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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옹 유럽극장(Odéon-Théâtre de l‘Europe)의 <당신 뜻대로(As You Like It)>
인생 참 알 수 없다지만 올 LIP는 발표 바로 전날 저녁 과로로 숨진 연출가 파트리스 셰로(Patrice Chéreau)를 위한 오마주로 시작했다. 더는 공연을 할 수 없기에 발표가 무의미하다는 발제자에게 “그를 기리며 동영상을 보자”고 권했다. 그리고 그가 땀 흘리고 숨 쉬었던 무대 뒤 어느 한 자리에서 흔적을 훑으며 치열했을 연출가의 삶과 이제 볼 수 없는 그의 작품을 역사에 흘려보냈다.
암리타 퍼포밍 아츠(AMRITA Performing Arts)와 포스트 에고 무용단(Post Ego dance company)의 <프레이즈 II 수평의 삶(”Horizontal Life” Phase II)>
어느 열성적인 미국인이 있다. 프레드 프럼버그(Fred Frumberg). 국내 공연계에도 꽤 알려진 그는 16년간 캄보디아에서 미국에 법적 자격을 갖고 있는 비영리 기관을 설립해 캄보디아에 현대무용을 도입하고 협력 아티스트를 찾아 캄보디아 무용의 국제무대 활동 영역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와 협력했던 일본 안무가는 아시아에서, 한국 안무가는 한국에서, 그는 벨기에에서 캄보디아 현대무용의 개성과 비전을 전한다.
메타기획컨설팅(METAA)의 <유목창작여행 프로젝트(Nomadic Artists’ Journey)>
메타기획컨설팅은 가수 하림, 사진작가 성동훈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가들과 함께 사막을 유랑했다. 물론 유목민들의 생활을 재연할 수는 없었을 게다. 다만 지금을 사는 이들의 일상에 동참해 그것을 기록으로, 작품으로 남기며 어쩌면 우리 조상 중 누군가와 형제였을 그들과 목소리를 합하고 몸짓을 모아 즉흥으로 공연하며 오아시스를 찾고 소소한 것에 감사하는 여정이었으리라. 이제 관객들과도 감동과 여운을 나누고자 한다.
오스트레일리안 댄스 시어터(Australian Dance Theatre)의 <서카디아(Circadia)>
우리 관객의 취향은 예술적 고려와 상관없이 유럽을 향해 있었으니 호주 공연예술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그러나 청키 무브(Chunky Move)와 루시 게런은 분명 호주 아티스트다.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멜 깁슨(Mel Gibson)도,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도 호주 출신이다. 이렇게 호주 예술은 드러나지 않게 요소요소에 자리하며 우리 눈과 귀를 자극하고 있었다. 곧 창립 50주년을 맞을 오스트레일리안 댄스 시어터는 영국을 비롯해 세계무대를 놀라게 한 고유의 독특한 춤언어를 <서카디아(Circadia)>로 한국 관객들과도 나눌 것을 희망한다.
루디 컴퍼니와 니하이(Kneehigh) 극단의 <겨울이 창문에게(From Winter to Window)>
<겨울이 창문에게>라는 제목, 왠지 낯설다. 어법에도 전혀 맞지 않으니 영어 표기를 찾아봤으나 . 결국 세련되지 않은 의역이라 미루어 짐작하며 발표를 청했다. 작업을 주도한 루디 컴퍼니와 호주 니하이(Kneehigh)은 관람 장소 및 방법의 변화를 의도한다고 밝힌다. 또한 비디오아트, 음악, 무용 분야 예술가들이 장소에 맞는 각각의 스토리텔링으로 관객들과 만나며 실험과 발전을 거쳐 2015년 초연할 예정이다. 애인에게 속삭이듯 겨울은 창문을 노크하고 있었다.
시너지 타악(Synergy Percussion)과 택오즈(TaikOz)의 <파 템플 프로젝트(Far Temple Project)>
북소리는 심장 리듬과 가장 가깝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연주자를 만나면 북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호주의 타악 그룹 시너지 타악과 택오즈는 한국 무속, 시조, 판소리 등과의 음악적 교류를 원했고, 국내 노름마치를 위시해 다양한 팀들과 협연하며 한국 장단을 흡수해서 ‘울드럼 페스티벌’, ‘통영국제음악제’ 등에서 공연한 바 있다. 한국 타악의 새로운 영역에까지 서슴없이 들어가보겠다는 것이 이들의 희망이다.
마더보드 프로덕션(Motherboard Production)의 <대홍수(Deluge)>
장기 레지던스에서 인연을 맺은 아티스트와 머리를 마주했다. 그리고 통제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자연의 무서운 섭리 앞에 맨몸으로 나섰다. <대홍수>를 만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다. 그래서 고대 신화 속 신들을 불러내 노래와 춤으로 의례를 올린다. 제작자 마더보드 프로덕션은 문화, 생각, 언어 사이의 틈을 찾아 이를 경험하도록 유도해 관객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회를 반영하는 문화 체험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폴리글롯 시어터(Polyglot Theatre)의 <높디높은 하늘(How High the Sky)>
호주 폴리글롯 시어터는 1세 미만 영아들과 부모를 위한 체험 공연 <높디높은 하늘>을 소개하고자 한국을 찾았다. 벨기에, 영국, 덴마크 등 유럽 아동 극단들로부터 자료를 받아보고 적잖이 놀랐던 것이 10여 년 전의 일이다. 영아용 프로그램에서 연령별로 대상층을 세분화해 작품을 제안하니 처음부터 대화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국내 영유아용 공연물이 길고 깊은 역사를 가진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이들의 결과를 발전 계기로 삼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아시아나우(AsiaNow)와 렉스 온 더 월(Legs on the Wall)의 <사물놀이 이야기(The Tale of Samulnori)>
서커스는 캐나다, 애크러배틱은 프랑스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도 호주와 만나 사물놀이판 애크러배틱 서커스 가족극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에 아시아나우와 렉스 온 더 월이 내놓은 것은 그림책 <사물놀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가족 관객을 위해 만든 서커스 음악극이다. 여기에 한국 전통 애크러배틱과 미디어아트를 접목했다고 하니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조합이다. 전통이 현대적 소통 방법을 찾고 국경 너머 관객들이 독특한 이국 문화의 매력에 박수 친다면 또 하나의 멋진 작품이 세계무대를 누빌 것이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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