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9억 원 vs 2,968억 원
국내 미술품 경매사의 낙찰총액이다. 2020년 1,139억 원이었던 것이, 올해 11월을 기준으로 2,968억 원까지 뛰었다. 메이저 경매가 집중된 12월 실적까지 더한다면 3,4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 2021년 한국 미술시장엔 무슨 일이 있었길래 3배 넘는 성장을 했을까?

미술시장의 바로미터, 경매가 뛰다

2021년 낙찰가 상위 10위 작품
출처: K-ARTMARKET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자료(11월 기준)

시작은 2021년 1월. 코로나19로 전체적인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좀 나아지면 ‘보복 소비’가 시작될 것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루던 때, 김창열 화백의 타계를 기점으로 경매시장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 화백의 작품은 분명 컬렉터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작품이었지만 그간 저평가됐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타계로 인해 작품 희소성이 높아질 것이란 예측인지,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 작품이 출품됐고 1월 23일 서울옥션에서 김 화백의 1977년 작〈물방울〉(161.5×115.7cm)이 10억 4,000만 원에 낙찰됐다. 비슷한 사이즈의 비슷한 연대 작품이 보통 3억 5,000만 원~8,000만 원 사이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폭등에 가깝다.

이후 경매시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서울옥션은 3월 경매에서 낙찰률 95%를 달성했다. 케이옥션의 3월 낙찰률은 74%였지만, 출품한 김창열 작품 9점이 모두 팔렸다. 특히 가로 15.8㎝, 세로 22.7㎝로 물방울 1개를 그린 1호 작품이 8,200만 원에 낙찰됐다. 시작가는 1,200만 원이었다. 이후 이우환의 2013년 다이얼로그 판화가 2,000만 원 넘는 가격에 새 주인을 찾으면서 한국 미술시장은 완벽한 호황에 진입하게 됐다. 물방울로 활기를 되찾은 경매시장은 박서보의 근작인〈묘법描法 No.111020〉(2011년) 3억을 돌파를 기점으로, 이우환, 김환기, 하종현, 정상화 등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차례로 몸값을 올렸다. 특히 이우환의 경우는 1984년 작〈동풍〉이 31억 원에 낙찰되며 작가 최고가를 경신했다. 2019년 홍콩 경매에서 같은 시리즈가 20억 6,000만 원에 낙찰된 바 있어, 2년 만에 10억 원 넘게 상승한 것이다. 올해 경매 최고가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의〈호박〉(1981)이다. 이 작품은 11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54억 5,000만 원에 낙찰됐으며, 역대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최고가 10위에 해당한다.
단색화 작가나 해외 유명작가의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신진작가나 덜 알려진 작가의 작품도 함께 상승세를 탔다. 우국원 작가의 페인팅은 7월 서울옥션 대구경매에서 비교적 낮은 추정가 2,500만 원의 6배 넘는 1억 6,500만 원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하면서 급상승했다. 도도새를 주요 캐릭터로 활용하는 김선우 작가의 경우, NFT와 결합하며 젊은 컬렉터층의 관심이 쏠렸다. 2019년 홍콩경매에서 100호 작품이 530만 원 정도에 거래된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왔는데, 올해 8월 서울옥션에서는(추가) 같은 시리즈의 같은 사이즈 작품이 7,900만 원에 낙찰됐다. 블록체인 핀테크 전문기업인 두나무는 자신들이 론칭한 NFT 거래플랫폼 ‘드롭스’(Drops)에서 김선우 작가의〈숲의 오케스트라(Orchestra of the forest)〉를 2.2000BTC(원화 1억 5,989만 원)에 낙찰시켰다.

NFT도 올해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군 주요 팩터다. 글로벌 옥션회사인 크리스티에서 비플(Beeple)의 NFT 작품〈매일: 첫 5,000일〉을 780억 원에 판매하자, 미술계는 물론 금융계의 관심이 쏠렸다. 국내에서는 미스터 미상(Mr. Misang)이 올해 초 글로벌 NFT 플랫폼에서 작품 민팅(minting) 및 판매에 성공하면서 더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작가들이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 서울옥션, 아트앤가이드 등 다양한 기업들이 NFT에 진출했다. 심지어 한 종합광고대행사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진위마저 의심스러운 작품을 NFT로 발행한다고 했다가 취소하는 등 웃지 못할 사건도 일어났다. 시장에서는 NFT 작품에 대한 거품 논란도 여전하다. 특히 원작이 디지털이 아니라 따로 있는 경우, 이를 사진으로 찍거나 3D로 스캔해서 NFT로 만드는데 실물 가치와 아무런 상관없이 폭등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서다.

비플(Beeple)의〈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출처: 크리스티 홈페이지

작품을 어디서 구하지? 갤러리로 가자!

2차 시장인 경매가 들썩이자 1차 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갤러리 판매 실적도 좋아진 것이다.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화랑미술제였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이지만, 이른 봄에 열리고 키아프에 비해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행사다. 그러나 참여한 갤러리가 가지고 나온 작품을 다 판매해 날마다 새로 작품을 거는 ‘벽갈이’ 현상이 나타났다. 이어 아트부산, 키아프, 대구아트페어에 이르기까지 주요 아트페어에 관객들이 몰렸다. 단순히 관람객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컬렉터층도 넓어졌다. 5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열렸던 아트부산은 관람객 8만 명, 매출액 350억 원을 달성했다. 역대 최대수치다.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열린 한국 대표 아트페어인 키아프는 650억 원이라는 국내 아트페어 사상 최고 성적으로 폐막했다. ‘알짜배기’라는 대구 컬렉터들이 챙기는 대구아트페어(11월)도 매출액 98억 원이라는 전년 대비 2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왜 이렇게 미술시장이 뜨거운가

