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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의한 예술지원은 크게는 정책지원, 법률 및 제도지원, 그리고 예술지원금 등으로 구분된다.1) 세 영역 모두 상호 밀접한 연계성을 갖고 각각의 근거를 만들어가지만, 그 중에서 예술단체와 가장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것이 바로 재정적 지원이다. 직접지원의 방식이던, 간접지원의 방식이던, 예술지원이 창작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하여, 지원정책이 어떻게 설계되고, 어떤 제도를 통해 기금이 조성되는가 하는 문제 역시 늘 민감한 화두다. 요즘 같은 시기는 더욱 더 그렇다. 보통 새 정부가 탄생한 후 이듬해 새정부문화예술정책이 발표된다. 이번 정부 역시 지난 5월 새정부 문화예술정책 ‘문화비전2030’을 발표한 바 있다. 그렇게 마련된 문화예술정책은 향후 5년 동안 진행될 예술지원의 주요한 방향이 되고, 그 목적에 따라 지원제도가 신설, 폐지되는 과정을 거쳐 새롭게 개편된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나 문화재단 등 주요 지원기관에서 추구하는 목적과 방향에 따라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지만,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중장기 지원정책의 필요성이다. 예술분야 역시 이에 대한 논의는 오래 지속되어 왔다. 프로젝트 지원이 갖는 기대효과 외에 예술단체들의 안정적인 창작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는 ‘다년간 지원정책’에 대한 목소리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말이다.

하여, 최근 발표된 새정부문화예술정책에서 ‘예술단체 성장을 위한 장기 지원제도 도입’이 포함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프로젝트 단건 지원에서 탈피하여 예술단체 운영, 제작, 유통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지원기간을 최소 3년으로 설정, 운영컨설팅 등을 병행하여, 기획·제작 매개인력(프로듀서 등) 직간접 고용, 예술단체 성장 및 운영 안정화 등에 기여”하겠다는 방향은 중장기 지원의 틀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정책이 어떻게 제도로 연결되어 실현될 수 있는가는 보다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간 예술분야에서 중장기 지원정책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긴 호흡을 갖고 지속되지는 못했다.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충분한데, 왜 중장기 지원정책은 지속성을 갖지 못했을까?

결과 위주 지원정책에서 탈피해야

가장 중요한 원인은 결과 위주의 정책에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예술지원2)은 대부분 프로젝트 단건 지원의 형태로 이뤄져 있다. 예술단체의 창작역량을 가늠하는 가장 큰 기준은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다. 지원 선정 심의의 주요기준은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의 기대효과가 어떠한가에 집중되어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작품을 어떤 의도와 목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가, 누가 출연하며, 어디서 언제, 어떤 변별력을 갖고 작품을 완성할 것인가에 있다는 말이다. 또한 공모부터 접수, 심의, 결과, 정산까지 회계연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지원사업의 공모와 선정이 언제가 되던, 결과물은 12월 안에 마무리해야 되어야 하는 것이 현재 창작지원 운영의 방식이다.

물론 공공기금을 지원받아 사용하는 데 있어 그 사용과 집행과정을 투명하게 정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한정된 예산규모에서 ‘우수하고, 가능성 있는 작품을 선별하여 지원’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했을 때 창작과정이 어떠한가를 들여다 볼 여지가 없다는 것도 십분 이해 가능하다.

다만, 그랬을 때 예술지원제도는 단건 프로젝트의 형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제도적 한계를 갖게 된다. 지원기금 활용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차용하고 있는 결과위주의 지원정책이 만들어낸 폐해이기도 하다. 그 이유 역시 분명하다. 장기 지원을 했을 때, 회계연도 안에 어떻게 성과를 증명해낼 것인가에 대한 ‘행정적’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예술지원기관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결과를 증명해내지 못하면, 기금이 삭감되는 재정운영 방식이 현재 예술지원체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성만큼 그것을 뒷받침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지속가능한 제도로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예술분야 다년간 지원정책의 사례와 현재

예술분야에서 다년간 지원정책이 도입되어 운영되었던 몇몇 사례가 있다. 가장 가깝게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예술단체 다년간 지원사업’이 있었다. 총 3년간 매년 8천~1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연극 2단체, 무용 2단체 등 총 4개 단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했으나, 2017년 중단되면서 지속되지는 못하고 있다.

