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과 기획사업

‘문화가 있는 날’「문화기본법」 12조 2항을 근거로 만들어진 정책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하였다. 2014년부터 시행되었으며 매달 마지막 수요일 및 해당 주간에 다양한 문화행사를 시행하고 있다.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등 전국의 약 2천여 개의 시설에서 할인 또는 무료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국민 문화 향유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문화기본법 제12조 문화기본법 제12조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은 2015년부터 실행되었으며 ‘문화가 있는 날’ 의 실행에도 불구하고 시간적, 경제적 이유 등으로 문화 향유에 어려움을 겪는 그룹을 위한 사업으로 기획되었다. 그리고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적으로 특정 대상과 지역의 특수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전개되어 가고 있다. 또한 2020년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실행에 따라 지역 고유의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지역특화 프로그램의 개발 등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기획사업 또한 한국문화원연합회, 한국도서관문화진흥원,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등 다양한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으나 이 글에서는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6개의 기획사업을 중심으로 그 변화 과정 및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분류 사업명 특징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 재능과 열정을 갖춘 청년 문화예술인에게 문화예술 활동 기회를
제공하여 전문예술가로의 성장 발판 제공
지역문화우리 지역 청년들의 삶에 기초한 일과 놀이가 콘텐츠가 되는 ‘문화가
있는 날’ 문화콘텐츠 발굴 및 개발 과정 지원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삶의 양식을 담은 지역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프로그램이 지속적·자생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성장 과정 지원
동동동
문화놀이터
유아 보육‧교육 시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유아문화 감수성 증진
직장 문화배달 직장과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어려운 근로자를 위한
문화프로그램 지원
동네책방
문화사랑방
동네책방을 지역의 문화적 주체인 주민들이 활동하는 문화사랑방
으로 활용하여, 지역주민의 문화 생산·향유 및 교류의 장으로 공간
재창출
지역문화진흥원 추진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 현황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의 변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사회환경의 많은 변화와 함께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 또한 중대한 변화의 지점에 서게 되었다.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었고, 그로 인하여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콘텐츠를 중용하는 새로운 환경이 등장하면서 지 변화와 함께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 또한 중대한 변화의 지점에 서게 되었다. 비대면 문화가역의 단체들은 그야말로 혼돈의 한 해를 보냈다. 이제는 새로운 환경 변화에 따른 유연함을 적극적으로 구현하여야 하며, 대면과 비대면을 영리하게 연계 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2020년의 결과를 보면 무조건적인 비대면은 지역 사회라는 로컬의 영역에서 홍보 등의 한계점을 노출시켰으며 안전대면의 일환으로 로컬택트의 시대적 환경 변화를 잘 감지한 대면과 비대면의 적절한 조율의 마법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또한 한 개인이 문화예술을 접함에 있어 향유 또는 창작이라는 명확한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개인들의 욕구 속에 등장하고 있는 다중정체성의 실체를 잘 파악하여 이를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데 적용할 필요도 있다. 팬데믹의 상황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문화예술의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무너진 사회의 안전망을 복원할 수 있는 근거와 그 과제 또한 문화예술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면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 증대라는 시대적 과제가 지금 상황에서 필수적으로 작용해야 하는 순간이기도 한 모양이다.


「2020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 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보고서에서는 향후 기획사업의 비전과 변화의 과제들을 아래와 같이 설정하고 있다. 우선 비전에서는 지역, 관계, 과정이라는 3가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문화가 있는 삶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의 향후 비전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의 향후 비전
출처: 「2020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 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 165쪽 편집

이제 기획사업에서 이야기하는 ‘지역’은 관념적 지역의 개념을 넘어서서 삶의 현장, 콘텐츠 제작의 근간과 적용점으로써의 지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들은 지역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며 수도권의 콘텐츠를 편집하여 이식하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지역민들과도 관계를 위한 관계가 아닌 실제적인 관계의 틀 속에서 지역의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는 안목과 끈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과정이라는 키워드는 ‘지난함’ 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사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과정이라는 단어 속에는 ‘지역 속에서, 지역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라는 의미가 내포되어야 한다. 쉽지 않은 환경이 도래하였으나 그 또한 잘 활용한다면 그 동안 행사 중심으로 지역을 소비하였던 습관에서 새롭게 지역을 해석하고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라는 누군가의 레토릭이 실현되는 장면들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또한 가지게 된다.


기획사업 중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


해당 보고서는 결론 부분에서 향후 지역문화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새로운 추진체계 재편(안)을 제안하였는데 핵심적으로는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역문화라는 큰 틀 안에서 다양한 대상(주체, 공간, 프로그램 등)을 폭넓게 포용하는 형태의 협력형 사업으로 도약하고 지역 내 문화관계망 형성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가이드 마련 등 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내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의 향후 비전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의 향후 비전
출처: 「2020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 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 165쪽 편집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에 있어 성장을 위한 한번의 큰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향후를 생각하면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이 다른 기획사업들의 성장의 프레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면서 지역문화 콘텐츠 생태계 구축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의 성장의 단계를 생각했을 때 아직 스스로도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한 어린아이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간혹 기획사업 중의 하나인 ’지역문화우리’ 사업 등을 거친 단체들이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있기는 하나, 이는 아직 전체 지원 단체 중 소수에 그치고 있으며 그러한 연계의 모습이 시스템으로 정착된 상황으로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한두 사례만 가지고 지역문화 활성화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점차적인 확장 및 연계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이는 각각의 사업이 성장한다는 가정하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 시작과 현재


