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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기획자의 국제교류 플랫폼을 연구하는 APPS Korea
서상혁_APPS Korea 디렉터
“인연은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APPS Korea(Asian Producers` Platform Study Korea/이하 APPS Korea)의 시작은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 캠프(Asian Producers` Platform CAMP/이하 APP CAMP)에서 비롯되었다. 2014년 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 총 7일간 서울에서 개최되어 아시아 9개국 40여 명의 프로듀서들이 참가한 아시아 공연예술 프로듀서들의 새로운 네트워킹 프로젝트였던 APP CAMP가 인연을 맺어 주었다면, 그 인연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더욱 긴밀한 인연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국 참가자였던 류성효, 서상혁, 안미옥, 임인자 4명의 공통된 관심사였던 ‘아시아’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의지였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타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료가 많지 않고 전문 인력도 부족해 개인 스터디가 쉽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이에 덧붙여 공통의 관심 축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각자의 관점과 경험이 모여서 마치 거침없이 굴러가는 하나의 바퀴처럼 인연이 원활히 지속되기 위한 출발 지점에서 내부 동력뿐만 아니라 이를 보조할 수 있는 외부의 시의적절한 지원이 필요했는데, 때마침 알게 된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국제문화교류 연구활동 지원사업 NEXT STEP 학습 공동체’ 공모 소식은 아시아를 향한 인연의 Next Step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주요 추진 활력소가 되었다. APPS Korea 인연, 연소, 소망
연소의 3요소는 ‘가연물’, ‘점화원’, ‘산소’라고 하는데, 우리의 충만해진 열정을 아시아 탐구로 현명하게 연소하기 위해 시야 확장의 측면에서 가연물의 충원을 결정했다.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많으면서 한편으로는 기존 4명의 구성원과는 또 다른 경험과 배경을 지닌 문화예술 분야 활동가’라는 합의된 기준하에 각자의 지인 중 추천을 받아 최종적으로 이기언, 이승연, 최봉민 3명이 합류하게 되었다. 더불어 공모 지원 준비의 열기로 인해 모임이 발족될 온도가 적절하게 조성되면서 우리는 스터디 초반 생겨날 수 있을 불완전연소에 대비해 ‘아시아’를 향해 걸어가는 여정의 시작에 역사적 맥락과 개별적 경험을 나누어 전해줄 수 있는 훌륭한 길잡이로서 임우경(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조교수), 백기영(경기문화재단 북부사무소장), 이원재(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소장) 3명의 전문가들을 강사로 청했다. 그리고 총 6회의 모임 중 이후 3회의 모임은 구성원 간의 해당 주제별 토론으로 개별 관점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스터디를 마무리하면서 돌이켜 보니, 우연과 필연의 교감에 의해 구성된 스터디 커리큘럼은 스터디 참가 총 7명에게 산소 같은 시간을 충분히 할애할 수 있도록 참가를 독려한 바가 크다고 느껴졌다. 요컨대 탈 물질은 우리 스스로였고, 점화원의 계기는 동기였으며 산소는 스터디 참석 의지였다. 그리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김승연, 성연주 담당자의 애정 어린 관심과 컨설팅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김소연(연극 평론가)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단도 이번 스터디의 완전연소를 위해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한 주효한 촉진제였다고 생각된다.
▲ 공연예술 연구모임 APPS Korea의 연구 활동 모습
‘하나의 아시아가 아닌 하나하나의 아시아, 상상이 아닌 실천으로서의 아시아’라는 결론을 APPS Korea의 스터디를 통해 도출할 수 있었다. 개별 국가 단위의 문화예술 탐구와 비교를 통해 하나의 지점에서 하나의 아시아로 확장해나가고자 하며 상상에 머무는 이론이 아니라 이제 구체적 실천으로 직접 아시아를 보고 듣고 교류해야겠다는 다짐 역시 스터디가 남겨준 큰 선물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프로젝트 비아의 일환으로 다녀온 베트남 호치민 지역 시각예술 리서치는 내게 그 실천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7인의 활동과 관점이 서로 다르기에 아시아를 입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된 점이 스터디 모임의 뜻깊은 성과이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우리’는 아시아를 함께 바라본다. 다만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흩어져 현장에서 자신의 활동들로 나아갈 것이며, 각자 아시아를 향한 실천의 경험이 서로 조금씩 나눌 만큼 축적되면 조만간 우리는 곧 모일 것이다. 동료애 또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 믿는다.
