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SNS에 고양이 사진을 올리면서 “랜선 집사님께 오늘도 인사를 어쩌고” 하는 글을 보았을 때, 처음에는 ‘랜서’, ‘레이샤’ 같은 이름의 축약어나 오타인 줄 알았다. ‘랜선’과 ‘집사’는 익히 아는 단어였지만, 그 조합이 낯설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 덕분에(?) 랜선(온라인) 라이브가 갑자기 대세가 되어버렸다. 다만 가고 싶은 대세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모두가 하는 혹은 해야 하는 것 같은 대세라는 게 사태의 실상이긴 하다.

지금까지 만나본 공연예술계 사람 중에 랜선 라이브를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또 정말 못할 짓이라는 반응까지는 아니다. 사실 달리 공연을 할 방법이 있지도 않다. 문제는 코로나가 2020년 7월 정도에 알아서 영원히 사라져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아니라도 사스, 메르스까지 함께 놓고 보면 결국 우리 앞에는 주기적인 팬데믹이 놓여 있다. '골치 아프지만 석 달만 눈 딱 감고 있자'라고 할 수도 없다. 영영 두 눈 감고 있을 수 없기에 공연예술과 온라인 이슈에 대해 짚어보기로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정용 대표는 대중음악 애호가들에게 꽤 알려진 ‘벨로주’라는 공연장의 경영자 겸 기획자다. 네이버에서 콘텐츠 파트를 총괄했고, 그곳을 나와서는 벨로주라는 공연장을 통해 뮤지션과 관객을 만난 지 10년이 넘었다. ‘홍대 라이브클럽데이’를 기획하고 있고, 음악방송 DJ, ‘DMZ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어쩌면 모든 형태의 음악 소비를 다 하는 특이한 케이스”라고 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야구) LG트윈스 팬인 그가 네이버에서 한국 최초로 야구 실시간 문자 중계 서비스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야구 생태계에 꽤 영향을 미친 변화의 포석을 놓은 사람인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네이버 온스테이지’도 박정용 대표가 처음 기획하고 이후 6년을 넘게 운영했다. 현장의 바이브가 충만한 공연예술과 함께, 음악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콘텐츠를 두루 섭렵하고 있는 사람인만큼 눈뜨고 마주해야 할 현재 상황에 대해 해줄 말이 꽤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처럼 (박정용 대표 본인도 뭇사람의 그런 기대를 의식했는지) 요즘 진행되는 소위 랜선 라이브에 대해 SNS에 단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생중계에 대한 고민’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본다.

코로나 사태로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변화가 빠른 현상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일 텐데도 인터뷰를 수락해주신 것에 감사한다. SNS 글에서도 해주신 얘기가 있으니, 바로 핵심 이슈에 대해 말해봤으면 한다. 주기적인 팬데믹을 전제할 때, 공연예술은 온라인으로 대체될까?

우선 여기에서 이야기할 무대 공연은 음악 공연을 중심으로 이해했으면 좋겠다. 물론 다른 장르의 공연도 영향을 받는 문제겠지만, 어쨌듯 내 의견의 핵심은 음악 공연이 중심이라는 것을 전제했으면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온라인 콘텐츠가 이미 대체재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슈가 아니더라도 음악가가 자신의 음악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이미 무대 공연보다는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으로 비중을 옮기고 있고, 그 비율이 더 커졌다는 건 사실이라고 본다. 물론 공연과 동영상 관람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지만, 질적 차이는 줄어들 거고 (무대 공연과 동영상 관람자의) 숫자 갭(Gap)은 점점 늘어날 거다. 음악가의 수입원이 디지털 음원으로 이전하면서 수익이 줄었고, 그 줄어든 수익을 공연으로 보전하던 시기가 지난 10여 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후 이젠 그게 동영상으로 이전하는 추세고 그 고민에 속도를 더한 것이지, 이 현상의 원인이 코로나 때문이라고 보면 시야가 협소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확히 무엇이 대체된다는 것인가? 어쨌든 무대 공연과 영상 시청은 질적으로 다르지 않나?

