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설립 10주년을 앞두고 마련한 두 번째 KAMS 10주년 특집호 주제는 ‘해외진출 지원사업’이다. 서울아트마켓(PAMS)과 더불어 센터가 지난 10년간 장기적으로 추진해온 이 사업은 해외 아트마켓과 페스티벌에 한국 예술 단체를 소개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한, 세계 속 한국 예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등 한국 예술 단체의 국제 교류 경쟁력 강화라는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본 특집호를 통해 10년간 ‘해외진출 지원사업’의 변천사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해외진출 지원사업 성과와 지향점

사회자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 설립 10주년을 앞두고 해외진출 지원사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세 분을 모셨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10년이면 아직 첫발을 디딘 거나 다름없다. 그동안 한국음악 분야의 개인이나 단체들에게 미친 영향이 어떠한지 짚어보고, 부족한 점은 개선할 수 있도록 많은 제언 바란다.

김주홍 해외진출 초창기, 유럽에 가면 항상 중국이나 일본 단체냐고 물었다. 그런데 이제는 유럽에서도 한국에 좋은 음악과 단체가 있다는 걸 안다. 우리의 음악적 색깔을 정확히 이해하고 무대에 세우려고 한다. 지원사업이 시작된 후 생긴 변화다. 올해 바라지 같은 젊은 단체가 빠르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지난 10년간 센터의 역할이 있었을 거다. 과거 한국음악, 전통음악의 본질적인 가치를 인식하면서도 보전의 대상으로 여기던 이들이 이제는 “한국음악을 하면 세계적인 예술가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한국음악을 하면 세계적인 예술가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_김주홍


허윤정 항공료 지원 등 직접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저니투코리안뮤직(Journey to Korean Music)처럼 외국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국음악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판을 만든 것도 주효했다. 센터가 생긴 이후 한국음악의 해외진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는 개인적 차원의 국제교류나 관 주도하에 국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전시적 공연이 많았는데, 이제는 정말 한국음악을 사고 팔 수 있는 진입로가 마련되지 않았나. 서울아트마켓(PAMS)을 통해 정기적으로 해외 페스티벌이나 마켓의 인사들을 불러들이니 단체들은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네트워킹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해외 전문가 초청은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초청자들이 대부분 친한파가 되어 돌아가 워멕스(WOMEX) 같은 마켓에서 한국음악을 홍보한다더라. 우리처럼 극동에 위치하고 언어도 다른 나라로서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아시아음악 시장에서 한국은 인도, 몽골, 일본 등에 비해 후발 주자였다. 그런데 이제는 과거 사물놀이, 부채춤, 판소리 등으로 대표됐던 한국음악의 입지도 넓어졌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해외 전문가 초청은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초청자들이 대부분 친한파가 되어 돌아가 워멕스(WOMEX) 같은 마켓에서 한국음악을 홍보한다더라.._허윤정


앞으로는 해외에서의 지원을 늘리는 사업과 우리 연주자들의 풀을 만들어 그들이 접속,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단체의 지속적인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센터스테이지코리아(Centre Stage Korea) 사업처럼 지원사업과 매니지먼트 중간에서의 역할도 더 발전되길 바란다.

김주홍 서울아트마켓의 팸스초이스(PAMS Choice)를 통해 해외에 소개되고 진출할 수 있다는 건 큰 혜택이다. 그러나 국내 어느 축제나 문예회관 같은 데서 팸스초이스 선정작을 실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홍대 앞 나가 보면 가요도 잘 안 들린다. 대부분 팝이다. 시장과 소비자가 없다. 전통음악의 대중적인 확산을 위한 기반 조성에도 센터가 힘써주기 바란다.


노름마치 공연(사진출처: 노름마치 공식 홈페이지)

노름마치 공연(사진출처: 노름마치 공식 홈페이지)


해외진출을 둘러싼 갖가지 고민

사회자 정가악회는 하고자 하는 음악이 확고하고, 스페인 플라멩코나 남미 문학과의 교류 등 해외진출에 남다른 면이 있다. 정가악회의 음악만으로는 접근이 어려울 것 같았던 해외 음악 마켓에서 새로운 접점을 찾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러한 해외진출이 국내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 결국 해외진출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단체는 없지 않나.

