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설립 10주년을 앞두고 마련한 두 번째 KAMS 10주년 특집호 주제는 ‘해외진출 지원사업’이다. 서울아트마켓(PAMS)과 더불어 센터가 지난 10년간 장기적으로 추진해온 이 사업은 해외 아트마켓과 페스티벌에 한국 예술 단체를 소개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한, 세계 속 한국 예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등 한국 예술 단체의 국제 교류 경쟁력 강화라는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본 특집호를 통해 10년간 ‘해외진출 지원사업’의 변천사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사회자 현재 해외진출 지원사업이 개선해야 할 점, 예술가나 예술단체들이 바라는 실질적 지원은 무엇일까?

허윤정 해외 페스티벌에 나가서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국악 자체의 문제인데, 해외진출 연령층이 황병기 선생, 안숙선 선생, 김덕수 선생 등 명인급에서 20~30대로 급격히 낮아졌다는 거다. 다른 나라는 대부분 40~50대 중견들이 자리한다. 그들의 내공은 절대 따라갈 수 없다. 더군다나 국악기 아닌가.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 국악계의 허리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지금 막 해외진출을 자신의 음악적 행보에 넣고, 만들어지고 있는 ‘예경키즈’나 ‘월드뮤직키즈’들과는 완전히 다른 거다. 그들은 느리고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한번 나갔을 때 파급력은 훨씬 더 있다. 그런데 현 지원 체계는 너무 신진과 창작 위주에 치우쳐 있지 않나. 또 인지도 있는 단체들은 웬만하면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려고 하지 않나.

내게 이제 국내, 해외는 의미가 없다. 경계가 없다. 나를 불러주는 무대가 있으면 가는 거지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다. 국내에서 많이 불러주면 좋겠다. 이제 점점 국내 경기는 안 좋아질 것이고 무대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경제논리와 엮이면서 그걸 벗어나는 다른 가치에 대한 것들은 점점 더 무너질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분법적으로 해외와 국내의 경계를 나누기보다 이제는 우리 음악을 하고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능한한 전폭적으로 지원하길 바란다. 자생력 확보는 그 다음이다.

사회자 사업 초기엔 중견급도 있었던 것 같은데, 추천제를 시도한다든지 형태를 좀 고민하겠다. 공정성을 위해 공모와 심사 형태로 했는데, 현장의 상황과 요구에 맞춰 일정 부분은 변형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아시아 음악시장 선점해야

허윤정 젊은 연주자나 단체들뿐만 아니라 어쩌면 손이 닿지 않는 영역에 있는 기존의 뛰어난 연주자와 단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진출해왔는데, 아시아도 국제화된 도시가 굉장히 많지 않나.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거점이 되어 이 안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해도 좋을 것 같다. 중국에서는 조금 움직임이 있는 것 같더라. 시스템은 아직 체계화되지 않았지만, 음악 연주자들이나 프로모션하려는 기획자들의 열의가 대단하다고 들었다.


블랙스트링(사진출처: Sung Yull Nah)

블랙스트링(사진출처: Sung Yull Nah)


김주홍 동남아에 가서 한국 단체라고 하면 무조건 좋아한다. 박수가 안 나올 부분에도 막 나온다. 마치 연예인 보는 것처럼 호응한다. 분명 한국에 대해 열려 있다.

천재현 정가악회는 아시아에서 공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멀리만 가면서 왜 우린 아시아로 갈 수 없을까 궁금했다. 아시아의 워멕스 같은 마켓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자칫하면 중국이 선점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스템은 우리가 체계화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봄이 됐든 가을이 됐든 페스티벌과 국제 마켓을 여기서 만들면 좋겠다.


아시아의 워멕스 같은 마켓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아직까지 시스템은 우리가 체계화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봄이 됐든 가을이 됐든 페스티벌과 국제 마켓을 여기서 만들면 좋겠다._천재현


김주홍 그동안의 노하우와 시스템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정책 변화도 줄어야 한다. 국제교류는 네트워킹이 핵심 역량 아닌가. 아니면 시장조사하고 전략 수립할 아시아 전문가를 일단 키우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사회자 유럽은 한 정책이 몇십 년씩 가고 관계자들이 장기간 근무하기 때문에 관계 형성이 쉬운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투자를 계속하긴 하나 변화가 너무 심하니까 유지가 안 된다. 그럼에도 현장에 숨어있는 분들이 분명 있을 거다.

허윤정 센터의 고용 안정도 꼭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같은 디렉터를 10년씩, 20년씩 만날 수 있는데 센터는 그렇지 않아서 아쉬울 때가 많다. 신뢰할 수 있는 국제교류 전문가가 필요하다. 20~30년 되어도 그 자리에서 네트워킹을 지속할 국제교류 전문가가 센터 안에 여러 명 있어야 한다. 3~4년으로는 그림을 볼 수 없고 그릴 수도 없다.

