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7년 8월, 상업주의와 자본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상을 타개하고자 7개의 소극장(가변무대, 글로브극장, 단막극장, 동숭무대 소극장, 우석레퍼토리 극장 , 76스튜디오, 혜화동1번지)이 모여 소극장 네트워크인 문화공감그룹 7star를 창립 소극장의 활로를 모색해보고자 했으나 1년 남짓한 활동 이후 이어지지 못했다. -필자 주 |
두 번째는 탈(脫)대학로 주장이 다시금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데 있다. 2007년 무렵, 7개의 소극장이 모여 시작했던 ‘문화공감그룹 7star1)’ 운동 등 대학로 소극장의 운영난이 가시화되던 때 잠시 불거졌던 현상이(혹 그것이 실현 불가능하더라도) 일련의 사태 속에서 재점화되었다는 것은 현재 소극장 운영 현실, 대학로 창작 환경의 난맥상을 항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탈출구가 쉽게 보이지 않아 민간 소극장의 폐관이 도미노처럼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의 팽배다. 일례로 대학로극장의 ‘상여 퍼포먼스’의 경우가 그렇다. 소극장 운영 환경의 개선을 촉구함과 동시에 상업 자본에 잠식되고 있는 대학로 예술 환경의 현실을 성토하는 퍼포먼스는 충분한 설득력과 이유가 있었다. 다만, 그 이야기를 들을 주체가 없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자치구인 서울시(종로구)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대학로극장의 폐관이라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연극인들의 주장과 목소리는 사라진 채 자극적인 이슈만 남아버리게 된 금번의 사태는 대학로 예술정책의 향방에 또 하나의 숙제를 남기게 됐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 소극장 증가 추이와 변화의 양상 |
▲ 대학로 문화지구 관리계획(클릭시 사진 확대) |
도대체 이러한 문제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일련의 사태 속에서 많은 공연예술인들은 2004년 대학로 문화지구 지정 이후를 대학로 환경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 나타난 소극장 양적 팽창 및 지가 상승 등이 오히려 예술인들을 떠나보내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타당한 주장도 있고, 다소 억지스러운 바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문화지구 지정으로 유흥업소 등의 상업 시설이 더 이상 대학로에 들어올 수 없는 근거가 되는 등 지역의 상업적 투자 욕구를 일정 정도 잠재우고 있는 효과는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지구 지정으로 공연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이 이전보다 개선되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직접적인 지원 체계의 유무를 떠나 공연예술 활동이 다른 지역보다 더 원활하다고 자부할 만한 부분 역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화지구 지정 이후 현재까지 대학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첫째, 소극장의 양적 증가다.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이후 소극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004년 5월 8일 종로구청에 공식 등록된 공연장 수는 57개였고, 이후 2008년까지 약 4년 동안 50여 개소가 늘어 100개를 넘어섰다. 이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40여 개로 점차 늘어나던 공연장은 이 무렵부터 학교법인, 대기업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현재의 160여 개로 수직 상승 해왔다.

2011년 4월 7일 공연법 시행령이 개정(개정 이후 50석 이상의 공연장은 모두 등록을 하도록 강화되었음)되기 전까지 100석 미만의 소극장은 굳이 등록을 하지 않아도 운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종로구청에 등록되지 않고 운영되고 있던 공연장이 더 있었다고 하더라도, 2004년 이후 10년 사이 대학로는 100여 개의 소극장이 새롭게 개관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소극장의 양적 증가 원인의 한 축에는 서울시 문화지구 조례에 따른 소극장 육성 정책(?)이 한몫 했다. 고도제한이 묶여 있는 대학로는 문화지구 지정 조례에 따라 건물에 공연장이 있을 경우(권장시설로 지정될 경우) 용적률을 완화해 1층을 더 증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연장 임대사업으로 인한 수익도 낼 수 있고, 건물도 증축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된 셈이다. 여기에 취득세, 등록세, 도시계획세, 재산세 등의 세금을 50% 감면하는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공연장 증가의 기폭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 권장시설: 권장시설이라 함은 문화지구 지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 설치가 권장되는 업종이나 용도의 시설을 말한다.
여기서부터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원제도가 현장과 유리됐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소극장을 보호하고 육성시킨다는 것은 그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예술인들의 활동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보호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상업적으로 임대공간을 늘리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역진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둘째, 오픈 런 공연장의 증가다. 현재 160여 개의 공연장이 있는 대학로는 공공극장, 학교법인, 종교 시설, 호객 행위 상설극장 등을 제외하면 약 130여 개를 민간 운영 극장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60~70여 개소가 오픈 런 공연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픈 런이란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간을 임차해 공연장을 만들어 장기 공연으로 운영하는 경우다.
우수한 공연이 장기 레퍼토리로 발전하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로 소극장의 오픈 런 공연의 대부분은 예술 활동으로서의 목적보다는 상업적 행위로써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공연장의 증가 역시 대학로 공연장 수직 상승의 또 다른 축이 된 것도 사실이다.
결국,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즉 140여 개로 소극장이 늘었던 시기부터 ‘대학로 공연장의 과잉’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는 문화지구 지정 이후 소극장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순수예술 활동을 목적으로 운영되던 소극장의 공(空) 대관 일수는 증가하고, 예술 단체가 운영했던 공간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소극장의 위기가 가시화되지만, 이를 타개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흐른 몇 년의 시간 동안, 마치 대학로극장의 예처럼, 쌓일 대로 쌓인 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필연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2004년 문화지구 지정부터 현재까지 소극장 변화의 양상 속에서 목격되는 현상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획력이 뛰어나서 대중적으로 공연을 팔 수 있거나, 둘째 자본력이 있어서 임대료 걱정을 덜 할 수 있는 경우, 셋째 건물주가 직접 극장을 운영하거나, 넷째 오픈 런으로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을 제작하거나, 그런 작품들이 올라가는 공연장들의 운영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쉬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것을 개인의 사명으로 방치할 경우 실험과 창작의 공간으로서의 본질이 사라진 대학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비단 소극장만의 문제인가?
최근 대학로 공연장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 속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소리가 있다. 이대로라면 정말 대학로를 떠나야 한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명동, 신촌에서 그랬듯, 그리고 수년 전 문래동이 그랬듯,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여들면 동네가 발전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지가가 상승하면서 상업화된다. 결국 터를 일궜던 예술가들은 같은 고민을 안고 또 다시 원점에서부터 새로운 판을 시작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결국 탈대학로가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그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바로 2015년 대학로 소극장의 곡소리로 대변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창작 환경의 변화를 비단 소극장의 문제 하나만으로 떼어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예술 단체와 제작 시스템의 변화는 물론 예술지원 제도의 흐름, 대학로를 찾는 관객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하여, 최근 대학로 소극장의 운영의 방식 역시 다각적으로 고민되고 있다. 혜화동1번지처럼 몇몇의 예술 단체가 동인으로 모여 공연장을 운영해보려는 움직임들이 시작되고 있고,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이전보다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공연장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민간의 자체적인 운영 개선 노력과 함께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부분이 공공의 영역이다. 아직 이전과는 다른 정책적 방향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이 일회성 수혈과 같은 형태로 시급하게 전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커질 대로 커진 대학로의 생태계는 새로운 방식의 실질적인 개선책이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되어야 할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대학로가 본래적 가치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지점을 끝까지 견지해갈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창작과 실험의 무대, 그것이 지금의 대학로를 형성하는 힘이었다면, 그리고 예술이 여전히 그런 힘을 가져가야 한다면, 그럴 수 있는 해법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때다. 대학로의 곡소리가 멈출 수 있는 실마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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