천재현 말씀하신 것처럼 해외진출을 했다고 국내에서 잘 살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해외진출 경험을 통해 연주자들이 성장하는 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래서 27명 단원이 전부 무대에 서게 하려고 한다. 예술가의 성장 이외에 남는 건 없다. 국내에 시장이 없다는 건 다 아는 문제다. 그렇다면 해외에 나가 우리 것을 보여주는 행위 자체에서 남는 건 뭘까 고민했다. 그러다 스페인에 가서 플라멩코와의 교류를 시도했고, 이를 함께한 친구들이 성장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만약 성과가 좋다면 다른 쪽에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다. 정말 좋았던 건 그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걸 연주자들이 조금씩이라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에 가서 플라멩코와의 교류를 시도했고, 이를 함께한 친구들이 성장했다. (중략) 정말 좋았던 건 그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걸 연주자들이 조금씩이라도 알고 있다는 점이다. _천재현


사회자 해외진출이 국내에서 관객개발로 이어지기도 하나?

천재현 한국에서 플라멩코와 정가가 만난 공연은 흔치 않아 홍보 면에서 효과는 있었다. 우리는 해외에 다녀오면 그 경험을 통해 한두 곡정도 우리만의 음악을 만든다. 그런 것들이 해외진출의 가장 큰 성과다. 요즘 관객들은 그런 곡들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국제교류가 활성화되어 있긴 하지만 장르별로 편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국제교류를 시도하는 음악들이 점점 비슷해지고, 그런 것 때문에 단체도 많이 없어지는 것 같다. 좀 다양한 층위를 나눠봤으면 좋겠다.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거나 상품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면 전통적인 한국음악은 안 되는 거라고 포기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센터라든가 지원 체계가 특정 장르의 단체들이 앞서가는 행위 때문에 생기는 그늘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주었으면 한다.

사회자 에쓰노 스웨덴(Ethno Sweden)이라고 전 세계 음악가 100명이 각자 자기 악기를 가지고 모여서 일주일간 밤낮으로 진행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있었다. 음악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형태인데다 예술가 중심의 개인 역량을 개발할 기회를 주었기에 참가자 만족도가 매우 좋았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 지속됐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앞서 10년간 사업의 성과를 짚어주셨는데, 그 배경에는 해외진출뿐 아니라 창작 역량 강화라든지 간접적인 사업들을 연계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천재현 기획자 육성 프로그램도 좀 더 실질적으로 기획해주었으면 한다. 센터 설립 10주년을 맞는 동안 센터만 성장할 게 아니라 단체나 기획자들도 성장했어야 하는데, 10년 이상 된 단체들도 국제교류 경험이나 기획자 유무가 상이하다. 경력별로 기획자가 다양하게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어떻게 기획자를 양성할지, 국제교류를 잘하는 단체들은 네트워크를 어떻게 강화하고 국내시장을 넓히는 데 이바지할지 같이 고민했으면 한다. 지금 전통음악 쪽에서 국제교류 기획자로서 활동하거나 전문가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회자 극소수다. 단체에 소속된 분들은 더 적다. 단체나 축제에 기획자로 있다가 다른 분야로 옮겨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몇 년 사이 더 줄어든 것 같다. 오늘 참석해주신 세 분의 단체들도 연차가 올라갈 때마다 기획자가 같이 바뀌더라. 후속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싶어도 새로운 기획자가 와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기획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허윤정 노름마치는 법인화가 되었고 정가악회는 사회적 기업이다. 거기가 직장이 되는 단체다. 그런데 그런 단체가 현장에 많지는 않다. 나머지는 소소한 형태라 활동이 수동적일 수밖에 없고,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상시 기획자를 둘 수 없다. 그들의 책임은 아니다. 국내에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 진출하는 게 다인가? 그다음엔? 아무것도 없다. 다녀오면 투어가 잡힐 줄 알았는데, 국내시장은 더 열악하고 해외시장에서 차별성을 띠고 경쟁력 있던 음악이 국내에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기획자의 문제는 다층적이고 다면적이며 복잡한 문제라 본다. 팀이 원하는 급한 불을 끌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안정적으로 일을 두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부담이 없어서다. 인지도 있는 팀도 상시적인 기획자를 고용해서 먹고살 수 있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천재현 전문적인 에이전시가 생겼으면 좋겠다. 최근 활발히 해외 진출을 하고 있는 일부 단체의 경우, 물론 그들의 음악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에이전시의 힘이 컸다고 본다. 스포츠처럼 우리 분야도 그런 게 생겨서 꾸준한 네트워킹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자 저절로 얻어진 네트워크에 대해선 새로운 것을 개발할 의지가 없는 단체들이 많다. 기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더 도움을 주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지속적인 해외진출은 결국 단체, 특히 단체 대표자의 의지와 필요성 인식이 좌우한다고 본다. 해외진출은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에 시간적으로든 재정적으로든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해외진출은 결국 단체, 특히 단체 대표자의 의지와 필요성 인식이 좌우한다고 본다._김유정



※ 이어지는 2부 기사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좌담_세계 속 한국음악의 미래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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