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문화교류를 위한 기회 확대

지난 몇 년간 한국 예술가들의 해외진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미 해외시장에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무용계와 연극계의 뒤를 이어 음악계에서도 이런 경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통음악과 월드뮤직, 재즈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활발하게 해외로 진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하여 언더그라운드 뮤직 씬의 아티스트들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는 아티스트들이 점점 축소되는 국내 활동 반경과 생존을 모색하거나 혹은 음악적 만족과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것일수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해진 데에는 무엇보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공연예술마켓·음악마켓·쇼케이스 페스티벌들의 지속적인 성장에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예술마켓인 '서울아트마켓(PAMS)'이 있다. 서울아트마켓에는 숨[suːm], 거문고 팩토리, 잠비나이와 같이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단체들이 참가해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에이팜(APaMM)’의 경우에는 해외 델리게이트들과 국내 뮤지션·관계자들이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친밀함을 높이고 좋은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주도해왔다.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는 다양한 뮤지션들이 해외 델리게이트들과 관객들에게 음악을 선사한다. 그 밖에도 한국콘텐츠진흥원 음악사업의 중심에 자리 잡은 ‘뮤콘(Mu:CON)’, 지난해 새로이 만들어져 아시아 지역 음악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있는 ‘아시아 뮤직 네트워크’등이 있다. 이와 더불어 2016년에는 이미 델리게이트들로도 기대를 많이 모으고 있는 '재즈 인 서울(JAZZ IN SEOUL)' 등과 같은 새로운 뮤직마켓과 쇼케이스 페스티벌이 추가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더욱 많은 뮤지션들이 해외시장을 향한 기회를 타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발적 타운형 쇼케이스 페스티벌 - 잔다리 페스타

이중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는 근래 의미 있는 진보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는 200팀이 넘는 아티스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타운형 쇼케이스 페스티벌로, 가지각색의 팀들이 홍대 전체를 무대 삼아 공연을 벌인다. 각자에게 주어진 60분 안에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자신들의 포스터를 제작하고, 치열하게 연주하고, 동시에 뮤지션들 스스로도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 홍대를 누빈다. 매년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의 마지막은 거대한 규모의 아티스트들, 델리게이트들 그리고 관객들이 뒤섞인 길거리 파티로 장식된다. 지난 2015년에도 500 – 600명에 가까운 인원들이 클럽 앰프와 그 앞길을 가득 메우고 왁자지껄하게 밤을 보낸 바 있다.



200명이 넘는 순수 예술가와 패션 기획자가 모여 있는 런던의 콕핏 아트(COCKPIT ARTS) 콕핏 아트에 입주한 사운드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원단
잔다리 페스타의 참여뮤지션들이 직접 디자인하는 자신들의 공연포스터 ⓒ잔다리페스타 페이스북 페이지 잔다리 페스타의 참여뮤지션들이 직접 디자인하는 자신들의 공연포스터 ⓒ잔다리페스타 페이스북 페이지

▲ 잔다리 페스타의 참여뮤지션들이 직접 디자인하는 자신들의 공연포스터 ⓒ잔다리페스타 페이스북 페이지



잔다리 페스타는 참가자들의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참여와 연대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국가지원이나 거대 자본 없이도 조직위의 힘과 참여 뮤지션들의 역량으로 여러 가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해외 진출 과정에서 다양한 성과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첫 번째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공연기획사인 만두 엔터테인먼트(MANDOO ENTERTAINMENT)가 지원하는 SXSW 참여 프로그램 ‘만두 초이스’를 들 수 있다. 만두 초이스는 SXSW에 참가하는 아티스트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해주는 지원 프로그램으로 아티스트들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고, 만두가 가지고 있는 현지 네트워크를 통하여 SXSW내에서의 여러 홍보 활동을 할 수 있게 힘을 크게 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두 번째로 잔다라 페스타와 영국의 쇼케이스 페스티벌 ‘리버풀 사운드시티(LIVERPOOL SOUNDCITY)'와의 지속적인 교류활동을 꼽을 수 있다. 이미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아티스트들은 리버풀 사운드 시티의 무대에 지속적으로 등장해 자신들의 가능성을 어필하였다. 그 중 대표적인 성과가 밴드 데드 버튼즈의 본격적인 영국진출이라 할 수 있다. 데드 버튼즈는 영국 워너 산하의 레이블 ‘발틱’과 앨범발매계약을 맺고 올해 4월 말부터 6월까지 유럽 일대를 돌며 20회에 가까운 공연을 진행하게 된다. 이보다 앞서 한국 펑크음악의 라이징 스타라 할 수 있는 베거스(The Veggers)는 4월 초부터 3주간 동료밴드 레드 닷과 함께 독일을 순회하며 13회 가량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베거스와 데드 버튼즈 투어포스터 ⓒ각 밴드 페이스북 페이지 베거스와 데드 버튼즈 투어포스터 ⓒ각 밴드 페이스북 페이지

