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일자리’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리고 이 단어들은 안타깝게도 더이상 희망적인 단어가 아닌 청년 문제, 일자리 문제로 이어져 현 시대에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 수많은 정책과 대규모의 예산을 풀어 해결해 보려고 하지만 여전히 청년들이 체감하는 일자리는 불만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의 현장 상황은 어떠한가. 매해 쏟아지듯 사회로 내몰리는 예술전공 졸업생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청년예술가들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나의 업무 특성상 많은 청년예술가들을 만나고 또 그들이 어떻게 활동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볼 기회가 자주 있는데 이들의 삶은 매우 비슷하다. 대학에서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자신의 전공을 갈고 닦으며 피눈물로 몸과 영혼을 단련시켰지만 우리사회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고, 문화의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회에서는 음지로 내몰려 예술적 혼을 펼쳐볼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현실 앞에 직면하게 된다. 학창시절에는 당연히 졸업 후 예술가로 살아갈 줄 알았던 터라 취업이나 다른 진로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고 점차적으로 생계를 고민하게 되면서 예술을 포기하거나 다른 일과 병행하며 힘겹게 자신의 예술활동을 유지해 가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예술가들은 돈보다 예술적 가치에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으며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조금 더 진취적인 청년들은 자신의 예술영역을 다른 영역과 결합해 보기도 하고, 생각을 더 키워 다양한 예술의 형태로 바꿔가며 그 활동 반경을 넓혀 가기도 한다. 그래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리사회 곳곳에서 이들의 예술활동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숭고한 예술을 다루는 예술가라 할지라도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에 결과물이 아닌 생계를 위한 충분한 보상도 필요하다. 기본적인 삶이 무너지면 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러한 실상 속에서 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기 보다는 예술가들의 가혹한 현실은 이런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경우를 볼 때마다 매우 안타까웠다.

다행히 근래에 들어서는 청년들과 창업을 위한 정책들이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으며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지원 사업들도 많이 등장하였다. 이로 인해 예술분야의 공연, 전시, 작품제작 등 창작 및 작품 활동의 기회가 늘어났고 다양한 융합예술의 시도로 인한 새로운 예술시장도 개척되고 있다. 이러한 지원으로 청년예술가들은 활동지원금 뿐만 아니라 교육과 컨설팅 등 다양한 직· 간접적 도움을 통해 직업적 예술가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청년예술인력양성 및 창작활성화 2017 예컨대 프로젝트 쇼케이스 모습 청년예술가 창업지원사업 예컨대 프로젝트 쇼케이스 모습

앞으로도 청년 문화예술 인력에 대한 이러한 정책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업의 양적인 확대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지 등 질적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관리와 점검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러한 지원제도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지원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 대한 입장과 이해가 부족해 정책을 위한 정책에 그치고 만다는 지적에서부터, 단발적인 금액지원에 그치는 정책이 많으며 그마저도 기존의 예술가 또는 경력이 화려하고 인정받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지원이 집중되고 있어 신진예술가 또는 경험이 부족한 청년예술가들은 그 기회조차 얻기가 어렵다는 지적, 예술가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존중해주기보다 결과물에 치중한 나머지 자율성을 구속하고 예술가들의 생각과 사상을 제한한다는 지적 등 여전히 예술현장과 지원정책 사이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정책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예술가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지원정책을 통해 기본자금을 마련하고, 여러 교육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활발한 네트워킹을 시도하며 기관과 기업을 통해 작품을 유통시키거나 재지원을 받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현재의 지원정책이 분명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예술가로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기회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정책과 예술가들의 노력을 통해서 이 간극은 충분히 줄여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가들은 지원정책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면서도 지원정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예술 외적 부분에 대한 자기계발, 지속적인 예술활동을 위한 시장경제에 대한 분석과 이해, 작품의 유통과 경영계획 등에 대한 부분까지도 구체적으로 공부하고 도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맞게 시야를 넓히고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예술에의 시도를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경쟁력을 갖춘 예술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정책들을 잘 활용한다면 청년예술가들의 예술활동이 보다 효과적인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2017 예’S 아카데미 교육 모습 청년창업교육 예‘S 아카데미 모습

정부는 정책 수립 단계부터 학교와 기관, 예술단체 및 전문예술가 등 다양한 예술분야의 모니터링과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지속적인 지원대상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지원정책의 결과를 숫자나 금액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내에서 청년예술가들이 얼마만큼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그들의 예술행위가 시대와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도 함께 평가되어 장기적인 정책 투자로 이어진다면 더 의미있고 성공적인 지원정책으로 환영받을 수 있지 않을까.

*본 칼럼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 마진욱
  • 필자소개

    마진욱은 문화예술 관련 기관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2014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청년예술가 일자리지원센터 팀장으로 근무하며 청년예술가들의 창업 및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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