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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떻게 해결했어?
예술현장 곳곳에서 예술과 향유자를 매개하는 예술경영인들에게는 때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계약이나 저작권처럼 법전을 뒤져야 하는 복잡한 문제부터 공연장이나 전시장에서의 피치 못할 사고 등이다. 그런데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사례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술경영 컨설팅에 문의를 한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건다? 혹여나 주변에 유사한 경험을 했던 동료나 선후배가 있다면 가장 먼저 그에게 전화를 걸기 쉽다.
“그때 어떻게 해결했어?”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추진하는 예술경영 컨설팅의 궁극적인 효과는 이를 이용한 예술경영인 모두가 예술현장에서 누구보다도 뛰어난 경험 중심의 컨설턴트가 되어 이론으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들을 공동으로 도울 수 있을 때 나타나는 게 아닐까. 이른 바 ‘피어컨설팅’의 확산이다.
동료 또는 또래 컨설팅으로 풀이되는 피어컨설팅은 사회적 기업 분야에서 먼저 운영 경험이 있는 선배 사회적 기업가를 통한 경영자문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Weekly@예술경영》이 예술경영 컨설팅 특집호를 준비하며 이러한 피어컨설팅의 포문을 열고 예술현장에 확산시키리란 야심찬 계획을 갖고 7월 9일부터 21일까지 예술현장의 다양한 피어컨설팅 사례를 공모했다. 첫 번째 주제는 “국제교류, 해외진출 시 통관, 관세, 비자 관련 문제가 있었다!”였다. 접수된 다양한 사례들 가운데 (주)올댓플래닝의 김관호 디렉터가 겪은 일화와 질문을 소개하며, 독자 여러분의 피어컨설팅을 기다린다.
출국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2005년 일본의 아이치 현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렸을 때의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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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저는 한국관의 영상관 구축/영상 제작/운영의 총괄 책임자로서 참여했었고, 그 때문에 일본에 자주 오고 가면서 약 1년을 상주했었습니다. 당시 한국관의 주제 영상 콘텐츠는 ‘트리로보(Tree-Robo)’라는 3D입체 애니메이션이었고, 플라스틱 입체안경을 영상관 입구에서 나누어 줘야 했습니다. 1회당 약 250명의 관객을 받아야 했고, 1시간에 3회씩, 하루에 10시간을 상영해야 할 만큼 엑스포 전체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던 콘텐츠였기 때문에, 입체안경을 나누어 주기 위해 입구에 설치할 기구도 그에 맞게 설계·제작하였고, 입체안경을 놓을 트레이도 좀 더 한국적인 이미지를 고민하면서 남대문에서 대나무 재질의 대형 바구니를 주문하여 약 20개를 제작하였습니다.
문제는 이 대나무 바구니를 일본으로 가져갈 때 발생하였습니다. 다른 하드웨어 장비들과 소모품 등은 컨테이너를 통해 배로 운송하였지만, 바구니의 경우 제작 기간이 좀 안 맞아서 결국 스태프 2명과 제가 직접 대형 이민 가방에 20개를 차곡차곡 넣어서 들고 들어가게 됐습니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일본 나고야 공항에서는 이 바구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이 바구니는 뭐냐, 무슨 용도냐, 판매용이면 관세를 물어야 한다.”라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용도를 나름대로는 잘 설명했지만, 통하지 않더군요. 사전에 신고된 물건이 아니라고 하기에 그럼 어떤 신고를 했어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그들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카르네(Carnet)에 대한 개념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카르네는 해외에서 사용될 물건을 일시적으로 가지고 입국했다가 다시 가지고 나갈 때에 필요한 비판매용 품목임을 증명하는 증서로 알고 있었고 그 바구니는 사실상 소모품이었기 때문에 다시 가지고 나갈 수도 없어서 이 카르네를 적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공항에서 현지 엑스포 한국관에 전화하여 상황 설명을 했고, 한국관 운영 책임을 맡고 있던 KOTRA 직원이 일본엑스포조직위원회에 협조 요청을 하고, 그 일본조직위 스태프가 공항에 전화해서 겨우 용도에 대한 설명과 판매용이 아니라는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공항의 관세청(?) 직원이 이런 사례가 없다고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겁니다. 매뉴얼의 나라 일본의 진면목이 드러나더군요. 일본은 모든 분야에서 굉장히 디테일한 매뉴얼이 있었고, 그런 만큼 그 매뉴얼을 신봉하고 철저히 준용합니다. (말만 잘하면 탄력적으로 적용되기도 하는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그런 일본인들이 참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관세청 직원들이 5~6명이 머리를 맞대고 장시간 동안 그 매뉴얼을 아무리 뒤져도 제 케이스에 맞는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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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이미 3시간 이상을 발이 묶인 채 기다리고 있었고, 밖에서는 이동 차량이 계속 기다리고 있고… 전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결국 “관세를 치를 테니 그래 얼마 내면 되는 거냐?”라고 따졌고, 그들은 또 다시 머리를 맞대고 이번에는 그 바구니를 적용할 만한 품목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 바구니는 마땅히 적용할 품목 기준이 없었고, 그들도 난감해하다가, 제게 묻더군요. “이 바구니의 한국 가격이 얼마냐”라고.
