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자본시장법에 새로운 금융업이 추가되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명칭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이 바로 그것이다. 기업 자금조달은 자금조달 형태에 따라 직접금융과 간접금융으로 나눠진다. 기업이 직접 증권(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직접금융 방식이라 하고,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대출 등)하는 것을 간접금융이라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업 회사채 발행 규모가 5조3천억 원으로 전월 대비 약 68%가 증가하였는데, 이는 금리인상 등을 앞두고 기업들이 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해 발행을 늘린 것이라고 한다. 작년 비슷한 시기, 대우조선은 유동성 위기설로 인해 채권단의 상환압력이 높아지자 회사채 발행 규모를 늘린 바 있다.

기업은 외부 자금 조달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하여 직접금융과 간접금융을 적정하게 활용하여 자금계획을 수립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 및 창작자들의 경우에는 기업 규모, 신용도 확인 및 사업성 검토 등에 있어 적절한 평가모형(방법)이 부재하여 직접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구글은 ‘구글 아트 프로젝트(Google Art Project)’를 통해 전 세계의 걸작을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2월 기업 회사채 발행 규모가 전월 대비 약 68% 증가하였다

이러한 중소기업 및 창작자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하고자 도입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일반 기업이 본인의 시장 신뢰, 프로젝트 가능성 등을 기반으로 연간 약 7억 원까지 온라인에서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제도로써 새로운 직접금융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스타트업을 비롯한 문화콘텐츠 관련 기업이나 프로젝트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제작을 진행하는 사례가 다수 나오고 있다.

올해 초연 제작된 뮤지컬 <미드나잇>의 제작사 모먼트메이커㈜는 작년 11월에 설립된 신생 제작사로, 작품에 필요한 제작비 일부를 채권(무보증공모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였다. 해당 채권에 투자한 채권자들과 해당 공연의 수익을 나눌 수 있는 형태로 자금을 모집하였고, 결과적으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현재 국내 공연 자금조달 시장을 보면, 공연시장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거나, 예술산업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자금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많이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직접 자금조달 방식을 공연 기획사 또는 창작자들이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펀딩에 소용되는 시간을 줄이고 오히려 해당 작품의 기획과 제작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고대 로마 도시를 가상현실(VR)을 통해 구경할 수 있게 한 애플리케이션 ‘고대 로마(Ancient Rome)’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집한
<미드나잇>
한 관객이 미국 디트로이트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Detroit Institute of Arts)에서 증강현실(AR)기술을 이용하여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 뮤지컬 <캣츠>는 5억 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했다

한편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뮤지컬 <캣츠>가 국내 공연을 앞두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여 519명의 투자자를 모집하였다. 공연 매출에 따라 이익을 배당하는 형태의 5억 원 규모의 채권이었다.

최근 저금리 기조 속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투자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해당 분야에 정통한 경우가 아니라면 해당 콘텐츠가 얼마나 유명하고, 어떤 성과가 예측되는지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몇 가지 설명만으로도 그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쉽게 공감하는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결국 예술기업이 직접 투자자, 팬들과 만나는 과정이자 공간이다. 펀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업과 프로젝트가 다듬어 지고, 발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창작자의 기획 의도와 사업 방향 등 여러 가지 내용을 공개하고, 투자자, 팬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펀딩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떤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되었고, 유명 증권사가 발행하는 보고서보다 더 깊은 지식을 보여주는 인터넷 논객들을 만나는 것이 더 이상 이상한 일도 아닌 세상이다.

제작자, 창작자의 끊임 없는 고민. 제작비. ‘세상에 내가 하는 일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이라도 있다’라는 가설에 동의하는 경영자, 창작자라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통해 직접금융을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연예술 관련 기관들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갖는 효용성에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지금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지원정책들이 있지만, 결국 평가를 통해서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결국 평가기관이나 담당자의 주관이 개입되므로 당초 해당 제도의 취지와 어긋난 점이 많아 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

해당 기업 및 프로젝트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집단지성이 정상적인 방식으로 발현되어, 자금조달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한해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공연 제작 환경도 그만큼 나아질 것이다.

*본 칼럼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 윤성욱
  • 필자소개

    윤성욱은 한양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영화, 공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관련 자금조달 경험이 있다. 최근까지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콘텐츠 금융 관련 상품개발, 투자업무 등을 진행하다, 작년부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전문 기관인 와디즈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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