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휴일이 많고 날씨도 따뜻해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에 나서기 좋은 달이다. 1년 365일 가정이 소중하지 않은 날이 어디 있겠냐마는 5월을 따로 떼어 가정의 달이라 부르는 이유는 대부분의 가정이 평상시에는 서로를 돌아보고 보듬기 쉽지 않은 환경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리라.


여유 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삶을 잠시 뒤로하고 5월에는 가족과 함께 작은 쉼표 하나를 찍어보자. 굳이 도심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즐길 거리는 많다. 평상시 가까이 하지 못했던 문화예술과 함께 5월 가정의 달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보자.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해 특별한 공연과 전시를 준비한 극장들을 살펴봤다.

가족 관객을 위한 문화예술 시설 이용 팁

가정의 달이라지만 나들이가 부담스러운 가족들도 있을 터. 영유아나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는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온 가족의 공연과 전시 관람을 위해 극장 측이 마련해둔 작은 배려가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알아두면 좋을, 몇몇 팁들을 소개한다.


예술의전당의 경우 ‘키즈라운지’가 있다. 공연을 보는 관객이 공연 티켓을 제시하면 아이들을 대신 맡아주는 곳이다. 대상은 36개월 이상 미취학 전 어린이까지이며, 공연 30분 전부터 공연 종료 시까지 책임진다. 상주하는 보육교사가 아이들이 즐길 만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본다. 쾌적하고 다양한 놀이시설도 갖춘 이곳은 오페라하우스 2층에 위치해 있다. 또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러 온 엄마와 아기를 위한 수유실도 한가람미술관 1층, 오페라하우스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밖에 국립극장의 ‘어린이놀이방’, 세종문화회관의 ‘세종놀이방’ 등 대부분의 국공립 극장공간들이 부모와 아이를 위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 예술의전당 키즈라운지(사진출처: 예술의전당)

장애인 가족이 있는 경우,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있는 극장을 찾아 온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운 나들이를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다.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시각장애인용 편의 시설을 곳곳에 설치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대극장 입구에 마련한 점자촉지도를 활용하면 점자를 통해 세종문화회관의 각 시설을 안내받을 수 있다. 또 대극장과 M씨어터 장애인 통로에는 장애인용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어 시설물 이용 편의를 돕는다. 장애인을 위한 해피콜 서비스도 마련돼 있다. 세종문화회관 중앙 계단 좌측과 우측, 세종로 주차장 입구, 광화문역 1번 및 8번 출구 방향 예술의 정원 입구 내 설치돼 있다.

5월 맞아 관객층 세분화한 극장들

먼저 우리나라 대표 극장인 국립극장을 살펴보자. ‘국립’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즐길 만한 공연이 풍성하다. 특히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에 맞게 공연을 준비한 점이 돋보인다. 구체적으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베스트셀러인 어린이음악회 <땅속 두더지, 두디>(5월 10일(일)까지, KB국민은행 청소년 하늘극장), 황병기가 함께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베스트컬렉션> (5월 10일(일)까지, 해오름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하림이 함께하는 <좋은 밤 콘서트 ‘야호(夜好)’>(5월 15일(금), 해오름극장) 등이 있다.


▲ <땅속 두더지, 두디> 공연 모습(사진출처: 국립극장, 클릭시 사진 확대)

<땅속 두더지, 두디>는 내 아이의 첫 번째 음악회라는 콘셉트의 공연이다. 어린이 예술교육 전문가들이 4세부터 10세까지의 어린이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만든 이 음악회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감상을 위해 기존 객석 대신 넓은 무대에 객석을 마련한다. 딱딱한 의자 대신 푹신한 매트를 깔고 진행해 아이들의 관람 편의와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베스트컬렉션>과 <좋은 밤 콘서트 ‘야호(夜好)’>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특별한 공연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베스트컬렉션>의 경우 지난 20년간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선보인 곡들 중 최고로 꼽는 5개 곡을 선정해 선보이는 무대다. 이번 공연에서는 ‘대취타 역(易)’과 ‘공무도하가’, ‘춘무’, ‘침향무’, ‘남도아리랑’ 등 서양 음악과는 결을 달리하는, 현재진행형의 우리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연주회에 앞서 공연 전 관객 아카데미가 진행되니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이 밖에 대관공연인 국악뮤지컬 <노빈손 훈민정음을 찾아라>(5월 23일(토)부터 24일(일)까지, KB청소년하늘극장), <로큰롤 흥부전>(5월 10일(일)까지, 별오름극장)도 눈에 띈다. 대관공연인 <노빈손 훈민정음을 찾아라>의 경우 한글의 이해와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훈민정음을 소재로 한 최초의 아동극인 이 공연은 교육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큰롤 흥부전>은 판소리와 로큰롤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공연으로 남녀노소, 내외국인 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표방한다.


▲ 국립국악관현악단 <베스트컬렉션>(사진출처: 국립극장, 클릭시 사진 확대)

서울시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인 세종문화회관도 이에 못지않게 다채로운 공연을 준비,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어린이 앙상블 마티네’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두 공연이 먼저 눈에 띈다. 클래식으로 만나는 전래동요 콘서트 <두부와 콩나물>(5월 8일(금)까지), 클래식으로 만나는 전래동화 이야기 <흥부와 놀부>(5월 14일(목)부터 15일(금)까지)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번 무대는 아이들에게 동서양 문화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할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세종문화회관 중앙 계단 앞 무대에서 진행되는 ‘광화문 문화마당’도 빼놓을 수 없다. 광화문이라는 좋은 입지 여건을 십분 활용한 무대로, 다양한 분야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관객을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학생 자치 동아리 ‘두레소리’가 펼치는 합창 공연을 비롯해 세종컬처세션 비보이대회와 경복대 실용음악과, 백제여대 하이진 재즈콰이어 공연 등 매일 색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만난다.


▲ ‘어린이 앙상블 마티네’의 <두부와 콩나물>(사진출처: 세종문화회관, 클릭시 사진 확대)

<어린작가 초대전>(5월 12일(화)까지)도 주목할 만하다. 도서출판 바퀴달린 그림책에서 주최하는 이 전시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프로 작가가 아닌, 아이들의 소박한 이야기로 꾸며진 그림책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한글로 우리 가족 문패 만들기>(6월 28일(일)까지)라는 뜻 깊은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세종문화회관 교육실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문패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 가족의 한글 문패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밖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운영하는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는 가족뮤지컬 <춤추는 피노키오>(5월 17일(일)까지), 가족 나들이 프로그램 <2015우당탕당 아빠가 만든 놀이터> 등을 진행한다.

김나볏 필자소개
김나볏은 신문방송학과 연극 이론을 공부했으며, 현재 뉴스토마토에서 문화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무대 기반의 각종 공연예술에 관한 글쓰기 작업에 흥미가 있으며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운영위원, 극단 상상만발극장 드라마터그 등 현장활동도 경험했다. 반년간지 《시민과세계》, 계간지 《연극평론》,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의 향기》 등 다양한 매체에 공연과 예술에 관한 글을 실었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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