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년간 지속되었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1월 개편되었다. 11월 1일,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일상과 조화를 이루는 회복 단계인 ‘위드 코로나’로 변경 시행하였다. 이와 함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단계적 일상 회복 이행 계획’에 따라 일차적으로 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도 완화하여 권역별로 공연장 내 일행 범위를 확대하였으며, 경과를 지켜본 후 2차 개편 시에는 인원 제한마저 해제할 예정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 (소극장) 공연은 관객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이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10월 25일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개 포럼이 열렸다.

소극장 및 기초 예술분야 공연 활성화를 위한 공개 포럼
〈소극장 공연과 관객 사이 '거리 좁히기’〉


일시/장소: 2021.10.25. 17:00 / 알과핵 소극장
사회: 김일송(더아프로 편집장, 이안재 대표)
패널: 권연순(공연기획사 K아트플래닛 대표), 김규완(고등학교 영어교사. 관객 대표)
김민솔(독립 프로듀서), 오준석(공연기획사 MJ플래닛 대표)
주최: 플티(주) / 주관: 잘한다프로젝트 /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공개 포럼에 앞서 주최 측인 플레이티켓에서는 홍보 마케팅을 주제로 하여 ‘소극장 및 기초 예술 분야 공연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하였다. 먼저 8월 13일에 진행된 1차 간담회에서는 김민희(글로벌 이커머스 에이전시), 문지원(플롯 대표), 조혜랑(알과핵 소극장 대표) 등 극장, 유통, 홍보 등 관계자들이 함께하여 홍보 마케팅에 대한 공연계 인식, 한계, 그리고 대안과 관련된 대화가 오갔다. 레거시 미디어를 통한 언론 홍보가 그 영향력이 현저히 줄었음에도 여전히 홍보 업무의 하나로 인식되고는 있지만, SNS 등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진단이 있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기획‧홍보 인력을 두기 어려운 소규모 단체 처지에서는 지속적인 SNS 관리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어 9월 29일 진행된 2차 간담회에는 권연순(K아트플래닛 대표), 김민솔(독립 프로듀서), 김은아(극단 드란 대표), 변영후(몽상공장 대표), 오준석(엠제이플래닛 대표) 등 공연제작자와 기획자들이 모여 기획 과정이나 제작 현장에서 체감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서 논의되었던 내용에 이어 인력난에 모두 한목소리를 내었다. 또한, 공연계 내부에서 기획자에 대한 의식 변화를 가져야 하고, 공공 지원이나 행정 시스템과 관련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10월 25일 본 포럼에는 두 차례 간담회에 참가한 패널 일부가 참여하여 두 시간 동안 심도 있는 방담을 나누었다. 네 명의 패널이 준비한 발제문을 발표한 후, 관객과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발제는 ‘관객을 만나게 하는 사람들-기획자’(권연순), ‘소극장 레퍼토리 공연 만들기’(오준석), ‘공연단체와 관객 사이, 연결 고리 제안’(김민솔), ‘소극장 공연과 관객 사이 거리 좁히기-관객의 입장에서’(김규완) 순으로 이어졌다.

〈소극장 공연과 관객 사이 거리좁히기〉포럼 현장
〈소극장 공연과 관객 사이 거리 좁히기〉포럼 현장
출처: 플레이티켓

초연, 재연, 그리고 장기 레퍼토리

첫 세션 ‘관객을 만나게 하는 사람들-기획자’ 발제를 맡은 K아트플래닛 권연순 대표는 ‘공연기획자가 하는 일_공연기획 프로세스’라는 부제로 ‘제작단계별 공연기획자의 역할’을 소개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단계_ 공연 전, 프리 프로덕션
작품 선정, 배우/스태프 구성, 공연(연습) 일정/공연(연습) 장소 확정, 예산책정
2단계_ 공연 전, 계약 및 연습.
계약서 작성, 연습 중 업무 지원, 홍보 마케팅 전략 수립 및 실행
3단계_ 공연 중, 하우스 관리
판매 티켓 관리(일반 관객/초대자 관리), 하우스 운용, 홍보 마케팅
4단계_ 공연 후, 사후 관리
프로덕션 정산 및 보고서 작성, 재공연을 위한 지원사업, 투자유치 가능성 조사


