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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理想)이 현실이 되는 예술경영의 힘!
[이슈] 2015 예술경영 우수사례![]()
▲ 좌) 연극놀이터 이랑 문화공간 예술텃밭_앞으로의 5년
② (재)수림문화재단 이사장 표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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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인간 단테, 구원의 기획자>, 2014
우) 아유레디 오디션 현장 ⓒ세컨드네이처 댄스 컴퍼니
무용계의 첫걸음
민간 예술 단체의 시스템화를 위한 노력
십 년간 단체를 운영하며 재정적으로 힘든 것보다 더 힘든 것은 바로 ‘사람 관리’였다. 특히 무용수 섭외와 출연료 책정에 관한 문제들은 늘 힘들고 지치는 부분이었다. 작년부터 강동아트센터의 상주 단체가 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다양한 방안을 시도해 보았고, 이로 인해 정기 오디션을 대표로 객관성과 당위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운영 시스템들을 시행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민간 무용 단체가 지인 소개나 학연, 지연 중심으로 출연진을 섭외하곤 한다. 이러한 선발 방식은 객관성이 결여됐을 뿐만 아니라, 사적인 관계가 성립돼서 조직 내에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또한 작품 캐릭터를 위한 섭외 채용보다는 스케줄이 되는 무용수가 우선적으로 선발되기 때문에 작품의 질적 향상에도 문제가 되었다.
세컨드네이처는 수년간 이 부분에 대한 고충을 겪었다. 그래서 외국 무용단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는 오디션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오디션 제도는 작품마다 꼭 필요한 캐릭터의 출연진 섭외가 가능하며, 상호 간에 사전 정보를 알고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작업 진행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물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는 안정적으로 정기적인 오디션 제도를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여 홍보했더니 첫 회에 십여 명이었던 참여자가 올해 9월에는 오십 명 가량으로 증가했고, 저절로 단체 홍보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참여도를 반영한 출연료 지급 시스템, 계약서 체결 등 다양한 시스템 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내면서 무용수와 단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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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성가영은 22년째 무용을 전공하고 있으며,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을 거쳐 세컨드네이처의 정단원 무용수이자 기획 행정을 역임하고 있다. 이메일 |
목홍균_(재)오산문화재단 전시사업팀장
미술관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다
2012년 8월 (재)오산문화재단이 창단하고, 11월 구성수, 오형근, 정연두 작가와 700여 명의 오산 시민이 함께한 <오산포토페스티벌>을 통해 혁신교육도시 오산의 교육 철학을 반영하기 위한 미술관이 개관하였다. 바로 시민들이 문화 생산자가 되어 미술관을 끌어 나간다는 모토 아래 이름 붙여진 ‘문화공장오산’이 그것이다.
어떻게 시민들을 문화 생산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미술관의 존재 이유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는가에 달려 있다. 시민들로 하여금 ‘생산’의 주인공이 되도록, 미술관은 그러한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장’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문화공장오산에서 기획된 전시가 바로 <더 매뉴얼: 부분과 노동>이다.
전시 <더 매뉴얼: 부분과 노동>은 시민들을 생산자, 즉 작가가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작가들은 작업 지시서를 만들고 시민들은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는 작업 지시서를 제출한 작가들보다 그 설명서를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시민들의 경험에 중심을 두었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미술관은 생산을 위한 공장으로, 미술관 스태프들은 각 생산 라인의 책임자로, 그리고 멀리 런던에서 날아온 존 칠버(John Chilver)는 생산 매뉴얼을 총괄하는 공장장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100여 명의 시민들은 생산자가 되었다.
작가들이 보내온 작업 지시서는 힘든 육체노동을, 정답 없는 고민을 그리고 난처한 상황을 극복해 주기를 요구했다. 23개나 되는 재료 목록을 외우도록 했고(프란체스코 페드라그리오), 90분 동안 살아 있는 조각이 되기를(레아 칼팔디), 카메라 앞에서 슬픈 기억을 말하도록(서현석), 물병을 비우고 다시 담아내는 반복 노동을 하도록(공석민), 친구의 이름표가 붙여진 재료들을 가지고 감정 놀이를 하도록(안민욱) 요구했다. 시민들은 작업 지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울었고, 팔이 떨어져 나갈 듯한 고통을 감수하며 물을 비워 내고 담아내는 수고를 했다.
