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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S' 꼬리표가 가지는 공신력
사회 우선 서울아트마켓(이하 ‘PAMS’)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있을 같은데, 연배로 보면 세 분이 PAMS가 생기기 전에는 일을 하지 않았을 듯하다. 다른 공공기금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KAMS’)에서 PAMS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의 차이를 논의하면 좋겠다.
이희진 PAMS는 자막 지원이라든가 팸스초이스를 통해 공신력을 얻은 작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 된다. PAMS에 참가하지 않던 사람들에게는 팸스초이스에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기에 유용하지 않겠지만, PAMS 안에서 만난 프리젠터들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미팅을 주도하기에 유리한 면이 있다. 기금으로서의 장점은 많은 국제교류기금이 전년도 9~10월에 몰려있는데 반해 PAMS 기금은 몇 번으로 나눠져 있다는 거다. 투어공연은 2014년을 기준으로 할 때, 2013년에 잡히는 것 외에도 2014년 초반이나 중반에 잡히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팸스초이스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교류의 폭을 넓혀준다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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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전통음악분야는 사실 국제교류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분야 중 하나인 것 같다. 한국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기에 단체가 해외진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아도 외국에서 원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월드뮤직페스티벌도 생기고, 월드뮤직이 세계적으로 급부상하면서 우리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럴 때 기획자도 없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연출자가 있으면, 네가 한번 해볼래? 대부분 그런 식으로 시작한다. 나 역시 2008~2009년 단체에 들어갔을 때 국제교류를 한 첫 번째 기획자였다. 국제교류를 왜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매년 해외에 나갔으니까 또 나가야 되는데 페스티벌도 너무 많고, 이제는 우리를 불러주는 곳뿐만 아니라 새로운 곳도 가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면서 주도적으로 국제교류를 해야 할 때, 가장 쉽게 접근 가능한 게 PAMS다. 사실 정가악회는 팸스초이스 작품으로 개런티를 받은 적도 없고, 그 작품을 해외에서 원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PAMS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보이고 나서 우리 음악에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그 작품 아니더라도 다른 것을 와서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걸 시작으로 다른 나라에 많이 가게 된 경우다. 해외에서 대단한 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워멕스(WOMEX)에서 쇼케이스를 한 것도 아니지만, 한국 팸스초이스 팀이라는 한 줄에도 많은 공신력이 생긴다. 또 우리가 전통음악을 했기에 수혜를 받은 부분도 있다고 본다. 전통음악의 해외진출이 KAMS 주요 사업 중 하나이기에 단체의 의지나 작품도 좋았지만, PAMS뿐만 아니라 KAMS 네트워크 덕을 많이 봤다.
손은영 판소리만들기 자와 함께한 지 1년 반 정도 됐다. 판소리만들기 자는 2009년 <사천가> 이후 폴란드에서 초청받아 처음 해외진출을 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1월 예술의전당에서 루마니아 가보 톰파와 이자람의 협업도 그가 폴란드에서 <사천가>를 보고 신작 <억척가>를 루마니아 페스티벌에 초청한 인연으로 시작됐다. 그러니 PAMS가 해외진출의 큰 줄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PAMS에 바라는 것은
이희진 쇼케이스에 선정된 작품들 중에는 간혹 의아한 작품도 있다. 아시아나우라는 단체는 워낙 국제교류에 주력하기에 쇼케이스를 잘해서 많은 프리젠터에게 보여주고 피드백 받는 게 중요하다. 해외 쇼케이스에 가지 않는다면 PAMS가 유일한 장소이다. 그런 점에서 PAMS는 단체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데, 그걸 어떻게 잡느냐는 단체의 숙제다. 물론 이것은 심사위원의 문제일 수도 있다. 가끔 어떻게 선발됐는지, 해외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는 작품도 있다. 내 작업 영억인 연극만 말하자면 그렇다. 팸스초이스의 주요 목적은 해외 프리젠터, 극장, 페스티벌에 보여주는 거다. 그런데 해외 흐름에 맞는 작품인지, 해외진출이 가능한 작품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김민영 전통음악분야는 PAMS와 전주소리세계축제,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이 10월에 같이 열리는데, 참가자들도 비슷하다. 그래서 전통음악 기획자들이 모여 작품을 어디서 선보이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얘기할 때 사실 PAMS가 1순위는 아니다. PAMS는 짧은 시간 내에 임팩트를 주는 게 중요하다 보니 1시간 정도의 공연 전체를 할 수 있는 지방의 페스티벌과는 좀 다른 것 같다. PAMS에 오는 이유는 대부분 기금 수혜인 것 같다. 단순히 우리 음악을 잘 만들어서 좋은 프리젠터를 많이 만나 오퍼를 받고 싶다는 것이 1순위가 아니라는 점은 좀 아쉽다. 세 개가 비슷한 시기에 전통음악을 공통적으로 다룬다면, 서로 달랐으면 좋겠다. 해외진출을 원하는 팀은 어딜 가고, 단순히 해외진출뿐 아니라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은 팀은 어딜 가면 되는지 알 수 있으면 한다.
손은영 해외에서 초청받는 것이 PAMS에서 가질 수 있는 기회이지만, 이제는 해외진출 시 단체에서 좀 더 나은 페스티벌이나 환경을 선택해서 가는 시기도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KAMS에서 더 많은 정보와 가이드를 제공했으면 좋겠다.