권연순 대표는 개괄적 설명을 통해 ‘공연기획이란 작품을 선정하고, 선정된 작품에 따라 공연에 필요한 인력, 즉 배우와 스태프를 구성하고, 제작진과 협의하여 공연 일정과 장소를 정하고, 예산을 책정하며, 공연이 완성되기까지 업무를 지원하는 등 이들을 총괄하여 진행하는 과정’이라 설명했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전 과정에 참여하는 때도 있지만, 중반 과정부터 참여하여 역할을 수행하는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세션에서 MJ플래닛 오준석 대표는 자신이 처음으로 제작했던 뮤지컬〈식구를 찾아서〉를 모델로 ‘소극장 레퍼토리 공연 만들기’에 대한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앞선 권연순 대표의 발제가 초연 제작과정에 대한 소개라면, 오준석 대표의 발제는 그렇게 제작된 작품의 재공연, 장기 레퍼토리화 과정에 대한 설명이라는 차이를 보였다. 또한 권연순 대표의 발제가 이론에 가깝다면, 오준석 대표의 발제는 실제 현장에서 느낀 체험에 더 가까웠다.
뮤지컬〈식구를 찾아서〉는 두 할머니와 반려동물들이 식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여성과 노인, 동물을 소재로 한 점에서 기존 뮤지컬 흥행 공식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팩토리(현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선정과 대구뮤지컬페스티벌 공식 초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문예회관 공동제작 사업’까지 총 세 가지 부문에 선정이 되어 안정적으로 쇼케이스를 가지며 제작되었다. 이후 대구 초연(6월)과 연천 공연(8월), 그리고 서울 충무아트홀 블루(9~10월) 공연 등을 통해 여러 공연장에서 사전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작품은 관객의 호응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이듬해 충무아트홀 재공연, 울산 장기 공연, 대학로 공연까지 이어져 연 200회 이상의 공연 실적을 올렸다.
이렇게 뮤지컬은 연일 매진되며 6개월 장기 공연에 돌입했지만, 수익적으로는 실패한 결과를 낳았다. 작품의 제작비로 창작산실 재공연 지원사업 지원금 1억 5천만 원과 자체 제작비 1억 5천만 원이 들었는데, 티켓 수입은 그 절반인 1억 5천만 원에 불과했다. 오준석 대표는 이러한 문제적 상황이 발생한 데에 대해 관객과 유통, 두 가치 측면에서 진단했다.
먼저, 당시 공연계는 대형 뮤지컬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그동안 연극계를 지원하던 카드사, 통신사 등의 마케팅 공연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연극계도 기존의 극단 체제가 해체되고 기업화된 컴퍼니들이 성공하기 시작한 때였다. 동호회 중심의 관람이 줄어들고 ‘혼공족’이라는 낯선 관람형태가 등장하여 새로운 관객층을 형성했으며, 기존 관객층이 줄어든 상황을 반영하듯 작품도 공연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하거나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속속 제작되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관람할 수 있다는 〈식구를 찾아서〉의 장점이 아이러니하게도 공연 마니아층으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는 이유가 있었다. 청소년 단체관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니아 관객들은 불편을 느낀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오준석 대표는 대학로 공연 대신 지역 및 서울 문예회관 투어로 방향을 선회했다. 다행히 지역 환경은 호의적이었다. 그렇게 몇 년간 지역 투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오준석 대표는 다시 서울 공연에 도전했다. 그러나 서울 관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악순환이 몇 차례 이어지면서 결국 서울 공연을 포기하게 되었다. 문제는 서울 공연을 하지 않게 되자, 지역 초청도 없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서울에서 공연이 이뤄져야 지역 초청으로 이어질 수 있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결국 오준석 대표는〈식구를 찾아서〉를 포기했다. 현재〈식구를 찾아서〉는 새로운 프로듀서와 창작진에 의해 제작되고 있다. 오준석 대표는 “어떠한 시선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큰 성공을 한 작품이고,〈빨래〉와 같은 작품과 비교하면 ‘현재까지는’ 실패일 수도 있다”라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관객모집이 아닌 관객 소통

