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는 20세기 초까지의 왕조 시대에 왕립 무용단이 있었다. 한국이 일본에 강제 점령당한 식민지 시대(1910~1945)에 왕립 무용단의 활동은 정지되었다. 1945년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이후의 현대 시기에, 한국의 공공 무용단의 현대적 역사는 1962년 국립무용단과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창설에서 시작한다. 국립무용단은 한국무용 스타일의 창작무용을 담당하는 예술감독과 발레를 담당하는 예술감독의 이원(二元) 체제로 운영되었다. 1972년 국립무용단에서 발레 부문이 분리되어 국립발레단이 신설되었다. 이후 1970년대 중반부터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 그리고 1980년대부터는 인천, 청주, 대전, 창원, 구미 등 지역의 중소 도시들에서 시립무용단들이 창설되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조선왕조의 왕립 무용단을 계승한 단체로서 한국의 매우 풍부한 무용 유산(즉, 전통 고전 및 민속무용)의 보존을 주요 목표로 설립되었으며, 현재 서울, 남원, 진도, 부산에 각각 독립된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있다.
▲ 국립국악원 무용단(사진출처: 국립국악원 무용단)
한국의 공공 무용단 운영 현황 |
▲ “Already not yet” (사진출처: 국립현대무용단) |
오늘날 한국에는 25개의 공공 무용단이 있다. 이들 무용단은 국립과 시립으로 나눠진다. 국립은 중앙 정부(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시립은 지방 자치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다. 대개의 공공 무용단들은 상주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공공 무용단 가운데 대부분의 단체는 한국무용 스타일의 창작무용을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는 달리, 국립발레단과 광주시립무용단은 발레 단체이며, 대구시립무용단과 국립현대무용단(KNCDC, 2010년 창설)은 현대무용 또는 컨템퍼러리 댄스 단체이다. 다시 말해, 전통적 춤 테크닉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무용 스타일이 주류를 이룬 공공 무용단 영역에서 특히 컨템퍼러리 댄스 단체(KNCDC)가 국립 차원에서 창설된 것은 한국에서 무용 장르의 확장뿐만 아니라 예술 춤에 대한 무용가들의 인식 변화를 반영하였다. 서울에는 5개의 공공 무용단(국립무용단, 국립국악원 무용단,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서울시무용단)이 있다.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은 약 70명의 단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 외 공공 무용단들은 30~50명의 단원이 있다. 예외적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은 예술감독과 스태프진 이외에는 상임 단원이 없고 공연 프로젝트마다 출연진(performers)을 선발해서 출연시킨다. 공공 무용단의 단원 또는 출연진들은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 소유자들로 구성되며, 그들의 기량 수준과 직무 충실도는 꽤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에서는 40곳의 대학이 매년 1200명 가량의 무용 전공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공공 무용단들은 연봉제와 여러 사회적 보험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국립현대무용단의 프로젝트별 출연자에 대해서는 연봉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공 무용단의 단원들 사이에서는 현 수준의 급여가 인상되어야 하며 연금 제도도 더 충실하게 보완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거의 모든 공공 무용단에는 단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있다. 공공 무용단은 단원들을 대상으로 연말에 정기 오디션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국립발레단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공연 활동 실적으로 오디션을 대신한다. 단원 정년(停年)은 국립무용단의 경우 53세이며, 대개의 공공 무용단에서 단원 정년은 50세 정도이지만 60세 가까운 공공 무용단도 있다. 공공 무용단에서 외국 국적의 단원은 없고, 민간 무용단에서도 외국 국적의 단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공공 무용단마다 예술감독을 비롯하여 구성원들은 공개 채용을 통해 선발된다. 특히 예술감독 선발의 경우 경쟁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예술감독의 임기는 대개 3년을 원칙으로 하며 연임도 가능하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공공 무용단에서 2차례 이상 연임한 예술감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 인해 예술감독의 재임 기간이 길지 않아서 공공 무용단마다 자기 색깔을 갖추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의견도 드물지 않다. 한국의 공공 무용단에서 예술감독의 직무는 다소 복합적인 편이다. 예술감독은 공연을 위한 창작을 감독할 뿐만 아니라 무용단의 행정 관리 업무까지 감독한다. 일부의 공공 무용단에서 이사회 같은 조직이 있긴 하지만 예술감독이 전체 업무를 감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 공공 무용단의 예술감독은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를 원칙으로 하며, 외국 국적 소지자가 예술감독이 된 사례는 없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활동한 무용가들 중에서 예술감독을 발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립발레단은 2014년 예술감독으로 대한민국 국적의 강수진을 임명하였다. 그녀는 10대 중반에 발레를 배우러 유럽으로 건너가 19세 때인 1986년부터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단원으로 있었고 지금도 그 발레단의 프린시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국제교류 증가 추세
한국 공공 무용단들의 해외 교류는 2000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해외 교류가 증가해온 추세와 연관된다. 최근에 한국의 민간 무용 단체들 가운데 매년 50단체 이상이 해외에서 공연을 가지며, 한국에서 공연을 갖는 해외 단체도 매년 100단체가 넘는다. 해외 단체들의 한국 공연은 절반 이상이 서울에서 진행된다. 전통예술 장르를 제외하면 민간 단체들의 해외 공연에 대해 무용 장르가 연극이나 음악 장르에 비해 공공 지원을 더 많이 받았다. 민간 무용 단체들은 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공연을 가졌으며, 최근 몇 년간 남미에서의 공연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민간 무용 단체들의 해외 공연에서 컨템퍼러리 댄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한국 전통무용, 한국무용 양식의 창작무용 그리고 발레가 그다음을 차지한다.
