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하여 리(里)나 마을 단위로 둔 농민문화의 조직을 일컫는 두레 작업의 시작은 대개 아침 일찍 마을의 집회 장소인 정자나무 밑이나 동청(洞廳)에 모여 풍물을 치면서 출발했다고 한다. 두레패들은 논으로 향하면서 힘찬 길군악을 치며 함께 논에 도착하면 다 같이 논에 들어가 장풍장을 치면서 작업을 해나갔다. 이것이 바로 풍물놀이의 시작이였으며 언제나 자연스럽게 음악과 예술도 함께 존재했다. 이렇게 크고 작은 단위의 공동체는 건강한 사회의 기초가 되어 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과도한 경쟁 사회에 노출되면서 각자도생, 사활적 경쟁으로 인해 개인주의가 극심해졌고, 일상은 사막과 같이 황폐해졌으며, 생활 리듬은 살인적인 속도로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소유와 경쟁에 중독된 일상에서 삶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고 신뢰가 무너진 사회, 공동체 내부 삶의 질적 개선이 시급했다.

이러한 현상의 대안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가족과 지역을 건강하게 만드는 주체적인 지역사업인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등장했고 스스로가 지역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조직 간의 파트너십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 비즈니스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불특정 다수가 왕래하는 공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커지면서 커뮤니티 기능은 기존의 직장이나, 조직 중심이 아닌 주거 공간이나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빠르게 개편되었다. 안정성이 확보된 공용공간의 공유 시설들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커뮤니티 비즈니스’ 역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최초 협동조합형 아파트를 포함, 발상의 전환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방은영 실장을 만났다.

재개관 준비 중인 ‘커뮤니티하우스 마실’ 전경 재개관 준비 중인 ‘커뮤니티하우스 마실’ 전경

‘사회혁신기업 더함’은 어떤 회사인가?

인권변호사 출신의 양동수 대표는 오랫동안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이나 TF 참여 방식으로 문제들을 고민해왔다. 특히 땅, 부동산, 주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커뮤니티 방식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공간을 재설계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게 조직의 목표다. 이를 위해 소셜 하우징, 소셜 오피스, 소셜 살롱을 기획·운영하고, 커뮤니티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와 도시혁신 모델을 기획한다.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아파트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사업 모델이 흥미롭습니다.

입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출자하는 방식으로 주거지 공동구매라고 생각하면 쉽다. 국가에서 부담하는 임대주택의 건설비 96%를 제외한 4%를 협동조합 입주민들이 직접 부담하는 것이다.(기존의 방식은 건설사가 부담) 출자하는 만큼 이익도 조합원에게 돌아온다. 운 좋게 국토교통부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공시행자로 선정되어 남양주 별내에 491가구 규모로 지난해 8월 입주민 모집을 마치고 올해 6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주거문화와 커뮤니티를 결합한 국내 최초 협동조합형 아파트 건설사업으로 ‘더함’의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 셈이다.
입주자가 모든 걸 결정하는 체계가 중요하고 입주 전까지 입주자들이 3년 동안 천 번에 가까운 회의를 거쳐 직접 공동 공간을 설계했을 만큼 입주민 주도로 다양한 공유시설을 만들었다. 아파트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결론적으로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위스테이(westay)’로 완성된 것이다.

위스테이는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라고도 불린다.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이나 행사도 운영되는가?

우리 회사가 직접 제안하고 주최하는 것은 어느 것도 없다. 모든 것이 입주자 ‘참여형 설계’로 자발적으로 운영된다. 위스테이 안에는 주민들이 제안한 커뮤니티 공간인 음악 연습실, 방송실, 목공실 등이 있다. 이제 막 입주를 시작했으니 커뮤니티 시설에서 만든 예술 작품과 다양한 아트 콘텐츠들이 축제나 주말 자체 운영 프로그램들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신기하게도 위스테이에 다양한 예술가들이 상당히 많이 입주했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아티스트들이 커뮤니티 문화와 공간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우리 역시 자급자족이 가능한 문화예술 기반의 커뮤니티 주거 공간으로도 거는 기대가 크다.

그 외에 명동에 복합문화공간도 오픈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공간인가?

‘더함’의 두 번째 프로젝트인 페이지 명동은 올해 9월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명동 YWCA 연합회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공사 중이다. 커뮤니티가 조성될 수 있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직접 공간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동의하는 분들이 함께 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갤러리와 공연장을 비롯하여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 및 F&B 시설, 공유 오피스, 명동성당이 한눈에 보이는 루프탑 라운지 등으로 구성했다. 전체 콘셉트는 기본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도시인을 위한 ‘산책 감각‘이다. 리모델링하면서 내부에 문과 길도 많이 만들어서, 공간 사이사이를 거닐면서 치유를 위한 자극을 받을 수 있게 시공 중이다.

기획 중인 명동 커뮤니티 시설자료 기획 중인 명동 커뮤니티 시설자료
기획 중인 명동 커뮤니티 시설자료

서울 안에만 해도 숱하게 존재하는 복합문화공간들과의 경쟁 속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면 유지가 힘들 것 같은데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포인트는 어떤 부분인가?

사실은 페이지 명동이란 이름처럼 여백을 남겨두는 것이 우리의 콘셉트이다. 비어 있는 공간 안에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여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미래와 꿈을 위해 앞만 보며 바쁘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을지로와 명동이 그동안 지내던 낭만과 추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페이지 명동을 통해 다시 쓰고 싶다. 1970-80년대 명동이 포크와 세시봉으로 서울에서 가장 트랜디했던 상징적 공간을 2020년 버전에 맞게 ‘글로벌 관광 특구’ 명동을 배경으로 내외국인 함께할 수 있는 트렌디한 글로벌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구성할 것이다.

수익 모델이나 활성화 방안이 궁금하다.

이 공간 역시 ‘더함’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마스터리스’ 개념을 갖고 설계했다. YWCA에게 20년 동안 임차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공간에 대한 비용을 감당하면서 운영한다. 기본적으로 임대인-임차인 관계로 설정된 수익 모델은 지양하려고 한다.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파트너십 매장들 간의 수익 분배를 통해 수익 모델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장을 운영하는 입점 업체 역시 각자의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는 운영진을 우선적으로 배정하여 공간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페이지 명동 역시 위스테이처럼 함께 공동에 투입하고 수익을 나눠 갖는 커뮤니티 협동조합 방식도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시와 인천시는 전역에 걸쳐 빈집 실태조사를 시행했고, 다음 해 인천은 빈집정비 가이드라인 및 지원계획을 수립해 플랫폼 사업 시행을 발표했다. 다양한 활용 방안이 나왔는데 일부는 임대 주거공간, 쉐어하우스 또는 창업시설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기에 도시의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더함’의 모델하우스와 YWCA 연합회관 건물 마스터리스 사례에서 보듯 유휴공간의 재활용과 공간 운영에서 방식을 찾을 수 있겠다. 개인과 가족, 시장과 정부의 중간에 위치하는 개념으로서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물리적 형성부터 관계 형성까지 전 과정을 주목해봄직 하다.

부동산 가격이 정권의 운명을 가르는 기준선이 되는 곳에서 더함의 시도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전환을 어디까지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들이 꾸준히 나타나지 않는다면 고정된 관계나 인식 역시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위스테이 모델은 공간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관계와 활동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공간과 삶의 방식이 사람들의 감각과 고정관념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 조인선
  • 필자소개

    전통예술 디렉터 조인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아쟁을 전공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국내 최초 전통예술플랫폼 모던.한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은 진화 중’이라는 슬로건으로 한국의 다양한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현재 웹진≪예술경영≫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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