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사한 음악관련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700여 명 중 80%가 ‘음반을 구입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으면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멜론이 58.5%로 가장 많았고, 유튜브가 35.8%로 뒤를 이은 것이다. 유튜브가 런칭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는 한 달에 7,900원만 지불하면 광고 없이 백그라운드 영상 재생이나 유튜브 뮤직을 통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음원 서비스 플랫폼이 아닌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게 되는 이변이 생겨난 것이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음악 감상자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감상하는 예술에서 구독하는 예술로, 아티스트의 작업 공간은 스튜디오에서 채널로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예술가들이 크리에이티브를 나눌 수 있는 온라인 공유 공간을 만들고, 대중들이 예술가들의 진정성과 노력에 공감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한 이들을 취재하였다.

음악인 콘텐츠 만드는 음대생들: 또모(TOWMOO)


또모(TOWMOO)의 소개를 부탁한다.
백승준 대표(이하 백승준): 또모는 ‘또래모임’의 줄임말로 2018년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는데, 유튜브에 지금까지 75여 편의 동영상을 올려 조회 수 총 3,700만여 회, 구독자 수 30만 여명을 기록하고 있다. ‘음대생들’, ‘연주자들’, 그리고 런칭 예정 중인 ‘꿈나무들’ 컨셉으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클래식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작하여 매주 1~2개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대표 영상은 ‘피아노 전공생은 얼마나 어려운 곡까지 쳐봤을까’ 편으로, 조회 수 462만회를 기록 중이다.

황예은 팀장(이하 황예은): 현재 두 명의 운영진, 7명의 고정 출연자들과 1명의 스태프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영상에 담길 기획을 운영진이 먼저 해놓고 연주자들을 구하거나 함께하는 7명의 아티스트들에게 레퍼토리를 제안하여 기획의도와 가장 잘 맞는 연주자를 선별하여 영상촬영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시작은 영상 제작이었으나 오프라인 공연과 광고 등의 기회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세종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둥지를 틀고 공연기획, 광고대행, 매니지먼트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모 유튜브 채널 중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 출처: 또모 유튜브 채널 또모 유튜브 채널 중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
출처: 또모 유튜브 채널

어떤 계기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나?
백승준: 피아노 전공으로 입시를 준비하며 재수를 하게 되었는데 같은 연습실에 있던 친구와 함께 재미삼아 영상 작업을 구상했었다. 대중음악이나 대중문화예술을 다루는 유튜버는 많이 있었던 반면, 클래식 쪽은 소위 고리타분하고 형식적인 영상들이 대부분이었고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에서도 클래식 관련 방송은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예능과 클래식을 조합한다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음대 입시 관련 영상을 주로 올렸었고 세종대 음대에 합격해 재학하면서 2019년 1년 동안 대학생활과 함께 본격적으로 영상을 작업을 시작했다. 예종이나 예고 출신이 아니었고, 고등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해외 체류 경험으로 인해 언어의 장벽이 낮다보니 해외의 다양한 영상들을 접했다. 재수할 때는 영상 제작 관련 공부에 하루 중 거의 8시간씩을 할애하기도 했다. 영상 제작과 편집에 대한 프로세스와 기술들을 어느 정도 익히고 나니 영상 제작에 자신감이 생겼고 현재까지도 모든 영상 촬영과 편집을 거의 혼자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촬영 현장 모습 출처: 또모 인스타그램 유튜브 영상 촬영 현장 모습 출처: 또모 인스타그램
유튜브 영상 촬영 현장 모습
출처: 또모 인스타그램

채널 개설 1년 만에 국내 순수예술 미디어채널 중에 유례없는 30만 명이라는 엄청난 구독자가 생겼다. 노하우가 궁금하다.
백승준: 크게 네 가지 정도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자막’인데, 영상에 꼭 자막을 단다. 왜냐하면 입시 준비생들은 연습실에서 연습하면서 음소거 후 예능 영상을 틀어놓고 연습하곤 한다. ‘부분연습’이라고 기계적으로 반복적인 연습해야하는 영역들이 있는데, 반복연습 과정이 고되기도 하고 쉬어야할 때에도 연습실에서 쉬어야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기 때문에 그걸 해소하는 차원에서 영상을 보며 연습도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무음이지만 내용을 봐야하니 자막이 있는 영상을 주로 찾게되었고, 그런 요소들을 우리 영상에도 반영했다. 자막작업은 백승준 대표와 또 다른 스태프가 함께 작업하는데, 소위 말하는 ‘드립’이나 재밌는 요소를 가미해야 할 때 가장 많이 고심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두 번째는 ‘썸네일과 제목’이다. 보통 영상이 궁금해서 눌러본다고 생각하면서 썸네일과 제목에 영상 내용을 모두 써버리는 실수들을 한다. 그런데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라도 영상의 내용을 함축하고 요약하는 형태의 제목은 금물이다. 세 번째는 ‘촬영 기법과 장비’이다. 카메라는 4K까지 담아낼 수 있는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다. 촬영 기법도 로그촬영 등 다양하고 새로운 기법들을 공부해서 영상에 담아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항상 ‘재미’를 추구한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고상하고 우아한 걸 떠올리기 쉽지만, 편안함과 재미를 1순위로 두고 작업하고 있다. 사실상 이것이 또모 채널의 가장 큰 성공요인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진지하고 무겁게 우리의 삶과 음악을 소개해왔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고 나는 힘을 빼고 영상을 통해 풀어낸 것 뿐이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대중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다가왔다.

영상 제작 외에 장기적으로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
황예은: 클래식 공연 문화가 불친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곡에 대한 설명이나 곡 선정이 대중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많은 아티스트들이 기획사 안에서 소모적으로 소비되다가 인기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클래식계에서 도태된다. 우리는 음악가들이 오랫동안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영상촬영을 비롯한 소규모 콘서트 음원녹음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절실한 목표이기도 하다.