연도별 사업명 사업예산(억원) 참여단체수 1년차 2년차 3년차 4년차 5년차
2016 지역거점 특화프로그램 31.3 24 24 - - - -
2017 지역특화 프로그램 53 54 48 6 - - -
2018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20 27 11 11 5 - -
2019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22 33 16 9 4 4 -
2020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30 49 30 11 5 1 2
2021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30 44 17 21 3 2 1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의 연도별 변화 추이
자료제공: 지역문화진흥원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은 지역거점 특화프로그램이라는 사업명으로 2016년부터 시작되었다. 매년 약 30억원의 예산이 투여되고 있으며 평균 약 30개 이상의 지역의 단체들이 참여하면서 지역의 다양한 삶의 자원들을 문화예술과의 접목을 통하여 지역의 독특한 콘텐츠로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쉽지 않는 과정이지만 의미 있는 결과물들이 매년 이 사업을 통해 산출되고 있다.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의 5년 성장 로드맵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의 5년 성장 로드맵
출처: 「2020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 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 182쪽.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는 5년 연속 지원이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총 2개의 단체가 5년차를 졸업하게 되었으며, 2021년에도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작나무숲’이라는 팀이 5년차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앞의 사업 연도별 변화 추이 표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국고보조금이 100% 지원되는 2년차 이후 자부담 30% 매칭을 해야 하는 3년차부터 참여단체수의 급격한 하락은 향후 이 사업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 중의 하나이다. 매칭의 문제를 단체의 개별 역량으로만 맡겨둘 것인지 아니면 사업의 주관처인 지역문화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지자체 및 지역 재단들과의 논의 구조를 만들어나갈 것인지의 여부는 향후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 경상권 2020년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 경상권 참여단체 모임 자작나무숲 <자작나무숲 힐링 콘서트 “동.그.라.미“>(2020) (2021년 5년차 참여단체) 2020년 자작나무숲 <자작나무숲 힐링 콘서트
“동.그.라.미“>

2020년 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에 해왔던 행사성 중심의 사업 운영이 아닌 지역문화의 본질을 더 들여다보고 지역민들과 연계할 수 있는 방법들을 더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들에게도 특정 형태의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에너지를 쏟기보다 좀 더 본질적으로 이 사업의 목표를 고민해 보도록 컨설팅하는 시간들을 늘려갔다. 펜데믹 사태가 오히려 이 사업의 본질인 ‘지역으로 돌아가자’ 라는 모토를 강하게 견인하게 해 준 것이다.


진한컴퍼니 <예술포차>(2020) 진한컴퍼니 <예술포차>(2020) 자작나무숲 <자작나무숲 힐링 콘서트 “동.그.라.미“>(2020) (2021년 5년차 참여단체) 진한컴퍼니 <사계절 벚꽃장>(2020)
사진 제공 : 진한컴퍼니

진한컴퍼니는 창원시 진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 단체이다. 벚꽃 축제 말고는 지역의 특별한 문화예술적 향유 장치가 없음을 고민하다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에 2020년 추가 공모로 들어온 팀이다. 선정되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이 있었다. 당시 코로나가 아주 극심한 시기다 보니 기존에 계획하고 있던 행사 등을 하나도 하지 못한 채 기존 계획의 수정만 거치면서 시간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단체 대표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는 진해 라는 지역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지역 주민들하고의 연대를 단순한 사업 운영의 파트너를 넘어서서 깊이 있는 유대의 관계로까지 끌고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을 때가 컨설턴트의 방향 제시와 운영 단체의 실행의 의지가 만나서 새로운 하나의 장을 만들어 내는 것일 텐데 진한컴퍼니는 ‘사계절 벚꽃장’ 이라는 지역 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라 향후로도 많은 기대가 된다. 이는 비단 한 단체에 대한 기대를 넘어서서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 모델의 적용 및 사업의 효과를 측정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의 지역 안착을 위한 과제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의 컨설턴트로 활동한지 약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다른 사업들에 비해 많은 애정을 가지게 된다. 아마도 현장에서 만나게 된 다양한 문화예술단체들 때문인 것 같다. 서울로 가지 않고 지역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 참 귀하다. 그러나 이 사업 또한 자체적으로 보완해야 할 지점들이 많이 있다. 우선은 1~5년차라는 정규시즌의 앞과(프리시즌) 뒤가(에필로그) 좀 더 보강되어야 한다. 1년차에 진입할 수 있게금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을 끌어줄 수 있는 유인책에 대한 설계와 5년차 이후에도 사업의 성과를 추적 분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권역별 모임이나 컨설턴트 제도 등도 조금 더 단체에게 중점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로 횟수 및 진행 방식이 보완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이 지역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지원 방식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체 혹은 지역문화진흥원 단독으로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지자체 등 다양한 기관 등과의 네트워크 구조를 통한 시스템 구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깊이 있게 지역을 들여다보는 만큼 지역 특화 콘텐츠는 생산되기 마련이다.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지역문화 콘텐츠 생태계 구축이라는 중요한 지역적 과제가 있지만 이 모든 부담을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에 지우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이 사업은 이 사업대로 성장을 하면서 지역 내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기 위한 선결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며 또한 다른 기획사업들은 그 자체의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서로간 상생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임영숙
  • 필자소개

    이일록은 (전) 문화기획자로, 현재 지역문화진흥원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 컨설턴트이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문화다움, 부산문화재단을 거쳐왔고 최근에는 문화예술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로컬콘텐츠기획자’ 라는 이름으로 지역 내에서 다른 영역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고민하고 하나씩 실현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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