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이슈토크에서도 세 가지 이슈를 다뤘습니다. 웹 드라마 등 대중문화 영역에서 스낵 컬처로 많이 언급되었던 숏폼 콘텐츠가 공연예술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영상화와 관련하여 당분간은 수요층의 집중력 등을 고려한 짧은 분량의 영상물 제작이 이어질 듯합니다. 단지 길이의 문제만이 아니라 창작의 호흡이나 방식마저 바뀔 것인지 관심이 갑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 저작권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공모전 응모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과도하게 주최 측이 가져단다는 문제제기가 많았던 걸 생각하면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만합니다. 다만, 공공분야를 제외한 민간 영역에서는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네요. 배리어프리 콘텐츠는 더 이상 낯선 영역이 아닙니다. 공연예술계에서도 점차 수어통역을 비롯한 배리어프리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수어를 활용한 창작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하네요. 단지 감상을 위한 것을 넘어 장애라는 감각을 하나의 표현 영역으로 삼는 활동이 더 보편화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여형 콘텐츠, 숏 콘텐츠가 뜬다

‘확찐자’는 춤춰라… 마린스키 김기민·국립발레단과 홈트 해볼까
20분짜리 뮤지컬 나온다
예술의전당 숏폼콘텐츠 'play clips'


  • 안태호

    전체 길이가 비약적으로 짧은 숏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나오고 있다. 새로운 경향이라 볼 만한데, 웹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이미 한참 나왔던 경향이라 예술 영역이 그 방향을 이제서야 따라가고 있나 싶다.
  • 조인선

    숏폼 콘텐츠는 SNS 중에서도 틱톡(TikTok) 위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해당 앱을 활용한 마케팅도 굉장히 많이 보이는 것을 보니 주요한 홍보마케팅 전략도 그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이다.
  • 설동준

    예시로 든 기사들 중 국립발레단 관련 기사는 유튜브의 수많은 운동 영상 중 무용수가 알려주는 홈트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다. 이것이 영상 시청자들에게 무용의 확장이라고 인식되진 않겠다는 생각이다. 뮤지컬 숏폼 기사와 관련해서는 이런 방식으로 영상화가 진행되면 결국 영화랑 무슨 차이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부가 상품 개발을 위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영상화 작업을 오랫동안 했었는데, 숏폼은 본 상품을 그렇게 기획한다는 거다. 100년이나 된 영상 산업 영역과 맞붙어서 뭘 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숏폼은 교육 영역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온라인 교육을 디자인할 때는 한 클립당 7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마이크로 러닝 디자인’이란 규칙이 그것이다. 사람이 화면을 보고 집중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1시간짜리 강의 내용을 클립을 6개로 나누어 올리라는 이야기다. 화면이란 매체가 중심이 된다면 예술 장르도 결국은 숏폼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게 수순인 듯하다. 그렇게 되면 창작 시스템도 그에 맞는 방식으로 내러티브가 스피디하게, 다른 호흡으로 바뀔지가 궁금하다. 산업화되었을 때는 웹소설도 전개 방식이 소설책과는 다르지 않나. 원소스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숏폼에 맞는 최적화된 형태의 공연 영상 장르가 만들어지면, 그것도 나름 의미는 있을 듯하다. 기존 공연의 영상물을 단순히 쪼개는 방식은 지양해야 하고, 창작 구조, 기본이 되는 스토리부터 새로 창작 구조를 가져가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 안태호

    어찌 보면 당연한 변화나 적응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음악에서 정가가 살아남지 못하고 템포가 빠르게 바뀌었던 것과 비슷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지금의 양상은 그 정도로 장르의 본질적인 변화라기보다는 당분간 적응의 수준일 것 같다.
  • 설동준

    이그러다 보니 정가 같은 장르가 현재로서는 음악 자체보단 사운드 효과로 소비되고 있다. 매체가 바뀌는 현상에 머트리얼(material)이 적응을 해야 하는 거다. 웹소설이 나왔다고 해서 소설 장르나 소설 산업계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구나 싶고, 기존 시장은 여전히 대안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 아닐까.

공모전 창작물 권리 지침 발표

"공모전 창작물의 권리, 창작자에게 돌아간다"
공모전 응모작 저작권은 창작자에게…문체부 개정 '창작물 공모전 지침' 발표


  • 안태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모전에 응모한 작품들의 저작권과 관련한 지침을 발표했다.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와중에 공모전에 나간 작품들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발표되는 일마저 생기곤 했는데, 이제 조금 문제들이 개선되는 건가 싶다.
  • 조인선

    예전에는 공모전에 선정되면 공동저작권을 갖게 되었었다. 요새는 하도 말이 많으니 창작물은 창작자가 갖고 기관에서는 그 사용권을 대체로 1년 정도 갖더라. 그 기간동안 주로 창작물을 홍보자료로 활용하는게 추세인 듯하다.
  • 설동준