▲ 베거스와 데드 버튼즈 투어포스터 ⓒ각 밴드 페이스북 페이지

현지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가진 전문기획사의 영향

데드 버튼즈와 베거스 투어의 교집합에 독일의 부킹에이전시인 터보부킹(TURBO BOOKING)이 있다. 2013년부터 잠비나이의 독일 서브에이전트를 맡고 있던 Mary Keiser는 2014년 가을, 본인의 추천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하여 에이팜과 뮤콘, 잔다리 페스타를 참여하면서 한국 밴드들과의 교류를 넓혀나갔고,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뮤콘과 잔다리에 참석하여 많은 밴드들의 라이브를 직접 확인하고 파트너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2016년부터 유럽 내 밴드 투어 서킷에 실제로 한국 밴드들을 진입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단발적인 해외 쇼케이스 성과들이 주를 이루던 상황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리고 이들보다 앞서 투어서킷에 진입하고 안착한 아티스트들이 있다. 바로 네덜란드의 부킹에이전시 ‘얼스비트(Earthbeat)'와 계약하고 활동 중인 이디오테입(IDIOTAPE)과 숨[suːm], 그리고 잠비나이이다. 그 중 잠비나이는 2013년부터 얼스비트와 함께 해외공연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2014년 14개국 38개 도시에서 52회 공연, 2015년 13개국 29개 도시 38회 공연을 진행했다. 올해도 역시 5월 초부터 8월 말까지 계속 유럽에 상주하는 장기 투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오는 6월 17일 영국의 유력 음반사 ‘벨라유니언(BELLA UNION)'과 벨라유니언의 국제 배급 파트너인 ‘피아스([PIAS])’를 통해 정규 2집 앨범 'Hermitage(은서;隱棲)’가 전 세계 시장에 발매될 예정이다.



