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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빔의 2013년 레지던시 프로그램
‘배다리 사이클 빌리지’_ 작가들과
참여 주민들의 공동 작업 장면
(사진제공 : 스페이스 빔)
▲▲꾸물꾸물문화학교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생활의 발견>
(사진제공 : CCS525_꾸물꾸물문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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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상대적으로 근접한 주변부에 위치하고 있는 인천은 이러한 무시할 수 없는 상대적 관계 속에서 성장, 발전해왔다. 인천은 지정학적으로 서울과 비교적 가까워 유동인구도 많을뿐더러 그에 따른 정보와 유행의 유입 속도도 빠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에 앞서 많은 분야의 사회적 인프라가 가까운 서울에 집약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보니 직장, 교육 환경, 학업을 위해, 심지어는 좋은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서울로 가는 것이 다반사였다. 따라서 지역에 인적, 물적 인프라와 문화예술의 축적이 더디거나 기대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의 위성도시로서만 기능을 하던 인천이 이제는 지역의 정체성을 논하고, 지역의 문화와 예술, 공동체성과 삶의 정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도시, 문화, 공동체
인천을 이야기하면서 많이 거론되는 곳이 송도, 영종, 청라와 같은 ‘신도시’다. 신도시는 투자와 유치, 개발, 이익 등 경제논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인천에서 소위 ‘신도시’라 일컫는 지역은 이전에는 땅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곳으로, 간척을 통해 바다가 땅으로 변모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지역에 ‘신도시’라는 용어가 사용되면서 원도심은 상대적으로 ‘구도시’가 돼버렸다. 원도심에는 ‘구도심 재생’이라는 미명하에 무분별한 재개발 붐이 일고, 이에 따라 공동체성의 붕괴, 생태 환경 등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천에도 언젠가부터 원도심을 중심으로 ‘마을’과 ‘공동체’를 부쩍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역 곳곳에서 문화마을 만들기와 지역 공동체문화 만들기 사업이 화두가 되었다. 나아가 생태와 도시농업 그리고 협동조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천이 더해졌다.
헌책방거리로 유명한 인천의 배다리마을에서는 예술가들과 지역 주민들이 다 함께 문화예술, 생태 환경, 도시농업 등 다양한 활동들을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배다리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스페이스 빔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작가들이 참여하는 2013 스페이스 빔 레지던시프로그램 ‘배다리_사이클 빌리지’가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마을의 중대한 문제였던 마을 중간을 관통하는 산업도로 공사와 전면철거 방식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를 맞았던 배다리마을을 살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도시 ‘재생’ 또는 ‘되_살림’의 철학과 가치를 접목시켜 생태마을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논의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배다리마을의 이웃동네인 우각로에서는 문화마을 만들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우각로에서는 마을도서관, 게스트하우스 운영, 도예공방과 목공방 그리고 마을 축제를 열고,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는 등 문화마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CCS525_꾸물꾸물문화학교는 인천 중구 개항장을 중심으로 지역의 생활문화와 역사문화를 기반으로 지역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아동,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별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있는 마을학교 개념으로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 외에도 청천동, 청학동, 십정동(열우물) 등 원도심 곳곳에서 마을 문화공동체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에는 커뮤니티아트, 지역 문화예술교육, 마을만들기, 도시농업,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그리고 협동조합 등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하여 접근과 시도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은 예전에 진행하던 공공예술 지원사업을 커뮤니티아트의 개념으로 확장시켜 재편한 지역공동체문화만들기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문화정책의 차원에서 인천의 섬과 도시에 ‘공동체문화’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상 지역과 주민, 지역과 예술가들과의 관계성, 기획의 내용, 공동체 예술로 접근해가는 방법론에 따라 각기 다른 모델들을 실험하고, 유·무형 공동체의 가치와 그 자생성을 지켜가는 주민밀착형 커뮤니티아트를 지원한다. 또한 다년지원을 통해 프로젝트가 심화되고 발전되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 동네를 상상하다’라는 기획공모사업을 통해 젊은 작가들과 활동가의 진입이 어려운 공공예술 분야에 청년 작가군의 도전과 경험을 통해 인큐베이팅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한다. 지역공동체문화만들기 지원사업을 통해 강화도, 아차도, 장봉도 등의 도서 지역과 부평, 연수동, 송림동, 숭의동, 구월동, 신포동 등 인천 도심 곳곳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지역문화정책사업들과 지역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문화마을 만들기 사업들을 통해 지역의 공동체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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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문화 활성화와 움직이는 청년들
