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공연예술 종사자들이 모여 공연예술의 창작에서 유통까지의 단계를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장인 서울아트마켓이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 서울아트마켓은 아시아 권역을 포커스로 하여 다양한 세션과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웹진 [weekly@예술경영]은 주요 프로그램의 리뷰와 7년차를 맞이한 서울아트마켓의 흐름을 짚는 특집을 마련했다. ④ 복합

개별적인 작품소개는 그 작업의 의미를 깊이 있게 파악하고 그들의 활동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하는 데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주제 중심으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자국 공연의 문화적 의미를 밝히고 국제적 흐름 안에서 이를 자리매김해 내기 위해서는 그 핵심을 간파하는 이슈나 주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팸스초이스(PAMS Choice) 복합장르는 해를 거듭할수록 양적 질적으로 괄목할 성장을 하고 있다. 이는 장르 혼종적인 실험과 뉴미디어 예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오늘날의 경향과도 관련이 있지만, 더불어 언어 및 문화 장벽을 넘어 세계공연예술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을 기획·제작하려는 한국공연예술계의 욕망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 7년간 팸스초이스 복합장르는 총 17단체의 19개 작품이 선정되어 소개되었다. 해외예술시장에 유통되어 공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는 아트마켓의 미션과 특성 때문에 매해 선정된 작품이 그 해 복합분야의 가장 최선의 작품이자 핫 이슈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시간동안 선정된 작품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이들이 어느 정도 이 분야의 주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어느 해는 탈장르적이면서 뉴미디어적 실험을 하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선택했는가하면, 해외시장에서 좀 더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상업적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을 했던 해도 있었다. 아트마켓의 목적을 시장에서의 활발한 유통 가능성에 두느냐, 한 나라의 예술계 흐름을 소개하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 선택이라 하겠다.

실험과 독창성으로 승부하다

정금형의 <7가지 방법>
Tacit Group <TACIT Perform[0]>

▲▲ 정금형의 <7가지 방법>
▲ Tacit Group

복합장르의 단체들의 경향과 특징을 몇 가지로 요약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칠게나마 몇 가지의 경향으로 묶어본다면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탈장르적이며 뉴미디어를 적극 사용하는 실험적 작업들로, 복합장르 분야 선정작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체로 젊은 세대에 속하는 이들은, 연극, 무용, 음악 등 전통적인 공연예술 분야에서 성장 데뷔하면서 다른 장르에 대한 관심과 실험으로 영역을 넓혀간 그룹들도 있지만, 회화, 건축, 문학, 사진 등 극장예술과는 전혀 다른 분야로부터 예술적 경력을 시작한 그룹들도 있다. 때문에 이들의 작업은 기존의 장르적 작업들에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한다. 소로(SORO)퍼포먼스 유닛의 (르두_La Deux), 극단 노뜰의 (붓다마이바디_Buddha My Body), 비주얼씨어터컴퍼니 꽃의 (꽃잎-깨지는 얼굴), 김윤진 무용단의 (다녀오세요, 구두가 말했습니다. Ⅱ), 토탈씨어터의 (앨리스), 정금형의 (7가지 방법), (유압진동기), 태싯그룹(Tacit Group)의 (태싯퍼폼[제로]_Tacit Perform[0]), 임민욱의 (불의 절벽) 등이 이런 경향의 작업으로 이들 중 몇몇은 해외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작업을 만들기도 한다. 또 극장 공간으로부터 나와 장소특정적(site-specific) 실험을 하거나 거리를 비롯한 도시의 일상 공간을 자신의 공연 장소로 택하기도 한다. 이런 작업은 공간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지만 관객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에 대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둘째는 인형극, 마임, 신체극 등 넌버벌 공연들이다. 사실 인형극이나 마임의 경우는 복합장르라기보다는 전통 공연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주류 장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복합장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고 하겠다. 극단 인형인의 마임극인 (민달팽이의 노래), 1930년대 유행했던 만요漫謠, 익살과 해학을 담은 우스개 노래로,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서 발생한 코믹송 장르를 일컫음로 구성한 극적 콘서트인 두산아트센터의 (천변살롱), 문학적 텍스트나 서사적 구성은 최소화하고 대신 배우의 잘 훈련된 몸을 기본으로 하는 코포럴 씨어터 몸꼴의 (오르페우스), (리어카 뒤집어지다) 등이 이러한 경향의 작업들이다. 한편 위의 작업과는 조금 다른 맥락의 공연들도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오브제 연극인 이영란의 (어린이를 위한 다섯가지 흙놀이)로 어린이 교육연극, 특히 체험연극이라는 분야를 개척했다는 의미가 크다. 더불어 생태연극을 표방하는 노리단의 (위트 앤 바트) 역시 예술을 통한 청소년 직업 체험을 시도하는 교육연극적 맥락이 강한 작품으로 공연의 독창성보다는 과정의 독창성에서 주목할 작업이다.


