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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 가제트(I/O gazette)는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문화예술 온·오프라인 비평지이다. 아비뇽 페스티벌(Avignon Festival)의 공식(In)과 비공식(Off) 작품을 구분하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매체명을 지었다고 한다. 2015년 시작해 문화예술과 공연·시각 분야에 대한 자유로운 비평을 특집기사나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곳의 부편집장인 장 크리스토프 브리앙송(Jean-Christophe Brianchon)은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한 후 국립현대미술관 아시아 포커스 공연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면을 통해 프랑스 문화예술 독립 비평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평 및 매체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매체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국 경력도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까지의 커리어가 궁금합니다. 예술 전반에는 항상 관심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문학과 공연에 특히 관심이 많았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고 17살부터는 일주일에 4일 정도는 공연장에 갔었죠.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 기자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런던정치경제대학교(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 법학과 인류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 문화 잡지인 ‘테크닉아트’(Technikart)와 라디오 방송국 ‘유럽 1’(Europe1)에서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던 시기에 언론 시장과 고용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죠.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야에서 일하기로 마음먹고 UN 소속 변호사가 되었는데, UN에서 일하다 보니 연극과 문학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글을 쓰는 일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문화계 기자가 되기 위해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고, ‘라디오 프랑스(Radio France)’에서 일하게 되었죠. 그 외에 ‘프랑스 컬쳐(France Culture)’라는 아침 프로그램, 신문사인 ‘텔레라마(Telerama)’, 국제적인 뉴스 채널 ‘프랑스24(France 24)’, 연극 잡지 ‘카상드르/오르샴(Cassandre/HorsChamps)’에서도 활동했어요. 지금은 다시 ‘프랑스 컬쳐’에서 예술 비평가로 일하고 있으며, 프랑스 문화 잡지인 ‘이오 가제트’의 설립에도 참여했습니다. ‘이오 가제트’에서는 기자 관리 및 공연예술 축제 측과 소통하며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부편집장으로 활동 중인 ‘이오 가제트(IO gazette)’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프랑스의 언론계는 상당히 고리타분합니다. 특히 문화계는 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35년 전에 활동하던 기자들이 여전히 오늘날의 연극과 문학에 대한 비평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2015년, 마리 소르비에(Marie Sorbier), 마티아스 다발(Mathias Daval), 갈라 콜레트(Gala Collette) 등 연극에 열정을 가진 친구 몇 명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잡지를 만들었고, 이를 무료로 핵심적인 프랑스 문화기관 앞에서 배포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연극 비평계를 새롭게 환기하고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연극 역시 여타 컨템퍼러리 예술처럼 현대적이고, 개념적이고, 실험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죠. 공연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잠재적인 독자라는 생각으로 기사를 작성합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는 현대적인 디자인의 레이아웃을 유지하고, 문학적 수준이 높은 기사를 싣는 것을 원칙으로 했죠. 기자들에게는 공연예술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 기사를 쓰지 말고, 소설처럼, 혹은 한 편의 문학 작품처럼 쓸 것을 강조해요. 또한 누구나 자신의 글을 우리에게 보내면, 잡지에 기고하여 예술 비평가가 될 수 있는 100% 참여형 구조를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컨템퍼러리 연극이 일반인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통념을 깨기 위해, 독자들에게 100% 무료로 제공하며 모든 관객층을 포섭하려고 노력했죠.

이오 가제트(I/O gazette)의 홈페이지 및 오프라인 출판물 이오 가제트(I/O gazette)의 홈페이지 및 오프라인 출판물
이오 가제트(I/O gazette)의 홈페이지 및 오프라인 출판물

한국에도 예술 비평가가 되거나 예술 잡지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지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오 가제트’는 독립적인 매체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정적으로는 어떤가요?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운영구조가 궁금합니다. ‘이오 가제트’는 재정과 편집권 모두 100%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매체입니다. 이 구조는 당연히 일정 부분 불안정성을 수반하는데, 이것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합니다. 장점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방향성에 동의하는 행사들만 취재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정적인 한계 때문에 종종 여러 선택지 중 하나만을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은 단점이 될 수 있죠. 그럼에도 우리에게 독립성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비즈니스 모델은 아주 단순합니다. 우리 매체는 광고 수익으로만 운영되며, 광고주는 대부분 유럽의 문화 기관(극장, 미술관, 주요 축제 등)입니다. 물론, 너무 많은 광고는 우리 쪽에서 거부하곤 하죠. 또한 시에서 임대하는 공간을 사무실로 쓰는 등, 설립 초기부터 파리시에서 구체적인 방식으로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오 가제트’는 전 세계 예술축제에 관한 특집을 진행하고 있는데, 예술축제의 어떤 면이 흥미롭기에 이런 기획을 하게 되었나요? 우리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약 200개가 넘는 전 세계 공연예술 축제를 취재했고, 각각의 호에서 하나의 축제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다뤄왔습니다. 수년간 축제에 취재하러 다닌 결과 아시아, 아프리카, 미국, 유럽 등 어디에 가나 거의 비슷한 작품이 공연될 뿐 뚜렷하고 명확한 ‘기획 방향(editorial line)’을 가진 축제가 매우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런데 개중에는 간혹 아주 흥미로운 시도를 하면서 그 전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고안하고, 새로운 공연과 예술적 실험을 위해서 공간을 제공하는 축제들이 있습니다. ‘이오 가제트’가 찾는 축제는 바로 그런 축제고요. 브뤼셀의 ‘쿤스텐페스티벌(Kunsten Festival)’이나 리스본의 ‘알칸트라(Alcantara)’ 등 유명한 축제들도 해당되지만, 대부분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중요한 축제들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마르세이유의 ‘페스티벌 파라렐(Festival Parallèle)’, 로마의 ‘쇼트 시어터 페스티벌(Short Theatre Festival)’ 등은 유명하진 않아도 연극을 바라보는 새로운 사유를 만들어내고자 계속해서 시도하는 축제들입니다. 이런 축제들은 프로그램 안에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실험적인 시도를 담아내죠. 물론 그 중에 일부는 실패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성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가와 축제의 역할은 오늘의 연극, 또 미래의 연극을 상상하는 것이니까요.

