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방구석 1열 공연 관람의 시대


코로나19의 여파로 상반기 공연 무대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많은 공연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다. 공연장이 정상화되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와중에 비대면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영상화가 이슈로 부상했다. 현재까지 온라인 공연 영상은 국공립 공연장 위주로 유튜브나 네이버TV와 같은 영상 플랫폼을 통해 상영하고 있다. 국공립 공연장의 경우 기존 지원사업을 영상 제작·유통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공연 단체의 공연 영상 제작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기록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영상들을 플랫폼에 오픈하기도 한다.

온라인 영상 서비스가 활성화되자 공연계 내에서는 온라인 공연이 코로나19로 극장을 찾기 어려운 관객의 문화예술 ‘향유’ 차원에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일수는 있으나, 공연의 취소와 연기로 생계 자체가 위태로워진 공연예술계 종사자들을 위한 구제책,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공연의 영상 수요가 급부상한 지금은 영상 기획·제작과 더불어 온라인 플랫폼과 유통망 구성, 저작권 문제까지 공연예술의 영상화와 관련한 여러 이슈를 점검하고 폭넓게 짚어볼 만한 시점이기도 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 4월, 공연 산업 종사자들과 공연예술 분야 온라인 영상 사업화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자리에는 HJ컬쳐 한승원 대표를 비롯해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네이버 공연&그라폴리오 함성민 리더, 예술의전당 영상문화부 김미희 부장과 신태연 대리, 서울시립교향악단 강은경 대표, 홍보마케팅 회사 랑의 안영수 대표가 참여했다. 해당 자리에서는 늘어난 온라인 공연 영상 공급·수요 현황과 유통 방안을 살펴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온라인 영상화 사업의 안착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온라인 영상과 오프라인 무대, 상호 보완을 위한 분리는 필수

우선, 유료화를 포함해 온라인 영상과 오프라인 무대의 상호보완을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함성민 리더는 코로나19 사태에 접어들면서 공공기관의 기획 작품의 영상 상영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는다고 운을 떼며, “다만 우리는 예술의전당 ‘SAC ON SCREEN’처럼 촬영·편집 퀄리티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기보다는, 대중에게 하이라이트 영상이나 프레스콜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영상 시청자가 공연장에 직접 가서 공연을 보도록 유도한다는 콘셉트로 진행 중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료화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영상 제공이 이전처럼 홍보 마케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온-오프라인의 상호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안영수 대표는 공연 시장 저변을 넓히고 수익 창구를 개발하는 차원에서라도 온라인 시장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하면서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위한 단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조직도<br>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코로나19로 인해 네이버TV로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한 공연들
출처: 세종문화회관 블로그

영상화에 따른 장르별 이슈와 비용의 문제

공연예술 작품을 영상으로 만들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장르별 차이와 비용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한승원 대표는 온·오프라인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창작 콘텐츠가 풍족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양질의 콘텐츠가 축적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는 말이다. 장르별 환경의 차이는 저작권 문제와도 직결된다. 장르별 영상화 작업에 대한 패널들의 발언들을 종합하면, 클래식 공연의 영상화 작업은 오케스트라가 가지는 노동 집약적 특성상 단원들의 저작인접권 등 많은 제약이 있다고 한다. 또한 창작뮤지컬이나 중소형 공연의 경우 온라인 스트리밍이 가능하겠지만, 그 외에 원천콘텐츠가 있거나 라이센스 공연의 경우에는 영상 작업 도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유료화 문제 역시 관객들의 심리적 부담을 넘어서야 한다는 커다란 과제가 있다. 지혜원 교수는 “The Met: Live in HD’이나 영국의 NT LIVE와 같은 해외 모델을 국내에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렵다.” 고 잘라 말했다. 국내 공연 시장은 국공립·비영리 단체들이 다수이고 민간 상업 비즈니스로 옮겨가기에는 플랫폼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수한 상황이라고는 해도 지금과 같이 무료로 영상을 보던 관객은 영상이 유료화될 경우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우려가 있다.”라고 내다봤다.

국립현대미술관 조직도<br>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유투브로 한시적 스트리밍 중인 예술의전당 ‘SAC ON SCREEN’
출처: 예술의전당 블로그

롱런을 위해선 초기 공적·인적 지원 필요

공연예술의 영상화는 코로나19라는 재난으로 인해 이슈가 달아오르긴 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거나 마무리를 지을 사안은 아니다. ‘SAC ON SCREEN’을 운영하는 예술의전당 김미희 부장과 신태연 대리는 영상화 사업이 한두 해 정도의 투자로 자리 잡을 만한 일이 아니며, 긴 호흡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수준 높은 결과물을 위해서는 현장 인력에 대한 지원과 장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어 초기에는 영상 기술자와 창작자 간의 협업 경험이 쌓여야 하며, 이를 위한 R&D나 교육 사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프라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살아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모든 이동과 소비가 제한된 시기에도 공연을 지속했던 정황은 어떠했을까? 온라인 영상화에 대해 활발한 의견을 개진했던 한승원 대표를 만나, 현재의 공연 제작사, 기획사, 공연장의 현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현재 HJ컬쳐에서는 <라흐마니노프>를 공연 중이다. 다만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시기에는 공연을 중단했었고, 이후에도 예정된 공연들을 중단했다고 알고 있는데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다.

