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이슈토크는 편집위원들이 꼽은 2020년의 이슈들을 정리했습니다. 각자의 영역이 다양한 만큼 여러 가지 이슈들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습니다. 설동준 편집위원은 온라인 영상화와 인간 감각의 재확인, 남산예술센터 운영 종료가 보여주는 문화행정의 한계를 곱씹습니다. 변순영 편집위원은 예술인 고용보험의 의미와 ‘숨은 직업’이었던 편집자들의 부상, 전국을 들썩였던 문화도시에 대한 열망을 짚었습니다. 연수현 편집위원은 코로나 19로 문화예술 생태계의 허약함이 새삼 드러난 지금,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문화정책의 향방을 회고했습니다. 이한빛 편집위원은 미술시장과 비엔날레가 주춤할 수밖에 없던 한해를 돌아보며 간송이 불을 당긴 ‘미술품 물납제’를 언급했네요. 조인선 편집위원은 전통예술이 대중예술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세계진출이 활발해진 것을 이슈로 꼽아주었습니다. 이리 되돌아보니 코로나 19의 자장 안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많은 이슈들이 거쳐간 한 해기도 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2년을 함께 한 편집위원들의 간략한 소회도 눈여겨 봐주시기 바랍니다.

온라인 영상과 인간의 감각, 남산예술센터 운영 종료

오늘 공연은 6분입니다. 짧은 무대, 긴 여운
“꿈의 무대, 실험의 장”..남산예술센터, 끝내 문 닫는다


  • 설동준

    좋든 싫든 온라인 영상으로 공연 공간을 바꾸는 시대가 되면서 공연이 짧아진다는 기사를 접했다. 12월 좌담회 중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기획자의 ‘온라인으로 진행한 페스티벌에 60분이 넘는 작품은 인기가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음악, 무용과 비교해 연극은 특히 그렇다고. 과거 교육이 온라인화되면서, 2~3시간 연강을 하던 대학강의가 숏폼 형태로 바뀌는 전환이 있었다. 마이크로 러닝(Micro Learning Contents)이라고 부르는 온라인 강의의 정석은 클립당 7분이었다. 오감을 전부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사람의 문화생활이 적응을 하는 방식이니 시도에 응원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2시간이 넘는 수업, 90분이 넘는 연극을 숨죽이며 보고 듣게 한 인간의 오감에 새삼 놀라게 된다. 감각 하나가 그렇게나 소중하다. 새로운 시도들이 앞다투는 사이, 오래고 익숙한 공간이 문을 닫았다. 남산예술센터 운영 종료! 홍대 라이브클럽 벨로주 대표님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에겐 문화공간의 역사가 주는 장소성의 감각이 없다고. 300년 된 극장, 500년 된 도서관이 없다. 그런데 오랜 세월은 사람의 마음이 뿌리내리기 좋은 묵직한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 시간이 만든 장소성의 감각이 없는 이들은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능력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정신의 뿌리, 마음의 고향 같은 말들은 사실 경쟁과의 대척점에 놓인 말들이었다. 임대기간 만료 때문에 문을 닫는 남산예술센터를 보면서, 문화행정은 행사가 아닌 역사를 보지 못한다는 씁쓸함을 느꼈다. 벽두에는 좋은 소식이 들어오길.

    “올해는”이라는 말을 어느 해보다 많이 썼다. 보통 한 해를 돌아볼 때 주인공이 되는 단어는 한해 안에 촘촘히 채워진 사건들이다. 그런데 2020년은 하나의 단어가 올해의 이미지를 전부 삼켰다. 그게 한 해를 돌아보면서 가장 와닿는 감각이다. 2년이라는 편집위원의 시간은 흥미로웠다. 다른 편집위원들을 통해 많이 배울 수도 있는 시간이었는데, 소양이 부족한 탓인지 그러지 못한 게 지나고 보면 아쉽다.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코너를 담당하면서, 내가 생각보다 만나고 싶은 예술가, 소개하고 싶은 예술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호기심의 싹이 자랄 만큼 돌아보고, 관찰하고 하는 여유가 없었던 지난 2년이었지 않나 싶다. 그래도 매번의 만남은 짜릿한 감각들을 주었고, 매번의 마감은 더 짜릿한 인상을 남겼다.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 편집자의 세계, 문화도시 열풍

