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이면 북극의 여름철에도 빙하가 사라질 거라 한다.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 책임연구원 김백민의 예측이다. 이미 여름철 기준으로 30년 전에 비해 빙하 면적이 1/4밖에 남지 않았는데, 10년 뒤에는 그마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 어지간한 대비를 해서는 되돌릴 수 없단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아니,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2050년이 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심한 무더위 때문에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60% 이상이 하계올림픽을 열 수 없다는 소식도 있다. 실제로 지구의 평균 기온은 100년 전보다 1도 더 올랐다. 20년 뒤에는 1.5도 이상 더 오를 거라고 한다.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조천호는 지난해 출간한 『파란하늘 빨간지구』에서 만약 앞으로 1도만 더 오르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의 경고가 우습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요즘의 날씨 때문이다. 지난 2월 11일의 최고기온은 무려 14도. 올겨울 서울에서 눈다운 눈을 본 적이 없다. 한국의 기후는 어느새 아열대에 가까워져 여름은 훨씬 덥고 습하다. 이러다 지구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더 이상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지구에서 노년을 맞을 수 있을지, 자녀들이 이 지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 열린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서는 끝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합의하지 못했다. 그레타 툰베리의 경고에 세계 많은 이들이 주목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인류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바꿀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962년 레이철 카슨이 『침묵의 봄』을 발표하고 시민사회가 응답하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은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환경 운동은 활발해졌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반발과 이견, 자본주의 체제의 이윤 추구 방식 등으로 인해 인류는 환경 오염을 넘어선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을 미적거리고 있다.

기후 위기에 발언하고 실천하는 국내외 문화예술인들

그렇다고 모두 다 무관심하거나 침묵하지는 않는다. 영화 ‘기생충’이 4관왕 기록을 세우면서 화제가 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조커’의 주연 호아킨 피닉스는 “우리 인간은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는다.“라고 지적하면서, “야생의 자원들을 약탈하고”, “송아지를 위한 젖을 빼앗아, 커피와 시리얼에 넣는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류는 창조적이고 독창적이기에, 감각과 감정을 느끼는 존재들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창조하고,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다.“라며 행동을 촉구했다. 대형 시상식에서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언급하는 일이 많은데, 호아킨 피닉스의 발언은 지금 어떤 문제보다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뜨겁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에 호아킨 피닉스의 수상 소감을 소개한 다큐멘터리 감독 황윤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축하 파티가 완전 채식으로 열렸다는 점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예술 시상식에서 채식 메뉴만 꾸렸다는 점은 기후 위기에 대한 공감과 최소한의 실천에 대한 합의가 상식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상식의 권위와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행동은 좋은 사례로 퍼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뮤지션 폴킴은 최근 한국의 ‘기후 위기 비상 행동’에 1억 원을 기부했다. 한국의 대중예술인이 사회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내거나 기부에 참여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렇게 기후 위기 문제에 자신의 목소리를 더하거나 기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후 위기가 시민사회의 가장 주요한 이슈로 부각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은 다른 이슈보다 보편적이다. 그래서 대중음악의 경우 환경 이슈를 연결한 페스티벌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착한 생각과 작은 실천’을 내세운 그린플러그드를 예로 들 수 있다. 대중음악 페스티벌인 그린플러그드는 2010년 서울에서 시작해 매년 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환경 캠페인을 진행하고 업사이클링과 리사이클링을 접목한 마켓을 열어 페스티벌과 환경 이슈를 묶었다.

페스티벌부터 뮤지션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행동하기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의 ‘eARTH’ 캠패인 홍보물(좌)과 리사이클링 존 운영 모습(우)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의 ‘eARTH’ 캠패인 홍보물(좌)과 리사이클링 존 운영 모습(우)
*출처: 그랜드민트페스티벌 페이스북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의 ‘eARTH’ 캠패인 홍보물(좌)과 리사이클링 존 운영 모습(우)
*출처: 그랜드민트페스티벌 페이스북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서도 페스티벌의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동물 이미지를 넣어 자연스럽게 공존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역시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하는 ‘eARTH 캠페인’ 등을 통해 환경과 나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500ml 페트병에 담은 물과 음료, 밀폐 용기 등 재사용 용기에 담은 음식물만 반입 가능하고, 병, 캔, 패스트푸드, 배달 음식, 포장 음식, 일반 플라스틱/종이 용기 등에 담은 외부 음식물은 반입 금지하는 방식으로 쓰레기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대개 페스티벌은 수많은 관객이 운집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많은 쓰레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한국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레저 문화와 연결되어 성장하면서 편의를 위한 장비를 준비하고, 다량의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경우가 많다. 때에 따라서는 음악을 들으러 온 건지 먹고 마시러 온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쓰레기가 남는다. 이는 주최 측의 부담이 되었을 뿐 아니라 축제 자체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이 축제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축제의 문화와 예술을 접하면서 더욱 나은 존재, 더욱 나은 내일을 함께 꿈꾸지 않는다면 축제는 우아함과 멋스러움을 빙자해 돈 벌고 놀기 위한 행사로 전락한다. 과거의 카니발에서는 가능한 방식일지 모르지만, 지금 같은 기후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인파가 운집하는 축제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행히 한국의 페스티벌 역사가 쌓이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페스티벌들이 쓰레기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미리 안내한다. 관객들도 잘 호응하는 편이다. 축제를 떠나며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가는 이들은 드물다. 친환경/나눔/기부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는 방식도 보편화하는 추세이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지키려는 태도가 기본적인 ‘애티튜드’가 되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함으로써 페스티벌의 매력을 배가할 수도 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경우에는 가평에서 생산한 한우와 잣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한 다양한 음식과 대안적 생활용품을 함께 판매함으로써 축제의 성과를 지역과 공유한다. 축제의 지속 가능성뿐만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성까지 고민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페스티벌은 많은 인원이 모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좋은 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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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봉투를 사용하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출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페이스북

