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굿판 특히 잠수굿이나 영등굿에 가서 운이 좋으면 본(本)풀이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본풀이는 제주 모든 해녀의 뿌리인 용왕 할머니를 통해 세상이 창조되고 지금까지의 세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풀어내는 과정이다. 어쩌면 예술이 세상에서 처음 창작되고 나아가 많은 사람들을 통해 향유되고 소비되는 과정도 이러한 본풀이가 아닐까? 이번에 소개하는 이야기는 해녀의 유산을 간직한 한 예술가가 해녀의 이야기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는 서사에 대한 본풀이이다.
2019년부터 운영된 ‘해녀의 부엌’은 공연과 식사를 함께 하는 콘텐츠이다. 제주에서 해녀분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구좌의 80대 해녀분이 출연하는 이야기를 품은 공연이 끝나고, 현지에서 채취한 해산물 이야기와 식사가 마련된다. 그리고 관객과 해녀분들이 만나면서 마무리된다. 이 풍성한 무대는 종달리에서 나고 자란 해녀 집안의 김하원 ‘해녀의 부엌’ 대표가 고민과 상상을 발휘해 만든, 최근 제주에서 가장 성공적인 문화예술 관광 콘텐츠이다. 이번 인터뷰는 김하원 대표를 통해 해녀의 부엌이 만들어지고 운영된 이야기,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풀이이다.

해녀의 부엌 콘텐츠 진행 전경
해녀의 부엌 콘텐츠 진행 전경
출처: 해녀의 부엌 페이스북

로컬 비즈니스의 시작

해녀의 부엌은 ‘지역’, ‘전통’ ‘예술’ 그리고 ‘관광’이 화학적으로 융합된, 요즈음 가장 핫한 구성으로 성공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예술가가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이것이 콘텐츠로서 제작되고, 상품화하는 과정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해주신다면?

일단은 나 역시 제주 태생이고, 부모님이 어업종사자이시다. 예술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우연히 방학에 고향으로 내려와 해산물 판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부모님의 상황을 듣게 되었다. 사실, 유네스코에 등재되고 해녀들이, 우리나라가 하나의 문화유산이 된 건데, 왜 해녀들이 판로 문제에 처할 수밖에 없었나 알아보다 시작하게 되었다. 해녀들의 훌륭한 해산물들이 오히려 국내시장 창출을 못 해서 발생한 문제가 크다는 현실을 들었다. 그래서 해산물 판매를 더 확대하고 연계하여 해녀라는 문화유산의 가치와 매력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하다가, 내가 할 수 있는 걸로 풀어보자는 게 사업의 시작이었다.

지원사업과 공모 사이에서

웹진 독자 대부분은 바로 말씀하신 대로, 예술적 창작물을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바꿀 수 있었는가에 대해 궁금해하실 것 같다. 뿔소라 등 해산물 유통에 대한 고민이 공연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단순히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어렵고, 어쩔 수 없이 초기 투여되는 자본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지원사업과 공모 과정을 통한 창업에 대해 질문하려 한다. 관련 자료를 보니까 중소기업벤처부 로컬 크리에이터 선정, 스타트붐업 프로젝트 등 민간기업 투자 그리고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투자가치 평가 등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다양한 지원사업 선정이나 공모사업들의 장단점에 관해 이야기해 주신다면?

문제점을 이야기한다면 일단은 대부분 지원사업 자체가 인건비를 쓸 수 없는 사업이 많다. 우리 문화예술 쪽 일은 대부분 사람이 중심이 되어, 사람이 만들어가는 일이다. 사람에 대한 비용 즉 인건비가 전체 예산에 많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비용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 많이 부딪히게 된다. 과연 이 지원사업이 문화예술 콘텐츠를 할 수 있는 사업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싶었다. 예를 들면 IT 업계의 경우에는 인건비 책정이 되는 분야인 반면, 현재 개선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공연 만드는 건 인건비 인정이 안 되었었다. 게다가 지원사업 등을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을 한 업체들과 거래해야만 하는데, 예술가는 사업자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게되면 부득이하게 기존에 상업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과 상생하고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의 교감과 작업을 선호하는데 그런 작업을 시도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아마도 중소기업벤처부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원사업이 인건비 사용이 어려웠고 사용에 제한이 많은 것으로 기억한다.

혹시 처음 창업에 도전하면서 염두에 둔 관련 부처나 사업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제일 처음에는 자금이 없다 보니 문화예술 창작 창업지원 사업을 받았는데, 그때는 시행착오를 많이 하는 자금으로 쓸 수 있었다. 다양한 도전도 해보고. 그게 2년 전인데, 그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이후에 여러 지원사업들로 이어져 가게 되었다.