물론, 작업 지시서를 읽고 포기하기도 했고, 다른 지시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호크니(참가자들은 그의 그림을 본 적이 없었다) 스타일로 멜랑콜리하게 그림을 그려 보라는 당황스러운 지시(개래스 존스)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곳에 재료들을 놓도록 하는 황당한 지시(플로리아 슬로타와)도, 재료들을 모두 던져 거리를 재어 나가는 재미있는 지시(홍유영)도 있었다. 그들은 지시서를 잘못 이해해 다시 작업을 수행하고 결과가 맘에 들지 않아 다시 작업을 하기도 했다. 추상적인 현대시를 옮겨 놓은 듯한 지시서(찰리 제퍼리)로 고민하다가 결국 작업 지시의 10%만을 수행하기도 했지만 제작 현장은 진지했다.
친절하게 그림을 그려 제시한 지시서로 한 폭의 정물화가 연출되었고(윤진섭), 포도주를 마시며 흥겨운 가면 퍼포먼스를 벌이도록 하였고(박보나), 간절한 소망을 담은 희망텐트와 대자보를 만들게 했다(김실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아프리카의 시골을 상상하고(리차드 웬트워스), 참여자가 작가를 위해 작업을 구상해야 하는 난감한 지시서(마르티나 쉬뮈커)로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들은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을 놀라게 할 만큼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 주었다. 신문 기사를 그대로 받아 적어 벽에 붙이고(권남희), 모든 재료들이 대칭을 이루도록(마르크 카밀 체모뷧츠), 그리고 일렬로 나열하고(애드리안 파이퍼),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감자를 썰어 고정시키고(사라 스테이튼), 나무판을 바닥에 세우고(정소영), 나무를 잘라 전동 드릴로 벽에 붙이고 재료들을 매달면서(이성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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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시민들과 의논하는 기획자 존 칠버(John Chilver)
우) 퍼포먼스 하는 시민들 ⓒ오산문화재단
참여를 가장한 노동, 노동을 가장한 참여
전시는 이러한 기획을 통해 무엇보다 관객 참여 영역으로서 개념미술가들이 부정한 손의 활동에 주목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참여의 영역을 확대하고자 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그 역할을 글로 적어 하나의 작업 지시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작가들은 그들의 작업 지시서가 제작되는 과정을 보지 못했다. 그것은 작가의 손을 떠나 참여자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개념미술가들의 논리로 보면 작가의 작업 지시서는 그것 자체로 온전한 작품이다. 단지 그것은 시각적 물질의 형태를 띠지 않아 눈으로 감상할 수 없을 뿐이다. 하지만 작가들의 작업 지시서는 시각적 대상물을 위해 고안된 것으로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져야 하는 하나의 매뉴얼이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는 손의 활동, 즉 노동이 필요한데 이 전시를 통해 확장된 참여가 노동을 대체하게 된 것이다.
전시는 개념미술가들이 부정한 손의 활동과 관객 참여의 접점을 찾고자 기획되었다. 묘하게 그 접점은 참여에서 협업으로 그리고 노동을 대체하는 것으로 무한 확장되었다. 함께 전시를 기획한 존(John Chilver)과 브리짓(Brighid Lowe)은 2012년 런던에서 <부분과 노동> 전시를 통해 미술계에서 논점이 되는 여러 가지 부분을 드러내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우리는 각자의 생각을 펼쳐 <더 매뉴얼: 부분과 노동>을 준비했고 이러한 전시에 100여 명의 오산 시민들이 초대되었다. 이는 참여를 가장한 노동, 노동을 가장한 참여라고 할 수 있다. 제작을 마치고 참여한 시민들은 말했다. 그들이 마치 작가가 된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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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목홍균은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싱가포르비엔날레, 뉴욕대학교 통섭 워크숍 IMPACT, 윤이상국제작곡상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SK, 아디다스, 코닥 등 기업의 사회공헌캠페인을 기획했으며 현재, 오산문화재단 전시사업팀 팀장을 맡고 있다. |
※ 참고링크
[하우투] 2014 예술경영 우수사례① 큰들문화예술센터
[하우투] 2014 예술경영 우수사례② 자계예술촌
[하우투] 2014 예술경영 우수사례③ ‘(재)의정부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