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의 공동창업자 폴 데이비슨(Paul Davison)과 로언 세스(Rohan Seth)는 2011년에 처음 만났다. 둘 다 소셜 서비스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2019년에 로언의 딸 리디아(Lydia)가 희귀병을 안고 태어나자 두 사람은 ‘전 세계의 전문가들과 특정 주제로 연결되는 소셜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클럽하우스의 시작이다.

이렇게 보면 클럽하우스는 단순히 음성 소셜 미디어가 아니라 ‘정보의 수평적 공유’가 중요한 이슈였던 것 같다. 이때 한 가지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은 당시의 시대 상황이다. 2019년 당시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인해 공론의 장이라는 소셜 미디어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이었다.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로 가득찼는데, 중요한 것은 이런 현상이 단지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인터넷 미디어 환경과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는 기업들, 여기에 돈을 대는 광고주와 정부의 정책들이 근본적인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심지어 후퇴시키기도 했다는 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미디어와 사회적 건강성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시기였음을 다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클럽하우스의 공지 사항과 설립 배경에 대해 적어 둔 자체 블로그에는 이 문제와 대안,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클럽하우스의 사용자가 점점 '모더레이터'로 성장해가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자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과 같은 뜻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의 클럽(대화방)은 리스너, 스피커, 모더레이터로 구성되는데, 그 각각의 입장은 상호보완적이면서 수평적이다. 누구나 커뮤니티의 리더가 되어 각자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 권한이 매우 유동적이고, 또한 리더의 권한이 분산될수록 더 강한 리더십을 얻게 되는 게 클럽하우스의 구조다. 클럽하우스의 운영방식은 본질적으로 블록체인이나 위키피디아의 시스템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잘 듣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

클럽하우스에서 유도하는 리더의 역할은 보통의 커뮤니티 리더의 이상적인 모습과 같다. 공동체의 리더에게 필요한 소양은 잘 듣고 배려하며, 모두의 이익에 우선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쏟아내는 게 아니다. 이렇게 보면, 클럽하우스는 토론이라는 경험을 통해 한 사람을 이성과 감성의 밸런스를 갖춘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소위 오피니언 리더, 쉽게 말해 대기업이나 레거시 미디어에서 한 말씀 들으려고 모셔가는 사람들이 정작 클럽하우스에서는 큰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웹툰 작가이자 <클럽하우스 한국 커뮤니티> 클럽 운영진 김종범 작가의 계정 소개
웹툰 작가이자 <클럽하우스 한국 커뮤니티> 클럽 운영진 김종범 작가의 계정 소개
출처: 필자 제공

유튜브의 핵심 자산은 '크리에이터'다. 유튜브가 창작자의 툴로 자리잡는데 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인플루언서'라고 부르며, 특정 분야에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모더레이터'가 있다. 이들은 주제를 제안하고 대화를 이끄는 사람들이다.

이 셋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메시지가 흐르는 방향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의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는 구독자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입장이지만 클럽하우스의 모더레이터는 메시지의 흐름을 중재하면서 스피커와 리스너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클럽하우스에 더 많은 목소리가 등장할 때, 심지어 유머, 소개팅, 추천 영화, 하찮지만 소중한 일상에 대한 감상일지라도 더 많은 목소리들이 주체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어떤 주제든 모두가 말하고 들을 수 있는 '방'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우리는 '듣기'와 '말하기'를 더 잘 훈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여러 경로로 유통되는 클럽하우스에 대한 리뷰 중 대부분은 '말하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이유로 나는 이 서비스에서 중요한 게 오히려 '듣는다'는 행위라고 본다. 말하는 쪽은 듣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판단할지, 다른 의견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므로 클럽하우스에서 듣는다는 것은 수동적인 입장을 넘어서는 개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메세지를 전하는 사람들