지역에서의 문화예술 창업

이제는 많은 예술인들이 수도권보다 지역의 전통 혹은 전승 문화와 연계하여 콘텐츠와 사업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예술 활동만 하다가 갑자기 지역에서 뭔가를 만들고 사업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아 보인다. 특히 지역 비즈니스는 다른 문제일 듯하고. 많은 분들과 협력, 협업이 필요할 텐데 새로 예술인들이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협력 등에서 주의할 점, 추천하거나, 중시하는 부분이 있는지 듣고 싶다.

지역에서 뭔가를 한다는 건 굉장히 많은 정신적, 물리적 투자와 무엇보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단시간에 빠른 결과가 나올 수 없는 게 지역 비즈니스라는 생각이다. 서로 소통하고, 문제 하나하나를 천천히 해결하고, 서로 간의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본다. 나의 속도만을 생각할 수 없고 지역의 속도를 절대적으로 맞춰야 하는 점이 중요하다.

말씀대로 수도권과 지역은 속도가 매우 다를 듯하다. 그 시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매우 중요한 교훈을 주셨다. 또 이러한 속도 외에 지역 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어촌계 분들, 제주도청과의 협업은 어땠는지?

일단 도청은 직접적인 지원이 안 되었다. 대신 어촌계에게 지원해주는 것이 있는데, 좋았던 것은 제주도도 이제는 뭔가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게 아닌, 새로운 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반면 아쉬운 지점은 이 지원받는 자금을 지역단체나 지역민에 한해 사용할 수 있는데, 그들이 이걸 스스로 운영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외지에서 온 다양한 청년들의 힘이 필요한데, 이들에게는 직접 지원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다양한 역량과 가능성을 가진 이주민들이 지역과 뭔가를 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구조인 듯하다. 나는 이곳이 고향이라 신뢰 관계로 움직이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냥 타지 사람이 자금을 받아 지역사람들과 뭔가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맞다. 어떤 분은 국내 최초 리립(里立) 박물관인 조랑말 박물관을 함께 만들었는데 끝내 제주에서 떠나가게 되기도 했더라. 제주뿐 아니라 전국 농어촌에서, 외지에서 와서 협력하여 뭔가 만들 수 있는 활동 기반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줘야 할 듯 하다.

공간을 꾸며서 콘텐츠를 선보이기

예술가가 직접 안 쓰던 유휴공간을 구하고 가꾸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30여 년간 문 닫았던 어판장이라는 버려진 공간을 공연과 식사가 연계된 멋진 공간으로 새로이 만드는 어려운 작업을 하셨다. 과거에 해녀분들이 사용하던 공간이 이제는 해녀의 이야기와 생산물을 체감하는 공간으로 탄생시켰는데, 이러한 공간을 꾸미는 것에 대해 앞으로 일할 후배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다행히 제주도 해안가에 지리적으로 좋은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사실 제주도에는 좋은 위치에 있는 공간인데 그냥 창고로만 방치된 곳들이 많다. 다른 공간들은 별도로 임대료 등이 많이 들기도 해서 버려진 마을 유휴자원을 이용하게 되었다. 아마도 제주만의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유휴자원을 적극 탐색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지역에서 일하는 데 아주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해녀의 부엌 내외부 공간 전경
해녀의 부엌 내외부 공간 전경
출처: 해녀의 부엌 페이스북

허가 등 법적 문제나 이용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특히 설득의 과정이 궁금하다.

제주의 유휴공간들을 보면 건물마다 다 다르게, 제주도 소유의 공간도 있고, 어촌계 소유의 건물도 있다. 처음에는 어촌계에서 허락을 하지 않았으나 꾸준히 콘텐츠를 설명하고 이야기한 후 뿔소라 유통 방식 등 해결책을 이야기 드려서 가능해졌다. 지역 즉, 제주도의 현재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콘텐츠라는 점이 마음을 움직이게 된 듯하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분들과 어촌계분들이 힘을 합쳐주시고 도와주셔서 가능했었다. 무엇보다 마을분들이 움직여주셔야 하고, 또한 시간을 그러한 과정에 맞춰서 생각하고 추진해야 한다. 공간 리모델링은 구체적으로는 저희의 취지를 이해해주셔서 제주도청 해녀유산과, 종달리 어촌계의 귀중한 도움을 통해 가능했다.

특히 해녀분들이 예전부터 많이 활동하신 구좌 종달리에서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으신 것 같다. 드디어 올해에는 두 번째 공간을 준비하시는 것 같은데 소개 부탁드린다.