두 가지로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 젊은 세대는 무대 공연과 영상 시청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 것 같다. 중학교 2학년인 제 딸은 이미 대부분 음악, 아니 거의 모든 음악을 오직 유튜브로만 듣는다. 그리고 음악 라이브라고 했을 때도 공연이라는 형식을 떠올리지 않는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라이브를 담은 영상이나 뮤직비디오가 공연인 셈이다. 이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이미 학구적으로 분석하고 분류하며 체계화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정도로 너무 빨리 건너가 버렸다고 생각한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온라인 매체가 음악을 어떻게 매개하느냐, 대체재냐 아니냐, 생중계냐 녹화냐 같은 고민 이전에 유튜브나 영상을 곧 음악으로 인식하고 공연으로 받아들이는 세대가 훨씬 많아졌다. 이건 바람직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팩트다.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무대 공연의 질에 대한 대체가 아니라, 공연 관련 콘텐츠에 대한 물리적 시간의 소비를 가져간다는 측면에서 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음악 영상을 좋아하는데, 유튜브에는 내가 볼 수 있는 음악 영상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고, 새로 만들어진 것뿐 아니라, 레거시(Legacy), 레전드(Legend) 영상이 계속 나온다. 내가 공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욕구를 유튜브가 계속 소화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공연예술의 온라인화가 가속화되면, 무대예술의 기술과 접근도 발달하지만, 카메라 기법, 동영상 기술 등이 훨씬 더 빨리 발전할 것이라 본다. 그렇게 보면 점점 더 대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조금 더 추가 설명을 하면, 대체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고, 한 사람 안에서도 다양하다. 록 음악의 경우 많은 사람이 음압과 진동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록 음악 공연이 주는 그 경험은 사실 대체 불가능의 영역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클래식 마니아지만, 예를 들어 조성진의 공연은 예술의 전당에 가서 보는 것보다 온라인 생중계가 더 나은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큰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피아니스트의 손도 안 보이고, ‘저 사람이 조성진 맞아?’ 이러면서 보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에 진행한 조성진 온라인 생중계가 더 좋다고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인디 싱어송라이터의 경우 실제 공연장에서의 공연보다 오히려 온라인이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는 데 더 유리한 경우도 많다. 생중계를 하더라도 큰 화면보다 작은 스마트폰에서 본인이 가진 매력이 더 돋보이기도 한다. ‘세로 라이브’라는 포맷이 유행하고 반응을 얻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니까 온라인 공연 생중계의 퀄리티라는 게 소위 말하는 방구석 1열, 그러니까 실제 공연 현장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영상으로만 이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한 사람에게도 장르나 콘텐츠에 따라 대체되는 것과 아닌 것이 나뉘어 있다.

지금은 오프라인 공연을 할 수 없어서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상황이고, 결국 진짜 대체되느냐 아니냐는 결제 시스템을 포함한 시장의 형성 여부에 있다고 본다. SNS에 쓴 글에서도 시장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사람들이 음악 관련 온라인 매체에 돈을 쓴다면 무엇에 대한 지불이라 보는가? 이미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한 <네이버 온스테이지>도 그것 자체가 판매용 상품이라기보다는 광고 수익 플랫폼의 콘텐츠 확보나 VIVE 등의 음원 서비스와의 연결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EVO The Lift’, ‘Billboard Live Studio’, ‘KEXP’, ‘tiny desk’ 등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양질의 콘텐츠도 (광고 수익이 붙는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판매용 상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공연처럼 온라인 콘텐츠도 단일로 상품이 될까? 혹은 상품군의 연계 기획을 통한 시장이 될까?

많은 공연 단체와 공공기관이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입은 공연 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해 랜선 라이브를 기획한다고 하는데 정작 ‘시장’과는 거리가 먼 온라인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시장이라는 건 결국 공연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고 돈을 내고 그 경험을 사는 구매자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현재는 모두 무료 아닌가? 물론 더는 공연이 멈춰 있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은 공감하고, 워낙 긴급한 상황이니 긴급지원의 성격으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일회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용어를 좀 정확히 하면 ‘온라인 동영상 생중계’라기보다는 ‘공연예술의 온라인화’라는 말이 시장에 대한 논의에서 더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공연예술의 온라인화라고 했을 때는 아예 시장이 없다. 사실 관심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결제 시스템이 가능한 유료 플랫폼에 대한 자문 전화를 여러 군데서 받았다. 그때마다 비록 큰돈을 벌지는 못하겠지만 어려운 개발이 아니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면 이미 이 모든 시스템이 가능하고 구축되어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에서 했으면 좋겠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미 네이버 ‘V Live’는 몇 만 명이 동시접속해서 유료 결제를 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다 되어 있다. 거기에 댓글 등 관객 참여 기능을 문화예술 생태계에 좀 더 친화적인 방식으로 바꾸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플랫폼에서 생중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콘텐츠가 나올지 모르는 부분에 대해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동시접속자 숫자가 얼마 안 될 인디나 무용 같은 장르가 ROI(Return on Investment)가 안 나온다고 보는 것 같다. 운영비 대비 크게 돈이 될 수 없고, 그러니 이미 다 있는 기능을 안 쓸 뿐이다. 거기에다 문화재단이나 공연예술 단체들마저 네이버 등과 제휴하면서 시스템적으로 뭐가 필요한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네이버 메인에 무슨 페스티벌이 노출되어 몇 만 명을 찍었다” 이런 식의 홍보만 하는데, 조금 답답하다.

