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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문화예술계에서 CoP(Community of Practice)라고 부르는 학습공동체 모임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소규모 인원이 자발적으로 함께 모여 공통의 주제를 학습하고 논의하는 모임을 일컫는 말로, 처음에는 일반 기업체에서 조직원들 간에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자발적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일반 기업계와는 달리 같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아닌, 서로 다른 조직과 단체에 속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통의 주제를 논의하는 형태로 발전되었다.
오늘은 CoP의 한 형태로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양성사업의 세부 꼭지로 진행되고 있는 <국제문화교류 연구활동 지원사업(NEXT STEP)>(이하 NEXT STEP)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양성사업은 공연/시각예술의 해외 진출, 공동제작 등 국제문화교류 프로젝트를 만드는 기획자를 양성하는 사업으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NEXT STEP은 국제문화교류에 대한 학습 주제를 가지고 있는 최소 4인에서 최대 8인으로 구성된 연구 모임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2014년에는 공연예술에서 3개 팀, 시각예술에서 3개 팀을 선정해 2015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연구 모임을 진행하였다.
NEXT STEP의 가장 큰 장점은 이 사업을 통해 기획자들이 가지고 있던 국제문화교류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내가 가진 씨앗에 물을 주고 싹을 틔워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모든 씨앗이 싹을 틔고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니겠지만 3개월간의 연구 활동에서 전문가를 초청하고 구성원들끼리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의 현실 가능성을 타진하고 이를 좀 더 발전시킬 동력을 얻게 된다. 하나의 주제를 탐독하고 구체적으로 구상해보면서 기획력을 향상시키고 콘텐츠의 기초를 다지는 시작 단계로 유용하다. 특히 전문가 초청 자문은 연구 모임의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015년 NEXT STEP은 이름이 가진 뜻 그대로 국제문화교류 아카데미(NEXT ACADEMY)에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 아카데미를 수강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2015년 9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진행되는 국제문화교류 아카데미에 참여한 수강생은 관심 있는 수강생들끼리 함께 모임을 구성하고 관련 주제를 더 심화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이후 아카데미 홍보와 함께 공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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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성연주는 학부에서 음악학을,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였고 삼성전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무국을 거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사업본부 인력개발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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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시각예술 국제교류 현황을 연구하는 상수 523-1
김윤애_상수 523-1 대표
문화예술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나가다 보면 연구를 곧바로 현장에 활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일이 많다. 또 막상 현장에서는 아직 연구가 미흡하다는 사실 역시 깨닫게 된다. 이론과 현장이 주는 괴리를 알면서도 우리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현장에서 각자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자발적으로 스터디 모임을 조직해 현장에 이론을 적용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이런 움직임의 일환이기도 하다.
상수 523-1의 시작도 이런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저마다의 일터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네 명의 팀원은 모두 각자 발 디디고 있는 분야의 이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절실했다. 석사과정 때 조직된 정기적인 스터디 모임은 졸업과 동시에 비정기적인 모임으로 변했고 그만큼 연구의 연속성도 떨어졌다. 그러던 중 우리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NEXT STEP을 알게 됐다. 모두들 함께 모일 동기가 필요했기에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마음으로 지원했다. 먼저 모임의 명칭부터 만들고 공통의 목표를 세우는 등 스터디 모임을 보다 체계화시켰다.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이론의 구조화와 비판적인 관점을 보완하기로 한 우리는 운 좋게 학습공동체로 지원을 받게 됐다.
우리는 동남아시아의 전통과 역사, 종교 등에 대한 관심이 미술계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은 낯선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다. 동남아시아 미술계의 이슈와 이벤트(비엔날레), 작가와 작품, 전시 공간 등 각자의 다양한 관심사를 주제로 리서치를 진행하고 연구 결과를 공유하면서 우리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동남아시아를 바라보는 시각이 보다 넓어졌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동남아시아의 역사, 종교,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한 석학들을 초청, 동남아시아의 특징과 역사 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단편적인 기사와 논문, 국내 전시 등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넘어 그 문화의 본질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바라보는 서구적인 고정관념을 벗어나게 되는 성과도 얻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과 함께 미술계에서 바라보는 동남아시아의 가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고 각자의 관심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NEXT STEP과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권역의 미술에 대해서도 심화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BIENNALE JOGJA XII, Richard Streitmatter Tran, Chaw Ei Thein, Sweetness, 2008(사진제공: 필자)
현장에 있다 보면 자생적 모임을 조직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또 이미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러나 의욕적인 초심을 이어나가지 못한 채 단발성 모임으로 끝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아마 서로의 성향과 관심사 등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상수 523-1의 팀원들은 석사과정을 같이한 경험을 통해 각자의 관심사와 연구 방식을 알고 존중할 수 있었다. 의견 차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을 통해 큰 부딪힘 없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 각자 업무 스케줄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NEXT STEP과 같은 훌륭한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론과 현장 사이의 거리를 조금은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매듭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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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윤애는 홍익대학교 판화과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동대학원 박사과정에서 한국근현대미술사를 전공하고 있다. 현대미술연구모임인 상수 523-1의 대표이며 2015년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NEXT STEP 학습공동체 지원을 받았다. 2011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본전시 큐레이터로 참여했으며 2012년부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문화역서울 284에서 일하고 있다. 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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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 품은 다원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스페이스 루바토
권효진_스페이스 루바토 디렉터
“예습과 복습을 잘하자!” 기억하는가? 공부를 잘하는 비결이라고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그러나 숙제도 아닌데 스스로 예습과 복습하기란 생각보다 정말 어려운 것을 경험상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예습 복습처럼 자발적인 학습공동체 활동은 일을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학습하려면 필요성을 충분히 느끼고 뚜렷한 학습의 동기부여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예술을 전공한 시간을 제외하고, 문화예술 기획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한 지는 약 5년째다. 시간이 갈수록 주어진 업무와 정해진 목표, 그리고 수직적 보고 체계 안에서 점점 일에 갇히는 나를 발견했다. 점점 창의성을 잃어버렸고, 담당자의 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2년에 처음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CoP(Community of Practice)에 참여하게 되었다. 업무에서 발견한 이슈를 연구 분석하고, 구성원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현장에서의 적용 방안도 도출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CoP에서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자유롭게 우리의 ‘일’과 예술경영에 대해 논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그 자체가 일종의 심리적 치유가 되기도 했다.
