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아트마켓(이하 팸스)에서는 포커스 권역인 중동을 프리뷰에서부터, 포커스세션, 중동 쇼케이스까지 전방위적으로 노출시켰다. 혹자는 왜 갑자기 중동이냐고 하겠지만, ‘와이 낫’ 중동이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최근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며 정부가 경제교역을 확대하는 것은 정치적인 맥락이지만, 이제껏 공연예술의 국제교류가 유럽을 향해 60% 이상 되어왔고 중동은 고작 1~2%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것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중동 지역이 품고 있는 풍부한 문화자원과 최근의 변화들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번 팸스에는 이란, 오만, 카타르,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모로코의 문화계 인사들이 초청되었다.

2016 서울아트마켓 포커스세션 2016 서울아트마켓 포커스세션

이란의 오늘 – 연중 끊이지 않는 축제의 나라!

중동 포커스의 메인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이란에서는, 문화부 산하기관인 ‘드라마틱 아츠센터(Dramatic Art Center of Iran)’의 메르다드 마크수스(Mehrdad Rayani-Makhsous)와 세이디 아자디(Saeed Asadi) ‘파지르 국제연극제(Fadjr International Theater Festival)’ 예술감독이 초청되었다. 전자는 공연예술을 총괄하는 정부 기관으로 모든 국내외 공연은 이곳에서 공연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페르시아 문명의 발상지인 이란은 인형극, 전통극, 어린이극 등 여러 축제가 연중 벌어지는데 그 수가 수십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에서 제일 크고 대표적인 축제가 1979년 이란 혁명을 기념해 만들어진 ‘파지르 국제연극제’이다. 매년 1월에 2주 정도 열리는데, 공식 초청작과 자유 참가작, 그리고 젊은 연극인들을 소개하는 무대 등 그 규모가 상당하다. 해외 초청극은 주로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새로운 형식에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축제 측에서 한국 연극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므로, 국내 연극인들이 관심을 두고 시도해 볼 만 할 것 같다. 이들에겐 이미 ‘대장금’ ‘주몽’ 등의 한국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어서, 한국 문화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정동극장이 제작한 ‘바실라’가 기립 박수를 받으며 성황리에 끝난 것도 좋은 예이다. 다만 아직도 남녀 간의 스킨십이나 여자 배우의 노출 등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레퍼토리 선정에 신경을 써야 할 듯싶다.

이집트의 오늘 - 컨템퍼러리 씬

이집트에서는 독립 예술가들이 모인 ‘타마시 퍼포밍 아츠 콜렉티브(Tamasi Performing Arts Collective)’의 아마니 아부제드(Amany Abouzeid)와 ‘다운타운 컨템퍼러리 페스티벌(Downtown Contemporary Arts Festival)’의 예술감독인 아흐메드 엘 아딸(Ahmed El Attar)이 참가했다. 이집트는 예로부터 중동 현대연극의 중심이었던 만큼, 동시대 예술을 아직도 선도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들은 6개의 축제와 2개의 비엔날레 행사를 치르며, 정치활동의 연장 선상에서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중동’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다음 날 본 이집트의 쇼케이스 <On the Importance of Being Arab>도 그 선상에서 읽혀졌다. 이 공연은 시작 전부터 관객이 꽉 찼는데, 이는 쉽게 볼 수 없는 중동 공연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였다. 배우이자 연출이며 예술감독인 아흐메드는 조그마한 무대 한 중앙에 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2011년 ‘재스민 혁명’ 당시의 통화내용을 격앙된 목소리로 읽어나갔다. 뒤에 깔린 음악은 아름답기도 하고 황홀하기도 하고 때론 시끄럽게도 들렸다. 그만큼 아직은 뭔가 혼란스럽고 두렵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양정웅, 김낙형 연출 등이 수상한 카이로국제연극제를 상기한다면, 그들의 연극은 오래전부터 열려있었고 국제적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포커스세션에서 발제중인 아마니 아부제드(Amany Abouzeid) 포커스세션에서 발제중인 아마니 아부제드(Amany Abouzeid)

