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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자치문화센터에서 기획한 ‘생태적 문화귀촌 우물터 - 아카데미‘의 강의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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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귀촌-문화이주 현상의 배경
보통 귀농귀촌 지원, 귀농귀촌 학교는 들어 보았지만 문화귀촌(문화이주)은 생소하다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간단하게 차이를 구분하면 귀농귀촌이 경제적 관점, 낭만적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면, 문화귀촌은 문화적 방식, 개인의 삶을 다시 디자인하는 것과 지역재생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가, 디자이너, 문화기획자가 시골에서 사는 것. 지역에서 예술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단지 직업을 얻거나 마을 만들기를 하는 차원의 결합이 아닌 윤리적, 미학적 차원에서 변화와 문화적, 경제적 실천의 준비가 필요하다. 나의 인생, 삶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시 디자인하는 것과 그 삶의 배경을 변화시키는 노력은 같이 가야 한다. 그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변화의 출발일 수 있다.
귀농은 유기농업이나 생태농업의 신념을 가지고 대안적인 공동체에 대한 꿈을 꾸던 이들을 중심으로 90년대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있어왔지만 본격적인 흐름은 1996년 12월 전국귀농운동본부가 만들어지면서 시민운동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로 인해 시작된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요청으로 촉발된 금융/재정 긴축과 대규모 구조조정은 해고나 명퇴(명예퇴직)를 당한 50~60대가 U턴이나 J턴을 하는 계기가 되었고, 사회적 차원에서 실체화되었다. U턴(농촌에서 살다가 서울로 학업과 직장을 위해서 올라왔다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는 경우), J턴(농촌에서 살다가 서울로 학업과 직장을 위해서 올라왔다가 태어난 곳과 다른 지역으로 내려가는 경우), I턴(도시에서 태어나 살다가 농촌으로 내려가는 경우)로 나타났다. 그 후 10년이 지나서 신자유주의의 결과로 일어난 2007년 전 세계 금융위기는 한국에서 저축과 펀드와 부동산을 통해 부를 늘려가던 부동산 신화의 붕괴를 가져왔고, 20~30대 청년들은 부모 세대의 이념인 도시화와 산업화, 정보화를 통해서 만든 세상이 그리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게 했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저당하고 사는 것, 집을 사기 위해 30년을 저당 잡히고 살던 부모의 현재를 보면서 이렇게 사는 것과 다른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20~30대들은 2008년 이후로 청년귀농, 문화귀촌, 문화이주를 결심하는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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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적 문화귀촌 우물터- 아카데미’의 ‘지역탐구생활 -이것은 귀촌은 아닙니다만’ (충북 제천시 대전리)

▲ ‘생태적 문화귀촌 우물터 - 아카데미’의 ‘지역탐구생활 - 생태마을의 실험’ (전남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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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지역으로 문화귀촌
공공미술, 커뮤니티아트, 전통시장의 문화적 활성화, 지역문화 컨설팅으로 5년 정도 한국의 여러 지역을 돌아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마을 만들기 축제도 가보면서 느낀 것은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지역 또한 물질적 성장을 최우선에 두는 근대성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민들의 관광 소비지가 되기 위해 특산물과 관광지 개발과 관광 상품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하기조차 했다. 에코 뮤지엄, 국내 공정여행, 슬로 시티, 수많은 길 만들기 등을 통해서 지역 내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태적, 문화적 잠재력을 찾으려는 새로운 길 찾기 노력이 최근 10년간 많아지고 있지만, 긴 안목을 둔 문화적 계획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의 근저에는 전국적으로 모든 지역에서 고령화와 청년 인력의 대도시 유출로 인해 인적 활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서울, 부산 이외의 대부분 지역은 구직을 위해, 학업을 위해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 지역 인구 대부분이 감소 추세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생기고 있다. 진안-거창-해남-강진 등 귀농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마을과 제주도에서는 감소 추세에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제주도의 인구는 감소하다가 2010년을 기점으로 해서 유입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11년에는 2,340명, 2012년에는 4,873명이 증가하였다. 2011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귀농자는 19%(447명)이며, 81%는 농사와는 다른 이유로 제주도로 이주하고 있다. 이 귀촌도 U턴, J턴, I턴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최근의 현상은 I턴이 많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대도시에서 텃밭 하나 없는 상자집/작은집에 자신을 맞춰서 살아야 하고, 산과 바다로 가려면 2시간 이상 차를 타고 달려야 하며, 주말에 산이나 한강을 가더라도 너무 많은 사람들에 치여 지쳐버리는 현실을 더 이상 유지하고 싶지 않다는, 대도시에 지친 영혼의 즉각적인 거부인 면도 있다. 