    저작권 보호 방향이 이렇게 진전되는 것은 당연히 맞는 일이라 생각한다. 두 가지 고민이 있다. 하나는 민간 영역이 과연 이 지침을 따를까, 민간에 얼마만큼 효력을 가질까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민간 영역에서 보자면 공모에 참여한 작가들과 사용권·저작권 계약을 분리해서 할 수 있겠지만, 공공기관이 왜 사용권을 가져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점이다. 일종의 창작 진흥이나 창작 지원의 목적을 갖고 공적 예산으로 진행한 공모전이라면 저작권도 작가가 가지는 게 당연하다. 또한 홍보 차원이라고 해도 1년이란 기간은 그 콘텐츠가 유효할 만한 기간 동안 활용하겠다는 것 아닌가? 수익이 생기는 사용권은 공공이 갖고 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민간 영역에서라면 협의 사항이겠으나, 공적 영역에서는 홍보 목적 정도로 그 용도가 제한되는 게 맞다고 본다.
  • 안태호

    그런데 현실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저작권마저 주최측이 가져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최소한 이런 내용들이 공공기관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변순영

    공공기관에서 저작권법에 대한 자기 학습이 필요하다. 관성적으로 예전 서식의 계약서를 그대로 쓰면서 창작물의 권리를 단순히 지원금 교부와 맞교환했다고 잘못 아는 경우가 허다하다. 창작물 저작권과 저작물사용권을 분리하고, 사용기간을 한정하여 창작자의 권리를 우선 보호한다는 의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온라인 콘텐츠 영상물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초상권과 플랫폼 업로드 기간 한정 등 보다 세밀하게 협의해야할 조건이 많아지고 있다.

    예술 작품 속에 스며든 수어

    공연계 한켠에 늘어나는 ‘배리어 프리’
    표정과 손짓의 언어, 수어의 예술성에 주목하자


    • 안태호

      공연계에서 배리어프리 콘텐츠가 점차 확산된다는 소식이다. 수어 통역이나 무용음성해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주변에서 이러한 콘텐츠에 대한 의견을 듣거나 직접 경험한 바가 있나?
    • 설동준

      물리적 배리어프리에서 창작적 배리어프리, 즉 내용 전달 측면으로 넘어가는구나 싶었다. 본래 배리어프리 자체가 유니버시티 디자인(Uiversity Design) 개념에서 나온, 건축에서 먼저 사용했던 개념이었다. 대개의 경우 휠체어 장애인들의 접근권 이슈로 논의가 많이 되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오랫동안 경사, 엘리베이터, 문턱 등의 정도였다면 이제는 내용 전달 측면으로 넘어가 패러다임이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 안태호

      배리어프리 콘텐츠는 그 동안 영화에서 가장 많이 시도되었다. 자막이나 해설 영화가 그런 현상을 주도해왔다. 거기에 자극받은 팀들이 해설이 있는 뮤지컬 등을 시도했던 것 같다.
    • 설동준

      뮤지컬 <영웅>에서 핸드스피크 팀이 ‘누가 죄인인가’ 넘버를 연출한 영상을 봤는데, 아직은 수화를 일종의 보조적 소통 수단으로 쓰는 것이기 그 자체로 미학을 탐구하는 면에서는 아직 실험적이구나 싶었다. 2018년 이음센터에서 <이음 해외 공연 쇼케이스: 영국>이란 프로그램으로 장애예술 전문가의 강의가 있었다. 당시 장애가 하나의 표현 양식일 수 있음을 집중적으로 탐구했던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작업들이 좀 더 생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진일보한 것이긴 하나, 과거의 물리적 차원이나 현재의 콘텐츠 전달 차원에서 나아가 앞으로는 콘텐츠 미학적 차원에 대한 과제들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 안태호

      작년에 수어뮤지컬을 봤는데 음성이 보조적이었다. 무대 아래에서 진행되는 변사들의 이야기가 보조적으로 들어가고 무대 위의 배우들이 수어로 연기하는 방식이었다. 콘텐츠 자체로 시도하고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듯하다. 청인들에게는 수어가 마치 춤추는 것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핸드스피크 팀을 인터뷰한 웹진이음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니 프랑스 세계농축제(Festival Clin d’Oeil, 페스티벌 끌랑 되이)에서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농인 예술 단체와 팀이 모여서 축제를 연다고 한다. 한국에도 장애예술 활동이 점점 더 활발해질 거라 예상한다.
    • 조인선

      한국관광공사는 ‘무장애 여행’에 대한 별도의 정보를 모아두고 있는데, 예술 분야에서도 장애예술 정보가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 연수현

      함께 공부한 동기가 농인 배우이다. 그 친구의 역할은 농인 극단 외에도 일반 극단의 연극에 장애인으로 묘사되지 않은 캐릭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정된 활동 영역에서 한계를 느낀다고 했으나, 지금은 공연할 때 다른 사람들은 멘트를 할 때 자연스럽게 수어로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런 경계가 있고 없음이 달랐다. 또 다른 사례는 수어로 랩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공연 무대에 같이 퍼포먼스 하는 친구였다.
    • 안태호

      핸드스피크의 김지연 씨가 수어로 랩을 한다. 사실 수어를 배워보려 해도 수강 기회가 많지 않은데, 교육 강좌 자체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얼마 전부터 공영방송 뉴스에는 수어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 연수현

      코로나19로 인해 확산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재난 관련 콘텐츠에 수어 통역이 없어 청각장애인들의 정보 소외 문제가 지속적으로 재기되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질병관리청이나 각 정부부처 브리핑에 수어 통역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제 지상파 3사에서도 메인 뉴스에서 수어 통역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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