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합의된 정의가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이다. 메타버스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세계에 도달하게 해주고, 직접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유를 주기도 했으며,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과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관계를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내가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프레즌스(Presence), 즉 실재감을 느끼게 해주면서, 새로운 형태의 문화이자 매체 혹은 그것을 초월하는 새로운 우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디지털 공간인 메타버스는 물리적인 세계와 가상세계를 융합하고 연결하는 경향을 갖는다.

게임 속으로 들어온 전시

지난 1월 미국 팝 아티스트 카우스(Kaws)는 런던 켄싱턴 가든에 위치한 서펜타인 노스 갤러리(Serpentine North Gallery)와 메타버스 플랫폼인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동시에 열었다. 실제 전시장에서는 어큐트 아트(Acute Art) 앱을 통해서 증강현실(AR)로도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하였고, 전시장과 집 그리고 가상세계에서 언제 어디서든지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카우스의 스켈레톤은 이미 포트나이트에서 의상 아이템으로 구현된 바 있었지만, 아트 갤러리를 구축하며 예술과의 접목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화이트 큐브형 갤러리의 IRL(In Real Life, 현실세계) 전통적 전시를 가상으로 재현하는 것 외에 특별한 상호작용은 없었다.

Fornite KAWS New Fiction 전시(출처 : Epic Games)
Fornite KAWS New Fiction 전시(출처 : Epic Games)

이제 전시장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전시가 동시에 열리는 것은 익숙한 일이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던 브랜드 10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 절대적 전형’ 전시는 ‘구찌 빌라(Gucci Villa)’로 콜라보레이션 했던 제페토에서 가상 전시로도 구현되었다. 2021년 구찌의 피렌체 전시는 로블록스에서 2주간 전시를 공개한 바 있었다. 메타버스 공간을 통해 쉽게 접하기 어려운 패션과 예술과의 간극을 좁히려는 브랜드의 노력은 메타버스 플랫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에서 아이템 판매를 통한 경제적 기회를 발견한 사례들은 예술 영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스페이셜(Spatial) 과 같은 메타버스 전시 플랫폼에서도 NFT 아티스트들의 전시가 수시로 열리면서 3차원의 디지털 아트를 커뮤니티와 함께 즐기는 문화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다차원으로 진화되고 있는 음악 경험

KID A MNESIA 전시 (출처 : Epic Games)
KID A MNESIA 전시 (출처 : Epic Games)

메타버스에서의 공연은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해도 음악 레이블과 협약을 맺고 정기적 공연을 여는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등을 통해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상시화 되고 있다. '포트나이트'에서의 트래비스 스콧과 아리아나 그란데, '로블록스'에서의 릴 나스와 트웬티원 파일럿 그리고 '웨이브(wave.watch)' 에서 저스틴 비버와 더 위켄드까지 소위 '메타버스 콘서트'에서 아바타화된 가수들이 CG 캐릭터의 모습으로 공연을 하는 사례는 제법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걸그룹 ‘K/DA’나 록밴드 ‘펜타킬’과 같은 음악 영역에서 활동이 커지고 있는 가상 아티스트,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활약은 메타버스 공연의 입지를 굳건하게 하고 있다.

음악 청취를 넘어 시청각적 음악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가상 콘서트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무대를 확장시키면서 3차원의 가상 공간 속에 아티스트의 세계관으로 풀어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2021년 11월에 공개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Kid A와 Amnesiac의 음반들로 구축된 ‘KID A MNESIA’ 게임전시는 게임이면서 음악체험이고 전시체험이면서 세계관의 체험이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또 하나의 표현 매체이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채널이 되어 가는 중이다. 또한 코로나의 여파로 축제의 현장도 꾸준히 메타버스를 품어왔다. 오프라인 축제가 돌아왔어도 하이브리드 형태를 통해 그 경험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4일까지 열렸던 미국의 음악 축제 코첼라는 코첼라버스(Coachellaverse)란 이름으로 포트나이트와 AR로 현장과 집에서도 축제를 다르게 경험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제시한 바 있다.

메타버스 속 무대 예술의 새로운 장르

메타(META), 브이알챗(VRCHAT) 등 XR 소셜 플랫폼에서는 가상 연극, 가상 무용 공연 등이 열리고, 무료부터 유료 공연까지 공연들이 다채로워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비록 소수이긴 해도 해외에서 시도된 ‘파인딩 판도라 엑스(Finding Pandora X)’ 나 ‘웰컴 투 레스피트(Welcome to Respite)’ 과 같은 XR 이머시브 시어터 공연들은 티켓 판매가 매진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들도 있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의 현장감이 중요한 무대를 가상으로 옮겨 올 경우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공연예술을 디지털화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배우의 예술이기도 한 공연예술을 가상화하기 위해서는 배우의 존재감과 아우라를 옮길 수 있어야 하는데 기술이 진화하고 대중화되면서 타 장르와 결합된 형태의 무용이나 이머시브 연극, 게임과 영화, 공연이 융합된 장르 실험은 메타버스를 만나 계속되고 있다.