전 홧김에 “100원이다. 20개니까, 총 2000원이다.”(사실 정확하게 100원이라고 했는지 1000원이라고 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누가 들어도 황당한 가격을 댔습니다.)
원래는 구입 가격을 증명할 수 있는 영수증 같은 증빙을 제출해야 하지만, 그들도 저만큼 지쳤고, 또 국가적인 대형 행사에 관련된 일인데다가, 그 당시 독도 분쟁이 심화되던 시기라 더 이상은 시간을 끌었다가는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그냥 제가 말한 금액을 인정해서 관세를 매기더군요. 저는 3시간 반 만에 무려! 몇백 원의 관세를 물고 결국은 징글징글한 바구니를 들고 공항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때, 엑스포라는 국가적 대형 행사가 아니라, 작은 사설 공연장의 공연이었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도 더 힘들어졌거나 관세를 훨씬 더 많이 물었어야 하겠죠.
만약, 다시 그런 상황이 된다면?
만약, 제가 다시 그런 상황이 된다면, 즉 공연, 전시에 사용할 소모품인데 부피가 좀 나가는 물건을 직접 가지고 들어갈 때, 저는 한국에서 출발 전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걸까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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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이전과 이후에 해외에 몇 번이나 PC/방송용 카메라 등의 장비를 트렁크에 넣어서 일반 짐처럼 가지고 드나들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카르네를 쓰라고 요구받은 적도 있었지만, 요구받지 않은 적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대체 원래 룰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원칙적으로는 다시 가지고 들어올 품목(주로 장비류나 고가품)들은 공항에서 신고를 하고 증서를 만들어서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공항의 담당자에 따라 그 규정이 탄력적으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원칙적인 룰을 준수하는 게 유사시에 좋겠죠.
작은 공연/전시/행사 등을 해외에서 펼칠 경우, 짐이 많으면 컨테이너에 싣고 배로 운송하는 게 경제적으로도 좋겠지만, 그 정도 분량이 안 되거나, 기간이 촉박한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항공화물을 이용하곤 할 것입니다. 부피가 좀 작으면 비용을 아끼려고 저처럼 직접 트렁크에 넣어서 수화물로 들고 갈 것이고요.
문제는 공연처럼 특수한 목적으로 주문 제작된(즉 기성품이 아니라서 관세품목에 지정돼 있지 않은) 물품/소품의 경우, 게다가 그게 다시 가지고 들어오는 것도 아닌 소모품이라면, 잘못하면 저와 같이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를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나마 저는 일본어 통역 스태프와 함께 있어서 제 주장을 맘껏 펼 수 있었지만, 만약 통역사가 없다면 아마 꼼짝없이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어떤 사전 조치가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본 기사에 댓글로, 혹은 웹진 이메일로, SNS로 이와 관련한 답변 혹은 또 다른 질문을 보내주신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차기 피어컨설팅 기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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