인천문화재단은 시민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강화 및 확대를 해왔다. 시민들이 직접 창작과 발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 중심의 문화예술지원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시민을 문화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의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유도해 문화 이해도를 높이고 보다 적극적인 문화향유자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천시의회는 ‘생활예술 활성화를 위한 조례’ 제정을 위한 논의 중에 있어, 시민문화예술 활동 활성화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민문화예술 활동은 지역에서 생활예술 혹은 다원예술이라는 대안예술 활동으로 지역민과 함께 공공예술의 영역으로 부단히 확대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시민문화예술센터 문화바람, 아트홀 소풍 등의 지역 시민문화예술단체에서 지역민과 직장인으로 구성된 다양한 생활예술 동호회 활동이 꾸준히 지속되어 왔으며, 지역 곳곳에서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을 수행하는 많은 단체에서도 지역민들과 호흡해가며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인천문화재단에서는 ‘인천왈츠‘ 사업을 2010년부터 지속해오고 있다. 인천왈츠는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만드는 예술 프로그램으로, 작년까지 2회의 음악 콘서트와 1회의 뮤지컬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 인천왈츠는 작년에 이어 시민창작뮤지컬이 제작되어 전석 매진이 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시민창작뮤지컬 <어떤 여행 시즌 2>는 지난 4월부터 약 70명의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구성하는 전체 워크숍과 스토리텔링 과정을 거쳐 인천의 이야기, 시민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담아냈다. 실제로 완성된 극본은 참여한 시민들의 자기소개와 신청 사연 등이 무대 위 대사와 노래 가사로 삽입되었고, 참여자들이 워크숍에서 만들어낸 짧은 이야기들이 무대 위 에피소드로 선보였다. <어떤 여행 시즌 2>는 지난해 만들어진 원작을 바탕으로 올해 함께 한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검도 선수에서 새로운 길을 찾던 한 청년은 작년 인천왈츠에 참여하면서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꾸게 되었고 올해 다시 참여하면서 한층 성숙해졌다. 음악팀에는 플루트와 바이올린으로 함께 참여한 모녀도 있다. 이렇듯 지역에서 시민들의 문화예술 활동 역량이 강화되면서 서서히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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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인천왈츠의 시민창작뮤지컬 <어떤 여행> 시즌 2의 워크숍과 공연 모습
(부평아트센터) (사진제공 : 인천문화재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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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문화 활동이 확대되어가는 또 다른 축에는 ‘청년’들이 있다. 2~3년 전부터 인천에도 청년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놀더라도 인천이 아닌 서울이나 타 지역으로 나가서 놀던 그들이 이제는 자기들의 동네에서 뭔가를 고민하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인천 중구의 마을기업인 ‘신포살롱‘을 그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막 30대가 된 신포살롱의 젊은 대표는 지역의 청년들을 불러 모아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만들고 전개하면서 청년활동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청년들이 한둘씩 모여들더니 ‘청년플러스‘, ‘버스토리‘ 등 청년들이 운영하는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다양한 청년 문화활동들을 기획하고 만들어감으로써 청년 활동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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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모습
(출처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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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잡는 공연장, 양질의 공연
불과 십 년 전후만 하더라도 인천에는 볼 만한 콘서트나 뮤지컬, 연극 공연이 없다며 불평을 토로하며 서울로 공연을 보러 가던 다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한 공연을 할 만한 인프라가 갖추어 있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의 공연문화 향유와 공연문화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지 못했으나 지금은 모든 면에서 많이 달라졌다. 인천에는 올해로 8회째인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개최가 임박해 있다. 인천시는 올해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 상설공연장에서 국내 최고의 음악축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국내외 뮤지션의 라인업이 발표되었고, 송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관람객수가 7만 2천여 명에서 올해는 8만명 이상의 록팬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인천 시민뿐만 아니라 이제는 타 지역에서도 인천을 찾아오게 하는 문화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올해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내년에 있을 아시안게임과 접목시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자, 인천시는 문화관광산업의 육성 방안의 하나로 ‘음악도시 인천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인천의 공연문화가 활성화되는 또 다른 한 축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부평아트센터, 중구문화회관, 서구문화회관, 트라이볼, 부평-부개 문화사랑방, 락캠프, 버텀라인, 소극장 다락 등의 기획 공연들이다. 