Suga’: A Live Virtual Dance Performance 예고편

올 초 2022 선댄스 뉴프론티어를 통해 공개된 발렌시아 제임스의 'Suga': A Live Virtual Dance Performance’ 는 웹 XR을 활용한 라이브 공연 사례로 VR 헤드셋 없이 가상의 공연으로 초대된다. 아바타의 형태가 아닌 아티스트가 실제 춤을 추는 모습이 볼류메트릭 비디오로 등장하여 가상 환경 내에서 함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사례다. 디지털 공연이 열리는 가상현실 공간은 대서양 노예 무역의 현실을 보여주기도 하고 가족사와 문화유산을 녹여내어 가상환경 속에 이야기를 담고 댄스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처럼 메타버스 속 무용 공연은 새로운 내러티브를 담아내기도 하고 무용가의 상상 속 세계를 확장된 디지털 공간으로 표현해 낸다는 측면에서는 시각적 미학을 추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메타버스 속 디지털 댄스 공연은 대다수가 신체가 없는 아바타로 등장하고 무용가는 기계 장치를 쓴 채 춤을 추기 때문에 기존의 무용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Alexander Whitley - Future Rites
Alexander Whitley - Future Rites
(출처 : https://www.alexanderwhitley.com/)

실제 플랫폼에 올라간 형태는 아니었지만, 지난 3월에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 웨스트(SXSW)에서는 영국의 안무가 알렉산더 휘틀리(Alexander Whitely) 의 XR 공연 ‘Future Rites’가 시연되었다. 필자도 참여해 볼 수 있었던 이 공연 작품은 모션캡처 슈트를 입은 무용가와 함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음악에 맞추어 참여자와 함께 가상 세계 속에서 협동공연을 하는 작품이었다. 가상세계의 안과 밖이 하나의 조화를 이룬 풍경이 되었는데 실제 작품 속에서 비록 한 명의 춤이지만 AI를 통해 군무화되는 무용가의 춤사위를 보고 즉흥적인 춤을 추게 되면서 자연과 춤과 하나로 교감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시공간이 확장되는 새로운 디지털 무대에서 ‘함께’ 춤을 추고 아티스트와 소통하면서 작품의 일원이 되어 몰입하고 때론 공동체적 체험을 하는 것은 분명히 기존 물리적 무대가 줄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주는 예술 경험이었다.

행동하는 경험으로 진화하는 메타버스 속 예술체험

김아영작가 - 수리솔 수중 연구소 가이드 투어(VRCHAT) (사진제공 : 김아영 작가)
김아영작가 - 수리솔 수중 연구소 가이드 투어(VRCHAT) (사진제공 : 김아영 작가)

지난 4월 7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STRP 페스티벌에서 김아영 작가의 <수리솔 수중 연구소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이 열렸다. 소셜 VR 플랫폼 VRCHAT에 구축된 작가의 작품 속 세상에 초대된 전세계 관객은 작품 속 거대한 세계를 탐험할 수 있었다. 오륙도 앞바다를 지나 해저 속 수리솔 연구소를 거쳐 다시마 팜을 거니는 체험을 했다. 기존에 공개되었던 <수리솔 수중 연구소> 단채널 영상에 이어 아르코 미술관, 부산 현대미술관 등에서 VR로 만났던 <수리솔:POVCR>과 실시간 소셜 VR 플랫폼 속 작가와 관람객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라이브 체험을 하면서 관객들은 작가의 작품 속 세계관의 일원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작가가 매번 새로운 매체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장해 가는 여정을 지켜보는 것은 예술 체험이 스펙트럼이 시청각의 경험에서 행동하는 경험으로 바뀌게 되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의 문화예술은 최종 구현되는 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하고 원천이 된 이야기나 매체의 DNA를 흡수하는 다른 장르적 특징의 혼용이 필수적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속에서 예술가와 단체들은 메타버스가 감각, 매체,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표현이자 확장임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디지털이 품고 있는 접근성과 확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실험 단계 수준이지만, 물리적 세계에 살고 있는 육체적 존재인 우리가 메타버스 속에서는 각자의 세계를 건설하는 창작자가 될 수 있고, 예술 작품을 함께 만드는 구성원이자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분야를 망라한 새로운 예술 매체의 등장은 그 가능성을 발현하는데 여러 세대를 거치기도 하고 일상화된 문화로 받아들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술은 늘 끝없이 진보했고, 예술은 늘 이를 수용하며 경계를 확장시켰다. 스스로의 비전과 관객과의 연결에서 갖고 있어야 할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예술가만이 가능성을 가치로 치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이혜원
  • 필자소개

    이혜원은 기술이 어울리는 이야기, 기어이 이머시브 스토리텔링 스튜디오 대표이자 프로듀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다. 융합공연, 아트앤테크, 콘텐츠 산업, 미국 VR스타트업 등 문화예술과 기술을 결합하는 영역에서 경험을 쌓았다. XR 실감콘텐츠매거진 ‘아이엑스아이(ixi.media)’를 운영하고, 오리지널 XR 콘텐츠 제작,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전시, 메타버스 및 버추얼 문화 경험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예술과 기술을 매개하고 스토리를 연결하는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rene.lee@giioii.com/ @giioii_immersive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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