공공 무용단들의 국제 교류는 해외에서 공연을 갖는 일과 해외 무용인을 스태프로 초빙하는 일이 대종을 이룬다. 국립발레단, 서울시무용단, 부산시립무용단은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해외 공연을 가졌다. 이러한 해외 공연 가운데는 외교 차원에서의 한국 문화 소개 또는 해당 도시 홍보를 목표로 추진된 경우가 많았다. 국립발레단은 유리 그리가로비치(‘백조의 호수’ ‘스파르타쿠스’), 장-크리스토프 마이요(‘로미오와 줄리엣’), 보리스 에이프만(‘차이코프스키’) 같은 해외의 저명한 안무가를 초빙하여 객원 안무를 맡긴 경우가 더러 있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해외의 중견 컨템퍼러리 댄스 안무가를 초빙하는 객원 안무 프로그램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공공 무용단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글로벌 시각에서 새로운 경향을 개척하려는 의지를 강화하고 있어, 국제 교류를 통한 무대 작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작품 또는 공연 양식의 다변화 추구
2000년에 국립발레단은 현대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장-크리스토프 마이요의 객원 안무로 올리면서 고전 발레에 기운 경향을 벗어난 이후 게오르게 발란친, 마츠 에크, 보리스 에이프만, 우베 숄츠, 글렌 테틀리 등의 신고전주의 또는 현대-컨템퍼러리 계열의 발레를 간간이 올렸다. 국립무용단은 한국무용 양식을 기본으로 창작 무용을 지향하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2007년 독일의 재즈 악단으로서 한국 민속음악 선율을 구현하는 작업으로 주목을 받아온 살타 첼로(Salta Cello)를 초청하여 퓨전 양식의 공연을 선보였고, 2014년에는 핀란드의 신예(新銳) 안무가 테로 사리넨(Tero Saarinen)의 객원 안무작으로 컨템퍼러리 댄스를 올렸다. 국립발레단(2012년)과 국립무용단(2013, 2014년)이 한국의 컨템퍼러리 댄스 안무가 안성수에게 객원 안무를 맡긴 사례에서도 보게 되듯이 지난 몇 해 동안 두 단체 각각 컨템퍼러리 댄스와의 접목을 비중 있게 모색해왔다.
|
|
▲ 장-크리스토프 마이요 (Jean-Christophe Maillot)의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출처: 국립발레단)
|
▲ 테로 사리넨 (Tero Saarinen)의 회오리 (사진출처: 국립무용단)
|
공공 무용단들은 1년에 두 차례 정기 공연을 갖는다. 대개 봄과 가을에 2~3일간 3회 정도 유료로 이뤄지는 정기 공연에서 신작 레퍼토리가 발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덧붙여, 국립발레단을 비롯하여 여러 발레 단체들에서는 매년 12월에 ‘호두까기 인형’을 거의 정기 공연처럼 2~3주 동안 공연한다. 정기 공연 이외에 공공 무용단들은 공익 목적의 공연을 수시로 갖는다. 국립무용단은 최근 몇 해 동안 정기 공연을 포함해서 연평균 27개 레퍼토리로 65회 공연을 가졌고, 다른 공공 무용단들도 연간 50회 안팎의 공연을 갖는다. 한국의 공공 무용단 전체를 대상으로 해서 말하자면, 외부 안무자에게 객원 안무를 맡기는 경우는 아직 흔하지 않다.
2000년 이후 공공 무용단들에 대해 관객과의 공감(共感)을 갖춘 레퍼토리 개발이 최우선적인 이슈로 제기되어 왔다. 아울러 예술감독의 안무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여론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공공 무용단들이 작품 활동에서 보수적인 관점을 탈피해서 스스로 변화를 모색할 것을 재촉하였다. 2010년을 전후하여 한국의 공공 무용단들이 작품 또는 공연의 양식에서 다변화를 추구하는 흐름이 뚜렷이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서 돋보이는 현상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먼저, 작품 안무에서 각 단체들이 기본으로 삼아온 테크닉 이외의 이질적인 테크닉이나 무술 같은 조직적인 몸 움직임을 섞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방식이 종종 시도되고 있다. 둘째, 공연 무대 구성에서 기승전결식의 일체화된 짜임새를 갖는 스토리텔링보다는 옴니버스식의 구성을 바탕으로 관객의 수용에 여지를 두는 흐름에 착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상의 경향들은 주로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미구에는 다른 지역의 공공 무용단에서도 드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기사는 공연예술 국제교류 플랫폼 더아프로에서 영문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What Escape Route Are Korea’s Public Dance Companies Seeking?
|
|
필자소개 김채현은 서울대 철학과·동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춤비평가로서 비평문을 비롯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 『한국춤통사'(공저, 2015)』, 『예술: 관객의 재창조(공저, 2015)』, 『우리 무용 100년(공저)』, 『춤』, 『미적체험의 현상학』, 『발레와 현대무용』 등 20권의 저서, 공저, 역서를 발표하였다. 현장 평론가로서 지난 23년간 한국의 무대 예술춤 7천편을 비디오 영상으로 기록해온 디지털 아카이비스트이기도 하다. 한국춤평론가회 대표, 한국춤비평가협회 공동대표를 역임하였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교수이다. |
|
|