2020년, 어린이 뮤지컬과 라흐마니노프 등 4개의 공연을 기획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다수의 관객이 영유아인 어린이 뮤지컬의 특성상 지방 투어 일정까지 모두 잠정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 방침에 의존해 예정된 공연을 무작정 취소하는 것은 제작자 입장에서 일종의 직무유기가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생활 방역 등 정부의 지침이 나왔으니 권유대로 취소나 하반기로 연기하는 것이 심적으로 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공연에 얽힌 배우, 스태프, 투자자 등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공연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우려와는 달리 3월부터 진행된 국내 공연 중 관객을 비롯한 출연진이나 스태프들 중,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아 K-방역의 성공 사례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로 공연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방역에 대한 대비를 했는지 궁금하다.

아직까지 코로나19가 완전한 종식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언급 자체가 매우 조심스러운 단계라는 걸 먼저 이야기해둬야겠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문진표를 만들어 공연 팀의 상태를 매일매일 체크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연 이후 뒤풀이나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는 등 배우나 스태프 간의 감염 방지를 위해 철저한 위생 관리를 진행했다. 또한 배우들과 공연장의 필수 인력들을 제외하고는 공연장 접근을 최소화하고 있다. 대표인 나도 공연장에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 관객들 역시 공연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연장 안팎에서 함성을 자제하거나 티켓 수령 시 1미터 간격을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문진표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여 공연장에서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비장하고 치열하게 보일 정도로 배우와 관객 모두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공연예술계 관련 종사자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예술가들과 관객 간의 유대가 한층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여러 방안을 시행하고 있는 공연장들 출처: 인터파크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여러 방안을 시행하고 있는 공연장들 출처: 인터파크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여러 방안을 시행하고 있는 공연장들
출처: 인터파크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업계가 예술과 관광업계인 것 같다. 관광업계의 경우 숙박 취소 데이터나, 항공권 예약 상황 등을 통해 피해 규모를 추정한다. 그런데 공연시장은 정확한 피해 규모 예측이 힘든 것 같다. 현장에서 느끼는 피해 상황은 어떠한가?

사실상 현재는 정확한 피해 규모 산출 자체가 어렵다. 공연 규모, 장르, 제작 형태별로 피해 규모가 너무 다르고, 코로나19 유행 이후 2~3개월 정도면 종식될거라는 기대 속에 공연을 연기하거나 정부의 긴급 자금 대출로 사실상 지금 모두가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집계 자체로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의 종식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자체와 관련 기관에서 피해 사례 접수 및 공연예술통합전산망 등을 통해 피해 상황에 대한 데이터들을 확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공연이나 협회,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공연의 경우 통계에 누락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규모 산출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비대면 문화 확산 속에서 공연 콘텐츠의 ‘영상화’, ‘온라인 유통’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제작사 입장에서 공연예술계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이 공연계에는 영상화라는 프레임으로 다가온 거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롭게 공연장에 가서 공연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공연 영상화를 두고 예술기관들이 앞장서서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교감하는 현장감과 감동을 과연 영상을 통해서 얼마나 섬세하게 구현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금은 오히려 여러 가지 대안들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공연 영상화는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상 무료 제공에 가까운 현재의 공연 영상 제공 방식은 향후 수익 구조와도 직결되는 문제고, 공연 영상을 전문적으로 중계하는 온라인 플랫폼 개발이나 안정적인 송출 서비스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공연 영상화만이 위기의 공연예술계에 해결책이 되어 너도나도 영상화에 집중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발상인 듯하다. 여러 니즈를 바탕으로 아티스트들의 환경과 자원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 공연장과 제작사, 예술가 우리 모두에게 놓인 숙제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민감하게 인지하고, 거기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모두 쏟아 붓고 있는 느낌이다. 정부와 지원기관의 대응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지금은 비상시국인데, 모든 지원방식이 평상시와 다름없다고 느낀다. 현장 전문가들, 현장 소통 기구들이 참여하는 특단의 TF가 만들어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장은 전시상황과 다름없다고 느끼는데 각 기관은 현장의 위기감을 인지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짚어보자면 정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에 도달하게 된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있다. 전체적인 의견을 조율해줬으면 좋겠다. 현장의 혼란이 지속되지 않게 해야 한다. 상반기에 취소된 공연을 하반기에 진행하면, 원래 있던 공연들은? 내년 예정 공연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2차는 더 어렵다는데 해도 되는 건가? 그런 고민들을 같이 해주기를 바란다.

  • 조인선
  • 필자소개

    전통예술 디렉터 조인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아쟁을 전공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국내 최초 전통예술플랫폼 모던.한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은 진화 중’이라는 슬로건으로 한국의 다양한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현재 웹진≪예술경영≫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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