국제문화교류 연구활동 지원사업 NEXT STEP 참여
올해는 스페이스 루바토라는 모임으로 국제문화교류 연구활동 지원사업 NEXT STEP(이하, NEXT STEP)에 참여했다. NEXT STEP의 지원을 받기 전부터 스페이스 루바토는 다양한 전통예술 장르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한 다원예술 콘텐츠 창작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NEXT STEP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좀 더 체계적으로 창작에 접근하고, 국제교류를 위한 방법으로서 새로운 개념의 전통예술 콘텐츠의 제시라는 방향성을 잡기 위해서였다.
결과물로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지난 5월 23일 토요일에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연주 주제였던 몰입형 공연(Immersive Theatre)의 특성을 살린 공간과 콘텐츠 구성으로 참여 관객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
KNOCK-두리 포스터 |
KNOCK-두리 쇼케이스 및 관객 참여형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사람’을 얻은 것이다. 각자 전통예술 장르에서 활동하면서 타 분야의 예술가들과 같이 작업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서로의 장르와 작업방식에 대해 소통하고 이해하면서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협업을 이어갈 수 있는 협력 구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사업 종료 후에도 스페이스 루바토는 일종의 유닛으로 활동하며 모임의 지속성은 유지하고 있다. 넥스트 스텝에서 창작한 콘텐츠의 콘셉트의 연결하여 오는 ‘페인팅 루바토’라는 유닛으로 8월 성북예술창작센터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 하반기에 있을 작가들의 개별 프로젝트에 각자의 분야에서 도움이 주고받으면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늘 같이 작업을 해야 한다는 폐쇄적인 팀의 형태를 고집하지 않고 ‘따로 또 같이’라는 개념의 열린 구조를 가지고 즐겁게 오랫동안 작업을 하고자 한다.
자생적 학습 모임 조직에 대한 두 가지 TIP
현장에서 자생적 학습 모임을 조직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자발적인 학습공동체 시스템을 지지하는 마음과 몇 번의 참여 경험에서 찾은 두 가지 작은 팁을 말씀드리려 한다.
하나, 함께하는 구성원들과 성향과 목표 의식이 잘 맞는가를 꼭 확인하자.
평소에 성격이 잘 맞던 친구라서 같이 한번 일을 도모했다가 막상 일해 보니 여러 가지 문제로 철천지원수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학습 모임은 사람이 시작이고 끝이다.
사실 이전에도 두어 번 학습 모임을 구성하여 학습한 적이 있다. 물론 얻은 것은 분명 있지만 개인적으로 평가하기에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조금 힘들다. 구성원 사이에 주제에 대한 공감 부족, 학습 방법론 등의 의견 차이가 있었던 적도 있고, 말 그대로 업무가 아니라 자발적인 학습이다 보니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구성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수평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여차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자체적으로 이번 학습 모임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구성원들이 일치된 하나의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쇼케이스 당일에는 이것이야말로 말로만 듣던 한배를 탔다는 느낌이 아닐까 싶을 만큼 소중한 경험을 나누었다.
둘, 기관의 학습공동체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해보자.
자생적인 모임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차원의 경제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연구의 가이드라인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경험으로 봤을 때 일반적으로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치고, 평균 약 200만 원을 지원하는데 대부분 정산을 요구하므로 지출 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자문위원이나 사업담당자의 현장 모니터링, 중간 및 최종 보고 등의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
현재는 부천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2개의 학습 모임에 참여 중이다. 스페이스 루바토의 구성원들 일부와 진행하는 통합적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한 모임이 있고, 예술 영역을 확장하고자 건축 분야, 독립 출판을 하는 예술가들과 같이 진행하는 모임도 있다. 사석에서 마치 잡담처럼 꺼내던 이야기가 학습공동체 지원 사업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리서치하게 되고, 계획이 현실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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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권효진은 이대에서 한국무용과 경영을 공부하고, 서울발레시어터와 국립국악원을 거쳐 현재는 독립기획자로서 공연/전시/예술기록 등 다양한 예술작업을 기획, 제작, 코디네이팅하고 있다.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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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지는 2부 기사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칼럼] 이론과 현장을 잇는 CoP(Community of Practice)Ⅱ
참고링크 「2014 국제문화교류 연구활동 지원사업 [NEXT STEP]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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