당시 이 사업은 3년 동안의 연속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창작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됐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것은, 단계적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단체의 운영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예술단체는 저마다의 특성에 따라 작품을 발표하는 것을 위주로 사업을 운영하기도 하고, 단체의 언어를 개발하는 과정으로서 예산을 활용하는 등 각각의 위치와 상황에 맞는 운영계획을 갖고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진행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장기지원의 방식을 시도했으나, 앞서 밝혔던 것처럼 매년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했다. 예술단체는 사업신청 당시 문제가 없었던 일부 계획을 변경해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하는 등 ‘다년간 지원’이라는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도는 여러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줬다. 첫째, 창작 과정의 지원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데 있다. 둘째, 중장기 지원정책이 창작활동 뿐 아니라, 단체의 운영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다년간 지원제도에 적합한 시스템이 부재할 경우 사업의 본질이 저하되고, 결국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체감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앞서 예술계에서 가장 먼저 다년간 지원제도로서 운영됐던 사업이 있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진행된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 지원 사업’이다. 앞서 설명한 ‘예술단체 다년간 지원 사업’과 거의 동일한 사업의 방식과 예산규모를 갖고 진행되었으나, 2009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 사업’(이하 상주단체 사업)이 신설되면서 폐지됐다. 말하자면,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 지원 사업이 ‘상주단체 사업’의 전신이 된다. 그리고 현재까지 ‘다년간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업 중 지속되고 있는 것은 상주단체 사업이 유일하다.

최초 이 사업은 한번 선정되면 2년까지 별도의 심의 없이 연속 지원되는 형태를 유지하면서 예술단체 다년간 지원정책으로 관심을 끌었다. 특히 공연장이라는 공간, 사무실 등이 지원항목에 포함되면서 다년간 지원의 흐름을 이어갔지만, 2016년부터 단년 지원(평가 후 연속지원 가능)으로 변경되고, 사업의 신청주체가 변경되는 등 몇 번의 혼란을 겪으며, ‘다년간 단체 지원’이라는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결국 사업의 전반적인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창작 과정 지원의 필요성 인식하고 시스템 구축해야

앞서 살펴본 바대로, 예술분야의 다년간 지원정책은 지난 10여 년 동안 몇 번의 시도를 이어왔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예술현장에서 그에 대한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역설해왔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새정부가 들어서는 시기, 지자체장이나 지원기관의 장이 바뀔 때마다, 예술지원의 개선안을 요구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요구된 것이 바로 ‘예술단체 중장기 지원제도’였기 때문이다.

최근, 예술 현장 뿐 아니라, 지원기관에서도 창작 과정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과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단언컨대, 우수한 작품을 견인하는 동력은 그 과정에 있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친 단체의 작품이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역시 분명하다. 무엇보다 지난 과정을 통해 다년간 지원이 단체의 성장 동력을 견인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 단체별 특성과 다양성을 획득할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경험했다. 즉, 중장기 지원정책을 통해 얻어지는 편익에 대한 이견은 더 이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지원기관을 필두로 지자체, 문화재단 등에서 예술단체의 중장기 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천재일우의 기회다. 문제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현재 운영되는 단년 성과보고 체계의 시스템에서는 제대로 된 장기지원 정책을 실행하기가 어렵다. 자칫, 모양만 있고 실제는 프로젝트 지원의 방식으로 변형되었던 이전 사례를 반복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즉, 지원사업의 운영, 집행, 정산, 성과관리 체계를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 지원기관의 집행과정에서도 장기지원에 따른 행정처리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져야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그러한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적인 중지를 모으고 실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1)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지원의 원칙과 기준에 관한 연구」, 2005.
2) 예술지원은 창작지원·공간지원·인력지원 등 다양한 영역이 있지만, 본고에서 다루는 예술지원은 창작지원에
한정함을 밝힌다.(필자 주)

  • 최윤우
  • 필자소개

    최윤우는 한국소극장협회 사무국장, 웬진 『연극in』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 밖에 새움 예술정책연구소 대표로 예술지원사업 평가 및 연구, 예술정책 개발, 자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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