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사용자 편의에 따라 창작구분별, 지역별, 장르별, 인구통계학적 통계 데이터를 제공한다. (클릭 시 확대)
▲ 장르별, 지역별 공연 랭킹 또한 확인할 수 있다. (클릭 시 확대)
1) 안성아(2014).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무엇이 문제인가? 창조경제활성화 포럼, 한국경영학회. |
오랫동안 준비해 온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공연통전망) 사업이 7월 24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 하반기부터 주요 대행사와 기획, 제작사의 참여를 유도하고, 2016년 공연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공연통전망 체계를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서두에 언급한 문제들은 몇 년 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별, 지역별 매출 데이터가 집계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규모 추산이 가능해진다. 콘텐츠 백서에 공연산업이 한 챕터로 자리 잡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공연계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예매사이트의 독점 문제이다. 예매사이트별로 공연의 예매 순위가 다르게 발표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예매사이트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순위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예매사이트의 파워 중 하나는 정보의 독점에 있기 때문이다. 공연통전망이 완성되면 공연별 박스오피스 데이터가 정기적으로 공개되니 이런 갈등의 불씨들은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연통전망을 통해 생산될 데이터는 공연의 수익 구조를 믿을 수 없어 투자를 머뭇거렸던 투자자들에게 반가운 뉴스가 될 것이다. 얼마 전까지 뮤지컬 시장규모가 3천억 원대로 성장했다고 떠들썩했지만, 최근 배우 개런티 지급이 안 되어 공연이 취소되고 중견제작사가 부도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보며 공연시장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일부 공연제작사들은 공연통전망을 통해 재정상황이 공개되면 오히려 투자가 감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장 공연계의 치부가 드러나고 투자가 수축되더라도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을 구축하려면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영화산업의 경우 가장 뜨거운 감자는 수직계열화된 기업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였다. 지금도 그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수직계열화된 극장들이 자사 영화에 상영관을 더 배정하는 비율은 실제 5~10% 정도이다.1)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대기업들이 더 파워를 휘두르지 못하는 것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하 영화통전망)에서 매주 공개하는 박스오피스 자료 때문이다. 공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방에서 감시의 눈꼬리를 치켜세우고 있으니 상영업계에서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들이라 해도 선을 과도하게 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공연산업도 마찬가지다. 산업 내 독과점의 파워를 줄이고 투자자들의 눈길을 돌리려면 믿을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로 투명한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한다. 공연통전망이 큰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정책입안자들에게도 티켓전산망 데이터는 공연예술 정책을 결정하는 근거자료로 효용이 크다. 공연계에는 예술과 산업의 영역이 혼합되어 있다. 공연통전망이 완성되면 투자와 지원의 경계를 파악할 수 있고 작품의 성격에 맞는 지원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 비즈니스 관계자들에게도 이 데이터는 유용하다. 이제까지 개인의 감과 경험으로 관객의 변화를 감지했다면 객관적으로 제공되는 시장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학계에서도 공연통전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십년간 영화산업에 대한 많은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그 근간에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통전망에서 제공하는 데이터가 한 몫을 했다. 미국 공연계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시장에 대한 데이터 기반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공연통전망이 갖춰진다면 국내 공연계에서도 분석할만한 재료들이 풍성해지니 많은 연구자들이 데이터 부재로 손대지 못했던 연구문제를 들고 달려올 것이다.
시스템 구축보다 활용이 더 중요 |
2) Iyengar, Sheena S. and Mark Lepper(2000) “When Choice is Demotivating: Can One Desire. Too much of a Good Th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 |
공연통전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거의 10년이 되었다. 시범 서비스가 시작되기까지도 오래 걸렸지만 앞으로 갈 길도 평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일반 산업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정보시스템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정보시스템을 도입한 수많은 기업 중 이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들의 성공비결은 시스템과 데이터가 활용되도록 조직문화와 조직원들의 사고방식을 함께 변화시킨 것이었다. 공연계에서도 공연통전망 구축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는 의지와 태도라고 생각된다.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공연계 구성원들의 참여와 협조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후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지금까지의 작은 관행들까지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예컨대 대학로 공연 전용 티켓 판매처에서 직원들은 방문객에게 특정 공연을 추천하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존중이나 형평성의 관점에서 나온 결정이리라 추측해 본다. 그러나 소비심리 연구에 의하면 선택대안의 수가 너무 많아지면 구매를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사람은 늘어난다고 한다. 선택대안이 많을수록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선택하고도 후회할 것 같은 불안감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2) 영화 부가판권의 역사를 새로 쓴 온라인 영화 대여점 넷플리스(Netflix)는 회원 개인의 구매 데이터를 활용해 영화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작은 영화들의 매출을 올리고 재고는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세계적인 온라인 서점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대학로에서 일 년 동안 무대에 오르는 연극과 뮤지컬만 6백 편이 넘는다.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해서 관객들이 고려할 대상 공연을 줄여준다면 더 많은 잠재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공연통전망이 갖춰지면 우리에게 싱싱한 대량의 데이터가 쏟아질 것이다. 우리는 그 데이터를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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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안성아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를 받고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에서 공연, 영화 등 문화 분야의 마케팅과 조사방법론을 강의하고 있다. 번역서『문화예술기관의 마케팅』, 『영화마케팅바이블』을 비롯해 <대학로 실태 조사>, <클래식음악, 발레 관람객 조사>, <연극, 뮤지컬 관람객 조사> 등 공연 분야 다수의 현장조사에 책임연구자로 참여했다. 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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