이 같은 방식이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그 안에서 환경과 생태를 고민하는 방식이라면, 콜드플레이의 결정은 근본적인 방식이다. 지난해 새 음반을 발표한 콜드플레이는 새 음반 발표 이후 으레 이어지는 전 세계 투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투어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환경 오염 때문이다. 비행기 한 대가 날 때마다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18t에 이른다. 여행을 다닐수록, 투어를 다닐수록 환경을 오염시키는 결과가 벌어진다. 비행기뿐만 아니라 버스와 승용차까지 이용하기 때문에 배출량은 더욱 늘어난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밴드인 콜드플레이는 2016년과 2017년 5개 대륙을 돌며 120번에 걸쳐 투어를 했고, 무려 6,100억 원을 벌어들였는데 지구를 위해 그 많은 수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은 의미심장하다.
한편 최고의 트립합 밴드인 매시브 어택이 투어와 녹음 과정에서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분석하겠다는 발표도 흥미롭다. 밴드 이동, 프로덕션, 관객 수송 및 공연장 운영에서 얼마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지 조사해 음악 산업에 도움을 주고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전문적이고 구체적으로 조사한 적 없는 영역을 조사하겠다는 태도는 한 사람의 지구인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는 윤리적 태도에서 비롯한다. 이 같은 태도를 모든 뮤지션들이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선의를 이어갈 필요는 충분하다.

재미에 인식을 더한 행사 기획 필요

탄소 배출 데이터 분석 연구 협업을 알리는 밴드 매시브 어택의 게시물<br />*출처: 매시브 어택 트위터
배출 데이터 분석 연구 협업을 알리는 밴드 매시브 어택의 게시물
*출처: 매시브 어택 트위터

그러나 국내의 모든 축제와 공연에서 환경과 생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감수성을 일상화하거나 최우선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주 반딧불축제나 무주 산골영화제처럼 친환경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축제가 늘어가고, 최근 울주군에서는 모든 행사와 축제 등에서 풍선 날리기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회용 식기구를 쓰지 않고, 서울 억새 축제처럼 홍보 전단도 만들지 않는 사례도 늘어 긍정적이다. 세계적인 라이브 콘서트 기획사 라이브네이션은 ‘환경 지속 가능성 헌장’을 만들고 구체적인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강원도에서 열리는 산천어 축제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동물의 사육제’ 축제 포스터
*출처: 동물의 사육제 페이스북 ‘동물의 사육제’ 축제 포스터
*출처: 동물의 사육제 페이스북
‘재주도좋아’가 만든 비치코밍 음반
*출처: 재주도좋아 페이스북 ‘재주도좋아’가 만든 비치코밍 음반
*출처: 재주도좋아 페이스북

문제는 자연과 일상을 분리해 일방적으로 즐기면서 생활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나누지 못하는 기존의 패러다임이다. 소비하고 즐기는 축제보다 가능한 소비하지 않는 축제, 자연을 대상화하지 않는 축제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비건 페스티벌이나 동물 축제를 반대해 열린 ‘동물의 사육제’ 같은 축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다 쓰레기를 예술 작품으로 바꾸는 비치코밍(beachcombing) 작업도 의미가 깊다. 2018년 비치코밍 작업의 일환으로 재생PVC를 넣어 음반을 만든 기업 ‘재주도좋아’의 노력은 더 많은 이들에게 이어져야 한다. 축제와 공연에서 일회용 식기구를 쓰지 않고, 물품을 재활용하며,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기존의 관습을 더 많이 바꾸어야 한다. 변화의 상상력과 책임을 자극하고 확장하는 계기가 되도록 공연과 페스티벌을 준비할 시점이다. 축제와 공연의 언어로 느끼고 설득하고 공감한다면 위기가 기회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인류는 항상 자신이 행하는 만큼의 삶을 누린다.

*배너출처: 무주 산골영화제 페이스북

  • 서성민
  • 필자소개

    서정민갑은 대중음악의견가. 2004년부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광명음악밸리축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대중음악 웹진 《가슴》 편집인과 대중음악 웹진 《보다》 기획위원을 맡기도 했다. 콘서트, <권해효와 몽당연필> 콘서트, 서울와우페스티벌 등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연출/평가도 병행한다. 『음악편애-음악을 편들다』, 『밥 딜런, 똑같은 노래는 부르지 않아』를 썼으며,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 『인간 신해철과 넥스트시티』를 함께 썼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리뷰』,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 인터뷰』, 『레전드 100 아티스트』, 『음악과부도』, 『나쁜 장르의 B급 문화』, 『한국대중음악명반 100』도 거들었다. 취미는 맛있는 빵 먹기, 꿈은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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