그리고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변함없이 생각했던 건 개인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연주자가 나와야 한다. 개인이 사는 건 단체보단 좀 쉽다. 단체는 돈이 안 되면 70% 정도가 3년쯤 활동하다가 사라진다. 새로운 단체만 찾으려 할 게 아니다. 예체능은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 역량 있는 개인 박지성이 유럽 축구계에 진출함으로써 한국 축구가 유럽에 알려지지 않았나. 개인이 배제되고 젊은 단체에 지원이 집중된다면 예술 현장의 자생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천재현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기관이 좀 더 명확해지면 좋겠다. 지금 다양한 기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어떤 기관으로 가야 할지, 예술가들이 알기 쉽게 제시해주면 좋겠다.


정가악회_홍콩아츠페스티벌(사진출처: 월간 객석)

정가악회_홍콩아츠페스티벌(사진출처: 월간 객석)


해외진출을 준비하는
예술가, 예술단체들을 위한 제언

김유정 마지막으로 해외진출 준비하는 예술가, 단체들을 위해 제언한다면?

김주홍 결국은 신념이 이루어내는 것 같다. 또한, 자기 내면부터 보고 욕망부터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팀이 와해될 때 원인이 뭘까 생각해봤다. 대부분 팀이 존속하면서 개인의 욕망을 안 채워주면 나간다. 욕망이라 표현해서 안 좋게 들릴 수 있는데 솔직해지는 거다. 누군가 좀 피해를 보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말하면 의외로 쉬워진다. 나쁜 일은 본인부터 말을 못 하는 거고, 그건 자기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고민을 털어놓음으로써 의외로 상대가 도움도 주고 해법도 주고 공존의 방법도 생긴다. 자기의 희망을 얘기했을 때, (자기에게는 희망이고 남들이 보기엔 욕망이다.) 도와주고 같이 있게 된다. 또한, 특화된 시장을 찾으려면 본인이 하는 음악 외에 다른 음악까지 고민해야 한다.


자기 내면부터 보고 욕망부터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 좀 피해를 보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말하면 의외로 쉬워진다. _김주홍


허윤정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음악의 목표를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단체를 만들었다면, 그 단체의 음악을 어떻게 어디에 알릴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다양한 단체와 많은 음악을 하고 있는데, 가장 하고 싶은 건 50분짜리 산조 전 바탕을 워매드(WOMAD) 같은 데서 쉬지 않고 하는 거다. 와인 마시면서 인도 음악 듣듯이 들을 것이다. 그게 꿈이다. 그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만들어야 할 발판이 많으니까 한국음악을 스며들게 하기 위해 콜라보도 하고 허윤정도 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목표가 명확하니까 평소에 열심히 산조 연습을 한다. 목표가 확실하면 환경에 그다지 지치지 않을 수 있다. 목표가 없으면 뭔가에서 좌절될 때 포기하기 쉽다. 어차피 시장은 힘든 거다.


가장 하고 싶은 건 50분짜리 산조 전 바탕을뉴질랜드 워매드 같은 데서 쉬지 않고 하는 거다.와인 마시면서 인도 음악 듣듯이 들을 것이다.그게 꿈이다. _허윤정


천재현 해외진출을 해보고 싶은 이유가 각자 다를 거다. 다른 목표와 꿈을 가지고 나가는 거니까 그 꿈을 실천하는 거야 하면 되는 거다. 그런데 결국 무엇이, 어떻게 나한테 남을 것이냐를 고민하고, 그 성과를 얻고 돌아왔을 때 이런 점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투어 갔다 와서 정리하게 뭐 써달라거나 이런 자리(좌담)에서 성과가 뭐였는지 건드려줄 필요가 있다.

사진촬영_박창현(Chad Park)

참석자소개 / 김주홍은 한국에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를 졸업했다. 김덕수, 이광수에게 사물놀이 무속장단 비나리를, 인간문화재 안숙선, 한승호, 박병천에게 판소리를 사사받았다. 노름마치의 창단 멤버이며, 현재 노름마치예술단의 예술감독과 대표로 재직 중이다. 2011년 KBS 국악대상에서 연주(단체)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천재현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에서 거문고를 전공했다. 정가악회 창단 대표이며, 현재 (사)정가악회 대표이사, 남산국악당&남산한옥마을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아리랑, 삶의 노래>, <정가악회, 세계문학과 만나다>, <정가악회, 노닐다> 등 다수 작품의 연출 및 제작을 맡았다./허윤정은 거문고 연주가, 작곡가이자 부친(연극연출가 허규)이 남긴 북촌창우극장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거문고와 한국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토리앙상블, 블랙스트링, 모자이크코리아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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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_세계 속 한국음악의 미래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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