나는 지난 2, 3월에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낭독하는 클럽에서 <햄릿>을 읽었다. 그냥 읽은 게 아니라 각자 한 역할을 맡아 ‘목소리 연기’를 했다. 라디오 드라마 같았다. 참여한 사람들은 전문 성우가 아니라 각자의 직업을 가진 일반인들이었지만, 한 번쯤 이런 걸 해보고 싶었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나는 오필리아의 아버지이자 햄릿의 신하인 폴로니어스를 맡았다. 해석에 따라 교활한 늙은이이기도,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한 인물이라서 나름의 재해석을 가미했던 것이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클럽하우스에는 대본 낭독 뿐 아니라 코미디, 음악 등을 주제로 한 클럽이 수시로 열린다. 라디오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중요한 차이는 이 클럽들이 일방향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라디오 공개방송과 비슷하지만 그와 달리 시간 제한도 없고 환경적인 어려움도 적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말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을 얼마나 활용하느냐는 결국 그 방을 운영하는 모더레이터에게 달렸다. 그래서 모더레이터에게는 단지 음악을 잘 전달하는지, 말을 잘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매우 입체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이 점에서 클럽하우스를 통해 새로운 실험들을 꾸준히 진행하는 아티스트들의 사례는 참고할 만 할 것이다.

웹툰 <닥터 프로스트>로 유명한 이종범 작가는 클럽하우스에서 ‘휘파람 라이브’를 운영한다. 장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매우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하다. 본인이 웹툰 작가로 자리 잡기 전, 휘파람 연주자로 활동한 경력을 살린 클럽이다. 영화 사운드트랙부터 대중가요에 이르는 레퍼토리를 오직 휘파람으로만 연주한다. 이 클럽에 참여한 사람들은 신청곡부터 연주한 곡에 대한 기억이나 경험을 공유하며, 이를 토대로 일종의 단단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미 시스터즈의 멤버인 큰 미미와 클래지콰이의 호란은 각각 음악을 매개로 하는 <심야 라디오>라는 클럽을 운영한다. 여기에서는 ‘미드나잇 룰러비’, ‘유희왕의 스케치북’, ‘인생 오픈 마이크’ 같은 음악 토크 방이 열리는데, 모두 라디오나 음악 방송과 유사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실시간과 양방향이란 점에서 훨씬 더 밀도 있고 흥미로운 순간들을 만든다.이들은 음악을 매개로 단지 음악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매개로 사람들과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직접 들어보면 매우 상냥하고 따뜻한 대화를 지향하면서도 정확한 언어와 매너를 유지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클럽하우스가 다른 소셜미디어와 가장 다른 점이자, 가장 어려운 점일 것이다.

클래지콰이 호란의 계정 소개와 운영 중인 <심야 라디오> 클럽 클래지콰이 호란의 계정 소개와 운영 중인 <심야 라디오> 클럽
클래지콰이 호란의 계정 소개와 운영 중인 <심야 라디오> 클럽
출처: 필자 제공

그런데 클럽하우스가 망했다고?

최근 언론과 전문가들이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이전만큼 높지 않다고 지적하는 글을 자주 보았다. 체감하기에도 그렇다. 덕분에 클럽하우스는 적어도 한국에서, 가장 빨리 끓어올랐다가 식어버린 소셜 미디어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덕분에 초기에 이 신문물에 재빨리 접속했던 아티스트들과 크리에이터들도 두어 달 만에 소식이 끊기다시피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클럽하우스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페이스북과는 다르다고 본다. 이 서비스는 소통의 밀도가 높다. 높아도 매우 높다. 에너지의 소모도 크다. 무엇보다 음성 언어를 매개로 하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의 본질, 태도나 생각, 세계관이 오롯이 드러난다. 그에 따라 듣는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끼기도,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이 직관적이고 밀도 높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다른 소셜 미디어에 비해 더 어려운 관계 맺기를 요청한다. 클릭 한 번, 터치 한 번으로 팔로우하고 친구 신청을 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우리는 연결되기를 원한다. 단지 연결된 상태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잘 말하고 잘 듣는 방법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다. 만약 당신이 클럽하우스에서 자신의 음악이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면 바로 이 점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소셜 미디어의 전환기가 시작되는 그 입구에 서 있는 것이다.

  • 차우진
  • 필자소개

    차우진은 음악·산업평론가로 『청춘의 사운드』, 『대중음악의 이해』, 『아이돌』 등의 책을 썼고, 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리포트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를 발행했다. 현재 티엠아이 에프엠(TMI FM)이라는 미디어를 만들어 팬 문화, 콘텐츠, 미디어의 연결 구조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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