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현장의 자생력 제고를 목표로 2006년 1월 12일 문을 연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설립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이에 《Weekly@예술경영》이 지난 10년간 센터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향후 10년을 위해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첫 번째 주제는 센터가 설립 원년부터 추진해온 국고 및 정부 시상 지원 예술 행사 ‘평가 사업’이다. 지금까지 이 사업을 거쳐 간 평가위원이 725명, 평가의 대상이 되었던 예술 행사가 1921개에 달한다. 그동안 센터는 이 사업을 통해 예술 현장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롭게 요구받고 있는 평가의 기능은 무엇인지 장르별 평가위원 5인과의 좌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더불어 다양한 예술 행사 관계자들이 궁금해할 평가위원의 하루를 그림으로 담았다.

평가사업의 필요성

사회자 2006년 센터 설립 원년부터 시행해온 예술행사 지원사업 평가가 올해로 10년을 맞이했다. 국고가 지원되는 공연 및 시각예술 행사와 정부에서 상장을 지원하는 경연대회 등에 대한 평가를 추진하는 ‘평가 사업’이 예술 현장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논의하고자 장르별 평가위원을 한 분씩 모셨다. 먼저, 각자 평가위원으로 처음 활동하게 되었을 때 어떠했는지 설명해주면 좋겠다.

이준 국고지원사업은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센터의 평가 작업은 국가의 예술 지원사업에 대한 일종의 파수꾼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2006년부터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평가를 통해 국고지원행사에 대한 보완과 견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초창기에는 평가 방법이나 지표가 적절한가라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센터가 몇 년간 평가사업을 수행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평가 방법과 지표들의 체계를 잡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민희 본인은 문화예술행사를 직접 진행해왔던 입장이라 국내에서 열리는 행사를 두루 볼 수 있고 국고지원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평가위원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평가를 하면서 느낀 점은 국고를 지원받는 여러 행사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수준과 운영 능력 면에서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에서 열심히 노력한 흔적은 보이나 그에 비해 성과가 낮고, 행정이나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것을 확인하면서 우리나라 전반에서 행해지는 문화예술 행사들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김대현 초창기 활동을 돌이켜 보면, 연극 분야에 속해있는 사람으로서 외부인이라기보다는 내부인의 시각으로 평가를 시작했던 것 같다. 평가위원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행사들이 체계를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센터에서도 행사들의 행정이나 운영적인 면을 중점적으로 보고자 지표를 개발했었다.

김희선 본인은 센터에서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기 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으로서 공연이나 행사를 심의하고 평가하는 일들을 시작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아티스트나 작품을 심의해서 기금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라면, 센터는 이미 지원된 행사들이 ‘국고나 문예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했는가’, ‘이 행사가 지원 대상으로 적합한가’에 대한 평가를 통해 차기 지원 시 근거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공적인 기금이 잘 쓰이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라서 지원 심의할 때와는 또 다른 부담이 있다. 또한 행사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이나 행사의 가치, 발전 가능성 등의 전체적인 관점을 갖고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느꼈을 때 평가위원으로서 책임감과 부담감도 있었다.

민정아 센터의 평가는 예술적 우수성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지만 행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 지역사회와 해당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도 비중이 있는 편이라 동료 평가의 측면이 있다 할지라도 평가위원으로서 상대적 부담은 적은 편이었다. 같은 예술업계 종사자로서 예술성에 대한 언급은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라 평가를 할 때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그런데 센터의 평가는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한 정책적 제언을 할 수 있는 부분이라 덜 부담스러웠다.