잠비나이와 이디오테입의 투어포스터 ⓒ각 밴드 페이스북 페이지 잠비나이와 이디오테입의 투어포스터 ⓒ각 밴드 페이스북 페이지

▲ 잠비나이와 이디오테입의 투어포스터 ⓒ각 밴드 페이스북 페이지



잠비나이의 지속적인 성장 행보에는 서울아트마켓(PAMS)를 시작으로 한 지속적인 국내 마켓 참여를 통한 아티스트 알리기와 더불어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참여한 워맥스(WOMEX), 바벨메드(BabelMed) 등 해외 마켓 활동이 기반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반아래서 벌어진 모든 긍정적인 반응들과 활동들을 하나의 성과로 엮어내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네덜란드의 얼스비트였다. 만약 얼스비트라는 파트너 없이 현재와 같은 규모의 투어를 진행할 수 있었을 거라 물어본다면 120% 불가능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잠비나이는 국내마켓에서 먼저 주목받은 후 워맥스 쇼케이스에 선정되면서 세계시장에서 경험이 있는 파트너를 만나고자 주력했고, 현지에 많은 네트워크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얼스비트라는 파트너를 만났다. 워맥스에서의 성공적인 무대 이후 주위에서 쏟아지는 요청들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는 2014년의 대규모 투어로 이어졌다. 그 후 국내에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유럽 내의 마켓인 트랜스뮤지칼(Transmusicales), 퓨쳐뮤직포럼(Future Music Forum)도 공략하여 지속적으로 인지도를 상승 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아티스트는 투어서킷에 온전히 진입할 수 있었고, 음악의 지속적인 발매와 배급을 맡을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과정까지 잘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안정화되어가는 유럽시장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와 내년은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기간으로 자체 설정하고 여러 가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5 잔다리 페스타의 ‘만두 초이스’를 통해 올해 3월 참가했던 세계최대의 쇼케이스 페스티벌 SXSW가 그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SXSW에 참여하게 된 잠비나이는 BELLA UNION의 아티스트들이 총 출동한 'BELLA UNION' 파티와 워맥스 공식쇼케이스 선정 아티스트로 구성되는 ‘WOMEX NIGHT'의 무대를 통해 다른 한국 아티스트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다른 성향의 관객들에게 접근하고자 노력했다. K-POP, K-Culture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는 1,000명의 푸른 눈을 한 소년·소녀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것 또한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지만, SXSW는 엄연한 비즈니스 창구이고 잠비나이는 그 목적에 대해 솔직하게 접근하였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관객이라도 BADGE를 소지한 음악산업 관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 또한 SXSW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 올해의 SXSW를 통하여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주요한 파트너들을 만나고 현재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국제문화교류 전문기획사의 등장을 바라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에는 현지의 사정과 네트워크에 밝은 전문적인 파트너들이 큰 도움이 되어왔다. 유럽에서는 얼스비트가, 미국에서는 만두 엔터테인먼트가 잠비나이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줬다. 그러나 그들을 포함해 전 세계 마켓의 많은 해외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한국시장에서의 좋은 파트너로는 누구를 추천하고 싶은가?’이다. 애석하게도 이 질문에 아직까지 확실한 대답을 해주진 못했다. 한국의 상황 특히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의 상황을 놓고 보자면 많아야 서너 명, 적게는 혼자서 아티스트들을 관리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국내의 음악 관련 마켓들은 자국의 아티스트를 해외로 내보내고자 엄청난 노력을 경주했고, 실제로 그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교류의 장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아티스트들을 국내시장에서 풀어주는 것까지 가능한 전문기획사들도 등장할 필요가 있다. 진출은 일방통행이 아닌 교류로 발전되어야 하고, 언제나 ‘Give And Take’ 아닌가. 우리가 한국 아티스트의 해외진출을 염원하는 만큼 그들도 자국 아티스트의 국제적 진출을 바라고 있으며, 그렇기에 마켓에서 만나 서로 교류를 나누는 것이 아닌가. 서로가 각자의 시장에서 가진 진출 전략, 비전 등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한국 전문기획사들의 역량은 당연히 계속해서 강화될 것이고, 그제야 비로소 시장으로서의 공정한 매력 또한 갖추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은 해외음악에 대한 소비가 너무도 축소되어버린 기형적인 음악산업 구조이긴 하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지점에서 교두보가 되어주며 국제적으로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아가는 전문기획사의 등장이 더욱 더 필요한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다. 비록 시장은 작지만 다양하고 유니크한 해외아티스트들을 국내에서 만나고 싶어하는 확고한 소비층 또한 존재하는 아이러니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결과로 중·소규모의 개성강한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이 점점 더 늘어나는 분명한 추세이다. 하지만 공연 취소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슈퍼칼라슈퍼(SUPER COLOR SUPER)와 그로부터 파생되어 난립하고 있는 몰지각한 (자칭)공연기획사들의 시장교란을 근절하기 위해서도 좀 더 전문화된 공연예술기획사들의 등장은 꼭 필요하다. 더 이상 해외 마켓에서 사기꾼들의 이름을 들으며 얼굴 붉히는 경험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김형균필자소개김형군은 한국 언더그라운드 씬의 대표적 하드코어·펑크 전문레이블인 GMC/ESTELLA 레코드에서 일을 시작하여, 현재는 잠비나이의 소속사인 The Tell-Tale Heart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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