오는 10일부터 예술인도 실업급여 받는다
‘숨은 존재’ 편집자들이 독자 앞에 섰다3차 예비 문화도시 공모


  • 변순영

    예술계와 정부의 오랜 노력 끝에 예술이 일로 인정받게 되는 첫 단추가 채워졌다. 예술인 고용안전망이라 할 수 있는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2020년 해를 넘기지 않고 지난 12월 10일 시행되었다. 앞으로 실업급여와 구직급여, 출산전후급여가 적용될 수 있어 예술노동자로서의 권리 회복에 의미를 둘 수 있다. 다만 예술인복지법에서 정의하는 예술인과 고용보험제도에서 보장받는 예술인 범위의 간극은 앞으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해결해 갈 과제이다.
    ‘편집자 덕질’, ‘편집자 팬덤’을 불러일으킨 창작 작업 이면의 작업자들의 이야기가 개인방송 채널을 통해 널리 호응을 받았다는 사실 또한 2020년의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엄청난 위인들, 거장들의 이야기는 여러 채널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작은 이야기, 무대 뒤의 그림자,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친근한 형, 언니, 동생들의 수다와 때론 진지하게 전문 지식 콘텐츠를 전하는 데서 희소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을 힙한 취향으로 탐닉한다. 편안하게 방구석에서 즐길 수 있다는 편의성도 더하고 있다는 사실.
    우리나라 지역이 ‘문화도시’를 이토록 바랬던 적이 있던가? 2020년은 전국이 ‘문화도시’ 지정을 두고 연일 들썩였던 한 해이다. 각 지자체 행정과 지역의 활동가들, 오랫동안 문화운동을 이끌던 기획자들, 시민들이 한 목표를 향해 함께 논의 테이블에 앉았다. 물론 국비 지원을 욕망하는 여타의 잡음과 조급함으로 섣불리 강요된 사업화의 부작용은 있으나, 지역이 문화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열망하고, 움직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웹진 편집위원이라는 ‘부캐’는 또 다른 유니버스를 만나게 해준 고마운 역할이었다. 그간의 나의 얕은 지식과 좁은 현장 기반성을 훌륭하게 메워준 편집장님과 모든 편집위원님들, 마감일에 마음졸였을 예경 웹진 담당자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을 내어 웹진을 구독해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문화정책의 모색

코로나19 이후, 예술의 가치와 미래는?…예술포럼 열린다
UNESCO Culture in Crisis: Policy guide for a resilient creative sector
ILO COVID-19 and the media and culture sector
OECD Coronavirus (COVID-19) and cultural and creative sectors: impact, innovations and planning for post-crisis


  • 연수현

    웹진 편집위원 활동에 참여했을 때는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서던 시기였다. 올해는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났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처럼 정책연구 부문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상상치 못하게 갑자기 찾아온 삶의 변화 속에 세상이 모두 멈춰버린 것만 같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계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또한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상상하고 전망하면서 이에 따른 정책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등 국내외의 다양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우리는 문화예술 생태계의 고질적인 취약점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를 맞이했으며, 아직도 회복이 불투명한 시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삶의 위안과 위로, 공동체의 건강과 웰빙, 새로운 사회 환경에서의 안전과 자유를 위한 문화예술의 힘, 사회적 역할, 가치, 그리고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탐구하고 소개하면서 개인적으로도 위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한 해를 보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코로나 앞 주춤한 미술계, 미술품 물납제 논의 촉발

온라인 옮겨간 비엔날레 ‘가능성’을 펼치다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 이한빛

    2020년은 시각예술계에서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 같다. 물론 많은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겠지만. 2020년을 기준으로 전시나, 페어, 미술품 판매 등 유통에서 ‘온라인’은 필수 옵션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작가들이 직접 가지 않아도 국제 비엔날레는 가능하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만으로도 뜻은 전달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오프라인 현장에서 작품을 만나고 즐기고 느끼고 싶어 한다. 결국 최소한의 활동은 이어가되, 온라인이 함께 가는 형태다.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보던 21세기가 실제 21세기가 시작한 지 20년만에 현실화했다.
    안타깝게도 2020년 한국미술계는 템포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경매 규모도 예전의 절반 수준, 낙찰 작품은 더 많아져 싸고 작은 그림만 주로 거래됐음을 알 수 있다. 서울에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은 개관과 휴관을 번갈아 하다가 결국 연말까지 휴관이다. 비엔날레도 부산을 제외한 광주, 서울 등은 내년으로 미뤘다.
    시장과 현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면, 정책 면에서는 이슈가 상당히 있었다. 지난 5월 ‘운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불상 두 점을 경매에 내놓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간송미술관은 ‘미술품 물납제’의 불을 당겼다. 상속을 받을 경우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신하자는 법안이다.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은 물론 가까운 일본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바, 정책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미술계는 보고 있다.

    웹진의 편집위원으로 일한 지가 벌써 2년이다. 그간 이 웹진은 정신없이 앞만 보고, 현장에 파묻혀 있는 나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역할을 했다. 사안을 조금 길게 볼 수 있었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강제적으로) 주었다. 나에게 이로웠던 만큼,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됐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ㅎㅎ) 부족한 글을 잘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편집장님을 비롯한 모든 위원님들과 예경 관계자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전통예술의 세계화 가능성 확인

유튜브 조회수 대박...한류스타보다 한국 더 잘 알린 이들은 누구?
전 세계로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글로벌 K-POP 스타들


  • 조인선

    블랙핑크의 크롭 탑 한복과 BTS가 출연한 미국 NBC 인기 프로그램 '지미 팰런 쇼'의 경복궁 뮤직비디오, 그리고 이날치의 '범 내려 온다'까지. 올해는 대중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대중예술과 미디어에 진출했고 전례 없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한 해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슬로건이 이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한류적인 것’으로 트렌드를 이끌고 문화 강국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많은 사례들을 통해 전통문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전통예술가들이 세계 진출을 통해 이러한 요구에 맞춰 변화와 혁신이 가미된, 트렌디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급격히 빨라지는 변화와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 무대에서의 생존 능력을 갖춰가는 것에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편집위원님들과 함께 국내외 문화예술 분야의 깊이 있는 내용들을 함께 교류하고 나눌 수 있었던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 막내 편집위원(?)에게 좋은 기회를 주신 예술경영지원센터와 2년 동안 정들었던 편집위원님들 모두모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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