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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 받는 꽃, 김영란법에 걸리나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른바 ‘김영란법’이란, 2015. 3. 27. 법률 13278호로 제정되어 2016. 9. 28. 그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을 말한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청탁 관행과 고질적인 접대 문화를 없애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및 공직자·공적 업무 종사자의 직무수행 공정성을 확보하며, 선의의 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청탁금지법은 곧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새로운 법이 실제 어떻게 적용되고 집행될지에 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점이 있다.
기존 형법상 뇌물죄는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어서 뇌물죄에 포섭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문제 되어 왔다. 또한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업무에 청렴성이 요청되는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도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근절에 관한 요구와 지적이 끊임없이 있어왔다. 청탁금지법은 위와 같은 기존 제도의 흠결을 보완하기 위하여 마련된 까닭에 그 적용대상인 ‘공직자 등’의 범위가 상당히 포괄적이며,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 유무를 불문하고 일정액 이상의 금품 수수가 있을 경우 청탁금지법의 제재 대상이 된다.
청탁금지법은 그 적용 대상을 '공직자 등'으로 명시하고 있고, '공직자 등'은 국가공무원법 또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과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그 자격·임용·교육훈련·복무·보수·신분보장 등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 공직유관단체 및 공공기관의 장과 그 임직원,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그 밖의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 '공직유관단체'는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 2항에 명시되어 있으며 인사혁신처가 지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의하면 예술계 종사자, 예술가의 경우도 교원이라면 국공립학교는 물론,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에도 적용대상자이며,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어 있는 예술 관련 단체, 기관 등의 임직원인 경우 적용대상자가 된다. 예술가 중 공무원인 경우는 물론 법률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과 지위를 보장받고 있는 경우에도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자가 된다.
청탁금지법의 대표적 규정은 금품수수 금지규정과 부정청탁 금지규정이다. 부정청탁 금지규정의 경우 예술계이든 그 외 분야이든 공직을 수행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부정청탁 금지 제재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차등을 둘 이유가 없겠으나, 금품수수의 경우에는 예술계의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어서 이 점에 관하여 간략히 살펴본다.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또한 공직자 등이 1회에 100만 원 이하, 매 회계연도 합산액 300만 원 이하인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라도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액수의 2~5배에 이르는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서의 ‘금품 등’이란 금전, 물품, 초대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 음식물 등의 접대, 숙박 등의 편의제공, 채무면제, 이권 부여 등 그 밖의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포함한다. 예외사유로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하), 사적 거래(증여는 제외한다)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權原)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 등,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 등,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을 포함 8가지의 사유가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수수가 있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인 점,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1회 100만 원 이하, 연간 300만 원 이하의 경우에도 과태료의 제재를 받는 점, 단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의 경우 각 3만원, 5만원, 10만 원 이하에서는 직무관련성 유무와 관계없이 허용된다는 점과 관련하여 예술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상 사례들을 살펴본다.
청탁금지법의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예술가, 예를 들어 공직유관단체 소속인 예술가가 공연 후 팬으로부터 20만 원 상당의 꽃과 선물을 받은 경우는 어떠할까. 대통령령이 정하는 선물 상한액인 5만 원은 초과하였으나,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1회당 100만 원 이하의 금품 등을 받는 것은 허용이 된다. 공연 관객이 예술가에 대한 순수한 팬심에 의하여 20만 원 상당의 꽃과 선물을 전달한 것이라면 직무관련성이 없어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단 직무관련성을 넓게 해석하는 기존 판례의 해석을 고려하면, 직무관련성 여부에 관한 논박이 있을 만한 관계에 있는 팬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의 한도 내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공연 주최 측에서 기자들에게 홍보용 공연티켓을 제공하는 것이 청탁금지법의 금품 수수금지 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 되고 있다. 이에 관하여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6호에 정한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 등’으로써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통상적인 범위’인지 여부 및 ‘일률적으로’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 논란의 여지가 여전히 있는 해석이며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 향후 구체적인 적용례에 따른 유권해석과 사법부의 판단 등을 기다려 보아야 할 문제이다.
독지가, 기업 등이 유망한 예술가에게 고가의 악기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거나, 연주 등 공연을 스폰서링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예술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문화예술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권장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해당 예술가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해당한다면 순수한 후원행위라 할지라도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액수의 경우에는 청탁금지법상 예외사유에 해당될 때만이 면책된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8호 예외사유인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며, 예술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인 해석이 요청되는 부분이다. 직무관련성이 전혀 없고 부정청탁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는 순수한 예술후원행위에 관한 구체적 타당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과외교습이 금지되는 교원의 경우에는 과외교습 자체가 위법하므로, 과외교습의 대가를 받는 경우 그 액수에 따라 청탁금지법의 제재를 받게 됨에는 의문이 없다. 문제는 과외교습이 허용되는 예술가이면서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는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예술가의 경우, 계속된 예술교육 지도의 대가로 연간 합계액 300만 원을 초과하는 레슨비를 받으면 청탁금지법이 적용되는지 여부이다. 해당 예술가가 직무와 관련 없이 순수하게 예술교육을 수행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은 것이라면 계약자유의 원칙 및 예술가 자신의 능력과 실력에 기한 통상적인 경제활동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3호의 예외사유인 ‘사적 거래(증여는 제외한다)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權原)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 등’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곧 시행을 앞둔 ‘청탁금지법’은 시행 초기에 법 적용 대상의 불명확성과 구체적 사안에서의 예외 조항 적용 여부로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도한 접대나 청탁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으로 제정된 이 법이 제대로 정착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법의 수범자인 국민들이 법 적용례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법 해석과 적용 시에 법의 일반성, 안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예술 분야에 대한 구체적 타당성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박지영 변호사는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피아노를,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이론을 전공하였으며,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민법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사법연수원 32기 수료(2003) 후, 법무법인(유)로고스에서 소속변호사로 근무하였으며(2003~2013), 현재 법무법인(유) 정진의 구성원변호사로 활동 중이다(2013~). 근래 문화예술 콘텐츠 및 플랫폼 마련을 위한 ‘설탕한스푼’을 공동창업하였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온라인 예술경영 컨설팅을 맡고 있고 문화관광부장관 표창을 수상한 바 있으며(2012),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