영적인 노하우를 갖춘다면 오래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경영 웹진의 2018년 첫 번째 호이다. 그런 의미에서 웹진을 구독하는 예술경영 관련 업계의 후배들에게 덕담을 한마디 해주신다면.
요즘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하지만, 그 말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 말을 했다. 사실 아직 문화의 시대가 채 열리지도 않았다. 앞으로도 문화의 시대는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단순히 문화의 시대라 말하기 보다는 예술경영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예술경영이야말로 문화예술을 정의하고 기획하며 문화예술을 문화예술답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 문화예술생태계가 유지 발전할 수 있도록 작동하게 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경영하는 분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본다. 예술경영 분야에 계시거나 앞으로 진출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예술경영의 영역이 커져가는 상황 속에서 예술경영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살만한 사회로 만들 것인가, 그러면서도 예술 나아가 문화산업 분야를 어떻게 키워할 것인지를 늘 고민하고 나아갔으면 한다.

1) 1966년 미국의 경제학자 보몰과 보웬(Baumo l& Bowen)의 저서 「공연예술: 경제학적 딜레마」에서 언급된 이론으로 일반 제조품과는 달리 음악, 연극, 무용 등 공연예술의 제작비용은 속성상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인건비 상승에 따라 그 규모가 나날이 늘어나게 되어 비용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언급된 용어.
2) 매일경제 [문화 인&아웃] <한국 예술의 국제 경쟁력> 참조 (2017.11.10.)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7&no=746840

  • 박양우
  • 주요 약력
    2008-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2017-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조직문화혁신위원장
    2015-2017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2013)
    2013-2015 (사)한국호텔외식관광경영학회장
    2009-2012 (사)한국예술경영학회장
    2009-2012 (사)한국영상산업협회장/한국영화배급협회장
    2008-2010 중앙대학교 부총장
    2006-2008 제8대 문화관광부 차관
    2002-2005 뉴욕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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