사회 사실 해외 참가자들이 가진 초청 가능 여부에 대해 검증하고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부르기에 우리 콘텐츠가 적합한가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PAMS 초기 유명인들을 불러와 지명도를 확보한 면에서 런칭은 매우 잘했다고 보는데, 콘텐츠에 맞는 사람이 적확하게 참가했느냐 하는 지점에서 우리 콘텐츠에 맞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희진 해외 참가자 명단을 자세히 제공해줬으면 좋겠다. 마켓도 중요하지만,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 (초청자 관련) 공연장 크기 확인하고 면밀하게 검토해 레터 보내고 홍보하는 게 중요한데, 초청자 명단이 늦기 때문에 리서치하기가 촉박하다. 작년인가 재작년에는 워크숍에 가야 그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게 했다. 몇 년씩 참가했던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도 될 내용까지 들어야 하니 섭섭했다. 명단도 세부적인 정보를 포함한 게 아니라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의 PAMS나 KAMS 실감도
사회 해외에 나가보면 PAMS나 KAMS 실감도가 점차 발전한다. KAMS 없이 단체만으로 나갔다면, 체감 정도가 어느 정도 되나? 생각지 못한 사람이 PAMS에 오고 싶다고 하거나 KAMS을 아는 경우 없었나?
이희진 연차가 PAMS 이후이기에 전후 비교는 힘들지만, 어쨌든 마켓으로서 다른 마켓과 네트워킹 하지 않나. 작업하면서 KAMS은 PAMS를 알리는데 주력했고, 그만큼 시너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팸스초이스 설명할 때 기금에 대해 많이 걱정하는데, KAMS이 어떤 기금을 가지고 있고, PAMS에서 진행하는 센터스테이지 등 다른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말할 수 있다. 마켓에 KAMS이 부스를 같이 놓고 그런 면에 대해 얘기해줄 때 도움이 많이 된다.
김민영 PAMS 진행하면서 델리게이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니까 해외 나가서 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 KAMS의 국제교류 담당자가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한다. 가끔 델리게이트와 연락이 안 될 때 그의 성향이나 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왜 그런지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실제로 해외에서 KAMS의 누구 아는지, 이번에 우리 축제에 왜 안 왔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그런 이야기가 공통분모가 되고,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전통음악은 실제로 KAMS 덕을 많이 본다. 다른 장르는 모르지만, 기존에 모르고 있던 축제를 KAMS 공지를 통해 알고 참가한 경우가 2~3번 있었다. KAMS은 준비과정에도 엄청난 지원을 주고, 중간 점검도 해줘서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보완해줬다.
장소 집중의 필요성
손은영 마켓 장소를 이동성을 고려해서 선정해줬으면 좋겠다. 너무 떨어져 있으니까 부스 운영할 때도 예전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람이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동이 편해지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민영 전통음악단체는 여러 작품을 연주할 수 있으니까 원하는 걸 가져가라고 하는 게 좋으니 쇼케이스보다 우리음악을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 전통음악 쪽에서 마켓 자체를 믿고 부스만 순수하게 지키고 있던 친구들은 사람들이 쇼케이스 보러 가니까 말 한 마디 못해봤다고 하기도 했다.
이희진 마켓은 프리젠터와 단체가 물건을 사고파는 게 주요 목적이 아닌가. 나름대로 시선을 끌려고 뭔가 꾸준히 하는데, 프리젠터들도 각자 세션에 참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프리젠터들이 부스를 이동했다고 생각한다. 저거 왜 하나 생각할지 몰라도 자잘한 이벤트가 유효할 수 있다. 사람들을 외부로 방출할 게 아니라 하나의 장소로 모이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PAMS에서 그게 약해진 시점 같다. 프리젠터들도 확장하는 건 한계가 있다. 매년 만나는 사람이 똑같아지는 문제점도 있다. 프리젠터들을 한 장소로 몰아줬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장소가 분산되어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욕심도 이해하지만, 숨 돌릴 틈이 없다. PAMS 기간 동안 프리젠터들에게 극기훈련 같다는 말을 항상 듣는다. 여운을 느끼기 전에 다른 프로그램 들어야 되니까. 네트워크 장이면 그에 대한 충분한 여지나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욕심, 강박관념이 프리젠터나 아티스트에게는 여유 없이 수업 받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작년에는 참가를 안 해서 모르겠는데, 올해 또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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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우리의 콘텐츠가 크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면, 자주 보던 얼굴들도 더 이상 못 보게 되는 문제가 생기는 시점이다. 시장과 대상자, 콘텐츠 개발이 같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KAMS의 딜레마가 있다. 아주 기본적인 것, 사람 모아주는 것부터 다른 아이디어 낼 수 있는 비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방향 전환에 도움을 받는다거나 현장 목소리에 끊임없이 귀를 귀울이지 않는다면 답보할 수밖에 없다. 마켓이라는 정형화된 틀, 그리고 우리가 팔 수 있는 콘텐츠는 300석 이상 극장을 넘어가지 못하는 점, 보기에 그럴싸한 것만 팸스초이스에 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등이 문제다. 콘텐츠가 좋고 괜찮은 사람들이 와야 한다. 다른 프로젝트가 필요하면 이메일이나 외국 가서 만나 얘기한다. 최상철 안무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팸스초이스가 있었기에 30분짜리 레퍼토리를 다시 발전시킬 수 있었고, 외국 공연하면서 또 한 번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팸스초이스는 내게 중요한 기회였다.” 나도 초연 때는 보고 도망간 작품이었는데, 캐나다 공연은 자랑스러웠다. 공연 기회가 자꾸 주어지고 전쟁이라고 선포된 장소에서 할 수 있는 건 레퍼토리에 자극을 주더라는 말이다. 단체 입장에서는 도움이 많이 된다. 팸스초이스 신청하는 사람들 자료를 다 받아가지고 외국 심사 받으라고 하면 오히려 경쟁력도 있고 공정하지 않겠냐는 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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