▲ 공연예술 연구모임 APPS Korea의 연구 활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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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서상혁은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하고 2005년 대학로문화축제(SUAF)에서 기획 일을 시작했다. 이후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거리문화공연 유스퍼포먼스페스티벌(YPF)에서 인디밴드 초청공연과 유스라이브 음악경연대회를 기획 및 진행하는 제작감독을 수행했다. 2013년 서울여성공예창업대전 전시감독, 2014년 서울 다문화가족 다정한이웃 축제 총감독을 맡아 진행했다. 축제뿐만 아니라 무용, 거리극, 설치 등의 다양한 장르 예술의 기획 일도 병행하고 있다. 장르 간 협업에서 즐거운 과정을 중시하며 현재는 아시아 내 국제교류의 접점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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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페스티벌의 제시, TAM fest
백병철_TAM fest 디렉터
페스티벌을 만들자
각자 음악계와 공연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2년 전부터 ‘뮤직앤피플’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던 우리는 작년 가을부터 페스티벌을 만들자는 계획을 했다. 그동안 수많은 페스티벌들이 과잉 경쟁하며 소모되고 실패하는 모습을 지켜봐 오면서 새롭게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는 판을 짜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간 우리보다 더 뛰어난 기획자들과 기업들 지자체들이 수없이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과연 우리가 그들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원위치로 돌아서서 ‘왜’라는 물음에 우리가 대답하고 의미부터 찾는 것이 순서였다.
음악계 판도를 바꾼다거나 시장에 영향을 끼치자는 거창한 목표보단 기업이나 관이나 거대한 상업 논리, 행정 논리에서 벗어나서 놀이판을 만들 수 있는 건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앞서 말한 우려스러운 논리들에서 벗어나기 힘들기에 대안적 시도가 계속 있어 왔음에도 성공 사례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조직화
TaM Fest는 아시아의 뮤지션과 테크놀로지가 합쳐진, 매회 아시아의 각기 다른 나라에서 개최되는 축제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끌어 나가는 게 바로, 아시안 뮤직 네트워킹 위원회이고 아시안 뮤직 네트워킹 위원회를 반드시 만들어서 축제 기간 중에 총회를 하며, 1년 혹은 2년간의 의제와 다음 축제에 대한 것들을 함께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를 아울러서 협업해야 할 필요가 있는 뮤지션, 레이블, 공연장 오너, 프로모터 등이 중심이 되어서 보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축제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그렇게 위원회가 조직되고 아시아 지역 프로모터들과 레이블, 아티스트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시장 또한 형성되고 다른 대륙에서는 우리를 통해 연결하는 것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길이 되기에 궁극적으로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틀이 열릴 것이라 생각된다.
NEXT STEP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세워 두었지만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많은 과제가 주어져 있었다. 어떻게 접근할지 조직은 어떻게 만들지 그리고 실제 자발적으로 해외교류 경험이 있는 이들의 이야기 또한 들어봐야 했다. 개략적인 기획안만 마련해놓고 고민하던 와중에 정말 우연찮게 NEXT STEP 공고를 보게 되었고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총 6번의 연구 모임을 가지며 논문과 관련 서적으로 공부하고 또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사람들에게 자문을 얻고 그것을 아카이빙하면서 진짜 우리가 하게 될 페스티벌과 위원회를 조직할 구체적인 방법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우리 스스로 아무런 지원 없이 했더라면 아마추어인 우리로서는 이렇게 체계적이고 목표를 분명하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NEXT STEP을 통해 우리는 ‘왜’라는 질문에 좀 더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었고,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것을 (재)예술경영센터의 지원과 멘토링 아래 훨씬 체계적으로 우리의 목표를 세우고 구체화시켰다는 점이다. 또한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스스로 답할 수 있게 도움이 됐으며 향후 실행에 있어서 든든한 지원군 또한 얻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인데, 우리 연구 성과를 통해 협업이 필요한 이들에게 소개하며 그들을 설득하기 아주 좋은 기반이 마련되어 한층 수월해졌다. 