질문으로 돌아가서 ‘온스테이지’도 ‘tiny desk’도 돈 주고 보지 않을 텐데 소위 말하는 인디 음악가들의 생중계에 돈을 낼 건가라는 질문에는 돈을 주고 볼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게 먼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손쉽게 생중계에 접속해서 안정적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편리하게 다양한 형태의 결제가 가능한 구조만 만들어 놓는다면 그다음은 공연을 만드는 주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온갖 기획이 만들어질 거다. 앞서 이야기한 영상들과 달리 처음부터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상들과 온라인 생중계들이 만들어질 거고, 거기가 시작이다.

현재 상황에 대한 공공기관의 지원 방식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가?

최근의 공공기관들이 하는 온라인 생중계는 사실 (공연예술의 온라인화가 아니라) 섭외이고, 행사가 아닌가 싶다. 아티스트가 온라인 생중계를 실제로 경험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출연료를 주니까 원래 하던 무대에서 관객 없는 공연을 하고 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이 아니라, 똑같은 1억을 쓴다고 하더라도 100팀에게 100만 원을 주면서 “당신 채널에서 당신이 직접 몇 명을 대상으로 하든 일단 생중계를 해봐라” 이렇게 지원을 하면 일단은 자기 경험으로써의 생중계를 해볼 것이다. 지금은 유일한 답이라는 게 없는 시기이기 때문에 경험이 중요하다. 온라인 생중계도 내 이름으로 된 채널에서 직접 경험해보는 게 중요하다. 생각보다 하나도 안 어려운데, 처음 시작하려면 어려운 게 그런 것이다. 그래서 경험을 만들 수 있는 형식의 공공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다 맞물리는 건데, 시장이 없으면 이런 경험도 금방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계속할 수 없다. 그래서 유료 결제가 가능한 온라인 공연 동영상 시장을 자꾸 이야기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시장 논의는 아니지만 최근 랜선 라이브를 진행한 어떤 국악인과 얘기를 해보니, 항상 지인 관객을 대상으로 하다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이 공연을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새로웠다고 했다. 이렇게 ‘대중’ 관객층이 얇은 장르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더 큰 의미에서 기회일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장르 내에서 자리 잡지 못해서 자기 무대가 없다고 느끼는 젊은 음악가에게는 오히려 온라인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좀 더 쉽게 극복하고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분명 장소라는 장벽이 낮아지면서 접근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건 맞는 지적이다. 사실 기술만능주의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말이지만, 그렇게 보면 무대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대가 많아지는 것일 수 있다. 오프라인 공연은 함께하는 거고, 온라인 중계는 혼자 보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며 실제 더 많은 사람이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기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의외로 본질은 간단하다. 공연을 하는 것과 그것을 관람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현재의 제약적 상황에서 이 두 가지의 매개를 기술이 도와줄 수는 있지만,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이 우리가 익히 경험해온 공연예술의 본질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전달 매체가 무대에서 랜선으로 바뀌면 전달되는 무엇(혹은 본질)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현재 ‘랜선 라이브’에서 ‘라이브’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공연에서 라이브라는 것의 가치 중 큰 부분은 ‘지금, 이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정된 사람(관객, 시청자)이 ‘한정적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내가 그동안 쌓아 놓은 (이미 촬영된) 공연 영상이 있다. 그리고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접속한 관객들에게 “첫 번째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하고 이미 만들어둔 영상을 보여주고, 곡 중간중간의 멘트는 실시간으로 접속한 관객들과 댓글로 소통한다. 그럼 이것은 생중계인가, 녹화 영상인가? 난 생중계라 생각한다.

라이브를 ‘공연을 지금 하고 있다’의 의미보다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현재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맞는가?

원래는 전자이고, 그게 애초의 본질이긴 하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 때문에 후자와 같은 기획이 나올 수 있고, 그것 역시 생중계의 한 형식이라는 것이다.

시장에 대한 논의는 양극화에 대한 논의와 쉽게 연결되는 것 같다. SNS에 쓴 글에서는 양극화에 대한 단순 판단을 게으른 판단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조건의 차이로 인한 양극화가 아니라 결국 기획의 차이라고 본다는 뜻인가? 기회 요인은 정말로 동등한가?

빈익빈 부익부가 강화된다는 이야기는 일리가 있다. 게으르다고 표현한 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양극화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공연 온라인화가 양극화를 강화시킬 뿐이라는 문제의식이 게으르다는 뜻이다. ‘기획’의 차이라기보다는 공연의 온라인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의 규모(?)’가 각기 다를 수 있고 그 목표를 이룰 가능성은 거의 동등하다고 생각한다.