미술계에서는 부동산, 암호화폐, 주식시장 호황 등 유동성은 풍부해졌지만 투자처가 마땅치 않았던 점, MZ세대가 새로운 컬렉터층으로 부상해 컬렉터의 세대교체가 일어난 점, 코로나19(추가)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 각종 세금에서 미술품이 자유로운 점 등을 올해 폭발적 성장의 이유로 꼽는다.
특히 국내미술품에 대한 세제는 다른 자산에 비하면 전무한 수준이다. 부동산의 경우 취득세, 등록세, 보유세가 매겨지지만, 미술품은 구매 시 어떠한 세금도 붙지 않는다. 6,000만 원 미만 작품, 국내 생존 작가 작품, 조각의 경우는 재판매 시 소득세가 없다. 그 외 케이스라면 1억 원 이하는 양도세 20%(지방세 포함 시 22%)가 일괄적으로 붙는다. 다만 필요경비율이 90%다. 10%에 대한 금액만 과세 대상이다. 1억 원 이상의 경우는 1억 초과금액의 80%까지(10년 장기보유 시 90%) 필요경비율을 인정해준다. 8,000만 원 정도에 구매한 작품을 2~3년 뒤 1억 5,000원에 재판매했다면 필요경비 1억 3,800만 원을 제외한 1,200만 원의 22%에 해당하는 264만 원을 세금으로 내면 된다. 다만, 8,000만 원 작품이 7,000만 원으로 하락했다고 할지라도 필요경비 90%를 제외한 700만 원에 대한 세금 154만 원이 부과된다. 양도 차액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할지라도 세금은 내야 한다.

2023년부터는 미술품과 문화재로 상속세 대납이 가능해진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를 놓고 미술품으로 대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작품 가격에 대한 벨류에이션 등 실질적 문제에 부딪혀 관련 법이 좌초됐었다. 대신 이 회장 유족은 소장품 1만여 점을 국가 미술관에 ‘기부’함으로써, 상속 재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삼성 이슈를 벗어나자 ‘미술품 물납제’를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고 11월 30일, 국회는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상속세 납부 시 미술품과 문화재 물납을 허용키로 했다. 다만 ‘부자 감세’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문화재나 미술품 상속으로 인한 납부세액에 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요청이 있을 시에만 허용된다. 여러 가지 조건이 붙었지만, 미술품 상속세 물납이 가능해짐에 따라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외 갤러리 추가 진출, 프리즈 서울 개최

서울 분점을 낸 쾨닉 갤러리 홈페이지 / 2022년 9월 서울 개최 예정인 프리즈 아트페어
서울 분점을 낸 쾨닉 갤러리 홈페이지
출처: 쾨닉 홈페이지
2022년 9월 서울 개최 예정인 프리즈 아트페어
출처: 프리즈 홈페이지

매력적인 세제와 풍부한 유동성, 두꺼워진 컬렉터층은 해외 미술시장에서 한국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던 해외 유수 갤러리들이 올해 앞다퉈 진출했다. 아트부산에 2회 연속 참여하며 한국 시장을 가늠하던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런던, 파리, 찰츠부르크에 이어 서울 한남동에 10월, 개관했다. 이보다 앞선 4월에는 독일 갤러리인 쾨닉이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한편 2017년 서울에 개관한 페이스 갤러리는 4년 만에 갤러리 규모를 4배 확장해 한남동 리움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았다. 또 다른 글로벌 갤러리인 리만머핀도 내년 한남동 확장 이전을 밝혔다.
이미 영국 화이트큐브, 독일 에스터 쉬퍼, 스프루스 마거스 등은 한국인을 현지 디렉터로 서울에 상주시켜 작품 홍보와 판매를 늘리고 있다. 독일 베를린 페레즈 프로젝트, 미국 뉴욕 글래드스톤, 투팜스도 내년 서울에 분점을 낸다.
하이라이트는 글로벌 브랜드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의 서울 개최다. 한국화랑협회와 프리즈는 프리즈 서울을 2022년 9월 코엑스에서 동시 개최한다고 지난 5월, 공식 발표했다. 아시아 시장의 가장 큰 고객을 꼽으라면 단연 중국이다. 베이징,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등이 엔트리 도시로 가장 먼저 고려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프리즈는 서울을 선택했다. 이유는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10월 개관한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개관을 앞두고 아트뉴스페이퍼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달리 한국은 미술품에 부가가치세나 관세가 없다. 홍콩과 같은 상황이며, 미술품을 들여오거나 수출하는 것도 편리하다”라고 전했다.
프리즈 서울의 개최로 거대 자본에 한국 미술이 종속될 것이라는 의견과, 오히려 한국 미술이 성장할 기회라는 목소리가 팽팽하다. 좋든 싫든 한국 미술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게임 체인저’임은 확실하다. 2021년보다 2022년이 한국 미술계 역동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한빛
  • 필자소개

    글쓴이 이한빛은 ‘헤럴드경제’ 신문에서 시각예술 분야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학부에선 언론정보학을 전공했으며 뒤늦게 MBA 과정을 수료했다. 미국감정평가사협회(AAA)의 미술품 시가감정 과정을 수료, AAA의 준회원 후보 자격을 획득했다. 시장을 맹신해서도 안 되지만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긍정적 시장주의자다. 인스타그램

정보라이선스-정보공유라이선스2.0

facebook twitter

댓글 0

확인
Top
  • 페이스북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