셋째는 한국전통문화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맞추어 현대화한 공연물들로, 더패트론컴퍼니(The Patron Company)의 (karma(카르마))(tacit), ㈔문화마을들소리의 (비나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해외 시장을 다분히 염두에 두고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는데, 특히 문화마을들소리의 경우는 영국과 미국에 현지 법인을 만드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넷째는 비보이 댄스, 마샬 아츠, 타악 퍼포먼스 등을 바탕으로 제작된 대중성과 상업성이 강한 공연물들로, 전통문화 콘텐츠 개발과 마찬가지로 기획단계에서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것들이 많다. 지난 선정작 중에는 ㈜세븐센스의 (브레이크 아웃_Break Out)이 대표적인데, 이 분야는 자체 기획력이 있음으로 하여 아트마켓에서 소개하지 않아도 자생적으로 유통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적극적으로 선정, 지원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한국공연예술시장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는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두산아트센터 <천변살롱> 임민욱의 <불의 절벽>
두산아트센터 (천변살롱) 임민욱의 (불의 절벽)

흐름을 읽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라

복합장르 분야에서 팸스초이스는 그 어느 장르보다도 한국공연문화가 지니고 있는 다양성과 다이나믹함, 풍부한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세계공연예술계에 소개하는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년간 선정된 작품들의 개성과 선정 이후 그들 단체 및 작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가 그것을 잘 증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매해 단발적으로 작품 단위로 소개되는 현재의 방식에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하는 시점은 아닌가 문제를 제기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전 세계 아트센터를 오가며 공연되는 작품들을 보면 다국적의 아트펀드 및 페스티벌의 지원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크게 일조하고 있는 것이 세계 각국의 아트마켓과 예술경영인력들이다. 아트마켓은 완성된 작품을 소개하고 유통시키기도 하지만 자국의 예술가들과 단체를 소개하여 그들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추동력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작품 단위의 소개도 중요하지만 예술가나 단체의 예술세계를 제대로 조명해주고 그들 작업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소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적 맥락 및 예술적 이력과 유리된 개별적인 작품소개는 그 작업의 의미를 깊이 있게 파악하고 그들의 활동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하는 데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주제 중심으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자국 공연의 문화적 의미를 밝히고 국제적 흐름 안에서 이를 자리매김해 내기 위해서는 그 핵심을 간파하는 이슈나 주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술경영인력들에게 예술계의 흐름을 읽고 이를 주체적으로 평가하는 비평적 안목이 중요시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팸스초이스의 새로운 도약과 혁신을 기대해 본다.



[2011 PAMS 특집2] 팸스초이스, 지난 7년의 경향 다른기사 보기
① 연극 ② 무용 ③ 음악

이진아 필자소개
이진아는 연극평론가이자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다.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현대 희곡을 전공했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원에서 연극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러시아 연극과 한국연극에 대한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대표적 저서로는 《한국 근․현대 연극 100년사》(공저, 2009),《동시대 연극비평의 방법론과 실제》(공저, 2009),《가면의 진실》(2008),《동시대 연출가론》(공저, 2007) 등이다. tikica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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