카타르와 오만의 거대한 문화예술 인프라

그다음은 카타르의 카타라 컬쳐 빌리지(KATARA Cultural Village)와 오만의 로얄 오페라 하우스(Royal Opera House)를 소개하는 순서가 있었다. 2010년에 개관한 문화지구인 카타라 컬쳐 빌리지는 그 규모가 엄청났다. 하지만 내 눈엔 아름다운 바닷가와 수많은 식당가만 눈에 띄었다. 오만 역시 2011년에 개관한 중동에서 가장 큰 로얄 오페라 하우스를 소개하면서, 그들도 한국처럼 반도라며 한국과의 유사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베두인족의 음악을 들려주며, 한국의 음악과 공연을 더 많이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 이미 ‘광대’의 공연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춘향’ 등이 오만에 소개되었다. 이들이 가진 음악적인 전통과 힘을 생각한다면, 오만에서 더 다양한 한국의 전통 음악이 소개되어 국제협력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부다비와 테크놀로지

아랍에미리트(UAE)는 흔히 우리가 만수르 왕자를 통해 알고 있는 중동의 대표적인 부국이기도 하다. 이들은 2030년까지 관광과 문화를 결합한 모던한 아부다비 건설에 힘을 쏟는다고 한다. 그 한쪽에는 컨템퍼러리 씬이 자리 잡고 있어서 ‘리미니 프로토콜’의 공연이 올라가기도 한단다. 발제한 란다 헤이다(Randa Haida) 아부다비문화관광청 문화부 프로그래밍팀 부장의 말처럼 그들의 현재는 많은 결들이 겹겹이 얽혀 있어서 다가가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아부다비에서 공연을 하고 온 ‘태싯그룹’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진지하고 아카데믹한 관객의 환호와 극진한 환대를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새로운 공연 기회를 찾는 이들이 도전해 볼 만한 곳이다.

모로코의 월드뮤직

마지막으로 모로코 히바 재단(HIBA Foundation)에서 온 자말 압데나사르(Jamal Abdennassar)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히바 재단은 국왕이 만든 것인데, 지금은 기업 스폰서를 통해 공연들을 올린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중동과 아프리카 월드뮤직을 소개하는 음악 마켓 ‘비자 포 뮤직(Visa for music)’이 있다. 이것은 2014년에 시작되었으며 아프리카의 4번째 음악 플랫폼이다. 그 규모가 꽤 컸고 그들의 네트워크는 유럽에도 잘 이어져 있었다. 신청서와 CD를 보내면 심사를 통해서 약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는다고 한다. 그들의 또 다른 사업은 2012년에 시작한 ‘마라케시비엔날레(Marrakech biennale)’가 있는데 전 장르를 아우르며, 규모도 상당하다. 시디 라르비의 현대무용이나 캐나다 서커스 등 다양한 컨템퍼러리 공연과 비디오 아트 등의 섹션이 눈에 띄었다.

포커스세션의 발제자들 포커스세션의 발제자들 중동 공연 경험담을 나누고 있는 태싯그룹 중동 공연 경험담을 나누고 있는 태싯그룹

그대 새까만 눈동자에

이렇듯 중동의 공연예술은 나라마다 다르고 장르마다 달라서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양탄자처럼 아름답고도 복잡하다. 하지만 5일간의 서울아트마켓 기간 동안 그들과 마주치며 느낀 것은 따뜻함이었다. 과묵하고 새까만 눈동자가 다가가기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면 환하게 오래도록 웃는다. 중동과의 교류가 아직은 낯설고 아득하지만, 먼저 시도하여 새로운 교류의 물꼬를 트기 바라며 글을 맺는다.

  • 성무량
  • 필자소개

    성무량은 2005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팀장으로 시작하여, 대전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국제공동제작과 지역공연예술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향후 공연예술 환경에 일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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