세 번째 세션에서는 독립 프로듀서 김민솔의 발제가 있었다. 모두 발언에서 김민솔 프로듀서는 ‘어떻게 하면 관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는가’보다 ‘관객과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싶은 자신과 창작진에 대한 욕망에 관한 이야기’라고 발제의 방향성을 밝혔다. 이러한 방향 아래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제안을 이어나갔다.
발제를 준비하면서 그는 주변 지인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예술단체에는 ‘공연예술을 하시는 당신들은 공연 소식을 어디서 접하시나요?’라는 질문을, 관객에게는 ‘공연을 관람하시는 당신들은 공연 소식을 어디서 접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에 많은 예술단체가 ‘공연 정보를 홍보하고 알리는 데 한계를 맞닥뜨리고 있다’라는 답을 했다. 예술단체 대부분이 SNS 홍보를 하고 있지만, SNS 홍보는 이제 당연한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의미가 되었다고 한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작품이 묻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SNS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에게 공연 소식을 전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없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물론, 서울연극센터의 웹진 ‘연극in’과 ‘인터파크’ 등이 있지만,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공연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
김민솔 프로듀서는 먼저 온라인상의 공연 정보 플랫폼을 제안했다. 접근성이 높은 위키피디아처럼 관리자의 기능을 최소한으로 하여, 예술단체들이 자유롭게 공연 정보를 업로드하고 관객 역시 댓글을 달 수 있도록 유도하여 예술단체와 관객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으리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플랫폼으로 관객수다회, 관객집담회를 제시했다. 현재 대부분의 예술단체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관객들의 개별 SNS를 통해 공연 감상이나 후기를 확인하고 있다.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정기적으로 관객과 만남을 개최하여, 관객 집단의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오프라인에서는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관객 의견 청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까지 확대하자는 방안을 말하며, 그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개별이 아닌, 집단 그리고 실시간 소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관객 접근성 향상을 위해 배리어 프리(barrier-free)와 마티네(matinée) 공연을 제안했다.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에 대해서라면, 설명이 사족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애인 접근성에 한정한 것이 아닌 더욱 근원적인 의미의 관객 접근성은 공연을 보기 어려운 모든 대상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 연장선에서 양육 등 돌봄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낮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마티네 공연은 관객 접근성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세션은 고등학교 현직 영어교사이자 공연 마니아 김규완 관객의 발제로 진행되었다. 발제를 통해 그는 정부, 예술단체, 극장 이렇게 세 단위 차원에서 필요한 점을 이야기했다.
우선 그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운을 뗐다. 뮤지컬 등 상업적으로 활로를 찾은 다른 장르와 달리 소극장 공연의 경우는 지원이 없으면 제작할 수 없기에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며, 정부의 지원을 받은 예술단체에서는 작품의 질과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예술단체에 관객들을 개발하고 홍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관극회원이나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리고 나아가 시민들과 함께 희곡 읽기 모임이나 낭독극 발표회, 연극교실 등을 운영한다면 시민이 연극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미래 관객 개발을 위해 중·고등학교 진로 특강·진로 체험·연극반 지도 등의 활동에도 연극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희망했다.
더불어 그는 소극장의 여건이 개선되길 희망했다. “관객 입장에서 극장을 방문하는 것은 일상을 벗어나 나름 ‘문화체험’을 하는 것인데, 예술의전당이나 명동예술극장 수준은 아니더라도 소극장 상황도 좀 더 나아지면 좋겠다.”라며, 좌석 간의 거리 확보와 여성 관객을 위한 화장실 추가 설치, 조명‧음향 시설의 확충을 요청했다.
그리고 다양한 페스티벌이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 예로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이나 10분 연극제, 페미니즘 연극제, SF 연극제 등을 들었으며, 또 체호프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연극을 묶어 무대에 올리는 안똔체홉극장이나 매년 다양한 고전을 주제로 하는 산울림 고전극장 등 극장 중심 프로그램도 예시로 들었다. 단발적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형식이나 주제 면에서 특화된 작품들을 모아 개최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좋은 극작가와 연출과 배우, 기술인력을 키우고 이분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듦으로써, 시대를 반영하는 훌륭한 창작극과 다른 나라의 연극을 흐름을 보여주는 번역극,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 등이 더 활발하게 공연되기를 기대한다”라며 발제를 마쳤다.

관객과의 질의응답까지 마친 후, 발제자들이 입을 모아 했던 이야기가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느라, 일상적인 문제에 대응하느라, 정작 궁극적인 질문을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일종의 자기반성이다. 마지막 김규완 관객의 이야기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훌륭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다. 관객들에게 인식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혹은 정서적인 위로를 줄 수 있는 혹은 미학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 그러한 작품이 포스트 코로나든 위드 코로나든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작품이라는 데 참여자들은 입을 모았다.

  • 김일송
  • 필자소개

    김일송은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 국제교류를 위한 정보 포털 사이트 더아프로 편집장을 맡고 있다. 희곡 및 아카이빙북 등 공연 관련 서적을 출판하는 (책공장) 이안재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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