이오 가제트에서 다루는 축제들의 매핑 이오 가제트에서 다루는 축제들의 매핑

유럽지역 예술 비평 매체의 최근 이슈는 무엇인가요? 엔터테인먼트성이 아닌 이상, 연극은 항상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들을 다뤄왔으며 이러한 경향은 최근 유럽의 기관 축제의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현재 유럽의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이슈는 난민과 경제 위기로 볼 수 있죠. 지난 5~6년간 이 두 가지 이슈가 지배적이었는데,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발생했죠. 예술가들이 사회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것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연극의 정치적인 내용이 그것을 표현하는 형식보다 더 중요해지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공연된 수많은 연극이 극장을 예술의 장으로 쓰는 대신, 정치적인 이슈를 설파하기 위한 연단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연극을 통해 우리는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연극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질문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2~3년 전 아비뇽 페스티벌은 난민 사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습니다. 당시 아프리카와 중동의 연출가들이 이 이슈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이야기하는지 들을 수 있었죠.

유럽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이 유럽 문화계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극우 세력의 성장이나 유럽의 우경화가 예술 축제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보시나요? 지난 몇 년간 유럽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은 여러 측면에서 문화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선 극우주의의 확산은 최근 연출가들이 연극 희곡을 선택하는 데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왔어요. 예를 들면 요즘 문화계나 축제 프로그램으로 토마스 베른하르트(Thomas Bernhard)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작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극단주의적, 권위주의적 체제와 정부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작가들이었죠. 한동안 젊은, 실험적인 작가로부터 외면 받았던 작가들이 이렇게 다시 귀환하는 현상은 분명히 오늘날 정치 상황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는 동시에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다수의 작가들이 난민 이슈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고 자신의 지식을 활용하여 현재 유럽 정부들이 난민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 방식과 그 실상을 관객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은 더 나아가 민주주의를 재고하고 수호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5년 간 프랑스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연극 작품으로 일컫는 조엘 폼므라(Joël Pommerat)의 <괜찮을거야, 루이의 끝(Ca ira, fin de Louis)> 역시 그러한 경향을 보이죠.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정치적 상황이 문화계에 미친 영향은 부정적인 면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급진주의 우파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축제와 기관들은 더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어요. 프랑스에서는 극우 성향의 시정부가 자신들의 구미에 맞지 않거나 정치적 성향에 동조하지 않는 예술 행사에 지원을 중단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요. 여기에 유럽이 겪고 있는 경제 위기까지 겹쳐, 문화 기관들은 점점 더 많은 문제들을 떠안게 되었고 심지어는 그로 인해 폐지되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이번 방문과 PAMS를 통해 아시아와 한국의 예술계 전반을 엿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네요. 유럽 등 다른 문화권의 예술 환경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전통적인 한국 음악 공연을 주로 봤는데, 제가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음악을 들으면서 흥미로운 순간을 경험했어요. 전통적인 프랑스의 클래식 음악보다 훨씬 더 내면적이고 명상적인 특성을 띠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리고 예효승의 <오피움>이라는 작품도 관람했는데, 그의 안무는 한국과 유럽의 안무, 무용 방식의 완벽한 조합이었고 그래서 더욱더 흥미로웠습니다. 문화 기관이나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의 특성 등,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의 문화 예술 환경은 유럽과 중요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실험적인 공연에도 유럽보다 훨씬 더 많은 관객이 관람하러 온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유럽에서 이렇게 실험적인 공연은 소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특정한 관객층만 관람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한국 관객이 유럽 관객보다 더 호기심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또한 유럽에서는 예술가들이 자신을 전문가로 느끼기에는 작업 환경이나 지원 프로그램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공연과 예술이 진지하고 전문적인 영역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끝으로, 문화예술 비평매체로서 ‘이오 가제트’의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나요? 매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난 10년간 프랑스와 유럽에서 대부분의 문화예술 비평지가 폐간되었고, 매년 그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오 가제트’의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말하기는 힘들죠.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 문화예술 비평지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믿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생존해내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수준 높은, 그리고 도전이 될 만한 잡지를 한 달에 두 번, 무료로 제공하고자 합니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따라서 우리만의 페스티벌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 일을 지속하는 것도 고려 중 입니다. 이른바 ‘이오 가제트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우리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본 것을 바탕으로 가장 좋았던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우리만의 기획 방향을 가미한 축제를 만드는 상상을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상상은 결국 현재 문화 매체들이 마주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귀결됩니다. 대부분 유럽 정부들은 문화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고, 공공 기금은 점점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축제와 기관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 잡지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더 많은 공연예술 축제를 취재하고 싶고, 이 분야에서 유럽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우리의 전문성을 확립하고자 합니다. 그 외에도, 우리만의 공연예술 축제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전 세계 축제를 돌아다녀 본 결과,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상당히 잘 알게 되었고,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발전시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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