두 번째 공간은 한창 공사 중이다. 사업을 확장해 두 번째 장소를 찾는다면 공항과 근접한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에 여기저기 공간을 찾다가, 함덕 옆 마을인 조천의 북촌마을 쪽을 발견하게 되었다. 공항, 제주 시내와 가깝지만 아직 관광지화가 된 곳은 아니라서 이곳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네 명의 종달리 해녀 이야기를 담은 공연 콘텐츠의 장면들
네 명의 종달리 해녀 이야기를 담은 공연 콘텐츠의 장면들
출처: 해녀의 부엌 페이스북

사업의 확장과 연계. 순수예술의 변신

공연예술과 식사(다이닝)를 함께 하는 콘텐츠도 독특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원래 목적이었던 해산물 상품 유통을 연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공연과 식사 그리고 나아가 상품 판매까지 생각하게 되었나?

거창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문화예술에 기반한 것인데 여기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보통 공연예술 쪽이 일회성으로 지원금에 의존해 활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모델을 어떻게 만들지가 첫 번째 고민이었다. 그리고 제주도 관광 온 사람들이 하는 것이 보통 맛집투어, 카페투어인데, 맛집투어 영역에 우리가 들어갈 수 없을까 하는 것이 두 번째 고민이었다. 그래서 문화예술이랑 맛집투어를 섞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 있을 때, 공연과 식사 간에 간극이 없었던 점을 매력적으로 여겼던 기억을 했고 이 경계를 없애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 오페라극장도 식사를 하는 데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해녀 문화와 융합하는 콘텐츠를 많은 이들이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면 이러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여러 분들로부터 모으는 과정은 어떠했나?

일단은 현지 해녀분들 인터뷰를 계속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목표였고 그 작업을 많이 오랫동안 했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그 이야기가 없다면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해녀들의 이야기가 콘텐츠의 주요 뼈대가 되어주었다.

기존의 관점에서 새로운 발전 가능성으로 해녀 문화를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연계된 새로운 상품으로 여러 해산물 중에 특히 제주의 ‘뿔소라’를 고르게 된 이유가 있나?

뿔소라가 해녀들의 소득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건 어업 채취 가능 기간이 길어야 한두 달인데 뿔소라는 10개월을 채취할 수 있어 해녀들의 생계에 가장 중요한 해산물이다. 그래서 뿔소라를 대표로 판매 연계하게 되었다.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기업육성팀 사업 예산
제주 뿔소라 온라인 펀딩 화면
출처: 와디즈 펀딩 페이지

해녀의 부엌, 미래와 전승

제주도 구좌에서 조천으로 확장하는 이야기를 앞서 들었다. 이후에 혹시 육지로 확장할 생각이 있나?

육지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이 콘텐츠가 나가는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제주와 해녀의 가치를 키우고 확장하는 것이 해녀의 부엌에게 주어진 몫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중요하고 오래된 전승 문화가 콘텐츠, 사업으로 성장할 때 챙겨야 할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주신다면?

앞으로 미래세대에 보존되고 전승될 해녀 정신은 무엇인지를 생각했을 때, 가장 매력적인 게 자연과 공존하는 문화였다. 이따금 우리 문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에서는 자연을 아끼고 함께하는 자신들의 문화를 만든 제주 해녀 문화 자체가 매력적이고 계속 전승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가 잊지 말아야 할 문화의 모습이라고 여겨진다. 신기술만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러한 전승 문화가 이제까지 만들어지고 보존된 데는 이유와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콘텐츠를 만들 때는 항상 전통과 전해 내려온 문화에 대한 고민과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 제주도의 문화는 제주도 자연환경과 역사에서 출발하고 콘텐츠도 이러한 정신과 문화의 존중에서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전통을 이야기하고 재해석할 때 충분히 알고 시간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바다와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 우리의 전통뿐만 아니라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도 더욱 지속가능한 착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길 바란다. 덧붙여 하루빨리 육지에도 오픈하기를 바라며, ‘해녀의 부엌’의 확장으로 더 많은 이들이 자연과 공존하는 제주 문화를 공감하기 바란다.

  • 김규원
  • 필자소개

    김규원은 현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으로, 프랑스에서 지리학을 수학하고 축제에 대한 논문을 쓰다가 한국문화정책개발원에 입사하였다. 초기에는 축제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이후 문화도시, 문화시설 관련 다소 하드한 연구를 지속했다. 또한 전통공연예술, 지역문화에 관해 20여 년간 다양한 연구 경험을 축적하였으나 콕 집어 내놓을 전문 분야라고 내세울 것은 없는 실정이다. 단, 국악 관련 정책 연구는 운이 좋아 여러 번 하였으며 초기에 당인리, 광주아시아문화전당 관련 연구에서 사람과 인생에 대하여 많이 배운 것을 아직도 써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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