기관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공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공연장 인프라가 구조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양질의 공연들이 기획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여기에 기여를 하는 중요한 중심축인 극단 십년후, 구보댄스컴퍼니,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등 열악한 토대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지역에 연고를 두고 꾸준히 양질의 공연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의 노력이 그 효과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효과와 활성화를 위해 조금 더 체계적이고 견고한 지원과 육성의 문화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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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시립미술관 건립 시민설명회 모습
(출처 :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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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간 인천시립미술관
지역 미술인들의 큰 바람 중 하나는 인천시립미술관을 건립하는 일이다.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여 인천시가 국제적인 문화예술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2009년부터 인천시립미술관 조성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인천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은 시장 후보의 단골 공약 사항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인천시립미술관 건립 추진 사업은 1,060억원을 투입해 도화구역 내 2만㎡에 연면적 9900㎡의 시립미술관을 지을 예정으로, 2014년에 건립공사를 시작해 오는 2016년 개관할 계획이었다. 남구 도화동 옛 인천대학교 부지에 시립미술관을 건립할 예정이었으나 예정 부지의 토지보상 문제 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표류하고 있다. 옛 인천대 부지에 건립이 어려울 경우 타 부지를 알아보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한다. 작년에 미술관 부지 선정을 위해 몇몇 후보지를 놓고 토론할 때만 하더라도 이제는 시립미술관 건립 추진에 탄력이 붙는가 싶어 기대가 컸으나 결국 또 제자리걸음이다. 무엇보다 시립미술관 건립의 지연은 지역미술인의 창작활동의 지원은 물론이고, 지역 미술의 수집·연구·보존·전시 등의 전문적인 지역미술 학예연구가 심화되지 못하는 상황과 맞물리므로 지역 미술인들의 아쉬움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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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이제는 깊고 정교하게!
올해로 인천은 정명 600년을 맞았다. 지역에 대한 연구가 한층 심화되고 있음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다. 이 외에도 2014인천아시안게임, 송도국제도시와 청라 신도시 등의 사회적 이슈들만큼이나 인천에서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준비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인천은 문화예술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활동들도 국제교류 등을 통해 국제적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거대화되었으며, 다양성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10년이 다 되어가는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그간에 지역문화정책과 제도들이 마련되고 그에 따른 지원의 폭도 전문화되고 넓어졌다. 한때는 토건적으로 많은 것들을 만들려고만 했던 문화정책에서 이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양질의 문화예술의 진흥과 육성, 시민들의 문화향유와 저변 확대 그리고 활성화 등 여러 가지 난제들을 한꺼번에 고민해야 하는 것이 지역문화정책의 어려움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양적 팽창보다는 좀더 깊고 정교한 지역문화정책과 문화행정이 고민되어지길 바란다. 인천의 문화예술의 성장은 예술가, 활동가, 행정가,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몫이다. 좀더 면밀한 소통과 아름다운 연대의 지속적인 실천 그리고 우아한 상상력이 그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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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윤종필은 프랑스 그르노블 예술대학(Ecole Supérieure d‘Art de Grenoble)에서 국가조형예술학위_DNAP(학사) 및 프랑스 쌩떼티엔느 보자르(Ecole Regionale Beaux-Arts de Saint-Etienne)에서 국가최고표현예술학위_DNSEP(석사)를 받았다. 2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문화예술교육 매개 및 기획, 전시 기획 및 비평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과 교육, 기획 활동을 통해 사회적 예술을 실현해가는 사회적 예술가(커뮤니티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비평지 [인천문화현장]의 편집위원이고, 인천에서 커뮤니티 연대 중심의 대안적 예술 활동을 하는 CCS525_꾸물꾸물문화학교의 디렉터이다.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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