현재 우리는 다양한 국가들과 커넥션을 만들고 있으며 하반기에 조직을 법인으로 변환하고 내년도 상반기에 시뮬레이션을 거쳐 그 결과를 토대로 실제 페스티벌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지금 우리처럼 서로의 뜻이 맞아 모임을 조직하려 한다면 제일 먼저 간과하기 쉬운 ‘왜’라는 질문에 답을 마련하라고 하고 싶다. 어떤 기획이나 아이디어를 실행할 때 보다 명확한 의미와 취지를 ‘왜’라는 질문보다 명확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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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백병철은 뮤직 큐레이션 단체 Music&People 대표이자 뮤직 큐레이터이다. 공저로는 『음악과부도』,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가 있다. 현재 다양한 음악관련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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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미술 시장을 위한 스타트업 ― 해외 아트페어 세미나 학습공동체 슬로러쉬
채은영_슬로러쉬 디렉터
최근 생활고로 세상을 떠난 예술인 소식과 도시 재생에 의해 밀려나는 예술가와 예술 단체의 사례가 미디어에서 다뤄지지만, 예술인 복지와 지속 가능한 활동에 대한 대안은 여전하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아래 자본과 제도의 복잡함과 내밀함은 대안공간이라는 비영리 영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기획자들에게 기획매개 활동의 기반이 되는 단체 및 물리적 공간의 지속 가능성은 생존과 실존이다.
현실적으로 국가 자본(공공기금)의 계속된 지원과 선한 후원자들의 강림과 통 큰 기부를 기대하며, 자체 후원 프로그램과 여러 프로젝트를 돌리며 적자만 피하자 혹은 문 닫기 전까진 해보자는 식이 15년 미술계 활동에서 씹고 맛보고 느낀 시각예술 예술경영의 실재다. 그러던 중 사립미술관에서 소장 진행을 하다가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위한 전시나 프로젝트 지원만큼 작품 판매가 작가와 작업에게 중요하다는 실질적 경험과 예술적 경제(예술 경제가 아닌)에 대한 관심으로 남의 옷처럼 생각했던 미술 시장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세미나는 미술 시장 유통의 주요 축인 소장자들의 취향과 소비가 국내보다는 다양한 해외 아트페어라는 제도에 대한 이해를 우회 전략으로, 기획자들의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다른 상상과 실천으로 비영리 영역의 작가들의 작업을 가지고 해외 아트페어에 다른 방식으로 진출해 보자는 야무진(?) 포부를 가졌다.
▲ 슬로러쉬
여기저기 지원 사업의 잇아이템으로 집단 지성과 평생 교육을 적절히 섞은 학습공동체는 공사다망한 기획매개자들에게 느슨하고 우선적이지 않기에 동기부여가 강한 연구자들의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의 기회로 생각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3개월 기간을 고려한다면 향후 확장성을 위한 시작의 효과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으며, 서구 이론과 특수한 사례에 일반화하지 않는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과 대안적 의미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세미나 진행과 과정은 미술 시장 분야의 기획매개자들과 토론을 하고, 단기 집중해 리서치를 하며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해 보았던 것이 향후 활동 계획을 잡는 데 귀한 자산이 되었다.(관련 자료는 www.slowrush.org에서 확인 및 공유 예정) 학습 공동체는 자본과 제도에 건강한 긴장을 가진 예술의 지속 가능성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미술 시장을 위한 다양한 기획매개를 위한 스타트업으로 to do list를 위한 맵핑을 남겼고 느리지만 꾸준히 상상해 볼 것이다. 자본과 제도가 아닌, 세상과 인간을 위한 미술 시장이란 불가능한 가능성을 계속 고민한다는 것 역시 지금 여기 예술의 존재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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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채은영은 인하대학교 통계학과와 경희대학교 예술경영 석사 졸업 후 국민대학교 미술이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SDS 퇴직 후, 갤러리 보다와 대안공간 풀 큐레이터, 우민아트센터 학예실장을 거쳐 현재 슬로러쉬와 예술과공동체연구소 디렉터로 도시 공간에서 자본과 제도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가진 시각예술 기획매개 활동을 위한 인터-로컬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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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지는 1부 기사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칼럼] 이론과 현장을 잇는 CoP(Community of Practice)Ⅰ
참고링크 「2014 국제문화교류 연구활동 지원사업 [NEXT STEP]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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