평가가 지원 정책과 예술 현장에 미치는 영향

사회자 센터의 평가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활용되고 있다. 첫 번째로는 기금이나 상장이 지원되는 정책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고, 두 번째로 행사 단체에 개선 및 발전 방향을 제시하여 예술 현장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가가 지원 정책과 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민희 매년 평가를 할 때 문제점 및 개선사항을 지적하는데 일부 행사는 적극적으로 개선을 하지만 대부분은 개선되지 않는다. 개선되지 않은 부분은 반복적으로 같은 지적을 하게 되는데 차기년도 지원 공모사업 심사에 반영이 되는지 평가위원으로서 늘 궁금했다. 특히 평가결과가 D등급(미흡)인 행사가 내용도 부실하고 주최 측의 개선 의지도 부족한데 D등급까지 지원을 받는다는 규정에 따라 계속 지원을 받는 것을 봤을 때는 평가위원으로서 회의감과 무력감도 든다.

이준 이민희 부회장이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진행하고 있는 평가 사업에는 환류에 한계점이 있다. 기금 지원이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평가가 진행되는 것이므로 태생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는 거다. 전문가 그룹으로 형성된 평가위원이 서면 자료와 현장 실사를 통해 평가 결과를 도출하면 그 결과는 차기 연도 지원 정책에 참고 사항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평가가 의례적인 행위로 끝나게 되면 그 의미가 약화되고,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보통의 국가 책임운영기관 심의평가는 기관의 등급이나 기관장의 연임 등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런 식의 구속력은 아니더라도 좀 더 강화된 환류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대현 연극 분야도 마찬가지다. 평가를 시작한 초반에는 환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평가위원으로서 회의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10년의 세월을 보내다 보니 더디지만 점차 환류 부분도 개선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평가 결과가 미흡해도 계속 지원을 받는 예외적인 상황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평가가 실제 현장과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것을 확실하다. 조금만 기다려 주면 이러한 예외적 상황들이 일정한 규칙에 귀속되면서 정확하게 환류가 입증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정아 음악 분야의 경우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들이 매년 평가를 받으면서 일정 부분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다. 특히 서면 자료 작성이나 행정, 운영 부분에서 개선된 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평가 환류 측면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전년도에는 기금 지원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은 행사가 있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받는 경우를 보면서 평가 환류에 대한 부분이 지금까지는 실효성 있게 반영되었다기보다는 다소 형식적으로 진행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희선 일부 행사들은 평가 결과가 우수할 경우 홍보나 마케팅에 활용한다. 우수 축제라는 플래카드를 걸거나 언론 보도나 매체를 활용한 광고에서 평가 결과를 활용한다. 이렇게 행사를 키워주는 것이 평가사업의 또 하나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전년도의 평가 결과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홍보로 활용하고, 문제점 및 개선 사항은 반영하여 점차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봤을 때 평가 결과가 현장에 주는 영향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현 센터의 평가가 상수라고 한다면 변수는 행사를 진행하는 단체라고 생각한다. 즉, 평가가 미치는 영향은 단체별로 다르다. 10년 동안 어떤 단체는 평가지표에 맞춰 행사 규모와 운영 능력을 키워나가는 반면, 어떤 행사들은 전혀 관계없이 자신들의 할 일을 한다는 식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행사들이 평가사업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고, 평가지표에 맞춰 운영을 하다 보니 변화된 부분들이 보인다. 연극 분야의 경우 예전에는 예술감독이 거의 없었는데 평가를 통해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면서 예술감독을 선임한 행사들이 많아졌다. 물론 예술감독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평가가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까지는 행사나 축제의 기본적인 구조를 갖추는 것을 취지로 평가를 진행했다면 이제는 예술감독의 역할과 기능(질적인 면)에 대한 평가를 통해 행사가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유도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민정아 동의한다. 평가에 대한 주관 단체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단체는 관습적이고 형식적으로 행사를 치르는 반면 평가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자기만의 색깔로 수용하는 곳도 있다. 당연히 후자가 행사의 발전도 있고, 평가 점수도 계속 좋아지지 않을까. 평가 자체가 행사를 개선해 간다는 것과 더불어 단체의 의지가 굉장히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진촬영_박창현(Chad Park)



참고링크

※ 이어지는 2부 기사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KAMS 10주년 특집] 좌담_예술축제 평가의 기능과 효과 Ⅱ

정주연 필자소개
정주연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전략사업본부 조사연구팀에서 근무 중이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