백승준: 클래식 전공생들은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을 해야만 정식 데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기획사에도 들어갈 수 있다. 사실상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지 못하면 다른 발전가능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외되는 아티스트들이 많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생태계는 클래식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이기도하다. 최종적으로 클래식계의 생태계를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새로 조성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또모의 황예은 팀장(좌)과 백승준 대표(우) 또모의 황예은 팀장(좌)과 백승준 대표(우)

너와 나, 우리를 잇는 문화예술의 다리: 널 위한 문화예술


‘널 위한 문화예술’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회사인가?
오대우 대표(이하 오대우): 미디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인 메디아티에서 시드투자를 받아 2018년 5월 창업하였다. 문화예술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 재산권) 사업을 시작으로 디자인과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과 스토리텔링 콘텐츠 등을 개발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재미는 문화예술에서 나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다’를 모토로 만든 유튜브 채널 ‘널 위한 문화예술’은 2030세대 문화예술 애호가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작품이나 전시를 기존의 작가나 작품을 위주로 소개하는 방식이 아닌 콘텍스트 중심의 영상들을 제작하고 있다. 주 2회 정도 업로드하고 있으며 현재 150개 영상과 8만 5천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영상은 ‘우리가 몰랐던 굴림체에 숨겨진 비밀??’(33만회)과 ‘바스키아의 작품 속엔 왜 왕관이 많이 있을까?’(15만회) 등이 있다.

널 위한 문화예술 유튜브 채널 중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 널 위한 문화예술 유튜브 채널 중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
널 위한 문화예술 유튜브 채널 중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
출처: 널 위한 문화예술 유튜브 채널

유튜브 채널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것 같다. 주력사업이 궁금하다.
오대우: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소개하는 곳들이 많지만 국내 시장을 고려했을 때 아직은 ‘신뢰 자본’을 쌓아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콘텐츠 스타트업, 미디어 스타트업, 브랜드 스타트업‘이 구분 없이 혼재되어 있는 것 같다.

주요 비즈니스로는 IP연계 사업, 오프라인, 온라인 미디어 사업을 큰 축으로 운영하고 있다. IP 사업은 아티스트들의 콘텐츠에 지적재산권을 부여하고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가공해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또한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페이지,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1boon 등의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며 사업모델을 기존의 B2B 위주에서 B2C로도 확장하고 있다. 널 위한 문화예술의 온라인 팬덤을 오프라인 커뮤니티로 확장하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오프라인 콘텐츠인 ‘애프터뮤지엄’과 ‘오프더레코드’를 운영하고 있다. 애프터뮤지엄은 함께 전시를 관람한 후 전시작가나 도슨트를 초청하여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고 ‘오프더레코드’는 ‘널 위한 문화예술’이 만든 온라인 콘텐츠를 보고 제작자와 구독자가 모여 영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널 위한 문화예술의 오프라인 모임 ‘오프더레코드’ 제공: 널 위한 문화예술 널 위한 문화예술의 오프라인 모임 ‘오프더레코드’ 제공: 널 위한 문화예술
널 위한 문화예술의 오프라인 모임 ‘오프더레코드’
제공: 널 위한 문화예술

영상 제작 외에 유튜브 채널을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해 주목하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
오대우: 유튜브는 독자분석을 위한 지표가 다른 플랫폼에 비해 가장 보기 좋게 되어있는데, 우리는 그중 끝까지 영상을 집중해서 봤는지를 체크할 수 있는 ‘시청지속시간’을 분석하고 있다. 보통 타 채널의 시청지속시간이 30% 정도인데 반해 우리 영상들은 50~60%까지로 수치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작가나 그림 중심의 정보전달 방식을 탈피하고 구독자의 심리를 반영한 크리에이터 중심의 구성이 우리 채널만의 강점이라고 판단하였다. 플롯이나 스토리텔링, 인트로 삽입 여부, 자막길이, 디자인 등을 고려해 꾸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획 회의를 할 때에도 주제와 썸네일에 관한 고민보다 최종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고자하는 ‘마지막 문장’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는 편이다. 예전엔 팩트를 정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했지만, 요즘은 팩트를 바라보는 맥락이 중요하다는 말에 구독자들도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콘텐츠 기획·제작 외에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소개 해달라.
오대우: 문화예술과 구독자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 아직 사람들은 전시회를 관람하고 문화생활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사업기간이 짧다보니 아직 시장에서 벌일 수 있는 일들의 백분의 일도 수행하지 못했지만, 사업 확장 면에서는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구독(subscribe)과 멤버십(membership) 서비스를 도입하여 문화예술과 구독자간의 경계를 허물어보고 싶다. 현재는 타깃으로 2030세대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4050세대나 10대를 대상으로 세대층을 확장해보고자 한다. 그 외에는 기타 문화예술 장르간의 결합과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널 위한 문화예술의 오대우 대표 널 위한 문화예술의 오대우 대표

지명도 낮은 신진 아티스트들이 설 무대와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국내 공연예술 시장에서 전공과 관련한 예술콘텐츠 관련 유튜브 채널운영을 통해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으며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사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성공사례를 통해, 광활한 미디어 영역 안에서 예술가와 크리에이터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문화예술 콘텐츠의 새로운 ‘판’을 제공하는 미디어와 예술의 연대에 관객과 구독자들은 ‘좋아요’와 ‘구독’ 클릭으로 환호하고 있다.

  • 조인선
  • 필자소개

    전통예술 디렉터 조인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아쟁을 전공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국내 최초 전통예술플랫폼 모던.한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은 진화 중’이라는 슬로건으로 한국의 다양한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현재 웹진≪예술경영≫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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