여러 시기마다 또 여러 측면에서 문명에 대한 회의, 도시의 속도에 대한 회의 속에서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2008년 이후 지역에 대해 20~30대가 갖는 생각은 산업사회의 생산구조와 후기산업사회의 문화소비가 만든 소비적 생산양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양극화 체제에서 도시는 상위 20%를 위해 하위 80%가 지탱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고, 텃밭 하나 없는 상자집/작은집에서 자신을 맞춰서 살아야 하며, 시스템적으로 설계된 도시에서 개인적 실천으로 일상생활을 바꾸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또한 그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점을 직시하고 지역으로의 이주를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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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적 문화귀촌 우물터 - 아카데미’에 참여한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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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자연 귀촌에서 문화귀촌으로
농민운동이나 생태운동의 한 지류로서, 또한 귀농이 아니라 자연 가까이에서 생태적 삶의 방식을 실천하며 지역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청년과 중년들이 택하는 대안적 장소로 ‘지역’이 등장한다. 또한 문화적 귀촌은 소비적 대도시 근대의 공간 구조와 관계 방식에 대해 성찰하기 시작한 사람들에게서 시작되었다. 도시에서 산업사회를 위해 청년기를 모두 내놓았던 40~50대들이 노동 소외의 구조와 다른 삶을 모색하려고 한다. 도시에서 구겨진 인생이 아니라 생태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방식을 실험하려는 20~30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젊다는 점이다. 지역 측면에서 본다면 지역재생, 마을 만들기, 친환경 농업, 소농경작, 생산자 협동조합이 ‘흐름’이 되려면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만들고 창조해갈 수 있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의미화하고, 소통 가능한 형태로 만들면서 공동체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문화적, 경제적 실천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예술가들의 이주는 이미 여러 형태로 있었다. 작업실을 찾기 위해 도시 중심에서 주변으로, 도시 주변에서 위성도시나 근교지로 이주를 해왔다. 2000년대 초 경기도 일산, 파주로의 이주, 서울 주변에서 경기도 남양주, 가평, 양평으로의 이주, 인천 도심에서 강화도로의 이주, 시골 폐교로 작업실 이주 등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많은 40~70대 작가들이 지금 그곳에 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대학로 문화지구와 홍대 상권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밀려난 젊은 작가들은 문래동, 이태원 남산 아랫마을, 우이동, 성북동으로 이주하였다. 이러한 대도시 내 이주나 근교로의 이주는 대부분 값이 싸고 조용한 곳으로 작업실을 찾아 이주하는 것이지만, 최근의 충북 제천과 괴산, 제주, 전남 담양·강진·해남, 전북 진안·남원·완주, 충남 서천·서산·홍성 이주는 기존과는 다른 중요한 특징들을 보여준다.
이전의 삶이 예술적 활동과 디자이너로서 삶에서 도시성을 모든 것의 기준으로 놓았다면, 최근에는 대도시의 석유기반, 금융기반, 소비주의 기반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서 이주가 출발하고 있다. 그래서 3년-5년-10년 장기적으로 도시의 원도심, 도시의 주변부, 소도시에서 근대적 도시구획, 소비디자인의 완성체로서 대도시의 삶에 대한 비판을 체계화하고 글로컬한 관점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예술의 자율성과 개인주의을 분리하고, 소승적 관점이 아니라 대승적 관점에서 지역을 생각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최근의 문화귀촌(문화이주)인들은 일상적인 관계망에서 예술을 재위치하고, 새로운 문화미학을 만들려고 한다. 자신의 기술을 풍부하게 하면서도 공동체의 새로운 윤리적 지반인 약속의 경험을 실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로간의 작은 약속 체계를 만들어가고, 그 방식을 습득하면서 문화적 형식들을 만들며, 그 속에서 창작활동은 새로운 지지자와 협력자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문화귀촌자들이 많아지고, 예술가와 기획자들이 근대적 지역에서 생태적 탈근대화를 조금씩 만들어갈 때 지역은 대도시의 의식주 공급처나 생산기지 혹은 관광상품이 아니라 풍부한 삶의 장소로 전환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향후 10년 후, 20년 후에는 많은 이들이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삶의 원형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진제공_시민자치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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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광준은 현재 생태문화와 커뮤니티아트를 연구하는 공동체 ‘바람부는 연구소’의 대표로서 커뮤니티스쿨 사회적협동조합 제안자로 문화대안대학을 준비 중이다. 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생태적 문화귀촌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문전성시 프로젝트 컨설팅단 단장, 서울시 창작공간 추진단 금천예술공장 총괄매니저, 도시갤러리 커뮤니티아트 책임큐레이터를 역임한 바 있다. 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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