좀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해 보겠다. 예를 들어 음악 소비가 온라인화되면서,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통신사를 중심으로 한 음원 사이트 중심의 수직계열화가 가속되면서 분명 빈익빈 부익부가 강화된 측면이 있지만, 그건 그거대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기술과 유통 플랫폼의 발달로 저비용으로 혼자서 음악을 만들기 쉬운 시대이고, 그 음악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접근될 가능성이 큰 시대이다. 물론 결국 이런 열려있는 기회 또한 독점화되고 있는 상황은 맞지만 그렇다고 과거 1980~90년대처럼 매니저들이 CD를 들고 방송국 피디들에게 접대하며 다니는 홍보 방식으로 돌아가는 게 맞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대표님은 공연장 경영자이기도 하다. 벨로주 역시 코로나로 인해 녹록치 않은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공연장이 휴관, 제한적 개방, 라이브 녹화 스튜디오 형식 중 하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인데, 공연장 경영자로서 오프라인 공연장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터뷰 내내 공연예술의 온라인화에 대해 말했다. 마치 대안인 것처럼. 대안이라기보다는 피할 수 없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함께 말하고 싶은 것은 대체 가능 영역을 긴급의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오프라인 공연을 지키는 것에 대한 지원과 고민도 같은 무게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작품 개발 등에 선투자하는 방식의 지원도 필요하고, 온라인 공연 동영상 시장을 만들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물리적인 공연 공간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말로 필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한 자리씩 띄워서 앉는 것이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지침이라서 준수하고 그렇게 공연을 이어간다고 하자. 그러면 이 지침을 지키는 공연을 지원할 필요도 있지 않나?

사실 공연장 운영은 코로나 이전에도 수익이 나기 어려운 비즈니스였는데 앞으로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공연장을 ‘공연’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음악가가 관객을 만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면 답은 있다고 본다. 답이 하나가 아니라서 어려울 뿐. 문제는 그게 비즈니스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임대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공연예술 공간을 존속하기 위한 고민과 지원이 지금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 시간을 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새로운 시대에 마치 예언자의 역할 같은 것을 주문한 인터뷰라 대답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더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음… 사실 이 인터뷰가 부담되었던 이유는 인터뷰 자체보다는 다음 달에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이 이야기를 관계자들이 들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과 공연 단체들에서 평소 공연 때보다 몇 배 이상의 랜선 라이브 관객이 들었다고 홍보하는 걸 보고 씁쓸했다. 1시간 이상 이동을 하고, 1시간을 대기한 뒤, 3만 원의 돈을 내고 2시간 동안 집중해서 공연을 본 200명의 관객과 집에서 무료로 랜선 라이브에 접속한 2천 명의 접속자를 비교하면서 열 배의 관객이 들었다고 홍보하는 게 말이 되는 걸까? 그럴 거면 평균 체류(관람) 시간을 같이 이야기하던가. 이런 실적주의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네이버나 같은 플랫폼 기업들도 공연 몇 건을 유치해서 메인 페이지에 노출해주고 공연 시장에 기여했다는 걸로 생색내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공연예술의 온라인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서 얘기했던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겠다. 그게 진짜 공연예술 생태계에 기여하는 거고 그러한 생태계가 플랫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음악가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어쨌든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슬프지만 극장보다 골방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인 것 같다. 하지만 골방은 궁극적으로 그간 극장에서 만나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유튜브를 해야 한다', '동영상이 답이다'가 아니라 내 채널을 만들고 거기서 경험을 하면서 감각을 키우자.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데이터베이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쌓는 노력을 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벨로주는 홍대와 망원 두 곳에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곳은 망원동에 있는 벨로주였다. 최근에 좀 더 안정적인 공연 진행과 쾌적한 공연 관람을 위해 공간을 살짝(?) 리모델링하면서 객석이 조금 줄었다. 이미 줄인 객석을 코로나 지침에 맞추어 다시 45석으로 더 줄인 상황이라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지난 토요일(5월 23일)에 있었던 공연에 45석의 자리가 모두 채워졌다는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되는 소식이다. 대체재든 보완재든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열리고, 좋은 아티스트의 무대를 만나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그 45석의 배후에 450명의 경험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온라인 중계가 오프라인 야구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야구팬의 규모를 키운 것처럼.

  • 설동준
  • 필자소개

    설동준은 학부 때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후 아무 관련 없는 예술 분야에서 프리랜서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서른 살에 국악 단체에서 기획 및 단체경영 업무로 예술업에 발을 들였고, 예술, 과학기술, 신학 등의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공학을 전공하면서 사람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문화, 인력양성, 문화예술교육 영역에 대한 연구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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