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순서:③ 좌뇌, 우뇌 신화의 해부


 


 

 

최근에 스마트폰이 유행하면서 ‘아이폰형 인간’과 ‘렉서스형 인간’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전자는 상상력과 직관이 강한 사람, 후자는 논리와 분석에 강한 사람을 지칭한다. 이렇게 이성과 감성, 논리와 상상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구별하는 것은 매우 오래 됐는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구별은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이다. 좌뇌는 논리와 이성, 우뇌는 창의와 감성을 담당한다는 생각에 착안한 구별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사는 좌뇌의 창의성과 우뇌의 논리성을 대비하는 광고 이미지를 만들어서 자신들의 차를 홍보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서 봐도 감성과 상상력의 좌뇌는 폭발하는 열정으로, 논리적인 우뇌는 차가운 이성으로 특징 지워진다.


좌뇌와 우뇌를 대비한 벤츠사의 광고. 벤츠 자동차는 좌뇌와 우뇌의 합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우뇌에 비해서 좌뇌는 초라하기만 하다.
좌뇌와 우뇌를 대비한 벤츠사의 광고. 벤츠 자동차는 좌뇌와 우뇌의 합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우뇌에 비해서 좌뇌는 초라하기만 하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두 개의 뇌?

최근에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육체적 능력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좌뇌에 의존하는 사회로 변했다고 주장한다. 육체노동에서 언어적이고 분석적 기능을 중시하는 정신노동의 사회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앞으로의 미래는 좌뇌적 사고에서 우뇌적 사고가 중시되는 사회가 될 것임을 강조한다. 논리적 사고보다는 은유적, 심미적, 종합적, 창의적인 사고가 중요해지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앞으로 논리와 계산보다는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부여 등에 더 능한 ‘우뇌형 인간’이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담론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디자인 등의 영역에서는 특히 좌뇌, 우뇌의 구별이 자주 사용된다. 구글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논리를 강조하는 좌뇌형이고, 네이버의 인터페이스는 감성을 중시하는 우뇌형이라는 얘기는 좌뇌와 우뇌 담론의 한 사례이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좌뇌는 ‘과학의 뇌’이고, 우뇌는 ‘예술의 뇌’이다. 좌뇌는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담당하고, 우뇌는 이미지를 연상하거나 직관적이고 은유적인 연관을 담당한다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런 구분은 과학과 예술에 대한 오래된 구분과 조응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과학자들에게 예술가들의 영감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해롭다고 간주되었다.

과학과 예술의 구별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좌뇌와 우뇌가 전적으로 다른 기능을 담당한다는 생각은 150년 정도 되었다. 19세기 후반에 뇌과학자들은 언어의 기능을 담당하는 브로커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을 발견했는데, 이 두 영역 모두 좌뇌에만 위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운동과 감각에 대한 연구는 좌뇌가 몸의 오른 쪽, 우뇌가 몸의 왼쪽에 대응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1960년대에 양 뇌를 연결하는 신경 다발을 잘라낸 환자들의 사고와 행동을 관찰하면서 뇌과학자들은 좌뇌와 우뇌가 기능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신했고, 이를 일반화해서 좌뇌가 이성과 분석, 우뇌가 주로 감성과 종합을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치 음양이 조화를 이루듯이, 서로 다른 두 개성이 하나의 뇌에 들어있다고 믿게 되었던 것이다. 지능은 보통 좌뇌에 속하기 때문에 IQ가 높은 사람들은 좌뇌가 발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나, 예술가나 디자이너는 우뇌가 발달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이러한 연구에 기인하고 있다.

신화의 붕괴

실제로 좌뇌와 우뇌는 그 역할이 이렇게 판이하게 다를까? 답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최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등을 사용한 뇌과학의 발전은 좌뇌와 우뇌의 기능에 대해서 훨씬 더 자세한 연구를 가능케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오른손잡이 사람들에게 있어서 언어는 양쪽 뇌 모두에서 처리되는데, 다만 좌뇌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할 뿐이라는 점이 알려졌다. 반면에 왼손잡이 사람들 중에는 우뇌가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사람도 많고, 양쪽 뇌가 골고루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사람들도 있음이 밝혀졌다. 대부분의 복잡한 인지적 능력이나 행위는 좌뇌와 우뇌에 고루 퍼져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최근에 한 심리학자는 창의성이 발휘될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을 분석한 67개의 연구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에, 창의성은 우뇌만의 기능이 결코 아니고, 뇌의 한 영역에 국한된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숱한 연구들은 좌뇌와 우뇌의 구분이 그럴듯한 신화에 불과한 것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좌뇌와 우뇌의 차이 중 하나는, 사물을 인식할 때 좌뇌는 개별 사물이나 작은 디테일에 주목함에 반해서, 우뇌는 전체적인 큰 그림에 더 주목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좌뇌가 나무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뇌는 숲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창의적인 예술을 위해서는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속에서 개별의 의미를 파악하고, 개별이 더 두드러질 수 있는 전체를 그려보는 능력이 중요하며, 이것이 과학의 영역이건 예술의 영역이건 우리가 창의성이라고 부르는 역량의 핵심이다.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의 구분은 재미삼아 테스트를 하는 데에서 머물러야한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예술은 우뇌형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진정한 예술적 창의성의 발현에 저해가 될 것이다.



 
홍성욱 필자소개
홍성욱은 서울대 물리학과와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를 거쳐 토론토대학교 과학기술사철학과 조교수와 부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지식융합과 미래 과학기술사회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과학은 얼마나』등이 있다. comeniu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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